소설리스트

149화.매력 포인트 (149/246)

◈ 매력 포인트

수태광은 지난 미국 출장 때 제인 레드너를 만났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제인 레드너 역시 수태광과 같은 불 속성 특성을 사용하는 S급 헌터였다.

미국에 갈 때면 항상 일 적으로나 사적으로 자주 만남을 갖는 두 사람이었고, 당시에도 술자리를 가졌었는데.

“그때 제인이 문득 그런 말을 하더군. 자신이 각성의 늪에서 어떻게 S급 헌터가 되었는 줄 아느냐고.”

“……?”

수재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이 알기로는 각성의 신전에 가장 빨리 도달해, 가장 뛰어난 성수를 얻었던 걸로 알고 있다.

한데, 그것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까.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과 별반 다를 건 없어. 가장 빨리 각성의 신전에 도달했지.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방법을 사용해 가장 먼저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이야.”

수재혁의 시선이 수태광의 손을 향해 움직였다.

어느새 수태광의 한 손에는 낡은 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언제부터 아버지께서 검을……?’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수태광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검이라니?

“제인이 각성의 신전에 어느 누구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이 각성의 늪에 숨겨진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지.”

“비밀이라면?”

히든 피스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히든 피스를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수태광이 손에 쥐고 있는 ‘시공의 검’ 이었다.

제인 레드너가 기꺼이 건네주었던 바로 그 검.

“비밀을 밝힐 수 있는 장소는 각성의 늪에서 100회차 웨이브가 끝난 바로 이곳이다.”

물론, 여러 조건들이 더 있다.

마족의 망토 자락, 어둠의 정수, 그리고 히드라의 피.

앞선 두 가지는 이곳에 오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뒀고, 히드라의 피는 100회차 웨이브를 겪는 동안 줄곧 챙겨왔었다.

“A조는 길 수색을 마쳤으면, 바로 각성의 신전을 찾아 움직이도록.”

“예, 마스터.”

탐지 계열 헌터를 필두로한 A조가 움직였다.

준우와 동혁이가 히든 피스 습득에 성공하면 각성의 신전도 곧장 찾을 수 있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차선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수태광은 힐러진과 이곳에 남아 묵묵히 지켜보기로 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역시 화염의 벽 안에 있는 녀석들이 부디 승전고를 울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컸다.

“실패한다면 두 녀석 모두 국내 최고의 헌터가 될 것이고…….”

수태광의 눈빛이 간절함으로 번뜩였다.

“……성공한다면 세계 최고의 헌터가 되어 돌아오겠지.”

화염의 벽의 불길이 더욱 거세게 치솟는 순간이었다.

***

화염의 벽을 뚫고 들어와 가장 먼저 처남부터 찾았다.

다행히 아직까진 무사했으며, 딱히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매형! 나만 두고 도망치면 어떡해요!”

“도망친 게 아니라…….”

“설마, 아빠가 날 버린 건가? 내가 너무 약해서?”

“……그럴 리가 있겠어?”

이건 장인어른의 충격요법이다.

그거 말고는 달리 설명할 표현이 없었다.

하지만, 처남에게 사실대로 말하기가 어려웠다.

화염의 벽 안에 홀로 버려졌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와는 달리 살짝 겁에 질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9살 꼬맹이는 꼬맹이니까.’

그래서 그냥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기왕이면 처남이 알아듣기 쉽게.

“던전에도 미니 게임 같은 게 존재해.”

“미니 게임?”

“쉽게 생각하면 보너스 같은 거야. 곧 보스 몬스터가 나타날 거거든? 그 녀석을 잡으면 숨겨진 보상을 주는 게임이지.”

“오오! 진짜 그런 게 있어요?”

“각성의 늪에만 있는 특별 이벤트지. 아, 참! 처남은 던전에 오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 잘 모르겠구나.”

“근데, 왜 우리 둘만 여기로 소환된 거예요?”

처남은 아무래도 우리가 ‘소환’ 됐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처남, 그리고 이후에는 내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설명해주는 게 좋을 듯했다.

“레벨이 가장 낮은 두 사람만 소환돼.”

“아아!”

“아무튼, 지금부터 벌어지는 모든 것은 가상이자 환각의 일종이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뜻이야. 가상 현실 게임 해봤지?”

“당근 빠따죠!”

다행히 내 능청스런 연기가 먹혔는지, 처남은 내 말을 믿어주는 듯했다.

