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1화.엑시스 명예 이사 (141/246)

◈ 엑시스 명예 이사

수태광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사용한 얼굴 변형 아티팩트는 얼굴은 물론, 모든 외형을 완벽하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바꿔주느 S급 아티팩트였다.

‘대, 대체 어떻게 알아차린 게지?’

자그마치 엑시스 수장인 수태광인데, 아무 아티팩트나 쓰겠는가.

마력 반응이 일절 없어서 동급의 탐지형 헌터가 아닌 이상 감지가 불가능했다.

한데.

그걸 준우가 알아차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새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손주 녀석이 알아차린 것이다.

“할아부지!”

“……크흠!”

수태광이 민망함에 헛기침을 했다.

손주 녀석이 하늘이 내린 천재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만, 얼굴 변형 아티팩트를 사용한 것까지 알아차릴 줄이야.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앞으로 더 얼마나 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줄지…….

“진짜 감쪽같습니다, 장인어른. 저는 전혀 몰랐어요.”

“장인이라고 하지 말게. 누가 들을지도 모르니.”

“아아, 네. 그런데, 장모님 뵈러 오신 건가요?”

“뭐? 내가 그 할망구를 뭣하러 보러 와!”

“그럼 패션쇼엔 무슨 일로……?”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들린 것뿐일세! 괜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아?”

준우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엑시스 수장인 장인어른 본연의 모습이라면 모를까, 20대 중후반인 신원미상의 남자라면 패션쇼장 입구에서 무조건 입구 컷이다.

‘직접 초대장을 구하지 않는 이상 절대 들어올 수 없단 말이지. 게다가, 굳이 얼굴 변형 아티팩트까지 챙겨오신 걸 보면…….’

그렇다는 건.

근처에 볼일이 있다는 수태광의 말은 거짓이며, 진짜 목적은 온전히 패션쇼라고 볼 수 있었다.

‘패션쇼가 목적이 아니라면, 장모님이 목적이라거나.’

준우는 생각했다.

항상 습관처럼 장모님이 꼴도 보기 싫다고 하는 장인어른이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장모님이 한국에 오신 게 대략 3, 4년 만인가? 사실은 한 번쯤 보고 싶으셨는지도.’

회귀 전에는 몰랐던 일이었다.

그땐 준우가 패션쇼에 초대받지 못했으니, 장인어른이 장모님 몰래 이곳에 왔었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장인어른께서 이때도 장모님께 마음이 있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회귀 전에도 좀 더 빨리 두 분이 재결합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거였는데.’

두 분이 재결합 의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7, 8년쯤 후다.

온 가족이 힘을 모아 재결합을 추진했더랬지.

‘문제는 장인어른은 장모님께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장모님 마음은 아직 미지수라는 건데…….’

준우는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어쨌거나 결국엔 다시 이어질 두 사람이 아니던가.

“이왕 오신 김에 패션쇼 마저 보고 가시죠.”

“나 바쁜 사람일세. 한가하게 패션쇼 따위나 보고 있을 시간 없네.”

“수린이가 장인어른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데도요?”

수태광이 품에 안긴 수린이를 슬쩍 바라본다.

꺄르르 웃으며 옷깃을 잡아끄는 손주 녀석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짓는다.

“흠, 흠! 그럼 잠깐만 있다가 가도록 하지. 절대 패션쇼 따위나 다른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니, 이상한 생각 말고!”

“전혀 이상한 생각 안 합니다.”

“나는 그저 수린이 때문에 여기 있는 걸세!”

묻지 않는 말에 구구절절 변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의 수태광이었고, 준우는 계속해서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힘겹게 참아내고 있었다.

선화에게는 대충 설명을 해줬다.

눈앞의 젊은 남자가 사실은 장인어른이라고.

“아빠가 패션쇼엔 무슨 일로? 쇼 보러 온 건 아닐 테고, 설마 엄마 보러 온 거야? 대박! 아빠도 사실 엄마한테 미련이 남아 있었던 거구나?”

“크흠! 그런 거 아니다!”

“그런데 왜 모습까지 숨겨가면서 여기 온 거야? 무슨 죄 지은 것도 아니잖아? 아아, 엄마 만나는 게 민망해서?”

“그, 그런 거 아니래도!”

