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1화.함정 카드 발동 (131/246)

◈ 함정 카드 발동

- 균열 잠정지역은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재개발 지역이에요. 상세 위치는 통신기로 보내드릴 테니 참고하세요.

“기동대의 움직임은?”

- 당연히 출동 전이지 않겠습니까? 현재 잠정지역을 찾아낸 사람은 저밖에 없고, 그런 제가 비상경보를 울리지 않았으니까요.

“백기태 씨.”

- 예?

“부디 저를 실망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당신이 홀어머니, 그리고 하나뿐인 딸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거든요.”

- 아…….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이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잘 알아들으셨으리라 믿습니다.”

- ……걱정 마세요. 잠정지역 내 협회 소속 헌터는 단 한 명도 없을 테니까요.

공식적으로 이번 균열 잠정지역을 가장 먼저 찾아낸 건 본청의 백기태였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이선호가 더 빨리 찾아냈고, 은밀하게 기동대 역시 출동을 한 상태였다.

“출발하도록 하지.”

통화를 마친 추장현이 그 사실을 알 리는 만무.

그는 백기태가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에 협회 기동대보다 먼저 균열핵을 찾아내야 한다는 목적에 집중하기로 했다.

균열 잠정지역은 균열핵을 중심으로 반경 5Km 범위이다.

대한민국 땅 전체를 뒤져 균열 잠정지역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지라도, 잠정지역 범위 내에서 균열핵을 찾는 건 이들에게 어렵지 않았다.

폭발이 머지 않은 균열핵이라면.

별다른 장비의 도움 없이 웨어울프의 후각으로 균열핵의 마력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니까.

“특이사항 무. 이곳에 저희 말고 다른 각성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백기태가 알려준 장소에 근접했을 때, 뒤따르던 부하가 말했다.

마력으로 주변의 각성자들을 감지하는 게 가능했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단 말이지?”

혹시나 해서 추장현 또한 마력을 피워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하의 말처럼 각성자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인근 시내에 버스크 화된 곰을 풀어뒀으니, 아마 협회 측에서 출동을 하더라도 그쪽을 신경 쓰느라 시선이 분산될 터.

“바로 움직입니까?”

“그래야겠지. 시간을 끌다가 기동대 놈들이 움직이면 곤란해지니까.”

“아직 헨더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조금 전에 이곳 장소를 통신구를 통해 전송했으니 곧 나타날 거다. 하지만, 헨더가 도착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면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는 노릇.”

“그럼, 바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서든 협회 놈들이 움직이기 전에 균열핵을 찾아야만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예, 알겠습니다!”

부하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추장현 역시 후각을 일깨워 균열핵을 쫓았다.

균열핵을 찾기만 한다면, 차원의 다리는 반대편에서 알아서 열어줄 거다.

그리고 블러드 스톤만 재빠르게 수거한 다음 철수를 하면 되는데…….

파지지직 - !

……난데없이 굉음이 들려왔다.

추장현의 시선이 자연스레 소리가 울리는 하늘 쪽으로 향했다.

“……!”

새파란 마력의 벼락 하나가 자신의 정수를 노리며 떨어진다.

“제길!”

일단 피했다.

하지만, 떨어지는 벼락이 한, 둘이 아니다.

‘능력치 저하 마법인가? 함정을 설치했군!’

좀 더 흐린 색상의 벼락은 마비 효과를 지닌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는 건, 협회 놈들이 자신들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뜻이겠지.

‘백기태가 배신을?’

그게 아니라면, 협회 놈들이 백기태보다 먼저 균열 잠정지역을 찾아냈거나.

‘협회 내에 백기태보다 레이더를 잘 다루는 사람은 없는 걸로 아는데? 하물며 협회장도 속도 면에서는 백기태보다 뒤쳐진다고…….’

직접 레이더를 만들어낸 협회장이었지만, 그는 탐지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전투에 특화된 헌터였다.

‘……어쩔 수 없지. 일단 피해야겠군.’

마법 함정까지 설치해뒀다면, 분명 협회 놈들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만반의 준비를 했을 테니 전투를 진행했을 경우, 불리한 건 이쪽이었다.

게다가 전투에 특화된 단원도 현재로서는 없지 않은가.

“철수한다.”

하지만, 떨어지는 벼락의 수가 너무도 많다.

최소 백 개 이상의 마법 함정을 설치했는지, 떨어지는 벼락 사이에서 틈을 찾는 것조차 버거웠다.

은신 상태이긴 하지만, 닥치는 대로 쏟아지는 벼락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상대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지 광역기에 맞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으니까.

“크아악!”

부하 한 놈이 벼락을 맞았다.

마비 벼락인지 움직임이 둔해졌고, 이어 재차 또 하나의 벼락이 그 위로 떨어졌다.

콰아앙! 콰아아앙!

하나, 둘, 부하들이 벼락을 맞기 시작했고.

그건 추장현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능력치 저하와 마비 효과로 발을 묶고, 우리를 생포해가려는 것이렸다?’

이대로 순순히 잡혀줄 수는 없다.

블러드 스톤만 수거할 생각이었는데,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전투를 하는 수밖에.

