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9화.잘난 사위가 힘을 숨김 (139/246)

◈ 잘난 사위가 힘을 숨김

팀장님의 던전 공략 과목 시험이 있기 2주 전.

나는 필기시험 후 남아 있던 두 과목의 시험을 모두 2등, 3등으로 적당히 마무리했다.

마음만 먹으면 1등을 하는 것도 문제는 아니었으나, 그렇게 되면 필기시험 만점을 받은 상황에 최고점 합격자는 당연히 내가 될 수밖에 없다.

‘선화를 두고 해외 연수 따위를 갈 수는 없지.’

티 나지 않게 등수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나를 대신해 팀장님을 최고점 합격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팀장님 역시 필기시험 만점을 받은 덕분에, 배점이 큰 던전 공략 과목에서 1등만 한다면 최고점 합격은 크게 무리가 없을 터.

김신이라는 자의 팀이 107마리의 몬스터를 제거했으니, 우리가 그들보다 1마리만 더 제거해도 1등을 차지할 수 있다.

물론, 1등보다 중요한 건 팀장님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 ‘김강수’가 가족 구성원으로 추가됩니다. ]

……그 역시 딱히 어렵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며칠 전에 팀장님이 가족 구성원이 되었고, 가장 특성을 이용해 팀장님의 능력치를 대폭 끌어 올린다면, 채점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을 테니까.

게다가.

수린이의 능력으로 거대해진 은실이까지 있는 상황.

“그, 그러니까, 나보고 지금 여기 타라고?”

“네. 뭐 문제 있습니까?”

“문제 있냐고? 당연히 문제 있지! 얘를 타고 어떻게 전투를 하냐! 하늘을 날 수는 있겠지만, 분명히 엄청 흔들릴 텐데.”

“은실이 비행 능력 끝내줍니다. 어지간해선 안 흔들려요. 제가 테스트 다 해 봤습니다. 얘 사람 태우는 거 은근히 좋아하더라구요? 안전하게 모실 겁니다.”

팀장님은 다소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반려몬에 탑승하여 전투를 진행하는 게 처음일뿐더러, 이런 식의 전투는 여태 아무도 선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소공포증은 없다고 하셨지만, 살짝 겁을 먹으신 것도 같았다.

아무래도 구름 매들이 모여 있는 위치가 절벽 쪽이라 그런 거겠지.

“어차피 이거 시뮬레이션입니다. 떨어져도 진짜 죽지는 않아요.”

“나도 알아. 근데, 눈에 보이는 게 너무 현실적이라 그렇지.”

“그래도 해야 합니다. 본부장 승진 못 하시면, 사모님 등짝 스매싱으로는 안 끝날 테니까요.”

“……뭐 해? 다들 타자. 잘 부탁한다, 은실아.”

“저희도 타는 겁니까?”

“저희는 왜 갑니까?”

당연한 얘기를.

우리는 한 팀인데.

공중형 몬스터인 구름 매는 날개의 날카로운 깃털로 원거리 공격을 한다.

그래서인지 웬만해선 지상으로 내려오는 일이 거의 없다.

‘결국, 우리도 원거리 공격을 해야만 해. 그게 아니라면…….’

그나마 놈들과 근접한 거리에서 전투를 해야 한다.

때문에, 은실이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조금이나마 가까이 접근을 하려면 우리도 하늘을 날 수 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공현철이는 버프로 은실이가 안전할 수 있도록 방어벽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마탄총 꺼내서 구름 매들 견제해.”

다소 겁에 질린 표정과는 달리, 전투가 임박하자 팀장님은 금세 냉정함을 되찾았다.

‘결국, 이렇게 잘하실 거면서.’

은실이의 몸에 탑승한 채 지상에서 꽤 높이 올라왔음에도 생각보다 침착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가까워지는 구름 매들의 약점을 살피는 여유까지 보이셨다.

“C등급 몬스터인 놈들이라 마탄총으로는 견제만 가능할 뿐, 치명타는 입힐 수 없습니다.”

“추재진 대원 말이 맞아요, 팀장님. 약점을 찾는다고 해도 제대로 된 공격을 가하지 못하면 제거 자체가 불가능해요. 하지만, 저희는 모두 근거리 딜러들이라…….”

은실이의 도움으로 거리는 어느 정도 좁힐 수 있다.

하지만, 근거리 공격이 가능한 거리만큼은 아니다.

