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 놀이 시간 (1)
장모님의 패션쇼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이벤트 행사에서 얻은 아티팩트를 장인어른에게 건넸을 때.
- 아티팩트는 자네가 가지도록 해. 나는 민동식이에게 우리 엑시스의 힘을 보여 준 것만으로 만족하네.
장인어른께선 아티팩트를 내게 주셨다.
뭐, 사실 장인어른의 목적은 애당초 아티팩트보단 장모님께 꽃다발을 건넨 민 회장의 콧대를 누르는 것이었을 테니…….
- 그보다, 전 서방. 혹시 내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겠는가?
얼떨결에 패션쇼에서 총 두 개의 아티팩트를 얻게 됐지만, 더 의외였던 것은 내가 몰랐던 장인어른의 모습이었다.
- 반려몬 한 마리만 입양해 줄 수 있겠나?
- 장인어른께서 키우시려구요?
- 그, 그렇다기보단…… 크흠!
대답을 머뭇거리시던 장인어른께선 뒤늦게 반려몬 입양의 목적을 언급하셨다.
장모님께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라고.
장인어른께서 원래 이렇게 세심한 분이셨던가?
그게 아니라면, 회귀 전과는 달리 좀 더 부드럽게 변해 가는 걸까?
아무튼.
좋은 취지의 일이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던전 유기몬 입양에 나섰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장모님의 취향을 고려해 반려몬을 선정했고, 이선호에게 부탁해 해당 던전의 위치를 찾아냈다.
던전의 등급이 낮은 덕분에, 이전에 처남에게 아이언을 입양해 준 것처럼 미로 감옥을 합성하여 보다 쉽게 큐피그 입양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장인어른의 호출에 집무실을 찾았다.
“전처가 별말 없던가?”
“어떤……?”
“할망구, 아니, 전처가 전부터 반려몬을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거든. 뒤늦게 소원 성취를 하게 되었는데, 반응 같은 게 없었냐, 이 말이야.”
“아? 있었습니다! 장모님께 문자가 왔었는데, 보여 드릴까요?”
“어디 한번 봄세.”
장인어른께서 은근히 기대하는 표정으로 내 핸드폰에 시선을 집중하신다.
- 전 서방이 확실히 센스가 있다니까.
- 고마워. 안 그래도 요즘 외로웠는데.
- 그나저나, 내가 큐피그 키우고 싶어 하는 건 어떻게 알았대?
문자 내용은 당연히 나에 대한 칭찬뿐이었다.
장인어른의 부탁으로 큐피그를 입양해 드리긴 했으나, 그 사실을 장모님께선 모르시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껄껄! 역시 선물이라는 건 취향을 고려해야 하지! 민동식이처럼 대충 꽃다발이나 건네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고! 그렇지 않나, 전 서방?”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장인어른.”
그래도 장인어른께선 상당히 흡족해하셨다.
장인어른의 선택으로 인한 선물이 제대로 먹힌 셈이었으니까.
‘이로써 확실해졌군. 장인어른께서 장모님께 마음이 있다는 게.’
이렇게 마음 쓰시는 장인어른을 보고 있자니, 차라리 이혼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부부 사이의 일인지라 어떤 이유로 이혼하셨는지는 나야 모른다.
정작 선화도 모르는 걸 내가 알 방도가 없다.
‘그래도 뭐, 결국엔 재결합하실 테니까.’
장인어른께서 장모님께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번엔 회귀 전보다 더욱 빠르게 재결합을 도와드릴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렇게 되면, 엑시스도 장모님의 아티팩트에 힘입어 세계 진출에 박차를 가하게 되겠지.’
그때였다.
테이블 위에 올려 둔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장모님 전화인데요.”
“받게.”
전화를 받자마자 장모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짐작하건대, 큐피그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 전 서방! 태광이가 살이 너무 찌는데?
- 무슨 애가 먹기만 하면, 먹은 그대로 살이 바로 쪄?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큐피그의 문제였다.
그런데, 태광이라니?
설마 큐피그 이름을 태광이로 지은 건가?
- 전 서방이 노트에 적어 준 대로 정량 배급했는데도, 살이 미친 듯이 찐다고. 어떻게 하루에 몇 번씩 눈에 띄게 살이 찔 수가 있지?
“으음, 사료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 우리 태광이 혹시 아픈 건 아니겠지?
