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화.침입자 (100/246)

◈ 침입자

협회 입사 후부터 지금까지.

팀원들의 가장 특성 적용 여부는 틈틈이 확인을 했었다.

앞으로 나와 함께 계속 일을 하게 될 사람들이고, 내 곁에 있을 사람들이니 그들이 가족 구성원이 된다면 내겐 이로운 일이었으니.

‘아무리 빨라도 가장 특성을 적용하기까진 최소 1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연히 팀원들과의 사이도 가까워지겠지만, 따지고 보면 남이다.

그런 사람들이 나를 가족이라고 인지하기까지의 친밀감이 생기려면 당연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한데.

이선호와의 가족이 되기까지의 시간이 고작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른 팀원들에 비해 유독 빨라.’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워낙 감정 표현을 잘 안 하고 소심한 사람이라, 그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알 것도 같았다.

어쨌거나 이선호에게 가장 특성을 제일 먼저 적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사실은 곧 그가 나를 가족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어머니를 위해 곰을 찾아주겠다고 했을 때, 가족이 되기까지의 시간에 변화가 있었지.’

추측하건대.

이선호는 효심이 지극한 사람인 것 같았다.

어머니를 위한 일을 내가 대신 해주겠다고 하자, 그 순간에 시간 변화를 알리는 홀로그램이 떠오르지 않았던가.

- 언젠가 의료 기술이 더 발달하면, 꼭 어머니 눈을 치료해드릴 거예요. 그때가 오면 꼭 어머니를 모시고 관악산 국기봉에 오르고 싶네요.

이선호와 헤어지기 전에 그가 했던 말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그러니까 어머니께서도 사고를 당하기 이전에 두 분이서 자주 국기봉까지 등산을 즐기셨다고 했었다.

‘앞으로 3년 정도면, 다시 시력을 회복하실 수 있을 거야.’

마력학과 의학이 합쳐져 새로운 의료 기술이 탄생할 거다. 그때가 된다면 이선호의 어머니께서도 다시 산을 오를 수 있게 되겠지.

아무튼.

이선호가 가족 구성원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그에게 가장 특성이 적용된다면 내 능력치가 상승하게 된다.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좋아.’

회귀 전처럼 늑대인간 놈에게 죽임을 당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또 나 때문에 선화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싶지도 않으니까.

‘가족이 되기까지 남은 시간이 3개월이라.’

다음날, 나는 관악산으로 향했다.

이선호의 작은 바람을 내가 대신 이뤄준다면, 그와 정말로 ‘가족’ 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관악산의 모든 산책로와 등산로는 통제가 되어 있었다.

경찰과 보호 센터 직원들의 원활한 수색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죄송하지만, 관계자 외 출입 금지되어 있습니다. 소속과 신분을 밝혀주시겠습니까?”

산책로에서부터 통제원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그냥 은신을 써서 몰래 들어갈 걸 그랬나.’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랬다가 발각이라도 되면, 괜히 나쁜 쪽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헌터 협회 경기 지부 소속이요?”

“네, 기동 3팀에서 나왔습니다.”

“이, 이상한 데요. 고작 곰 수색하는 일에 왜 헌터가……?”

공무원증을 들이밀자, 통제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들에게는 몰라도 헌터들에겐 ‘고작’ 곰 하나 찾는 일이었다. 그런 일에 헌터까지 등장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을 거다.

‘이 정도는 굳이 협회 소속 헌터까지 나설 일은 아니니까.’

나는 애써 변명으로 둘러댔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서둘러 사건을 해결하라는 협회 본청의 명령이 있었다고.

“그런데, 혼자 오신 겁니까?”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수색을 하러 왔다는 헌터가 나 하나뿐이니 의심이 되기도 하겠지.

“탐색 계열 헌터거든요.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아아!”

아무렴 헌터인데, 일반인들 여럿 합쳐 놓은 것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사실상 이 일에 헌터가 투입됐다면 벌써 끝났을 일이기도 했고.

‘뭐, 각자 주어진 업무라는 게 있는 거니까.’

헌터가 이런 일에 투입되는 건 인력 낭비다.

