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7화.일타강사 전준우 (117/246)

◈ 일타강사 전준우

국가 간에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된 헌터 협회의 국제 전술 교류 사업.

한국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사업이었으며, 서울지부에 교류팀의 교육과 평가를 진행할 센터가 유치됐다.

대부분 모든 행사라는 게 그렇듯.

첫날 일정은 역시 오리엔테이션이었다.

국제 전술 교류 사업의 목표와 의의, 그리고 교류팀이 이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등.

서울지부장 방현재는 열 명의 일본 교류팀 인원을 앞에 두고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토해내는 사이.

“하암.”

졸린 눈을 하고 있는 칸나의 입에서 하품이 나왔다.

10분 정도로 짧게 연설을 한다더니 벌써 30분이 지났다.

‘배고파. 간식 같은 건 안 주나?’

숙소로 배정된 호텔에서 조식 시간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거하게 아침 식사를 한 칸나였다.

아침 식사를 마친지 고작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픈건지, 참.

아마, 눈앞에 있는 방현재의 연설이 원인인 것 같았다.

원래 듣기 싫은 걸 계속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스트레스가 있는 법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에너지 소모가 심했으니까.

잠시 후, 지루하던 오리엔테이션이 끝났다.

그리고 이론 교육이 이어졌다.

꼬르륵 -

스트레스로 인한 칸나의 배고픔이 더 심해졌다.

체내에 저장된 별 모양의 마력 집합체인 식성을 사용해 급한 대로 허기를 달래보았다.

‘하아, 점심 식사까진 아직 멀었나?’

활동적인 성격의 칸나였다.

밥 먹을 때 빼고는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법이 없었고, 그런 칸나에게 이론 교육은 식욕 자극제와도 마찬가지였다.

꼬르륵 -

재차 뱃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강사와 교류팀 인원들의 시선이 칸나에게 쏠렸다.

“스, 스미마세…….”

어색하게 웃은 칸나가 배를 꽉 움켜쥐었다.

어쩔 수 없이 아침 식사 때 모아둔 식성을 전부 다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점점 커져가는 꼬르륵 소리였고, 그걸로 다른 사람들의 교육을 방해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번 교육은 던전 시뮬레이션입니다.”

이윽고, 칸나가 관심을 가질 만한 교육이 시작됐다.

앞선 교육들보다 활동적이기도 했지만, 강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 한 자루가 칸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혹시, 저 강사도 그분만큼 검의 고수이려나?’

칸나가 주머니 속 명함 한 장을 만지작거렸다.

준우에게서 받은 명함이었고, 그에게서 검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소 설렜던 칸나였다.

하지만, 오늘 아침 경기지부 소속인 준우는 이번 교류 센터 강사로 선별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품었던 기대는 증발해버리고야 말았다.

‘그래도 이번 교류 센터는 한국 헌터 협회 최고의 강사진으로 꾸려졌다고 했었어. 어쩌면, 눈앞의 강사가 그분보다 더 대단한 실력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

던전 시뮬레이션은 말 그대로 가상의 던전을 만들어 공략법과 전투법을 익히는 교육이었다.

각 국가에서 자주 등장하는 던전과 몬스터의 유형이 다르기에 이번 시뮬레이션 던전 역시 한국에서 주로 발생하는 던전이었다.

하지만, 해당 던전이 일본에서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기에 비상시를 대비해 비교적 일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전투 시범은 언제 보여주는 걸까?’

칸나는 공략법 자체보다 전투에 모든 관심을 쏟았다.

정확히는 눈앞의 강사가 시범을 통해 보여줄 검술 실력이었다.

반면, 다른 교류팀 인원들은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일본의 경우는 한국과 다르게, 모든 각성자는 협회에 2년간 의무적으로 복무를 해야 했기에 교류팀 인원들 모두 대부분 막 각성을 한 자들이었다.

당연히 눈앞의 생소한 던전이 신기할 수밖에.

하지만.

오직 칸나만은 예외였다.

‘실망이야.’

조금 전 강사가 보여준 검술 실력이 영 별로였다.

객관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준우와 비교했을 때는 한없이 모자랐다.

‘검은 빨라. 하지만 정확성이 떨어져.’

손톱만 한 스피토를 일검에 깔끔하게 절단한 준우였는데, 눈앞의 강사는 그보다 큰 동물형 몬스터를 몇 번에 걸쳐서야 쓰러뜨렸다.