“……아, 아닐 겁니다. 장모님, 죄송한데 제가 이따가 다시 전화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아니, 이따가 제가 호텔로 방문 드리겠습니다.”
나는 일단 서둘러 통화를 마무리했다.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장인어른의 시선 때문이었다.
“분명히 내 이름이 들린 것 같은데.”
역시 들으셨구나.
최대한 통화 음량을 빠르게 줄인다고 줄였는데.
“아…… 그…… 장모님께서 장인어른 안부를 가끔 묻고는 하십니다.”
“그으래?”
순간, 장인어른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번진다.
비록 거짓말이었으나 당장 마땅한 변명이 떠오르질 않았다.
‘큐피그 이름이 태광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어쨌거나.
다행히도 내 대답에 흡족해하시는 것 같았다.
“타지 생활이 길었으니, 할망구도 이젠 적적할 만하지. 더 늦기 전에 옆에 누구라도 있으면 더 좋으련만…….”
날 은근하게 바라보시는 장인어른의 눈빛.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마치 내가 장모님과의 재결합 작전을 펼쳐 주길 바라시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 * *
선화는 보통 주말에는 일찍 퇴근을 한다.
그러나 오늘만은 예외였다.
아티팩트 대량 주문 건이 있어서, 수량을 채우려면 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이 아티팩트 제작 관련 일은 선화 혼자 해내야 하지만, 나는 바쁜 선화를 대신해 육아를 전담하기로 했다.
사실, 장모님의 패션쇼 전후로 정신없는 날들이 지속된 탓에 오늘은 좀 쉬고 싶긴 했는데…….
캬앙!
……수린이가 잠들자, 미심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쪽으로 달려와 다섯 개의 꼬리를 살랑거렸다.
‘피곤하긴 해도, 시간 있을 때 아이들이랑 놀아 주는 게 좋겠지.’
다른 반려몬 아이들과 비교를 하자면 노는 것보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미심이었는데, 요즘 부쩍 노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나 지금처럼 수린이가 조용할 때면, 반사적으로 내게 튀어오고는 한다.
“뭐 하고 놀까. 미심이가 좋아하는 공놀이?”
캬앙!
물론, 평범한 공놀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미심이의 얼음 속성 부여 스킬로 만든 반짝이는 얼음의 구만이 녀석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캬앙!
녀석이 좋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력을 끌어올려 얼음의 구를 만들어 내는 미심이.
“집안에서 공놀이할 수는 없으니까, 차원문 안쪽에 가서 하는 게 좋겠……?”
막 공놀이를 시작하려는 바로 그때였다.
현관문이 열리며 선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라? 오늘 늦는다고 하지 않았어?”
“대량 주문 건 있었는데, 출고일이 미뤄졌어. 고객님께 무슨 사정이 생겼나 봐.”
다행히 주문 취소는 아니었다.
나아가, 좋은 일은 선화의 얼굴을 보다 빨리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거고.
“난 또 나 보고 싶어서 일찍 온 줄 알았네.”
“사실 그게 진짜 이유야. 오빠 보고 싶어서 일찍 왔지.”
“진짜로?”
“당연하지! 내가 오빠 보려고 얼마나 헐레벌떡 뛰어왔는지 알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선화의 시선은 수린이가 잠들어 있는 방 쪽에 향해 있었다.
“쩝…….”
때마침 수린이가 잠에서 깼다.
그리고 선화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엄마가 수린이 주려고 만들어 왔지롱!”
대량 주문 건이 밀려 시간이 조금 났는지, 수린이의 원피스를 만들어 온 선화였다.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새하얀 원피스가 수린이와 참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수린아, 우리 이 옷 한번 입어 볼까?”
“배고파아!”
어느새 입이 많이 튼 수린이는 확실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원피스보다는 밥이 우선인 모양.
“알았어, 알았어. 그럼 밥부터 먹고 옷 입어 보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나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기분이었다.
집에 아이가 생기면 우선순위는 항상 아이가 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바로 이런 뜻이었던 것 같다.
“선화 너는 우선 씻어. 저녁은 내가 차릴게.”
일을 하고 온 선화를 대신해 식사를 준비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선화는 후다닥 수린이를 안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아까 전에 손수 만들어온 원피스를 입혀 보기 위함이었다.
그사이.
나는 다시금 미심이를 찾았다.
아까 갑작스레 선화가 일찍 퇴근하면서, 미처 공놀이를 해 주지 못하지 않았던가.
