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닥파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당연히 새끼 드래곤이 부화할 줄 알았던 알 속에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는 거다.
아이는 계속 울었다.
대부분의 신생아들이 그렇듯.
하지만, 일반적인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목청이 어찌나 좋은지 귀가 쩌렁쩌렁 울렸다.
파지지직!
뿐만 아니라 오복이들이 차원문 내부에 취미 삼아 만들어 둔 배리어들이 깨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내재된 마력의 파동으로 인해서 말이다.
확실히 일반적인 신생아의 모습은 아니었다.
갓 태어난 아기가 겹겹이 쌓아 올린 배리어를 부술 수 있을 리는 만무했으니까.
“이, 이게 무슨…….”
당황하기는 장인어른도 마찬가지.
선화의 임신 소동에 대한 오해를 풀기도 전에, 새로운 난관에 부딪혀 버렸다.
컹컹!
범상치 않은 분위기에 말순이가 짖어댔다.
말순이의 시선이 향한 곳은 차원문의 반대편이었다.
차원문의 건너편인 집안에서 기이한 소리가 전해진다.
식기들이 깨지고, 책장과 옷장 같은 것들이 넘어지는 소리들.
‘마력의 파동이 차원문 너머까지 영향을 끼친 거구나.’
자칫 집안이 개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아기의 울음소리가 위력적이었으니까.
마치 A급 헌터가 막 각성을 한순간에 폭주를 하는 것과도 비슷한 현상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갓 태어난 아기가 가진 힘이 그와 비슷하다는 것이겠고.
‘일단 어떻게든 달래야 할 것 같은데.’
울음을 그친다면 좀 나아질 듯싶었다.
마력 운용해서 뭔가를 해 볼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자칫 아기에게 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비록 드래곤의 알에서 태어난 아기라지만, 눈앞에 비친 모습은 영락없는 아기였기에 차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나와 같은 생각이신지, 장인어른께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시는 듯했다.
아무래도 상대가 갓난아인지라 섣불리 마력을 사용할 생각은 못 하시는 것 같은데.
“저, 전 서방, 비켜 보게! 내가 한번 달래 봄세!”
역시 자식 다섯을 키워 낸 아버지는 다르구나.
나와는 달리 이내 침착한 모습을 보이셨다. 그런 장인어른을 보고 있자니, 사뭇 아버지란 존재가 위대하게 느껴졌다.
“달래실 수 있겠습니까?”
“어허! 내가 자그마치 애 다섯을 키워 낸 사람이야!”
어느새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시는 장인어른이었다.
하긴, 오 남매를 키우셨는데 아이 달래는 것쯤이야 문제가 없으시겠지.
“울룰룰루! 까꿍!”
“…….”
아이가 더 거세게 울기 시작했다.
이제는 차원문 내부의 나무들까지 하나둘 쓰러진다.
“재, 재혁이 놈 어렸을 땐 이렇게 하면 방긋방긋 웃고 그랬는데…….”
아이에게 쉬이 손은 대지 못하셨다.
아무렴 신생아이지 않은가.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될까, 애꿎은 양손만 만지작거리신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뭐라도 해 보는 수밖에.
조심스레 아이를 품에 안아 본다.
하지만 역시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살며시 토닥여도 보고, 잔잔한 노래를 불러도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뽈뽈뽈뽈-
울음소리로 인한 불안함 때문인지, 오복이들이 혼란스럽게 내 주변을 빙빙 돌고 있다.
말순이는 여전히 집 쪽을 향해 짖어대고 있었고, 은실이는 하늘 높이 날아가 요란하게 날개를 펄럭여 댔다.
혼이 쏙 빠질 만큼 정신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캬앙-?
미심이가 날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빨리 시끄러운 울음소리 좀 어떻게 해 보라는 듯이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유아용품 같은 거라도 미리 사 두는 건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아이를 품에 안고 있던 그때.
뒤늦게 선화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조금 전까지 멍해 있던 선화였다.
알에서 아기가 태어났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는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이제 조금 나아진 듯한 모습이었다.
“오, 오빠. 내가 잠깐 안아 봐도 될까?”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아기를 선화의 품에 안겨 주었다.
“어?”
그런데.
거짓말처럼 아기가 울음을 그치는 게 아닌가.
“허어……!”
장인어른께서 놀라신 듯 헛웃음을 삼키셨다.