구름 매가 가진 스킬 중 하나가 주변의 생명체를 둔화시키는 디버프이기에, 자칫 해당 범위 안에 들어섰다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버프 범위 밖, 접근이 가능한 거리는 약 5m.’

미심이의 은신 스킬로 일단 모습을 숨기고 접근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간 성장을 거듭한 미심이었고, 고급 은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우리 모두 은신 상태가 된 상황.

놈들과의 거리를 재던 팀장님이 씩 웃는다.

5m 정도 떨어진 거리였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도 그간 놀기만 한 게 아니거든.”

식사도 거르면서 훈련을 하셨던 팀장님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팀장님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시험이 시작되기 전 내가 직접 확인했었다.

후웅-!

팀장님이 눈앞의 구름 매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마력을 머금은 주먹이 허공을 가르자, 동시에 주먹에 응축되어 있던 마력이 대포알의 형상이 되어 구름 매의 목 뒤로 날아갔다.

퍼엉!

팀장님이 찾아낸 놈의 약점.

목 뒤에서 마력 대포알이 폭발했다.

끼이이이!

균형을 잃은 구름 매가 비틀거리며 추락하기 시작했고, 팀장님은 놈의 목 뒤에 또 한 번 대포알을 날렸다.

그야말로 불꽃주먹.

아니, 이젠 대포알 주먹이라고 해야 하나.

“마, 마격?”

“지금 그거 마격입니까?”

팀원들이 놀란 듯 물었고.

팀장님은 자랑스레 미소를 내비쳤다.

“그래, 짜식들아. 바로 이게 마격이라는 거다!”

“팀장님이 어떻게 마격을……?”

“왜? 나는 마격 같은 고급 기술 사용하면 안 되냐?”

마력 방출 능력이 일정 수준 도달해야 구사가 가능한 고급 테크닉이었다.

이번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 내가 마격 사용법에 대해 살짝 팁을 줬었는데.

‘이쪽에 재능이 있으셨단 말이지.’

팀장님이 내게 엄지손가락을 척 내민다.

뭐, 고급 기술 알려 줘서 고맙다는 뜻일 거다.

“고맙단 인사는 나중에요. 시간 없으니, 일단 놈들부터 빠르게 제거하죠. 1등하고 본부장 자리 차지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래야 나도 장모님 반지를 얻든가 하지.

고개를 끄덕인 팀장님이 다음 타깃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 ‘가장(家長)’ 효과로 ‘김강수’의 모든 능력이 상승한 상태입니다. ]

총 시험 시간은 1시간.

30분이 지났을 때, 팀장님이 제거한 구름 매의 숫자는 68마리였다.

‘김신의 팀이 총 107마리 제거했었지?’

이 흐름대로 간다면.

1등은 무리 없이 우리 팀의 것이 될 것 같았다.

* * *

협회장과 함께 모니터를 통해 시험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황장미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조금 전, 준우가 불러낸 거대한 새는 분명히 은실이었다. 딸의 집에서 보았던 바로 그 반려몬이 분명했다.

‘협회장님은 소환수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지만…….’

반려몬은 스킬이나 특성 사용이 불가능한 코마 상태이기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영국의 A급 테이머들도 아직은 반려몬 스킬 개화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 중이었으니까.

그러나 황장미는 준우가 A급 테이머의 능력을 넘어선 반려몬 전문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 때 보았지 않은가.

‘그래서 좀 더 기대를 했었는데.’

전투 능력은 과연 어떨지.

테이머 능력 말고 다른 부분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 그 사실이 궁금했었다.

만약 전투 능력마저도 뛰어나다면, 정말이지 수태광과 어깨를 견주는 것도 가능했을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그 정도만 돼도 내 아티팩트를 더한다면, 영감탱이 콧대를 콱 눌러 줄 수 있을 텐데.’

개인적인 바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준우는 전투 쪽에 영 소질이 없는 것 같았다.

대인 전투술에서 2등을 한 준우다.

협회장 말로는 준우의 상대가 대인 전투술에 제법 능하다고는 하는데, 황장미의 눈에는 그저 그랬다.

수태광과 수재혁의 전투가 눈에 익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무튼.

팀장급도 아니고, 일반 대원급에서조차 2등이라는 사실은 황장미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던전 공략 과목은 고작 3등에 그쳤었다.

‘성적으로 봤을 때, 내 반지를 되찾아오는 건 이미 물 건너갔고.’