“서, 선화야. 이상한 말 하지 마. 그, 그냥 가만히 있어…….”

준우가 애써 선화를 달랬다.

다행히 선화가 더 이상 별말 안 해준 덕분에 무사히 패션쇼를 끝까지 관람할 수 있었다.

VIP룸엔 오직 이들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수태광 역시 오히려 다른 사람이 아닌, 준우에게 발각된 것이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이곳에 있는 다른 지인에게 모습을 들켰더라면, 상당히 소란스러워졌을 테니까.

그런데.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겨버렸다.

“쇼는 잘 봤니?”

VIP룸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황장미.

그녀가 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음에 드는 아티팩트는 골라뒀고? 그런데, 이쪽은 누구……?”

이어, 황장미의 시선이 수태광에게로 향했다.

수태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

패션쇼가 끝난 후.

VIP룸을 방문한 건 황장미 혼자가 아니었다.

‘민동식 회장?’

준우는 황장미의 옆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수태광과 비슷한 연배로 피스 길드의 창립자였다.

‘아! 맞다. 이맘때쯤부터 민동식 회장이 장모님께 치근덕거렸다고 그랬었지. 장모님이 가끔 술 드시면 얘기해주시곤 했었는데…….’

준우는 가볍게 민동식과 인사를 나눴다.

길게 나눌 얘기 같은 건 없었기에, 형식적인 소개 정도만 했다.

‘미스 황에게 사위가 있었다고? 근데 왜 말을 안 했지?’

민동식은 의아했다.

황장미의 사위면, 엑시스 수장인 수태광의 사위나 마찬가지다.

한데, 여태 수태광에게 사위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다.

‘일부러 숨긴 건가? 왜?’

민동식이 준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엑시스의 사위면, 당연히 엑시스 소속이겠군요.”

“협회 소속입니다. 본청 특수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협회요? 엑시스가 아니라?”

준우의 대답에 민동식은 수태광이 사위를 숨긴 이유에 대해 알 것도 같았다.

‘길드가 아닌 협회에 입사할 수준이면……?’

능력 좋고 자랑스런 사위였다면 당연히 이 바닥에 소문이 났을 터. 그렇지 않으니, 수태광이 숨긴 게 아닐까.

‘그랬던 거군. 그랬던 거였어.’

수태광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엑시스에 몸담을 그릇이 되지 않았던 거다.

낙하산으로 입사시키기에도 창피할 만큼.

‘고지식한 수태광이라면 아무리 사위라고 해도 능력이 안 되면 제 집에 들이질 않겠지. 쯧쯧, 잘 나가던 엑시스가 사위 하나 잘못 들여서 오점을 남겼구만.’

그렇게 짐작한 민동식이 내심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나라 만년 업계 2위인 피스가 처음으로 업계 1위인 엑시스를 이겼다는 기분이 들어서다.

적어도 이쪽은 사위 하나는 잘 들였기에.

“그나저나, 민 회장님은 가보시라니까 왜 따라와서 우리 사위를 귀찮게 하는 걸까요?”

“아아, 이런 미안합니다. 미스 황에게 따로 줄 게 있어서 말입니다.”

“아까 안 받는다고 했을 텐데요?”

“그래도 사람 성의가 있는데…….”

황장미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시선이 다시금 준우의 옆에 서 있는 젊은 남자에게로 향했다.

VIP룸을 가족들에게 안내할 때만 해도 없었던 남자다. 그것도 생판 처음 보는 사람.

아차 싶은 준우가 재빨리 그를 소개했다.

당연히 젊은 남자로 둔갑한 수태광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쪽은 제 오랜 친구입니다, 장모님.”

“전 서방 친구?”

노골적인 시선에 수태광이 움찔했다.

빠르게 자신을 훑는 게 느껴지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게 된다.

혹시 모르니 황장미의 시선을 수태광에게서 거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정체가 밝혀졌다가는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김형광이라고 작은 사업체 운영하는 친구예요. 오래 전부터 장모님 팬이었거든요. 우연히 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제가 잠깐 불렀습니다.”

“오! 그래? 내 팬이라고?”

수태광이 준우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허튼 소리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친구? 형광? 그리고 뭐? 내가 할망구 팬이라고?’