뭐, 던전 내 히든 피스나 이벤트 같은 건 간간히 등장하는 일이니 딱히 부자연스러울 게 없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나다. 솔직히 현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형님 때와는 다른 상황의 충격요법이기에 갈피를 잡지 못했으니까.

‘일단, 처남을 진정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 같고…….’

나 역시도 침착해야 했다.

화염의 벽 내부가 제법 넓어서 불길로 인한 피해는 없겠지만, 저만치서 기이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들렸던 울음소리. 아마, 그 녀석이겠지.’

아직 놈의 정체는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장인어른이나 형님이 말씀하셨던 목각인형 따위는 아닌 느낌이지 않은가.

게다가.

눈앞에 떠올라 있는 홀로그램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 히든 미션 - 신전의 주인 ]

제한 시간 내에 히든 보스를 제거한다면, 그대들은 신전의 주인에게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난이도 : A-

* 제한 인원 : 최대 2명

* 제한 레벨 : 500

* 제한 시간 : 120분

* 공략 조건 : 히든 보스의 사망

* 공략 보상 : 능력의 성장

(공략 보상은 제한 레벨 미만의 참여자가 공략을 했을 경우에만 주어지며, 공략 인원수에 맞춰서 지급됩니다)

자그마치 A- 난이도의 히든 미션이다.

히든 미션이 갑자기 왜, 어떤 조건으로 발생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건 좋은 기회이니만큼 성공해서 나쁠 건 없다는 사실이다.

‘장인어른께서 충격요법을 대신해 벌인 일임엔 분명한데.’

쿠오오오 - !

화염의 밖에서 들었던 그 울음소리가 재차 들려온다.

동시에 거리가 가까워진 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대박! 나 저거랑 비슷한 거 진짜 게임에서 본 적 있어요!”

“그래?”

처남이 짧게 소리쳤다.

눈앞의 녀석이 지금껏 봐온 암석 히드라의 10배는 족히 넘는 몸집을 가졌기에 꽤 놀랄 줄 알았으나, 예상과는 달리 엄청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던전의 특별 이벤트이자, 미니 게임의 일종이라고 말해줬던 것이 상당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매형! 여기서 점수 많이 내야 보상도 좋아지는 거 아니에요?”

“그, 그렇겠지?”

히든 보스, 거목의 ‘레이드라’.

순간, 온몸이 나무로 만들어진 것 같은 거구의 놈이 커다란 입을 벌렸다.

파바바밧!

녀석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날카로운 나무 화살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쏘아졌다.

“꽉 잡아.”

처남을 들어 올려 옆구리에 꼈다.

일단, 피하면서 머리를 굴려보는 게 우선이다.

“가상 현실 게임 같은 거라면서요? 근데 왜 피해요? 어차피 맞아도 안 아플 텐데?”

“저거 다 피해야 점수 더 많이 줘.”

“그럼, 한 발도 안 맞고 피해야겠네요?”

당연히 그래야지.

맞았다간 죽을 수도 있으니까.

‘A-급 보스를 과연 잡을 수 있으려나?’

지금의 내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대도 B+급.

많은 격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A와 B가 가진 알파벳의 차이는 꽤 컸고.

그나마 다행히도 아내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고작 10초만으로 놈을 잡을 수는 없을 거라는 판단이다.

‘그런데, 원래 레이드라가 A-급이었나? 내 기억에 의하면, 히든 미션이 아닌 일반적인 레이드에서 등장할 땐 A급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보다 더 강해야 정상인 놈이다.

한데, 왜 등급이 낮아진 상태로 나타난 걸까?

‘히든 미션에서 종종 등급이 조정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다시금 기억을 더듬어보니.

놈의 속성 또한 원래 나무가 아니라, 불이었다.

‘……어쩌면, 파훼법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한바탕 나무 화살을 쏟아낸 놈이 숨을 고른다.

한 번 공격을 하고 나면, 1, 2분가량의 공백이 생기는 녀석의 패턴이다.

보이지 않는 검을 빠르게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처남을 옆에 낀 채로 놈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윽 -

마력을 머금은 검이 부드럽게 그어졌고.

놈의 기다란 머리가 그대로 잘려 나간다.

‘이렇게 쉽게?’

처남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만큼이나 너무 쉽게 끝났다고 생각한 것 같다.

