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염둥이의 패기
며칠 전의 일이 떠오른다.
장모님의 생신날, 내가 요리를 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하자.
- 선화가 요리를 못하니까, 전 서방이 요리를 맡아서 하는구나?
- 엄마! 왜 갑자기 나한테 불똥이 튀어!
- 불똥이라니. 맞는 말한 거 같은데. 네가 오죽 못 먹였으면, 전 서방이 이렇게 삐쩍 말랐을까?
- 마르긴 뭐가 말라! 표준 체중 이상인데!
- 내 눈엔 그래 보여, 이 기집애야.
티격태격하는 모녀 사이에서 얼마나 눈치를 봤던지.
결국, 주방은 선화에게 내어줬었다. 선화가 장모님께 자신의 요리 실력을 뽐내고 싶다기에.
- 이야, 우리 딸 결혼하더니 요리 실력도 늘었네?
- 내가 이젠 엄마보다 훨씬 더 잘할걸?
장모님께선 선화의 요리에 아주 흡족해하셨다.
당연히 흡족하셨을 수밖에 없을 거다.
요리왕의 주방 칼뿐만이 아니라, 우리 집 주방의 어지간한 요리 도구들은 선화의 조강지처 스킬로 전무후무한 아이템으로 재탄생한 상태였으니까.
자그마치 칸나의 입맛을 만족시킨 요리다.
입맛 까다로운 칸나가 매우 극찬을 했는데, 어찌 장모님이라고 그렇지 않으랴.
어쨌거나 중요한 건, 선화도, 장모님도 그날의 저녁식사에 만족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 전 서방, 이번 주에 시간 한번 내. 모처럼 한국에 왔는데, 사위 밥이라도 한 끼 사 먹여야지 않겠어?
내가 준비한 서프라이즈가 마음에 드셨는지, 굳이 밥을 사주시겠단다.
그래서 오늘 퇴근 후엔 장모님과의 저녁 식사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설마 또 갑자기 무슨 일 생기진 않겠지? 전처럼 비상이 걸린다거나…….’
현재 시각 오후 3시.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었는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팀장님이 헐레벌떡 내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막내야!”
“불안하게 또 왜그러십니까. 저 오늘 진짜 칼퇴해야 돼요.”
“칼퇴고 나발이고. 협회장님 호출이다!”
“예?”
설마 나를 불러다가 퇴근 시간이 지나도록 앞에 앉혀두고 얘기를 하진 않겠지.
그리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니, 비상경보가 아닌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의아하긴 했다.
갑자기 협회장님이 왜 나를 보자고 하셨을까.
일단, 본청으로 향했다.
나만 호출을 받은 줄 알았는데, 같은 차량에 탑승한 오동수 지부장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부장님까지 함께 호출하셨다라?’
모르긴 몰라도 평범한 얘기는 아닐 거다.
평범한 얘기였으면 굳이 협회장님이 직접 나를 보자고 하시지도 않았을 터.
본청 협회장실 문이 열린다.
다소 근엄한 표정의 협회장님께서 나를 보자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협회장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야 좋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신다면야 얘기가 길어질 일도 없을 거고, 나는 칼퇴하고 장모님과 오붓한 식사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전준우 대원, 본청 특수 기동대로 오지 않겠나?”
“특수 기동대말입니까?”
특수 기동대는 협회 전체를 통틀어 오직 본청에만 존재하는 기관이다.
일반 기동대가 자신들이 속한 각 지방의 균열로 인한 던전 쇼크를 주 업무로 담당한다면, 특수 기동대는 협회장 직속 기관으로 담당 범위는 대한민국 전체다.
균열의 등급이 각 지방의 기동대들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높을 때 빠르게 지원을 해야 하기에, 평균적으로 특수 기동대 인원들이 능력치가 더 높다.
‘협회 내 엘리트 중에서도 슈퍼 엘리트들만 있는 곳.’
무엇보다.
특수 기동대는 해외 파견을 담당하고 있기도 했다.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시는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전부터 자네를 눈여겨보고 있었어. 경기 지부장이 자네 칭찬을 오죽 많이 했어야지. 실적이야 이미 경기 지부 최상이고, 저번 일본 협회와의 교류 센터 때 보여준 모습 역시 아주 인상 깊었다네.”
“협회 소속 헌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게다가, 이번 이종족 사건 당시 균열 속에서 단서를 찾아낸 것도 자네였다면서?”
늑대 놈들의 접선 장소에서 얻어낸 블러드 스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마 늑대 놈들이 원했던 것도 그거 같은데, 균열 속의 포탈 안에서 총 세 개가 발견됐었다.