당사자는 별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준우는 내심 형광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활활 타오르며 반짝이는 불꽃이 나름 잘 맞는 느낌이랄까.

형광, 태광.

이름도 비슷하고.

“전 서방 친구분이 내 팬인 줄은 생각도 못 했네. 사인이라도 해드려야 하나…….”

그러자 수태광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예기치 못한 황장미와의 만남이기도 했고,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조마조마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황장미가 사인 한 장을 해서 수태광에게 건넸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수태광이 어쩔 수 없이 그걸 받아버렸다.

“앞으로도 저 많이 좋아해주세요, 형광 친구분.”

“고, 고맙네, 아니, 가, 감사합니다…….”

멋쩍은 상황이었지만, 그나마 다행히도 형광 친구가 수태광인 건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옆에 있는 민동식이 A+급 헌터인 것을 감안했을 때, 그 역시도 눈치채지 못한 걸 보면 얼굴 변형 아티팩트의 위력이 상당하긴 한 모양이었다.

“전 서방. 시그니처 행사까지 보고 갈 거지? 이벤트성이긴 해도 우리 브랜드 패션쇼 때마다 하는 거라, 나름 의미가 있는 거거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모님.”

“아직 가져갈 아티팩트 못 고른 것 같은데, 거기서 고르면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행사장에서 봐. 난 잠깐 볼일이 있어서.”

황장미가 VIP룸을 나섰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를 민동식이 따랐다.

수태광은 노기를 띤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저 자식은 예나 지금이나 할망구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구만. 할망구가 나랑 연애하기 전에도 그러더니. 나이 먹고 추잡한 줄도 모르고…….”

“피스 길드 마스터 맞지? 아빠랑 오랜 친구였잖아.”

“친구는 무슨! 내 제자나 다름없지. 피스 길드 막 창설했을 때, 칼 몇 자루 모자라서 나한테 빌리러 왔던 때가 있었는데.”

“그래서 지금 질투하는 거야? 저분이 엄마 따라다녀서?”

“지, 질투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근데 얼굴이 왜 빨개져?”

“빨개진 게 아니라, 이 얼굴 변형 아티팩트가 원래 좀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설정이 되어 있는 거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질투라니? 허허, 어처구니가 없어서 계속 웃음밖에 안 나오는구나.”

수태광은 애써 괜찮은 척했다.

막상 눈앞에서 황장미와 민동식이 사라지니, 진짜로 괜찮은 느낌이었다.

아까 조금이나마 화가 났던 기분은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나.

묘하게도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있었다.

“장인어른 바로 집으로 가실 거죠?”

“집으로 가다니? 무슨 행사한다고 하지 않나?”

“그거 보시려구요?”

“아무래도 수린이가 보고싶어하는 것 같네. 요 녀석은 또 나랑 함께 가고 싶어 하고.”

준우가 봤을 땐.

그냥 장모님 곁에 붙어 있는 민동식이 거슬려서 그러시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아까 장인어른이 민동식을 바라볼 때 작게나마 불꽃이 튄 걸 감안하면…….’

등 뒤에서 아주 살짝 튄 손톱만 한 불꽃이었다.

다행히도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한 듯했고.

“그럼, 행사장으로 같이 가시죠.”

더 로즈의 시그니처 행사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착용했던 아티팩트들을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착용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

힘들게 시간을 내어준 사람들을 위해 더 로즈 측에서 배려를 한 것이기도 하며, 판매량 증진을 목적으로 황장미의 아티팩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계획한 행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행사는 일종의 선물 증정이랄까.

오늘 쇼에 등장했던 아티팩트 중 하나를 모여 있는 사람들 중 오직 한 사람에게 주는 이벤트였다.

아티팩트 패션쇼다 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각성자들이었고, 그들에게는 선물을, 일반인들에겐 볼거리를 제공하는 행사였다.

사회자의 설명을 듣던 선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이해가 잘 안 되는지, 준우를 향해 물었다.

“오빠, 아티팩트를 그냥 공짜로 준다는 거야?”

“그럴 리가 없지.”

“그럼?”

“아마, 아티팩트를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걸 거야.”

준우의 말과 똑같이 사회자가 설명을 덧붙였다.

핵심은 이벤트 아티팩트가 ‘봉인’ 상태로 등장한다는 것.