나 역시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신기해 아기를 안고 있는 선화의 모습만 멍하니 응시했다.
“……헤에, 예쁘다.”
선화가 품에 안은 아기를 향해 해맑게 웃자.
언제 울기라도 했냐는 듯, 아기 역시 살며시 미소를 내비쳤다.
‘서, 설마, 선화를 엄마로 인지하는 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알 속에 있을 때부터 선화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폈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다급한 상황은 종료가 된 듯했다.
혼란과 함께 흥분했던 반려몬 아이들도 이제는 좀 차분해진 것 같고…….
“전 서방. 잠시 나랑 얘기 좀 함세.”
……이제 장인어른의 오해를 풀어 드려야 할 때였다.
* * *
선화의 임신 대소동.
그게 오해로 끝이 났다.
길드로 복귀한 수태광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횡설수설하던 준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쩌겠나. 괜한 오해를 한 건 나인 것을.’
따지고 보면 준우의 잘못은 없었다.
소문이 와전되었고, 수태광 혼자 들떠서 행복한 상상을 했던 것뿐이다.
오해가 풀리며 잔뜩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은 가라앉았다.
그런데 수태광이 단순히 실망을 넘어 심히 노할 것이라 생각했던 준우의 염려와는 달리, 수태광은 다소 덤덤한 표정이었다.
알에서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비록 손주는 아니지만, 아기인지라 나름 귀여웠다.
‘조그만 녀석이 목소리는 참 우렁찼단 말이지.’
그저 목청이 좋은 게 아니었다.
울음소리만으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오복이들의 배리어를 순식간에 부술 만큼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던 아이가 아니던가.
‘최소 A급 각성자는 될 것도 같더만.’
태어나자마자 A급 각성자의 힘을 타고나는 이는 전 세계에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의 재능을 물려받은 장남 수재혁은 각성했을 당시 B급 정도였지 않은가.
정작 수태광 본인도 B+급 각성자의 능력으로 헌터 생활을 시작했었다.
한데, A급 각성자의 능력을 태어나자마자 타고난 아이라니?
‘엑시스엔 훌륭한 헌터들이 필요해. 국내 최고가 아닌, 세계 최고가 위해서 인재는 당연히 많을수록 좋은 것이고…….’
알에서 깨어난 고 녀석이 계속 아른거린다.
자신의 마력까지 흡수했던 녀석, 참으로 당차기 그지없었다.
물론, 이전에 수태광이 알을 보관하고 있을 때는 마력을 흡수하거나 하는 능력은 보이지 않았다.
준우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가화만사성 스킬로 성장을 한 탓이었는데, 그 사실을 수태광이 알 리는 만무했다.
아무튼.
당장 수태광에게 중요한 것은 알에서 깨어난 고 녀석이 인재로서 참 탐이 난다는 것이었다.
‘재혁이 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아니, 앞으로 더 성장하게 되면 엑시스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도 좋을 만큼…… 이런, 이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참.’
엑시스는 자신의 핏줄 중 가장 강한 자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다.
한데, 알에서 깨어난 녀석이 장남과 경쟁하게 한다면, 아마 고 녀석이 우위를 점하지 않을까?
수태광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답을 한 거다. 태어난 순간부터 하늘의 재능을 타고난 능력자라고.
‘고작 신생아 수준에 그 정도 능력이면, 앞으로 좀 더 성장했을 땐 어느 정도일지 감히 상상조차 되질 않아. 재혁이 녀석도 녀석이지만, 나 역시도 비빌 수 없을 테지.’
생물학적으로 손주로 보긴 힘들다.
선화와 준우에게서 태어난 자식이 아니라, 알에서 태어난 이종족 같은 느낌이 아니던가.
‘손주였으면 딱 좋았을 텐데.’
수태광이 아쉬움에 연거푸 한숨을 내쉬던 그때.
선화가 동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 아빠! 이 아이 나랑 너무 닮지 않았어?
- 아가. 할아부지 해봐, 할아부지!
영상 속 선화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직 말도 못 하는 녀석에게 ‘할아버지’라는 단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할아버지라.’
뭐, 썩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할아버지 소리가 상당히 듣기 좋았으니까.
‘묘하게 선화를 빼닮긴 했단 말이야.’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선화의 얼굴을 닮았다.