몸집은 D급 스피토보다 크긴 해도.

고작 E급의 몬스터가 아니던가.

‘파괴력도 한참 밑이고.’

칸나가 고개를 내저었다.

초반에 쏠렸던 관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괜히 배만 더 고파지네.’

기대가 실망으로 변질됨과 동시에 공복감이 더 강하게 잦아들었다.

의식의 흐름은 자연스레 배고픔으로 향했고, 칸나는 교육에 집중하지 못한 채 점심시간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그리고.

교육장 저 멀리에서 그런 칸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협회장 강재호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흐음. 칸나 양이 영 집중을 못 하는 걸로 봐선, 우리 협회의 교육에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옆에 서 있던 서울지부장 방현재가 괜히 눈치를 살폈다.

교육을 지켜보던 강재호의 표정이 좋지 않으니, 당연히 교육 센터 총책임자인 그의 마음도 불편할 수밖에.

“협회장님, 혹시 무슨 문제라도……?”

“던전 시뮬레이션 교육 끝나면 저 친구와 따로 자리를 좀 마련해주겠나.”

“미나토자키 칸나 말씀하시는 겁니까?”

강재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문제가 훤히 보이는데, 머리 아프게 그 원인이 뭘까 계속 고민하는 건 그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그냥 직접 물어보고 말지.’

교류팀의 점심 식사가 끝난 후.

강재호는 칸나와 단둘이 대면했다.

신켄 길드의 이야기로 가볍게 포문을 열고, 자연스레 인사를 주고받았다.

칸나 역시 강재호만큼이나 화끈한 성격이었던지라, 서슴없이 하고 싶은 대화를 나눴다.

“교육 센터는 서울지부 최고의 인재들로 강사진을 꾸렸습니다. 한데, 그 강사진들이 칸나 양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최고의 강사진이라면서, 왜 전준우 대원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진 헌터는 거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거죠?”

강재호는 칸나의 당돌함이 귀여웠는지 자신도 모르게 슬쩍 미소를 띠었다. 감정에 상당히 솔직한 여학생인 것 같았다.

‘고작 그게 문제였나.’

다행히,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블루 스톤 광산 건이 걸려 있는데, 강사진 충원이 문제랴. 협회장인 강재호의 말 한마디면 즉시 이뤄질 일이었다.

***

강사들이 교류팀 인원들을 평가하듯.

교류팀 인원들 역시 강사들을 평가한다.

센터에서의 교육이 효율적이었는지, 국가 간의 교류에 적합할 만큼 수준은 적절했는지 등 교류팀의 의견을 통해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정작 강사들이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은 평가 점수가 곧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암묵적으로 승진과 내년에 있을 한국 교류팀 선발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서울지부 소속 강사들은 갑자기 강사로 차출된 준우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더니.’

보조 강사가 옆에 있는 준우를 노려보았다.

준우는 그 시선을 느끼고 있음에도 애써 무시했다.

딱히 반응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였다.

‘기회는 공정해야지. 애당초 서울지부에서만 강사들이 차출된 것 자체도 문제였어.’

서울지부장이 워낙에 협회장과 사이가 가깝기도 하지만, 표면상 협회의 엘리트는 죄다 서울지부 소속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국제 행사인 만큼, 최고의 강사진을 만들기 위해 엘리트라는 서울지부 소속들만 차출했을 터.

‘찾아보면 다른 지방 협회에도 유능한 헌터들은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지부 소속만 차출됐다는 건 서울지부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해서였을까.

준우는 자신이 누군가를 대신해 팀워크 과목 강의를 맡게 되었다는 사실이 크게 미안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국제적 행사이니 당연히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강의를 맡아야 하는 게 정상이었으니까.

“강의에 사용할 던전 시뮬레이션 말인데요. 혹시 등급을 올려주실 수 있을까요?”

“업턴 현상을 적용시켜 달라는 겁니까?”

“네. 아무래도 제 강의엔 좀 더 높은 등급의 던전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준우의 부탁에 보조 강사가 헛웃음을 쳤다.

얼굴은 반반하니 협회 홍보모델까진 발탁되었어도, 정작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고 냉정한 판단은 못하는 모양라고 생각했다.