고급 인력인 만큼, 차라리 그 시간에 던전 공략이나 다른 일에 투입되는 게 효율적이다. 경찰이 경찰의 일을 하고, 소방관이 소방관의 일을 하는 것처럼.

“뭐, 저희야 인력이 충원되면 좋은 일이니까요. 들어가시죠.”

통제원이 길을 열어줬다.

헌터 공무원증이 좋기는 좋다.

‘일 생기면, 팀장님이 막아주시겠지.’

그래도 팀원인 이선호를 위한 일인데.

그 정도는 해주지 않겠는가.

통제원의 안내를 받아 관악산에서 최초로 곰이 발견됐다는 장소로 이동했다. 놈의 커다란 발자국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기서부터 국기봉 아래까지 흔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뚝 끊겼어요.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치솟았는지. 그래서 계속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죠.”

“만약 산에서 곰이 발견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수색 기간 동안 못 찾으면 수색 범위를 넓혀야 겠죠. 지금도 관악산 인근 주변까지 넓힌 상황이기도 하고. 그래도 못 찾으면, 뭐…….”

삼킨 뒷말은 대충 예상이 간다.

적당한 선에서 수색을 중단하겠다는 얘기겠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걸 계속해서 붙잡고 늘어질 수만은 없을 테니까.

‘아니면, 각성자 용병들에게 맡기거나.’

나는 일단 주변을 좀 더 세심하게 둘러보겠다고 했다.

통제원이 어깨를 으쓱이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들이 대단한 건 잘 알지만, 별 소용 없을 겁니다. 수색견까지 풀어서 관악산 전체를 몇 번도 더 뒤졌어요.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흔적이 끊기는 바람에…….”

땅으로 꺼졌거나, 하늘로 치솟았거나.

뭐가 됐던 중요한 사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거다.

여태 찾고 있는데 체구가 큰 곰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역시 관악산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 통제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수색 범위를 넓힌 거다.

그럼에도 불구.

내가 굳이 관악산을 찾은 이유는 바로 눈앞의 발자국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게 단서가 될 거거든.’

통제원이 멀리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는 차원문을 열어 말순이를 불러냈다.

컹 - !

녀석이 나를 반기며 볼을 핥는다.

나는 말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손가락으로 ‘쉿!’ 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사람들이 널 보고 몰려들지도 몰라.”

컹 - ?

“네가 워낙 유명인사잖아.”

나름 방송을 탄 말순이다.

선화만큼 인지도가 형성된 상황. 통제원들이 말순이를 보게 되면, 너도나도 구경하겠다고 몰릴 것임에 분명했다.

“털 색깔 바뀐 거 처음엔 어색했는데, 계속 보다보니까 잘 어울리는 것 같네.”

변이를 마친 후, 말순이는 모습은 꽤 달라졌다.

안 그래도 큰 체구가 살짝 더 커졌고.

목 아래와 배 사이의 털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마치 사자 갈기 같단 말이야.’

덕분에 집안에는 빨간색 털이 휘날리고 있었다.

이전보다 눈에 띄는 색깔이라 그런지, 요즘엔 청소기를 더 자주 돌리게 됐다.

아무튼.

중요한 건, 말순이의 변화가 단순히 외형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심이 때는 등급 상승과 스킬 레벨 상승이 이뤄졌었다.

말순이 역시 등급 상은은 이뤄졌지만, 스킬 레벨이 상승하는 대신 새로운 스킬을 얻게 되었다.

‘그것도 지금 상황에 딱 사용하기 좋은 스킬이지.’

반려몬 허가를 받은 개과 몬스터는 총 세 품종.

노멀 독, 블루 독, 레드 독인데, 노멀 독은 제외한 나머지 두 품종은 노멀 독의 특징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자신들의 개성 또한 갖고 있었다.

블루 독은 노멀 독의 후각과 물 속성을.

그에 반해 레드 독은 불 속성을 특성을 지녔다.

그리고.

새로운 스킬은 노멀 독의 후각과 레드 독인 말순이의 불 속성 특성이 잘 조화된 능력이었다.

[ 말순이가 전용 스킬 ‘안내의 불꽃’ 을 사용합니다. ]

말순이가 냄새를 손바닥만 한 작은 불꽃으로 형상화했다.