물론, 추장현이 전투에 특화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웨어울프 중에서도 희귀한 능력 중 하나인 자신의 힘을 사용한다면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쯤은 무리는 아니리라.

‘생명력을 깎아 먹는 일이긴 해도, 지금으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놈들에게 잡힐 수는 없으니까.’

또한.

동족인 부하들의 목숨을 거둬야 하겠지만.

마비 벼락을 맞기는 했어도, 마력을 끌어올린 탓에 어느 정도 저항할 수는 있었다.

아주 조금만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스슥 -

추장현의 손이 늑대의 그것처럼 변했다.

길게 늘어진 날카로운 발톱이 눈앞에 서 있던 부하의 목을 꿰뚫었다.

“크어억……!”

추장현의 발톱에 뽑혀 나오자, 부하의 목에서는 진득한 피가 흘러내렸다.

동시에.

쓰러진 부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허공에서 소용돌이를 치기 시작했다.

‘우리 종족을 우습게 본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네 명의 부하 모두 추장현의 손에 의해 쓰러졌고.

부하들의 피로 이루어진 커다란 소용돌이가 추장현을 감싸기 시작했다.

***

마력 흐름 제어 장치를 이용해 은엄폐를 했기에, 우리가 늑대 놈들에게 먼저 발각 될 일은 없었다.

마법 함정 또한 문제없이 가동되었고, 녀석들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 놈들을 생포할 수도 있을 거란 판단이 섰다.

‘근데, 그게 잘못된 판단일 줄이야.’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됐다.

놈들이 은신 상태였고, 제법 떨어진 거리에 있는지라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한 녀석이 제 손으로 동료를 죽이는 것을 목격했다.

‘아마도 그놈이 우두머리인 것 같은데…….’

문제는.

동료들의 피로 이루어진 소용돌이가 놈을 감쌌는데, 소용돌이를 중심으로 막대한 마력의 파동이 일어났다는 거다.

“피, 피해! 또 온다!”

김강수 팀장님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소용돌이 내부에서 피 분수를 뿜어대듯, 날카로운 피의 창이 형상화 되어 사방으로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는 것 같달까.

셀 수 없이 많은 개수의 창들의 무차별적으로 주변에 떨어지고 있었다.

“시팔! 이거 갑자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정확히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아까 그놈의 능력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날아드는 피의 창을 피해 일단 몸을 숨겼다.

동료들의 목숨을 대가로 만들어낸 공격인 만큼, 효과는 상당했다.

- 최소 B급 이상의 위력입니다.

- 소용돌이와 근접한 곳에 가해지는 공격일수록 위력 또한 강해지구요. 아마 놈이 있는 곳의 위치 정도라면 B+급은 될 것 같습니다.

탐지 계열 헌터들에게서 무전이 이어진다.

-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위력이 줄어드는 공격으로 판단됩니다. 일단 최대한 접근하지 마시고, 차단선만 구축하여 방어에 중점을 두시길 바랍니다.

B+급이라.

마냥 상대하지 못할 힘은 아니다.

게다가.

내겐 협회장님께 받아온 ‘리셋 버튼’ 이라는 아이템이 있지 않은가.

리셋 버튼은 한번 사용한 스킬을 또 한번 중복하여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혹시 몰라 받아왔는데,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어.’

아내의 힘을 사용해 10초간 능력치를 5배 상승시킨다.

그리고 리셋 버튼을 사용하여, 상승한 능력치를 다시금 5배 상승시키는 거다.

‘지속시간은 불과 10초 남짓이겠지만…….’

이미 B급 경지를 뛰어넘은 나다.

소용돌이 안에서 놈을 끌어내는 데만 성공한다면, 나머지 협회 소속 헌터들이 놈 하나 상대하는 것쯤은 무리는 아니리라.

“당장 놈에게 접근하는 게 불가하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정작 놈도 소용돌이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이동이 불가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위력이 약해질 때를 기다렸다가, 그때 제가 놈을 소용돌이 안에서 빼내겠습니다.”

“괘, 괜찮겠냐, 막내야? 저거 위력이 어마무시한 거 같은데…….”

“저 여기서 유일하게 B급입니다. 10초 남짓이긴 해도 A급에 근접하게 능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정말로 자신이 있었으니까.

총지휘관인 이건형에게 답변을 받고, 내 계획대로 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

숲의 신발을 이용한다면 소용돌이에 다가가는 건 1초면 충분하겠지.

“마, 막내야, 위! 위에!”

그때였다.

팀장님이 나를 잽싸게 잡아당긴다.

어느새 머리 위에 수십 개는 되어 보이는 피의 창이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하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아까랑은 다르잖아?’

조금 전까지는 무차별적으로 쏘아댔다면.

지금은 정확히 타겟을 노리고 쏘는 느낌이랄까.

‘날 노린 건가? 내 마력을 감지하고?’

어쩌면 최대한 강해 보이는 놈을 먼저 제거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확히 타겟을 노린 만큼 힘의 소모가 크긴 하겠지만.

쏴아아아!

또 한번 나를 노리고 창들이 날아든다.

힘 소모가 클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이 계속해서 무리를 하는 느낌이다.