“강의 시간 딱 두 시간입니다. 업턴 현상이면 C급 던전으로 올려달라는 건데, 그 안에 공략 가능하시겠어요?”

“모처럼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죠. 조금 욕심을 내보려고 합니다.”

“두 시간 안에 공략 못 하면 강의가 좋지 않게 끝날 텐데요. 강의 내용이 부실한 건 당연지사고, 교류팀 평가도 박할 거구요.”

“시간 내에 공략할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갑자기 강사진에 투입돼서 뭘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이거 국제 행사입니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국제적 망신이고, 협회장님께서도 절대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겁니다.”

준우가 객기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협회장이 강의를 가끔 살펴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의 눈에 들려고 발악을 해보려 한다고.

‘그냥 원하는 대로 해줄까?’

생각해보니, 그리 큰 손해도 아닌 것 같았다.

준우가 강의를 망치면 결국 그 자리는 자신의 것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겠는가.

‘뭐, 지부장님이 욕 좀 하시긴 하겠지만 내가 다시 잘 무마한다면…….’

오히려 자신이 더 돋보일지도 모른다.

비교 대상인 준우와 상대적으로 교류팀에게 고평가도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해요, 그럼. 어차피 책임이야 담당자인 그쪽이 지는 거니까.”

잠시 후.

강의가 시작됐다.

준우가 강의실에 입성하자, 여태 나른해 보이기만 하던 칸나의 눈동자에 이채가 발했다.

‘드디어 저분의 검술 실력을 다시 볼 수 있겠구나!’

그런 칸나의 뒤로.

강의실 창문 너머로 준우의 요청에 강의에 참관한 경기지부 기동 3팀 인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막내는 좋겠다. 이번 교류 센터 강사 업무만 잘 마무리하면, 내년 한국 교류팀에도 선발되는 거잖아?”

“거기 가서도 좋은 점수 따면 출셋길 열리는 거고.”

“……쩝.”

“팀장님, 입맛은 왜 다십니까? 막내 잘 되는 게 팀장님이 바라던 것 아니었어요?”

“아니, 뭐 그렇긴 한데. 녀석이 하도 우리는 하나라고 그러니까, 다 같이 잘 됐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은 거지. 그리고, 사실상 막내 쟤가 먼저 우리한테 약속했잖아?”

“다 같이 교류 센터 강사로 가자고?”

“그래, 자식아! 내가 먼저 꺼낸 얘기가 아니라니깐.”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이겠죠.”

“그, 그런가?”

“너무 기대하지 마십쇼. 갑자기 막내가 강사 차출된 것도 기적에 가까운 건데.”

“부러운 건 부러운 거니까 그렇지.”

“언제는 막내만 잘 되면 여한이 없겠다고 하셨으면서? 정작 우리는 하나다, 그것도 팀장님이 강압적으로 세뇌시킨 거 아닙…….”

김강수가 주먹을 쥐어 보이자.

흡! 하고 입을 틀어막는 이정진이었다.

“그나저나, 강의에 사용되는 던전 시뮬레이션 말인데요. 난이도가 상승한 거 같은데요?”

추재진이 강의 내용이 담겨 있는 파일을 살피다가 문득 말했다.

파일에는 D급 불개미 소굴 던전으로 강의가 진행된다고 적혀 있는데, 눈앞의 시뮬레이션 던전은 C급이었다.

“막내 쟤 또 뭔 짓 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

“오늘은 좀 불안한데요. 아무래도 국제 행사인지라, 여기서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협회장님께서 직접 문제 삼으실 수도 있을 텐데.”

그때였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전준우 대원을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군요. 잡지에서 봤을 때보다 실물이 훨씬 더 인물이 사는 것 같습니다.”

“혀, 협회장님!”

“오랜만입니다, 김강수 팀장. 이전에 본청 연수 때 잠깐 봤었지요?”

“기, 기억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협회장 강재호는 대답을 대신해 웃어주고는 강의실로 고개를 돌렸다.

가장 먼저 기존의 시뮬레이션보다 난이도가 상승한 던전이 눈에 들어왔다.

그다음엔 자동적으로 칸나에게 시선이 향했다.

일전에 보았을 때보다 확실히 눈빛이 살아있다.

‘전준우 대원 능력에 대해서 어느 정돈 전해 듣긴 했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군.’