‘아쉽게도 포탈은 금방 사라져버렸지만, 블러드 스톤이라도 얻었으니…….’
놈들이 어떻게 포탈을 이용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쪽에서는 포탈 안으로 진입 자체가 불가했다.
뭔가 마력과는 다른 기이한 기운이 막아서고 있었던 느낌이었달까.
아무튼.
포탈은 사라졌고, 내가 얻은 세 개의 블러드 스톤 중 하나는 협회 측에 넘겼다. 연구 차원에서다.
‘두 개는 우리 수린이 주려고 했는데, 깜빡하고 있었네.’
협회장님께서는 슬슬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으셨다.
결론은 역시 자기 밑으로 들어오란 뜻이었다.
“헌터 등급 역시 B급을 넘어서 A급을 향해 가고 있다지. 나이에 비해 성장 속도도 아주 빨라. 그런 엘리트에겐 협회 차원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겠나?”
본청으로 오는 길에 지부장님께서 말씀을 해주셨다.
얼마 전에 협회장님이 내가 엑시스의 사위인 걸 눈치채신 것 같다고.
‘장인어른과 사이가 서먹한 걸로 아는데, 날 본청으로 들이려는 건 그것과도 상관이 있는 걸까?’
어쩌면 나를 이용해 엑시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려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나는 본청 특수 기동대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죄송합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굳이 돌려 말하지 않았다.
이럴 땐 단호하게 거절해야 하는 법이다.
“연봉, 명성, 앞으로의 미래, 어느 하나를 따져 봐도 자네에겐 손해가 될 일은 없어 보이는데?”
“전 경기 지부에 계속 남고 싶습니다. 이종족 사건을 꼭 제가 해결해야 하거든요.”
연봉 높은 거 좋지.
근데, 돈은 얼마든지 벌 자신이 있다.
명성이야 회귀 전에 실컷 얻어봤으니, 이번엔 딱히 흥미가 없다.
앞으로의 미래? 내가 꿈꾸는 미래는 이종족 사건 해결하고 은퇴한 뒤 선화랑 알콩달콩 사는 게 전부였다.
“특수팀이 경기 지부 소속이라 거기에 남겠다는 뜻인가?”
“맞습니다, 협회장님.”
“다른 이유는 또 없고?”
“없습니다.”
협회장님의 눈빛이 심히 간절해 보였다.
그래서 몇 번 더 나를 붙잡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 그럼 계속 특수팀에 남도록 하게나.”
그런데, 예상외로 쉽게 포기하신 느낌이다.
해외 파견을 나가야 하는 특수 기동대 특성상 선화랑 떨어져 있어야 할 시간이 많아질 텐데, 강제로라도 업무 변경시키면 어쩌나 했는데.
“이만 가봐도 좋네. 난 곧바로 또 미팅이 있어서 말이야.”
협회장님 집무실에서 나오는 길.
지부장님께서 문득 말했다.
“전준우 대원은 아마 본청으로 가게 될 겁니다.”
“예? 협회장님께선 포기하신 것 같던 데요?”
“협회장님 성격상 다짐한 건 어떻게든 해내시는 분이시거든요. 어쩌면, 특수팀 자체를 본청 소속으로 들일지도 모르겠군요. 당연히 저는 전준우 대원이 경기 지부에 남도록 협회장님을 견제할 테구요.”
“견제가 가능하긴 한 건가요?”
“전준우 대원이 곧 제 실적이나 마찬가진데, 최대한 발악해봐야죠.”
지부장님이 애써 미소를 짓던 그때였다.
본청 1층 로비, 저 앞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자, 장모님이 왜 여기에……?’
나와 눈이 마주친 장모님께선 싱긋 웃으시며 윙크를 날리시고는 유유히 내 앞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
협회장 강재호는 준우를 포기한 게 아니었다.
특수팀에 남고 싶은 것이 준우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라면, 해결해버리면 그뿐이다.
‘그야 어렵지 않지. 특수팀을 본부 격으로 승격시켜서 본청에 들이면 되는 거야.’
경기 지부의 유능한 인재인 만큼, 준우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경기 지부장 오동수가 필히 견제를 해올 테지만 그마저도 문제가 되질 않았다.
‘오동수도 승진 때문에 전준우 대원을 붙잡고 있는 것 같으니, 본청 전략기획과장 자리에 앉혀버리면 그만이겠고.’
전략기획과장은 지방 지부장보다 높은 직급이라 할 수 있는 본청의 핵심 기관이었다.
최연소로 지부장에 오른 오동수였고, 그것만으로도 그의 능력은 입증된 상태이니 딱히 반발도 없을 터였다.