사위와 함께 으쌰으쌰 해서 수태광 콧대 눌러 주는 것도 물 건너간 듯했다.

계속 지켜보고 있긴 하지만, 영 전투 쪽은 별로인 듯했으니…….

“이상하군요.”

그때, 협회장이 문득 말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의 얼굴엔 의아함이 가득했다.

“이번 시험 내내 전준우 대원이 영 힘을 못 쓰는 듯한데.”

“혹시 제가 사위에게 실망이라도 할까 위로를 하려고 그러는 것이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위로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제가 아는 전준우 대원이라면, 일부러 실력 발휘를 안 하는 것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만.”

“일부러 실력 발휘를 안 하다니요?”

“확실하진 않습니다.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느낀 제 개인적인 감상인지라. 뭐랄까. 대인 전투술 때도 그렇고, 던전 공략 때도 그렇고, 가진 능력의 1/10도 쓰지 않는 것 같은…….”

“네? 왜 그런 짓을?”

황장미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반지를 되찾아오려면 이번 시험에서 무조건 최고점으로 합격을 해야만 했다.

‘만약, 협회장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일부러 최고점을 포기했다는 건데? 왜지?’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질 않았다.

자신에게 꼭 반지를 가져다주겠다며 당당하게 소리쳤던 사위였지 않았던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개인적인 제 생각일 뿐입니다. 그 정도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 말이지요. 사실상, 일부러 힘을 안 쓸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죠. 최고점으로 합격을 하게 되면 S+급 아티팩트를 얻는 것은 물론, 영국 해외 연수까지 갈 수 있을 텐데.”

설마 준우가 일부러 최고점을 포기한 이유가 해외 연수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못하는 듯했다.

누가 그런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아내와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해외 연수를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흐음. 혹시 전준우 대원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 아니겠죠? 노파심이지만, 뛰어난 헌터들은 간혹 소유한 마력의 양이 방대해 체내에서 마력이 역류하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어찌 되는 건가요?”

“가진 능력의 1/10도 사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전준우 대원 같은 인재에겐 부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데…….”

이랬다가, 저랬다가. 협회장도 꽤 혼란스러운 듯했다.

일부러 최고점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기에, 이젠 준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든 것 같다.

“아무래도 직접 확인을 해 봐야 할 듯합니다. 일부러 포기한 건지, 아니면, 정말로 문제가 생긴 건지.”

“어떻게……?”

“시험 난이도를 올려 보죠.”

협회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 모니터 속 시험장 내부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시험 종료 5분 전.

느닷없이 하늘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초대형 구름 매.

해당 던전이 시험을 위해 만들어진 가상 공간인지라 갑작스런 출현이 가능한 것이었다.

“김강수 팀장이나, 다른 팀원들 실력으론 절대 잡을 수 없는 보스급 몬스터입니다.”

이미 구름 매 129마리를 잡아, 김강수가 이번 시험 1등인 건 기정된 사실이었다.

하지만.

협회장이 진짜로 궁금해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지금 저 상황 속에서 보스급 몬스터를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은 전준우 대원밖에 없습니다. 전준우 대원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가정하에 말이죠.”

황장미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갑작스런 보스급의 등장에 김강수와 팀원들이 우왕좌왕하는 게 보였고, 그 와중에 유독 침착해 보이는 준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끼이이이!

초대형 구름 매가 날갯짓을 했다.

날카로운 깃털들이 팀원들을 향해 쏘아졌고, 은실이는 빠르게 몸을 날려 공격을 피해 냈다.

피잇!

은실이가 용케 피한다고 피했으나.

깃털 하나가 준우의 볼을 스치고 지나간 바로 그 순간.

[ 동물형 몬스터 ‘초대형 구름 매’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

[ ‘초대형 구름 매’의 모든 능력치가 50% 하락합니다. ]

준우의 포식자 칭호 효과가 발동됐다.

씩 미소를 지은 준우가 보이지 않는 검을 꺼내 쥐었다.

* * *

공채 시험이 모두 끝이 났다.

며칠 뒤, 최고점 합격자는 경기 지부 기동 3팀장인 김강수로 발표가 났으며.

“여기 있습니다, 장모님.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생신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되었네요.”

준우는 약속대로 최고점 합격자에게 주어지는 포상 반지인 이지스를 황장미에게 건넸다.

“이걸 자네가 어떻게 갖고 있는 거지?”