신켄의 딸도 현혹시킨 능력.

그게 과연 무엇인지 궁긍할 수밖에 없었다.

강의실 안.

협회장의 기대를 한껏 받은 준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팀워크 교육을 할 이 던전 시뮬레이션의 기존 등급은 D급으로, 현재 동급 헌터로 구성된 팀이 공략을 진행할 시 최단 공략 시간이 3시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로, 한 등급 상승한 C급의 던전일 경우 동급 헌터들이 공략을 진행한대도 3시간은 무조건 초과라는 얘기였다.

‘그렇게 되면, 강의 시간 내 공략을 끝내지 못할 텐데?’

협회장은 의아했다.

왜 준우가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건지.

설마, 국제 행사에서 자신을 엿 먹이려고 그런 건 아닐 테고…….

“하지만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팀원들과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공략 시간을 대폭 줄일 수도 있을 겁니다.”

“……?”

“던전 공략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의 능력이 아닌 바로 팀워크, 그 팀워크를 극대화시킨다면 이 던전 시뮬레이션도 강의 시간 내 끝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께 그 팀워크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의를 할 거구요.”

강의실 내부가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아무리 팀워크가 좋다한들, 두 시간 안에 C급 던전을 공략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교류팀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눈앞의 강사인 준우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를, 아닌지를.

“손발이 잘 맞는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좋겠는데.”

준우가 슬쩍 강의실 창문 너머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리고는 능글맞게 팀원들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때마침 저와 손발을 맞춰온 제 자랑스런 팀원들이 저기 있네요. 협회장님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함께 강의를 진행해보고 싶은데, 그게 가능할까요?”

협회장이 헛웃음을 쳤다.

불현듯, 준우를 강사로 차출하기로 했을 때 전해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러려고 팀워크 과목 강의를 맡고 싶다고 한 건가? 내가 이 자리에 올 줄은 어찌 알고?’

의아함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끼는 협회장.

그 옆의 기동 3팀 역시 협회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러려고 우리 보고 강의 참관하라고 했던 거야?’

협회장님도 옆에 있겠다.

잘하면, 여기서 팀워크 한번 제대로 보여주면 기동 3팀 전원이 강사로 차출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교류팀 인원들과 기동 3팀 인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협회장에게로 쏠렸다. 준우의 요청에 의한 대답을 갈구하는 거다.

“훌륭한 강의를 보일 수만 있다면야, 뭘 못하겠습니까? 전준우 대원 뜻대로 하시지요.”

준우의 당당한 그 패기가 마음에 들었다.

젊은 날의 자신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랄까.

게다가.

이 모든 걸 마치 모두 계획하고 있었던 것처럼 확신에 찬 어조의 목소리는 협회장의 기대감을 더욱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다.

‘과연 실력도 그 입만큼이나 대단한지 한번 볼까?’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됐다.

준우와 기동 3팀의 완벽한 팀워크로 던전 공략까지 걸린 시간은…….

‘……단 한 시간.’

입 밖으로 꺼낸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확신에 찼던 목소리만큼이나 준우는 그 확신을 실제로 보여줬다.

강재호가 헛웃음을 쳤다.

협회 내 제일 강자라는 그가 보기에도 실로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마치 준우가 지부장이 되겠다고 말한다면, 그것마저도 진짜 현실이 될 것만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경기지부 오동수가 30대 후반의 나이로 최연소 지부장 자리에 올랐거늘, 그 기록이 저 자에 의해 깨질지도 모르겠어.’

묘한 미소를 띠는 강재호의 시선에 칸나가 들어왔다.

이전 강의들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광산 건이 잘 풀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스고이데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칸나는 배고픔도 망각한 채, 손이 뜨거워질 정도로 물개박수를 쳐댔다.

공항에서 보여줬던 준우의 검술 실력은 그저 새 발의 피였음을 깨달은 칸나의 눈빛엔 동경이 가득했다.

“준우사마!”

“……?”

준우를 향해 다가간 칸나가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오늘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보니, 준우에게서 고독한 검객의 느낌마저 물씬 풍기는 것도 같았다.

“주, 준우사마?”

“제 스승님이 되어주세요!”

칸나는 확신했다.

준우에게서 검술을 배우게 된다면.

신켄 길드를 칸나 본인의 발아래 두는 것도 마냥 어렵지만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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