“미심아?”
한데, 미심이가 집 안에 보이지 않았다.
차원문 안에 있으려나? 막 그쪽으로 향하려는 순간.
“응?”
오복이들이 차원문 안에서 튀어나왔다.
녀석들은 꼬리를 까딱거리며 내게 신호를 줬다.
이 역시 미심이와 마찬가지로 놀아 달라는 뜻이었다.
“이따가 놀자, 이따가. 갑자기 미심이가 안 보여서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우리 집 아이들 중에 제일 개구쟁이들이 바로 이 오복이들이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단번에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빙글빙글-
내 주변을 돌기 시작하는 오복이들.
점점 포위망을 좁혀 오더니, 날 차원문 쪽으로 몰기 시작했다. 강제로 차원문 내부로 날 데려갈 생각인 듯싶었다.
“얼씨구? 이제 이런 작전도 쓰네?”
하지만, 이런 작전이 내게 먹힐 리가 없다.
오복이들의 포위망이야 뚫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문제가 하나 생긴 게 있다면…….
콰직!
포위망을 벗어나려다, 수린이가 가지고 놀던 블록을 밟아 버렸다는 거다.
발바닥에서 고통이 몰려왔지만, 그보단 수린이가 블록으로 만든 작은 성이 부서졌다는 게 더 문제였다.
“돌겠네, 이거.”
수린이가 부서진 성을 보게 된다면, 금세 울음을 터뜨릴 터.
하는 수 없이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일단, 수린이가 방에서 나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부서진 성을 원상 복구시켜야만 했다.
“너희도 보지만 말고 좀 도와. 오복이들 너네 이런 거 잘 만들잖아?”
참고로 오복이들이 재주가 참 좋다.
배리어 만드는 실력뿐만이 아니라, 레고나 블록 쌓는 재주도 기가 막혔다.
“어디 가? 좀 도와 달라니까…….”
그러나 날 잠시나마 뚫어져라 바라보던 녀석들은 부리나케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매정한 녀석들.”
잠시 후.
수린이의 블록을 복구시킨 뒤, 차원문 안으로 향했다.
하도 정신이 없던 덕분에 이제야 다시 미심이를 찾기 위해서였다.
“뭐야, 이거?”
그런데.
차원문 안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성 하나가 떡 하니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흙을 쌓아서 만든 성이었는데, 이걸 누가 만들어 냈는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오복이들, 너희가 만든 거야? 이거 만들 시간 있었으면 아까 나 블록 복구하는 거 좀 도와달라니까……?”
말을 채 잇기도 전.
갑자기 오복이들이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콰아앙!
냅다 자신들이 만든 성을 들이박는 게 아닌가.
그랬다. 녀석들은 지금 힘들게 쌓아 올린 성을 제 손으로 직접 부수는 중이었다.
“지, 지금 이게 대체 뭐 하는 거지?”
진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갑자기 성은 왜 만든 거고, 왜 그걸 또 부수는 건지.
그저 성을 다 부순 후에 해맑게 웃는 오복이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여전히 놀아 달라는 뜻으로 보이기는 하다만.
“그나저나, 미심이 얘는 대체 어딜 간 거야.”
차원문을 한참 뒤지다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아까는 오복이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면, 집 안으로 돌아온 지금은 선화가 정신이 없어 보였다.
수린이를 안은 채 방과 거실 이곳저곳을 헤집으며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왜 그래? 무슨 일 생겼어?”
“옷이 없어졌어, 오빠.”
“응? 옷이 갑자기 왜 없어져?”
“분명히 아까 여기에 뒀었는데…….”
선화가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나 역시 선화를 도와 방 안과 거실 곳곳을 살폈으나, 선화가 만들어 온 새하얀 원피스는 집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옷에 다리가 달려서 도망을 쳤을 리도 없고. 대체 어디 간 거지?”
선화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였다.
소파 뒤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미심이와 눈이 마주쳤다.
“미심이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없었다.
설마, 은신 상태로 숨어 있었던 걸까.
키잉-
작게 소리를 내며 내 시선을 피하는 미심이.
녀석이 이내 자리를 뜨며 차원문 안으로 폴짝 들어가 버렸다.
“지금 날 피한 거야? 미심이가?”
괜히 서운한 마음에 소파 뒤쪽으로 가 봤다.
미심이가 있던 자리 안쪽, 그곳이 흥건하게 물로 젖어 있었다.