“미니 게임치고도 너무 난이도가 쉬운 것 같은데?”

“빨리 끝나면 좋은 거 아닐까?”

“역시! 저기 봐요! 제가 어째 너무 쉽다고 했죠?”

“응?”

놈들 다시 돌아보니, 잘려 나간 머리가 있던 자리에서 이번엔 두 개의 머리가 재생됐다.

처남의 말마따나 어쩐지 너무 쉽다 했다.

‘원래 레이드라에겐 머리가 재생되는 패턴이 없었는데.’

속성부터 패턴까지.

내가 알던 레이드라와는 너무나 달랐다.

파바바바밧!

두 개의 입에서 나무 화살이 쏟아진다.

머리가 둘로 늘었으니, 쏟아지는 화살의 양도 당연히 그 두 배였다.

‘젠장! 피하기가 더 어려워졌어.’

숲의 신발을 이용한다면 보다 수월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 ‘레이드라의 저주’ 에 걸린 상태입니다. ]

[ 아이템 효과 사용이 불가합니다. ]

무형의 칼날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

아마도 히든 미션 진행 중에는 제한되는 것 같았다.

때문에, 지금은 오로지 마력을 이용해 전투를 진행해야만 하고, 마력을 이용해 이동속도를 올리는 게 전부였다.

‘어떡하지? 그냥 포기하고 화염의 벽 밖으로 나가야 하나?’

아이템 효과까지 사용이 불가하다면.

레이드라와의 전투에서 더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장인어른께선 분명히 벽 밖에서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고 계실 텐데…….’

화염의 벽에 시야가 가려졌다고는 하지만, 벽을 만들어낸 장인어른만은 그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만약 이게 장인어른께서 뜻하신 충격요법이라면, 정 안 될 경우 우리를 도와주실 터.

‘……장인어른께서 뜻하신 거라면, 분명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처남을 여기 두신 것일 텐데.’

생각해보면, 히든 미션 홀로그램 가장 하단에 500레벨 미만의 참여자가 공략했을 때만 보상이 주어진다는 언급이 있었다.

엑시스 레이드 팀에서 500레벨 미만은 유일하게 나와 처남뿐.

나의 경우엔 레벨에 비해 능력치가 높은 편이었고, 처남의 경우에는 레벨 자체가 없는 상황이었다.

‘설마, 내가 처남을 도우러 갈 거라는 것까지 예상하셨을까?’

그렇다면.

파훼법은 나와 처남, 두 사람에게 있을 확률이 높다.

‘대체 뭘까. 우리 둘의 합작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이템 효과 사용이 불가한 상황.

거기에 일반적인 공격으론 레이드라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머리를 노려도, 머리 개수만 늘릴 뿐이다.

‘그러고 보니, 제인 레드너도 불 속성 능력자잖아?’

레이드라가 한바탕 나무 화살을 쏟아냈다.

두 개의 머리가 잠시 쉬어가는 사이.

우리는 잠시 커다란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처남, 불 속성 인챈트 사용할 수 있겠어?”

“불 속성 인챈트? 그게 왜 필요해요? 그냥 매형이 잘하는 거 하면 되잖아요?”

“그, 그게…….”

“매형이 막 검으로 칼날 소환해서 팍팍! 그럼 쟤네도 픽픽! 쓰러질 거 같은데.”

“불 속성 인챈트 사용해서 공략할 경우, 보너스 점수가 있거든.”

답은 이것뿐이다.

일반적인 마력을 머금은 검으로 안 된다면, 불 속성 마력을 띤 검으로 놈의 머리를 잘라보는 수밖에.

‘제인 레드너도 불 속성 능력자였잖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처남에 비해 높은 능력치를 토대로 한 전투이며, 처남이 할 수 있는 건 각성 징조 때도 일정 수준 사용할 수 있는 고유 능력이었다.

‘부전자전이라 했던가. 처남의 고유 능력도 장인어른과 마찬가지인 불 속성 특성, 파훼법은 이것밖에 없다.’

하지만, 상황은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직 처남의 수준으론 인챈트 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못해?”

“아빠 말로는 인챈트는 집중력이 좋을수록 쉬운 건데, 저는 정신이 워낙 사나워서 좀 어려울 거랬어요.”

약 일주일간의 레이드 일정 속.

처남이 간혹 불 속성 특성을 사용해 화염구를 뿜어대기에 인챈트도 가능한 줄로만 알았다.