“으음. 쉽게 말씀드리자면, 팀장님 밀어드리는 조건으로 이걸 받기로 했거든요.”

“……하?”

황장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자신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아티팩트를 쉽게 내어 준 김강수라는 사람도 어이가 없었고, 실력이 충분한데도 최고점 합격을 포기한 준우도 어이가 없었다.

며칠 전.

협회장의 명령으로 시험장에 초대형 구름 매가 등장했을 때가 떠올랐다.

‘일격에 보스급 몬스터를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었으면서…….’

사실 준우에겐 잡아도 그만, 안 잡아도 그만이었다.

이미 1등은 김강수에게로 돌아간 상황이었고, 시뮬레이션인지라 딱히 생명에 위협적인 것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마무리가 너무 모양 빠져서 잡았을 뿐이다.

팀장님의 본부장 승진 시험 마무리인데, 그 마무리가 초라하면 너무 별로일 것 같아서랄까.

‘그만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왜 최고점 합격을 포기한 거지?’

협회장이 황장미에게 부탁을 했었다.

자신이 직접 묻는 것보단, 장모인 그녀가 물어봤을 때 더 솔직하게 대답해 줄지도 모르니 꼭 이유를 물어봐 달라고.

-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준우 대원이 이번 시험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미스 황께서 꼭! 그 진짜 이유를 알아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황장미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준우는 민망해하며 볼을 긁적였다.

“최고점 합격자는 해외 연수를 가야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가면 되잖아?”

“가기 싫었거든요.”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굳이 보내 주겠다는 해외 연수가 가기 싫다니.

다들 못 가서 안달인데.

“가기 싫다고? 그런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줄 알아?”

“무려 1년을 가야 하는 건데. 그럼 그동안 선화랑 떨어져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1년간 선화 보고 싶어서 어떻게 참아요? 상사병 걸려서 죽을 수도 있고. 전 절대 못 합니다, 그런 거.”

꼴값 떤다고 하려 했는데.

준우의 표정과 눈빛이 너무 진심이었다.

“……진짜 선화 때문에 포기했다는 거야?”

“네. 그래도 장모님 반지는 가져왔으니, 약속은 확실히 지킨 거 맞죠?”

황장미는 기가 찼다.

그저 아내가 보고 싶을 거라는 이유가 최고점 합격과 2계급 특진 포기의 이유라니.

하지만, 한편으론 기특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의 딸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솔직히 조금 부러웠다.

황장미 본인은 전남편에게 이 정도의 사랑을 받았다는 기분을 느끼지 못했었던 것 같았기에…….

“이 반지는 자네가 쓰도록 해.”

“예? 장모님 선물로 가져온 건데요?”

“됐어. 그냥 자네가 써.”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입니다?”

“딴말 안 해! 아티팩트야 또 만들면 되는 건데, 무슨.”

준우가 히죽거리며 웃다가, 다시금 황장미를 향해 물었다.

“그럼, 이거 선화 줘도 될까요?”

“자네 쓰라니까, 왜 선화한테 줘?”

“이지스, 이거 피해 면역 효과가 있는 반지잖아요. 제가 선화 곁에 없을 때, 이 반지가 있으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

“징그럽다, 징그러워. 마음대로 해.”

말은 퉁명스럽게 하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는 황장미였다.

사위가 딸을 사랑한다는데, 어찌 좋지 않으랴.

“가시게요?”

“가야지, 그럼. 그냥 시험 대충 치른 이유가 궁금해서 왔던 거야.”

“저희 회사까지 찾아오셨는데, 같이 식사라도?”

“요즘 바빠. 한국에서 있을 패션쇼 준비로 정신이 없거든.”

준우는 황장미를 건물 로비까지 배웅했다.

잠시 후, 경기 지부 협회 앞에 도착한 다니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심히 들어가십쇼, 장모님.”

다니엘이 뒷좌석 문을 열었다.

막 황장미가 차에 탑승하려는 찰나.

“아, 참! 전 서방.”

“예?”

“패션쇼 초대장 보낼게. 와서 괜찮은 아티팩트 있으면 하나 골라 봐. 패션쇼 끝나면 줄 테니까.”

“저, 저한테요?”

“대신, 그땐 선화한테 주지 말고 꼭 자네가 써야 해.”

마지막 말을 남긴 황장미가 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리고 준우는 보았다. 장모님의 입가에 번져 있던 흐뭇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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