“이런…….”
여기가 왜 젖어 있을까.
이유는 그리 어렵지 않게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얼음의 구가 녹은 거구나.”
미심이와 막 놀아 주려던 찰나.
선화가 돌아오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관심을 그쪽으로 돌려 버린 탓이다.
나랑 놀려고 여태 기다리던 미심이는 삐친 것 같았다.
미심이가 나를 피하길래 내심 서운했는데, 나보다 미심이가 더 서운했을지도.
‘하긴, 수린이 태어나고 요즘 반려몬 아이들한테 신경을 못 써 주기도 했고…….’
생각해 보니 아까 오복이들 또한 미심이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수린이의 부서진 성에 관심을 가지니, 오복이들도 내 관심을 받기 위해 성을 만들었다가 부순 걸까? 나랑 같이 다시 만들려고?’
임무 때 사용하는 업무용 가방에서 안경 하나를 꺼냈다.
승진 기념으로 지부장님께 받은 고급 은신이 간파 가능한 아이템이었다.
“여기 있네.”
안경을 쓰자 원피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도 미심이가 앉아 있던 곳, 소파 바로 위에.
“원피스가 거기 있었다고? 왜 거기 있었지?”
“미심이가 은신 상태로 여기 둔 것 같아.”
사람이 아닌 다른 물체일 경우 손에 닿으면 은신이 풀리게 되어 있다.
나는 은신 상태를 해제한 원피스를 선화에게 가져다주며 말했다.
“아마 미심이가 질투를 한 게 아닌가 싶어. 오복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질투……?”
“어쩌면, 다른 아이들도 표현은 안 해도 서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수린이 태어나고 우리가 전보다 신경을 못 써 줬잖아.”
선화가 손에 쥔 원피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리고는 괜스레 미안한지 작게 중얼거렸다.
“……다른 아이들 옷도 만들어 올걸.”
“너무 그렇게 자책하지 마. 선화 너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잖아.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반려몬 아이들을 사람에 비유했을 때,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들이 독차지했던 부모의 사랑이 둘째에게 나눠진다는 말도 있으니까.
우리는 평소처럼 해 줬다고 해도.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애정을 나눠 갖게 되니, 상대적으로 이전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차원문 속에 들어가 미심이를 찾았다.
그러나 녀석은 내가 아무리 불러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삐쳐도 단단히 삐친 모양이네.’
은신 간파 안경을 썼기에 뻔히 모습이 보임에도 불구, 굳이 은신 상태로 요리조리 도망을 치는 녀석이었다.
“선화 너 내일 약속 같은 거 없지?”
“없지! 내일 때마침 쉬는 날이니까, 내일은 하루 종일 애들이랑 놀아 줄까?”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그게 좀처럼 쉽지가 않다.
수린이에게 신경이 쏠리는 건 아직 수린이가 어리기 때문이고, 어린 수린이에겐 돌봐 줄 사람이 필요했다.
“선화 네가 수린이를 맡아 줘. 애들하고는 내가 간만에 제대로 한번 놀아 줘 볼게.”
“제대로?”
“이왕 노는 거 우리 애들이 공통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놀이가 좋겠지.”
“가장 좋아하는 거면…… 물놀이? 이 한겨울에?”
물놀이에 환장하는 우리 애들이다.
여름에는 자주 하고는 했었는데, 날이 추워지면서 도통 못했던 물놀이였다.
대부분의 반려몬 수영장이 야외이기도 했으니까.
물론, 차원문 내부라면 가능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집 반려몬 수가 워낙 많아서, 단 한 번도 다 함께 물놀이를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반려몬 수영장에 보호자 한 명당 입장 가능한 반려몬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내일 오빠가 미심이랑 애들 데리고 반려몬 수영장 다녀오려고?”
“아니. 반려몬 수영장 가 봤자, 또 한두 마리밖에 못 데려가. 오복이네 같은 경우는 거기서 물놀이 제대로 해 본 적도 없잖아? 형제들 수가 워낙에 많아야 말이지.”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대개 최대 반려몬 두 마리만 입장이 가능한 수영장들인지라, 다 함께 수영장에서 놀아 본 경험은 없었다.
“우리 애들만의 수영장을 좀 만들어 줘야겠어.”
“그 정도면 엄청 커야 할 텐데…… 어떻게?”
때마침,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이 있었다.
패션쇼에서 S급 아티팩트를 두 개나 얻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