불 속성 특성을 지닌 녀석에겐 직접 냄새를 맡는 것보단, 형상화한 불꽃의 냄새를 쫓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컹컹!

“저쪽이라고?”

작게 짖던 말순이가 어딘가를 응시했다.

통제원이 곰의 발자국은 국기봉 쪽에서 끊겼다고 했는데, 말순이는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산책로 방향.’

정반대 방향이다.

발자국은 국기봉에서 사라졌다고 했지만, 거기서 사라진 곰이 지금 다른 곳에 있는 거다.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일단 그곳에 가보면 알게 될 거고.

말순이가 이끄는 대로 산책로 쪽으로 향했다.

걸음을 옮길수록 불꽃의 크기가 조금씩 커져갔다.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

또한, 불꽃이 반응하는 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곰이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말순이를 뒤를 따라, 산책로 위를 걸었다.

자연스레 산책로의 상태가 눈에 들어왔다.

‘엉망이군, 엉망이야.’

관리가 소홀한 편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은 상할 대로 상했고, 부서진 곳도 몇몇 보였다.

계단 손잡이엔 날카롭게 못이 튀어나와 있었으며, 주변엔 각종 쓰레기들이 보이기도 했다.

‘이선호 씨 어머님께서 자주 산책하는 길이라고 했었는데.’

구청에 민원이라도 넣어야겠다.

몸도 불편하신데, 혹시라도 산책하시다가 다치실 수도 있으니까.

컹컹!

그때, 말순이가 크게 짖으며 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곰이 있는 장소가 어딘지 확신을 가진 모양.

“말순아! 같이 가!”

민원은 뛰어가면서 넣어야겠다.

***

관악산 인근에 위치한 폐공장 단지.

찾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을 것만 같은 단지 내 깊숙한 곳에, 푸른빛을 일렁이는 포탈 하나가 존재하고 있었다.

보안 마법이 걸려 있는 포탈이었으며, 그렇기에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는 없는 통로였다.

“귀하신 분들을 모시고 괜한 시간 낭비를 할 수는 없겠죠. 여러분들께서 기대하시던 결과물을 지금 바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포탈과 연결된 다른 공간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구인 폐공장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허름한 장소였고, 무대와도 같은 데크가 놓여 있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었다.

데크 위의 남자, 추장현이 오른쪽 끝을 응시했다.

그가 신호를 주자 커다란 이동식 울타리에 갇힌 곰 한 마리가 등장했다. 수색대가 애타게 찾고 있는, 보호 센터에서 탈출한 바로 그놈이었다.

“뭐야? 그냥 평범한 곰이잖아?”

“고작 저딴 걸 우리보고 돈 주고 사라고?”

“대단한 무기라기에 단단히 기대를 했건만…….”

데크 앞에 모여 있던 열댓 명의 사람들이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검은색 코트와 모자, 그리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는 있는 자들이었지만, 다들 한 길드의 마스터 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엑시스나 피스 길드와 같은 몇몇 대형 길드들은 아니지만, 나름 업계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형 길드 마스터들부터 막 사업을 시작한 소형 길드의 마스터들까지.

그들 모두 이곳 숨겨진 경매장에서 자신들이 구매하게 될 ‘상품’ 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는데, 평범한 곰의 모습에 난처한 기색이 대부분이었다.

“아직 실망하시긴 이릅니다.”

추장현이 그들을 달래듯 말했다.

그리고는 이번엔 곰이 나타난 장소와 반대편인 왼쪽을 향해 신호를 주었다.

쿠오오오!

역시나 울타리에 갇혀 등장한 녀석.

평범한 곰과 달리 매섭게 포효까지 하는 탓에 데크 앞의 손님들이 의아함을 품었다. 예상치도 못한 몬스터의 등장이었기 때문이다.

“트윈 헤드 오우거……?”

“C급 몬스터잖아?”

“몬스터를 왜 여기까지 끌고 온 거지?”

곰의 덩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구의 몬스터였다.

B급 보스가 등장하는 던전의 일반 몬스터이며, 공격력은 물론이고 방어력까지 고루 갖춘 녀석이었다.