설마,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는 건가?

‘아무튼. 일단 피하는 데만 성공하면, 이후엔 놈의 힘이 빠르게 소모되어 내가 더 유리해진다.’

지금은 최대한 힘을 아껴야만 했다.

놈을 소용돌이 안에서 꺼내려면.

피잇 -

피의 창을 죄다 피해내긴 했으나.

용케 하나가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딱히 위협적이진 않았다.

전투복 오른쪽 어깨의 주머니가 살짝 찢어지는 정도.

그런데.

찢어진 게 또 하나 있었다.

[ 함정 카드 발동 조건을 만족합니다. ]

[ 함정 카드 ‘대한파’ 가 발동됩니다. ]

처남이 준 슈퍼 몬스터 카드가 함께 찢어지며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아까 내가 확인했을 때만 해도 특이사항은 없었지 않은가.

‘마력 반응이 전혀 없었는데, 이게 찢어져야 효과가 있는 거였나?’

무슨 효과가 있는지는 모른다.

눈앞에 눈부신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고, 아직 그 형태가 미비하여 예측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형님?”

“동혁이 녀석이 아니라, 자네가 날 부른 건가?”

아무래도 이게 형님을 소환하는 용도였나보다.

어쩐지 처남이 항상 이 카드를 지니고 다니더라니. 이게 위험한 상황을 대비하여 형님이나 장인어른을 부르는 호신용 아티팩트일 줄이야.

“분명히 아깐 내 도움 필요 없다고 하더니?”

“그, 그게 아니라…….”

자연스레 시선이 형님이 입고 있는 옷으로 향한다.

내가 말해준 대로 베이지 수트를 입고 있었다. 한 손에는 조금 전에 막 뿌리려고 했는지, 향수 하나를 손에 쥐고서.

“수트가 잘 어울리시네요. 역시 남자는 수트빨…….”

“왜 그 카드가 자네 손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도움을 원했으면 차라리 아까 부르지 그랬나? 왜 하필이면! 미래의 장모님과 약속시간이 임박한 이때!”

“부, 부르려고 부른 게 아니라, 저는 이 카드가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건지는 진짜 몰랐습니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뒤통수를 치려는 건 아니었을 테고.”

“제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형님의 얼굴엔 노기가 가득했다.

정말이지 금방이고 터져 버릴 폭탄처럼.

“따지고 보면 제가 형님을 부른 게 아니라, 저놈이 부른 거라구요! 저놈이 카드를 찢어버렸으니까요!”

나는 냅다 저 멀리 핏빛 소용돌이를 가리켰다.

사실이었으니 양심의 가책 같은 건 없었다.

“저 흉측한 것이 이 중요한 순간에 나를 불러냈다라?”

“예, 제가 미쳤다고 형님을 소환했겠습니까? 당연히 형님께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아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차피 여기 오신 김에 도움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형님이시라면 나보다 더 쉽고 빠르게 소용돌이를 잠재울 수 있을 테니까.

“형님을 불러낸 건 제가 아니라 저놈이 확실합니다! 저놈이 감히 형님의 중요한 약속을 파하려고 했던 거죠!”

형님의 차가운 시선이 소용돌이를 향했다.

휴우. 다행히도 분노의 대상이 내가 아닌 그쪽으로 옮겨진 것 같다.

치익 -

형님께서 향수를 뿌리시며 말했다.

“그나마 빨리 이동했던 덕분에 약속 시간까지 20분 정도 남았거든. 그 사이에 포탈 시스템이나 하나 준비해둬. 엑시스 호텔로 향하는 걸로.”

“아……예. 그런데, 향수는 왜 갑자기 뿌리세요?”

“잡내 묻을까 봐. 향도 좋지만, 잡내가 배는 걸 막아주거든.”

괜한 냄새 배면 좀 그렇긴 하겠다.

형님께선 미래의 장모님을 처음 뵈는 자리를 앞두고 있지 않은가.

“이 향수의 단점이 있다면, 향이 금세 사라진다는 건데…….”

그 순간.

이번엔 형님을 향해 피의 창들이 날아들었다.

파스스슥!

창이 채 닿기도 전.

주변에 얼음 장막이 만들어졌고, 창은 얼음벽을 뚫지 못했다.

“……향기가 날아가기 전에 돌아오겠네.”

마치 삼국지의 관운장이라도 된 듯, 멋있게 한마디를 던진 형님께선 순간 멈칫하시더니 다시금 뒤를 돌아보신다.

“근데, 계속 거기 있을 건가?”

“예? 여기 안전한 거 아닙니까? 얼음 장막 있는데?”

“안전은 무슨. 인근에 있는 협회 소속 헌터들한테 모두 전해.”

“뭐라고요?”

“금방 끝낼 생각이니, 10초 안에 대피하라고.”

형님께서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신다.

재차 날아들던 창들이 얼어붙음과 동시에 잘게 부서져 파편이 되어 흩날렸다.

투두둑 -

파편들이 바닥에 떨어졌고.

저 멀리서 무언가 다른 것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일전에 선화와 함께 보았던 유성우.

마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의 얼음 유성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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