‘서울지부장이 좀 아니꼬워할 테지만, 이미 실적으로도 오동수가 훨씬 우위야.’
살짝 문제가 있다면 준우다.
마음 같아서는 특수 본부를 창설하자마자 냅다 거기에 꽂아 넣어 버리고 싶다만, 준우가 몸 담고 있는 특수팀과 새로 창설할 특수 본부는 급이 달랐다.
일개 팀이 아니다.
무려 본청 소속 하나의 기관으로 스케일이 훨씬 크다.
특수팀 같은 건 본부 아래 원하는 수대로 둘 수 있을 만큼.
‘한데, 엑시스의 사위라는 배경이 이럴 땐 오히려 마음에 걸린단 말이야.’
낙하산이라는 오해에서부터.
협회가 엑시스에게 뇌물공여를 받았다는 말까지 돌 수도 있다.
물론, 그만큼 준우의 공과 능력이 뛰어난 덕분이지만 언론과 여론 그리고 내부에서도 과연 모두가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었다.
‘언제나 질투와 시기라는 게 문제란 말이야. 엑시스 사위라는 배경이 워낙 대단해야지, 원.’
이참에 준우 덕 좀 봐서 멀어졌던 수태광과의 사이도 좀 좁혀보려 했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준우 대원을 내 직속으로 두고 한번 제대로 키워보고 싶단 말이지. 잘만 따라와 준다면 협회에 괴물 하나 탄생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어.’
낙하산이라는 말이 아주 조금이라도 돌게 만들어선 안 된다.
수태광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강재호마저도 곤란한 상황이 되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기동대 인원들에 한해 공개 채용 공고를 내서 시험 과정을 공개한다면? 완전히 투명하게 심사를 하는 게 가장 괜찮은 방법일 것 같은데.’
그때였다.
집무실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지며, 약속한 미팅 상대가 나타났다.
“오랜만입니다, 황 여사님.”
“황 여사라니요. 미스 황이라고 불러주세요.”
“미스……?”
“이젠 혼자니까 미스 맞지 않나요?”
간단히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두 사람.
미팅을 요청한 건 황장미였고, 그녀는 간단히 안부 인사를 주고받고 곧장 본론을 꺼냈다.
“이거 드리려고 왔어요.”
“이게 뭡니까, 미스 황?”
황장미가 아공간 아티팩트에서 여러 개의 반지를 꺼냈다.
죄다 5초간 모든 피해 면역 효과가 담겨 있는 A급 아티팩트였다.
24시간 내 1번 사용 가능한 5초의 지속시간.
짧은 시간이나, 전투 중에는 모든 피해가 면역되는 그 순간 안에 역전을 노릴 수가 있는 틈이기도 했다.
하물며, 순간이동 같은 마법류를 사용해 위험할 땐 도망을 칠 수도 있고.
“피해 면역 효과가 있는 아티팩트라니…….”
강재호가 감탄을 자아냈다.
세상에서 오직 황장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티팩트였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효과였으며, 그렇기에 5초라는 짧은 지속시간만으로도 A급의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감히 값어치를 매길 수가 없는 아티팩트입니다. 스무 개면 개수도 너무 많아요. 이런 엄청난 걸 덥석 받을 수는 없습니다.”
“간만에 한국 온 김에 은혜 갚으러 온 겁니다. 그러니 괘념치 말고 받아주세요. 그래야 제 맘도 편하죠.”
황장미가 이혼하고 영국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대학 선후배 사이였던 강재호가 영국 협회와 인연을 만들어줬었고, 그 영국 협회가 황장미의 첫 사업 파트너가 되었다.
사실상, 강재호가 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황장미의 말마따나 은혜를 갚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성공한 후에 언젠가 한국에 가면 꼭 작은 선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협회에 기부한다고 생각해주세요. 이런 거, 저야 시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답니다. 부담 갖지 말고 쓰세요. 어차피 이 나라를 위해 싸울 헌터들을 위해 사용할 거잖아요?”
“그렇긴 합니다만…….”
피해 면역 효과가 있는 아티팩트가 자그마치 스무 개다.
협회의 보탬이 되어줄 어마어마한 아티팩트.
강재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게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협회는 물론 국가의 큰 전력이 될 아티팩트라 해도 손색이 없고, 은혜를 갚으러 왔다는데 그걸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
“좋습니다. 그럼 국가를 위해 좋은 곳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본청에 이종족 사건 특수 본부를 새로 창설하려고 했었는데, 해당 본부 인원들에게 제공을 해주면 좋겠군요. 아무래도 특수 본부에선 대인 전투가 자주 일어나다 보니, 그쪽이 더 효율이 좋을 거라고 판단되는군요.”