이목구비는 물론, 선화가 어렸을 때와 비교를 하면 절묘하게 얼굴이 겹쳐졌다.
‘쓰읍! 내가 노망이 들었나? 알에서 태어난 녀석에게 계속 마음을 쓰다니!’
답답할 지경이다.
얼굴은 왜 선화를 닮아 가지고 혼란스럽게 하는 건지.
얼굴만 닮은 거라면 모르겠는데, 능력이 너무나도 우월한 게 문제다.
하늘이 내린 천재를 직접 발견하고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엑시스에서 능력을 다듬어 준다면, 엑시스가 세계 최고의 길드가 되는 것도 문제가 아닐 터인데.’
수태광이 또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오해는 오해로 밀어두고, 아무것도 못 본 척하고 싶었다.
‘돌아 버리겠군. 왜 계속 그 알맹이 녀석 생각이 나는 거야?’
생각을 떨쳐내려 했으나, 미련이 너무 남았다.
손주로 인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선화 녀석은 이미 제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선화의 품에 안긴 ‘알맹이’.
그 알맹이를 바라보는 딸 아이의 눈빛은 애정으로 가득했다. 마치, 선화를 품에 안고 있던 전처의 모습처럼 말이다.
“하아…….”
오해가 완전한 실망으로 변질되진 않았지만.
알맹이가 가진 능력으로 인해 생긴 또 다른 기대감으로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근심이 가득해 보이십니다, 회장님.”
수태광이 사색에 잠겨 있던 그때.
최 비서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가씨댁에 다녀오신다더니,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셨던 겁니까?”
“아, 아무것도 아닐세.”
말은 그렇게 해도 책상 위 수태광의 손가락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애꿎은 명패를 만지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다가.
고민은 거듭됐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마땅한 답은 나오질 않았다.
책상 위 혼란스럽게 움직이던 수태광의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 계속 고민을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비서.”
“예, 회장님.”
“가서 먹하고 붓 좀 가져다주겠나?”
“손주분 이름을 미리 지어 주시려고 하는 겁니까?”
“……나도 잘 모르겠네.”
“예?”
정확히 말하자면 손주는 아니었다.
그래도 세상에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녀석인데, 앞으로 살아가려면 이름 하나는 필요하지 않겠는가.
수태광이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려는 듯 먹을 갈았다.
훗날 손주가 태어나면, 멋진 붓글씨로 이름을 써 주고 싶어서 배워 둔 재주이건만.
‘선화 녀석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알맹이 녀석을 평생 키우면서 살 것 같은데…….’
답도 안 나오는 고민은 그만할 생각이다.
한동안 지켜보다 보면 적당한 답이 떠오르겠지.
‘……선화 녀석 고집 꺾는 건 힘들 것 같고, 엑시스에 인재 하나 들인다고 생각해야 하려나. 끄응!’
그나마 선화와 얼굴이 닮았다는 점을 위안 삼아 차분하게 한자로 된 이름을 적어 가는 수태광이었다.
* * *
장인어른께서 엄청 노하실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양호했다.
‘드래곤이 가진 능력 때문이려나?’
회귀 전.
엑시스 후계자 자리를 놓고 나와 형님을 경쟁시키신 장인어른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아마 드래곤의 능력이 장인어른의 실망감을 그나마 최소화시켰던 것 같다.
핏줄에게 엑시스를 물려준다고 버릇처럼 말하시는 장인어른이시지만, 사실은 그보다 능력을 중요시하는 분이셨으니까.
‘일단, 덕분에 한시름 놨어.’
녀석의 울음소리로 어지럽혀진 집안은 빠르게 정리를 했다.
아쉽지만 이미 부서져서 고칠 수 없는 것들은 그냥 버려야 할 것만 같다.
“어쩜 이리 예쁠까. 천사가 따로 없네.”
나는 선화의 품에 안겨 있는 드래곤을 응시했다.
마력이 담긴 울음소리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던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녀석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날 줄이야.’
A급 던전인 수룡의 호수.
그곳의 보스인 수룡은 본격적인 전투 형태로 각성을 하기 전에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놈이 가진 ‘폴리모프’라는 스킬 덕분이었다.
비록, 드래곤의 모습일 때보다 능력치가 저하되는 인간 형태이지만, 처음 마주하는 헌터들에게 방심을 이끌어 내기엔 꽤 효과적인 스킬이었다.