“흐음. 인챈트가 가능했다면 뭔가 해볼 수도 있었을 거 같았는데…….”

“이거 게임이라면서 왜케 진지해요, 매형?”

“지, 진지하긴 무슨. 그냥 인챈트가 가장 고득점이 가능한 기술이니까 좀 아쉬워서 그런 거지.”

“제가 했던 게임 중에 ‘드래곤 마스터’ 라고 있거든요? 근데, 거기서 보면 드래곤 등을 공격했을 때 점수 제일 많이 주던데?”

“쟨 드래곤하고는 좀 다르잖아?”

“에이! 대부분 다 등이 약점이라니까요?”

“그럼 혹시 화염구로 등은 맞춰볼 수 있겠어?”

큰 기대는 없었지만,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처남은 고개를 내저었다.

“인챈트보다는 쉬울지 몰라도, 그것도 못 할 거 같은데요?”

“그건 또 왜 못해?”

“아까 말했듯이 제가 집중력이 좀 안 좋아서? 헤헤.”

이런 식이면 곤란한데.

히든 미션이야 둘째치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버릇은 좋지 않다.

아무래도 자극을 좀 줄 필요가 있을 듯싶다.

처남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쪽으로.

“큰일이다, 큰일.”

“뭐가 큰일인데요?”

“처남 나중에 예빈이랑 결혼하기 글렀어.”

“에? 갑자기?”

“어른들의 연애에선 말이야. 대개 여자들은 남자가 ‘집중’ 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거든. 매력 포인트가 바로 집중력이란 뜻이지.”

“그, 그럴 수가!”

“게임에서도 이렇게 집중 못 하는 남자를 현실에서 과연 누가 좋아해 주겠어?”

“그, 그만! 그만해요, 매형! 팩트는 그만!”

급한 대로 대충 떠오르는 대로 얘기한 건데, 반응은 확실했다.

역시나 처남에겐 이만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거짓말 아니고 진짜야.”

“그, 그럼, 누나도 매형이 집중하는 모습에 반해서 결혼한 거란 뜻이에요? 그게 매력 포인트로 작용해서?”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아니, 그게 확실해. 언젠가 처남도 어른이 될 텐데? 어른이 돼서도 예빈이가 처남을 좋아하게 하려면?”

“……집중해야 돼요.”

“맞아. 집중하는 수밖에 없어.”

이제는 조금씩 수긍하는 모습이다.

이게 이렇게까지 제대로 먹힐 줄이야.

“그런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매형?”

“처남도 매력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지라고.”

다음 공격 준비를 마친 레이드라가 바위 뒤에 숨어 있는 우리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무언가 결심이 선 듯.

처남이 눈을 부릅 치켜뜨며 놈을 노려본다.

순간, 처남의 등 뒤로 화염을 형상화한 문양이 반짝였던 것은 그저 착각이었을까.

화르륵!

처남의 손에서 피어난 여러 개의 화염구가 레이드라의 등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장인어른의 불꽃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도 작은 크기지만.

이전보다 두 배 이상은 커진 불꽃이었다.

‘아까 했던 얘기가 바로 이렇게 효과가 난다고?’

정확히 레이드라의 등에 내리 꽂히는 화염구들.

처남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미친 듯이 화염구들을 뿜어댔는데…….

[ 불 속성으로 레이드라의 약점 공격에 성공합니다. ]

[ ‘레이드라의 저주’ 가 해제됩니다. ]

……놀랍게도 진짜로 등이 약점이었다.

거기에 아이템 효과 사용이 불가했던 저주까지 풀렸다.

불 속성 공격으로 약점 타격을 해야 하는 거였으면, 역시 제인 레드너도 이 방식으로 히든 미션을 성공한 걸까?

“매형! 매형 말대로 저도 할 수 있었어요! 저도 어른의 연애를 할 수 있게 됐다고요!”

“어른이 된 걸 축하해, 처남.”

사실, 진짜 히든 미션의 공략법이 이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공략법이라는 게 원래 여러 가지가 있는 경우도 있으니, 일단 그중 하나 정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 중요한 건 이 미션을 끝내는 거였으니까.

아이템 효과 사용이 가능해진 이상.

나 역시도 여태 아껴두었던 보이지 않는 검의 특성인 무형의 칼날 사용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저주가 풀리면서 얻은 버프까지 있었다.