“이종족 사건이요?”
“네. 미스 황의 사위분이 맡고 있는 사건이기도 하지요.”
황장미의 눈매가 살짝 움직였다.
사위가 맡고 있는 사건이라고 들었기에 자연스레 반응을 한 것이다.
“본부 인원은 전부 다 채용하셨나요?”
“공개 채용을 생각 중입니다만.”
“저희 사위도 지원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어떠한 조건 없이 협회 기동대 소속 헌터라면 누구든지 지원할 수 있습니다. 투명한 시험 과정을 통해 능력만 입증한다면야, 불가능할 것도 없지요.”
오호! 황장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안 그래도 준우의 진짜 능력이 궁금했던 그녀가 아니던가.
“공개 채용 시험 과목 중에 당연히 던전 공략이나, 대인전이 포함되어 있겠죠?”
“당연합니다. 헌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니.”
“혹시 최고점으로 합격하면 포상이 있을까요?”
“모든 합격자에에게 포상을 줄 생각인데, 아직 확정된 건 없습니다. 공채에 관한 것도 아직 단순히 구상 중인 단계일 뿐이고…….”
순간, 황장미가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강재호에게 들이밀었다.
“이거 어떨까요. 최고점자 포상으로.”
“……!”
강재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S+급 아티팩트다. 검은색 보석이 박혔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계열의 색감인지라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반지가 가진 효과만은 실로 대단했다.
‘무려 1분간 피해 면역!’
황장미는 놀란 강재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S+급 아티팩트 정도는 포상으로 내걸어야 많은 사람들이 지원할 거라고.
그래야 준우의 경쟁자도 많아질 테고, 준우가 그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 아닌가.
“대신, 시험 과정 저도 좀 볼 수 있을까요?”
“마, 마지막 대련 시험은 보시는 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가족들 같은 경우엔 참관을 가능하게 할 생각인지라. 던전 공략 과목도 모니터 정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만…….”
말끝을 흐린 강재호가 눈앞의 S+급 반지를 흘겨본다.
최고급 아티팩트에게서 전해지는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반지요? 시간이야 오래 걸리겠지만 또 만들면 되니까요.”
“끄응. 도대체 저희 협회에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과함에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너무 과하니 제가 머리가 다 어지럽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사위의 진짜 능력을 보고 싶거든요. 그 한계가 어디인지. 아티팩트는 동기부여를 위한 자극제랄까요?”
“흐음. 그렇다면 우려가 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느낀 전준우 대원은 승진엔 그리 욕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물욕도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요?”
“협회 생활에서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게 특수팀 사건과 전준우 대원의 팀원들인데, 노파심에 인한 걱정이 되는군요. 이종족 사건을 꼭 해결하고 싶다고는 하지만, 과연 팀원들을 경기 지부에 두고 본청 공채에 지원할는지…….”
“쯧, 우리 사위가 너무 느긋하네. 내 사위라면 당연히 야망 정돈 있어야 하는데.”
황장미가 피식 웃으며 푸념하듯 말했다.
강재호의 우려대로 준우가 공채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준우의 능력을 직접 보는 것도 불가능할 터.
하지만.
관심이 없다면, 관심을 가지게 만들면 될 일이었다.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 귀염둥이 : 장모님, 진짜 선물 갖고 싶은 거 없으세요?
- 귀염둥이 : 제가 뭐든 다 해드릴 수 있다니깐요!
- 나 : 서프라이즈로 충분해.
- 나 : 돈 많아서 갖고 싶은 건 그냥 직접 사면 되고.
- 귀염둥이 : 그래도요!
- 귀염둥이 : 서프라이즈만으로는 생신 선물이 너무 부족한 느낌이라…….
황장미는 며칠 전에 나눴던 준우와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다시 살폈다.
정말로 갖고 싶은 것도 없었고, 갖고 싶은 게 생겨도 그냥 사 버리면 그만인 그녀다.
그래서일까.
수태광과 결혼한 이후부터는 살면서 뭔가를 간절하게 갖고 싶었던 게 단 한 번도 없었다.
이혼 후 사업이 성공한 뒤로도 역시나 마찬가지.
황장미가 손가락을 움직인다.
뒤늦게 사위에게 답장을 보내본다.
- 나 : 갖고 싶은 게 하나 생겼는데.
- 나 : 정말 뭐든 다 해줄 수 있겠어?
- 귀염둥이 : 당연하죠! 말씀만 해보세요!
사위의 장점 중 하나.
메신저 답장이 칼 같다는 것.
- 나 : 반지 하나가 갖고 싶은데.
- 귀염둥이 : 그까이꺼 뭐! 반지 제가 해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