‘드래곤의 정체를 숨기기에도 좋을 거고.’
예상컨대.
선화의 품에 안겨 있는 녀석 역시 폴리모프 상태가 아닌가, 싶다.
“오빠, 이 아이 나 닮지 않았어?”
“그러니까. 신기하단 말이야.”
아까부터 히죽히죽 웃고 있는 선화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내가 여태 그 어떤 선물을 해 줬을 때보다 행복한 얼굴이랄까.
‘결혼식 때도 저렇게 웃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튼.
중요한 건, 녀석이 선화를 닮았다는 거다.
처음엔 그냥 조금 닮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보면 볼수록 점점 더 닮아 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폴리모프 스킬을 일부러 그렇게 사용하는 건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이름을 지어 줘야 할 것 같은데.”
선화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드래곤이라는 것은 아까 설명해 줬다.
때문에, 선화가 작명할 이름도 용식이 혹은 용순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워낙에 촌스러운 이름을 즐겨 짓는 선화였으니까.
“일단, ‘신비’라고 하자.”
“신비?”
“알에서 태어난 아이잖아. 그만큼 신비로우니까. 진짜 이름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고, 임시로 사용하는 이름이랄까?”
“태명처럼?”
“태명은 아니지만, 느낌은 비슷한 거지.”
처음이다. 선화가 촌스러운 이름이 아닌, 이토록 평범한 이름을 지은 것은 말이다. 그만큼 품에 안고 있는 아이가 특별하다는 것이겠지.
‘하긴, 오래 살라고 촌스럽게 이름을 짓는 거였으니까…….’
드래곤은 수명이 긴 걸로 알고 있다.
인간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이 아이, 하늘이 우리한테 준 선물 같아.”
선화가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반쯤 잠겨 있는 목소리.
유산했을 때를 떠올린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더 품에 안은 아기에게 더 애착을 갖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선화야, 팔 안 아파?”
“이상하게 하나도 안 아파. 그냥 신비를 보고만 있어도 아픈 것도 사라지는 느낌이야.”
선화는 잠들어 있는 아이를 잠시도 품에서 놓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아이에게 집중하고 있는 선화의 옆을 지켰다.
“아까는 그렇게 울더니.”
확실히 선화를 엄마로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얌전할 수가 없을 테니까.
“오빠, 신비 좀 잠깐 보고 있어 줄래?”
“응?”
“나 화장실 좀…….”
선화가 신비를 침대 위에 잠시 내려두었다.
내가 안으면 곧장 울음을 터뜨리는 신비다. 아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마찬가지일 거다. 선화가 아니면 소용이 없달까.
‘완전 엄마 껌딱지란 말이야.’
어쨌든, 지금처럼 얌전히 자고 있을 때는 가만히 두는 게 상책이었다.
“너희들도 조용히 하고 있어. 신비 깨면 큰일난다.”
눈앞의 반려몬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과장 좀 보태자면, 울음소리에 아파트가 집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을 것도 같다.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면 교육이라도 하든지 해야지 원.
다행히 내 말을 알아들은 듯, 녀석들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아기가 마냥 신기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침대 위 신비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
파닥파닥-
그때였다.
등 뒤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응?”
의아함에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까지 얌전히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신비가 허공에 붕 떠 있었다.
“뭐, 뭐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비의 등 뒤에는 작은 날개가 돋아 있었다.
은실이의 것보다는 작지만, 용케 그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천장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반려몬 아이들이 신비에게 홀린 듯 멍한 표정을 짓는다.
드래곤이니 언젠가 날개가 있을 거란 생각은 했었는데, 설마 이리도 빠르고 급작스럽게 생겨날 줄이야.
‘아직 잠들어 있는데? 설마 무의식적으로?’
날개 그만 파닥거려도 되지 않을까.
더 높이 날면, 천장에 부딪힐 것 같은데.
‘이래서 육아할 때 한눈팔 틈이 없다고 하는 건가.’
잽싸게 허공의 신비를 낚아챘다.
괜히 천장에 머리 박았다간 선화한테 된통 혼날 테니까.
“오빠, 애를 왜 울려?”
“그, 그런 거 아닌데…….”
문제는 내가 낚아채려고 품에 안은 순간, 신비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는 거다.
아무래도.
당장 육아하는 법부터 제대로 배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