그 봉인을 풀어낸 사람이 아티팩트를 가져가는 거다.

‘봉인이야 마음만 먹으면 그냥 풀겠지만, 너무 염치가 없는 것 같으니까…….’

이미 장모님이 쇼에 등장했던 아티팩트 하나를 주기로 했다.

거기에 이벤트 아티팩트까지 챙겨가는 건 살짝 양심에 가책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편이 낫겠어.’

행사장에서 살짝 뒤로 빠져서 지켜보기로 했다.

그때, 행사장 2층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응?’

황장미와 민동식의 모습.

민동식이 아까 황장미에게 줄 게 있다고 하더니, 어디선가 화려한 꽃다발 하나를 건네는 중이었다.

“아주 꼴값을 떠는구만.”

그리고, 그 모습은 수태광의 눈에도 띄었다.

“……고정하십쇼.”

“고정할 게 뭐 있나. 아무렇지 않다네. 그냥 저 모습이 웃겨서 그런 거지.”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장인어른?”

“남자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네. 아무렇지 않다니까?”

그런데 왜 어깨 위에서 증기가 피어오르는 걸까.

준우가 착잡한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이.

아티팩트의 봉인을 풀기 위한 행사가 시작됐다.

“오오! 첫 번째 참가자부터 아주 유명하신 분이 무대 위로 올라와 주셨는데요! 피스 길드의 민태오 이사님 아니십니까?”

피스 길드 민동식 회장의 삼남이었다.

막 A급을 바라보고 있는 헌터였던가.

“다른 참가자 혹시 더 있으십니까?”

엑시스 만큼은 아니지만, 재벌가이자, 대형 길드인 피스의 삼남이었다.

그런 민태오와 아티팩트를 두고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있는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자그마치 S급 아티팩트가 걸린 이벤트입니다! 정말 다른 참가자 없으십니까?”

참가라도 해볼 법 한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피스 길드의 위세가 전에 비해 제법 많이 오른 탓이다.

행사의 재미와 흥을 돋우기 위함일까.

사회자는 계속해서 다른 참가자를 원했지만,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적어도.

조금 전까지는 그러했다.

“전 서방.”

“예?”

“내가 저 아티팩트가 갖고 싶다네.”

“갑자기요, 장인어른?”

“자네가 가져다주겠나?”

“흐음. 장인어른 재력이면 저 정도 아티팩트는 그냥 사실 수 있지 않을까요?”

“난 말일세. 자네가 엑시스의 자랑스런 사위로서, 피스 길드의 삼남 따위에겐 지지 않을 만큼 강한 남자라고 생각한다네. 그런 자네의 능력으로 피스 길드가 더 기고만장하기 전에, 한 번쯤 짓밟아줄 필요가 있어 보이네만?”

“……그걸 굳이 여기서요?”

준우는 생각했다.

이건 분명히 아티팩트가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무대 위의 상대가 피스 길드이기 때문이라고.

‘아닌 척하셨지만, 민 회장이 계속 거슬리셨던 거야. 아티팩트는 핑계겠지? 그냥 피스 길드를 짓밟고 싶으신 거 같은데?’

이런 식으로라도 콧대를 눌러주고 싶었던 거다.

어쩌면, 황장미가 보는 앞에서 피스를 밟고 엑시스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곧 수태광 본인이 민동식보다 위라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뭐하나, 전 서방? 가서 아티팩트 가져오지 않고.”

“저보다 장인어른이 더 확실하지 않겠습니까?”

“나랑 피스의 삼남이랑 급이 맞다고 생각하나?”

“아, 아닙니다.”

준우의 개인적인 짐작으론 민동식의 꽃다발이 자극제가 된 것 같았다.

“어서 무대로 올라가게. 가서 엑시스의 힘을 보여주고 와.”

“그런데요, 장인어른.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뭔데?”

“엑시스의 힘을 보여주자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게, 제가 엑시스 소속이 아니라 협회 소속인데요?”

수태광이 씩 웃는다.

그리고는 가볍게 무대 위를 턱짓하며 말했다.

“괜찮아. 자네는 오늘부터 엑시스 명예 이사니까.”

“제가 알기론 여태 엑시스에 그런 게 없었는데…….”

“지금 내가 방금 만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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