“자, 지금부터 아주 놀라운 구경을 하시게 될 겁니다.”

추장현이 수정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는 마력을 불어넣자.

크르륵 -

오른쪽 울타리 안의 곰이 신음하기 시작했다.

털과 피부는 서서히 녹아내렸고, 눈동자는 붉게 충혈됐다.

날카로운 발톱들은 더욱 시퍼렇게 날이 서렸으며, 커다란 이빨에서는 눈동자 색과도 같은 붉은 기운이 일렁였다.

평범한 곰이었는데.

순식간에 몬스터처럼 변화한 것이다.

콰아아앙!

갑자기 주입된 마력에 미쳐버리기라도 한 듯, 곰이 울타리를 부숴버렸다. 변한 외형만큼이나 강력한 힘이었다.

스윽 -

추장현이 반대편의 트윈 헤드 오우거를 가리켰다.

동시에, 곰이 녀석을 향해 달려가더니 이내 날카로운 발톱을 내지른다.

쿠어어어어!

곰은 울타리는 물론, 단숨에 트윈 헤드 오우거의 심장을 꿰뚫었다.

털썩 -

일격에 숨이 끊어진 트윈 헤드 오우거.

순간, 데크 앞의 마스터들에게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C급 몬스터를 일격에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진 곰, 이 정도라면 B급 헌터의 힘을 가진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 상품, 탐나지 않으십니까?”

마스터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탐이 날 수밖에. 능력 좋은 헌터들은 죄다 대형급 길드에 뺏기는 와중에, 눈앞의 곰은 부족한 인력을 메울 수 있는 훌륭한 무기였다.

추장현을 통해 조종이 가능한 것도 확인했다.

자그마치 B급 헌터 한 명과 동급인 곰이지 않은가.

“저희 ‘버서크’ 기술로 개발된 이 녀석의 장점은 아주 많습니다. 힘, 방어력, 민첩성 등 능력 면에서 우월한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고…….”

히죽 웃은 추장현이 뒷말을 이었다.

“……가장 큰 장점은 이 녀석은 주인을 배신하질 않는다는 겁니다. 언제 어디서는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인간들보단 훨씬 다루기가 수월하죠.”

다시 한 번 박수 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마스터들 모두 곰을 탐내고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상품은 단 하나인 상황.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지막 한마디를 남긴 채, 추장현은 데크 위에서 내려왔다.

이어, 부하 한 명이 경매를 이끌었다.

“후후, 멍청한 것들. 이쪽 차원 인간들은 강해질 수 있는 거라면 사족을 못 쓴다니까.”

추장현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때.

그의 뒤로 다른 부하 하나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침입자가 있습니다.”

“입구에? 아니면, 여기에?”

“입구 쪽 포탈입니다. 지금 막 포탈을 발견한 듯싶습니다.”

추장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포탈을 찾아냈는지는 모르겠으나, 딱히 문제가 되진 않았다. 누가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도 궁금하지 않았고.

“그냥 둬.”

“괜찮겠습니까?”

“우리 측 보안 마법 걸려 있지 않나? 이쪽 차원 놈들 기술로는 절대 풀지 못해.”

“하,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발견하게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침입자가 사람을 부를 수도 있고…….”

“보안 마법을 풀 수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한들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꽤 걸릴 거야. 경매는 그전에 끝날 거고, 우린 출구를 통해 철수하면 그만이지.”

“……알겠습니다.”

부하는 숙연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물러났다.

그리고는 모니터실로 향해, 아까 그 침입자가 서 있던 화면을 다시금 응시했다.

‘아까 그대로 멀뚱히 서 있네? 역시 단장님 말씀대로 괜한 기우였나? 하긴, 우리 측의 보안 마법이 걸려 있는데, 그걸 풀 수 있을 리가……응?’

그때였다.

모니터 안의 침입자가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서, 설마!’

침입자, 준우와 눈이 마주쳤다.

카메라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의도적으로 이쪽을 바라본 것이다.

씨익 -

화면 속 준우가 이쪽을 향해 웃음 지었고.

그 순간, 포탈의 보안 마법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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