[ ‘저주를 해제한 자’ 버프가 적용됩니다. ]

[ 30분 동안 모든 능력치가 2배 상승합니다. ]

처남 덕분에 돌파구를 찾았다.

아직도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찌됐든 도움이 된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 ‘아내의 힘’ 효과를 사용합니다. ]

[ 10초간 모든 능력치가 5배 상승합니다. ]

무형의 칼날로 레이드라의 머리 두 개를 동시에 베었다.

잘려 나간 머리 두 개가 바닥을 굴렀고, 동시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 ‘히든 미션 - 신전의 주인’ 공략에 성공합니다. ]

[ 공략 보상으로 ‘능력의 성장’ 이 주어집니다. ]

[ 참여자 전원의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

뜻하지도 않았던 등급 상승까지 이뤄지다니.

이거 원, 장인어른께 감사의 선물이라도 사드려야 할 것 같다.

***

수태광이 놀란 눈을 치켜뜨며 화염의 벽을 거뒀다.

조금 전, 벽 안의 준우와 동혁이가 히든 미션을 마치고 그 안에서 사라졌던 탓이다.

아마, 히든 미션의 또 다른 보상으로 곧장 각성의 신전에 직행했을 터.

하지만.

수태광이 놀란 이유는 단연 그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히든 미션이 시작된 지 20분도 채 안 돼서 그걸 끝내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제인 레드너도 제한 시간인 120분을 꽉꽉 채워서 공략에 성공하지 않았던가.

물론, 제인 레드너는 공략법을 찾느라 시간을 보냈기에 오래걸렸을 거다.

그러나 사실상 공략법을 찾아야 하는 건 준우와 동혁이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히든 피스 발견 조건에 대해 알려줬던 제인 레드너.

그의 말에 따르면, 해당 히든 미션의 공략법은 준우와 동혁이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히 불 속성 공격으로 레이드라의 혀부터 태워야 한다고 그랬었는데…….”

놈의 입안 쪽을 공격하는 건 한 번도 못 봤다.

그런데, 어찌 제인 레드너보다 훨씬 더 빠른 시간에 히든 미션을 끝낼 수 있었던 걸까.

‘나무 화살을 피하기만 하다가, 동혁이가 레이드라의 등을 공격했고, 이후엔 전 서방이 아이템 효과를 사용한 게 전부였었지.’

두 사람이 잠깐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이긴 했다.

하지만, 먼 거리에서 볼 수는 있어도 듣는 것까지는 무리였다.

‘혹시 전 서방이 히든 미션 공략법까지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래서 그걸 동혁이한테 알려준 거고?’

두 사람이 고생 좀 할 거라고 생각했다.

레이드라 입안의 혀를 불 속성으로 공격하기엔, 동혁이의 집중력으로는 세밀하게 능력을 다룰 수가 없었으니까.

때문에, 우선은 대체로 정신이 사나운 동혁이가 세밀하게 능력을 다룰 수 있을 만큼 갑자기 닥친 상황 속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주길 바랐는데.

“이렇게 허무하도록 쉽게 끝나버릴 줄이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쨌거나 히든 미션엔 성공했으니,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공략 보상으로 인해 능력치 성장을 이뤘을 거다.

애당초 그게 두 사람의 성장이 목적이었으니 수태광도 아쉬운 건 없었다.

‘그나저나, 아까 동혁이 녀석 등 뒤에 화염의 인장이 잠깐이나마 보였던 것 같은데?’

‘화염의 인장’.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을 때, 수태광에게도 나타나는 화염을 형상화한 문양 같은 거다.

수태광과 마찬가지로 S급의 속성 특성 잠재력을 가진 헌터들에게만 나타난다는 인장.

‘어쩌면, 동혁이가 진짜로 S급 헌터의 잠재 능력을 타고났을 수도?’

더군다나 준우는 아이템 효과까지 사용을 했었다.

제인 레드너의 말에 의하면, 저주로 인해 아이템 사용은 불가하다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몰라도, 전부 전 서방이 동혁이에게 뭐라고 말을 건넨 뒤부터였었어.’

제인도,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어찌 이게 가능했던 건지, 그 방법이 몹시도 궁금해서 미칠 지경.

‘……나중에 전 서방을 따로 불러서 물어봐야겠군.’

오늘 일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는 건, 역시 사위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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