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7화.감사합니다, 형님 (87/246)

◈ 감사합니다, 형님

핸드폰 화면을 응시하던 김강수가 미간을 찌푸린다.

기사 속 내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 ‘피스 길드’ 헌터 협회 서울 지부에 예산 100억 지원 >

< 나랏일 하는 헌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되고파 >

“아니, 뭔 나랏일은 서울 지부 놈들만 하나. 우리 경기권은 공무원도 아냐? 피스 길드 이 녀석들은 허구한 날 서울 지부만 지원하네.”

김강수가 투덜거리며 말하자,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민 부팀장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서울 지부장이랑 피스 길드장이랑 동문이라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같은 공무원인데 섭섭하잖아. 쟤네는 최신식 전투복에 장비 쓰는데, 우리는…… 에휴, 시팔!”

“혹시 압니까. 막내가 한 건 해 줄지.”

“여기서 막내가 갑자기 왜 튀어나와?”

“막내가 엑시스 사위잖아요. 막내한테 잘 보이면, 엑시스에서 피스 길드보다 더 빵빵하게 우리 경기 지부를 지원해 줄 수도…….”

“막내한테 아양 떨 생각 말고 가서 일이나 해.”

“아양 떨지 말라시는 분이 막내에게 오늘 휴가도 양보하셨습니까? 저희 팀 당직 때 막내 휴가 쓰게 해 주시게 하고, 정작 팀장님은 휴가 미루셨던데?”

김강수가 몸을 움찔 떨었다.

민망한 탓인지 괜히 바닥으로 시선을 돌린다.

“중요한 일 있다고 하잖냐. 그냥 배려하는 거지, 배려.”

“중요한 일이요?”

“땅 보러 간단다.”

“따, 땅을 보러 간다구요?”

“제수씨, 아니, 사모님이 전부터 주택 살고 싶어 하셨나 봐. 이참에 땅 하나 사서 거기에 주택 짓는다던데?”

“이야! 엑시스 사위는 클라스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구나…….”

부팀장이 부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러더니 문득 다시금 김강수를 향해 물었다.

“팀장님은 이번 주에 연차 왜 쓰셨는데요?”

“와이프 급한 약속 있다고, 그날 딸내미 좀 봐 달란다.”

“아아. 저는 또 팀장님도 막내처럼 땅 보러 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땅 보러 가긴 시팔. 하루 종일 딸내미랑 뽀로로나 보게 생겼구만.”

파티션 너머 곳곳에서 팀원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강수가 팍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웃겨? 할 일들 없지, 아주 그냥? 다들 따라 나와. 단련실에 훈련이나 가게.”

“옙!”

팀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전처럼 갑자기 무슨 훈련이냐며 불평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흔쾌히 따라나서는 분위기다.

“언제까지 막내한테 기대기만 할 거야. 시간 날 때 훈련이라도 틈틈이 해서, 최소한 실전 때 걸리적거리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어?”

준우가 엑시스의 사위라는 걸 안 뒤로, 다들 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나중에라도 작은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예를 들면 엑시스에 입사를 하게 되는 꿈이랄까.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런 대단한 사람과 좀 더 오랫동안 함께 일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기왕이면, 언젠가 다른 위치에서 일을 하더라도 훗날 자신들이 좋은 추억으로나마 남을 수 있도록.

“선배들답게 성장하는 모습들 보여 주자고.”

준우가 엑시스 사위라는 사실에 자극이라도 받은 걸까.

팀원들 모두 밝은 표정을 하며 단련실로 향했다.

“다 같이 구호 한번 외치고 훈련 시작하자.”

김강수가 손뼉을 치며 팀원들의 의지를 다잡았다.

팀장인 김강수의 선창에 팀원들이 후창하는 방식.

“뜨, 뜬금없이 무슨 구호예요? 원래 그런 거 없었잖아요.”

“까라면 까는 거지, 말이 많아. 우리 기동 3팀이 앞으로 열심히 훈련해서 재탄생하자는 의미에서 구호는 재개발로!”

“재개발이요?”

“재미있고! 개성 있게! 발전하자!”

“…….”

“반응들이 왜 이래?”

“…….”

“야! 너희들 어디 가냐? 구호 외치자니까!”

팀원들이 못 들은 척하며 뒤돌아섰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기동 3팀엔 기분 좋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 * *

저번 주.

강철이 좋은 부지를 선정해왔고, 준우는 땅을 꼼꼼히 살펴보고 점검한 뒤 계약을 체결했다.

물 흐르듯이 가는 게 이런 건지, 때마침 땅 주인이 땅을 내놓은 상태였던지라 속전속결이었다.

로열파크 실드는 아직 매도하지 못했지만, 수중에 계약금 정도는 충분했으며, 선화는 계약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중이었다.

“우리 오빠 진짜 대단하지 않아? 내가 집을 알아보자니까, 서프라이즈로 땅을 계약한 거 있지? 내가 원하는 취향대로 집을 지으라더라고. 아니, 글쎄 세상에 이런 남자가 또 어딨어? 안 그래, 아빠?”

“……그래.”

“집 구조하고 인테리어는 설계사랑 상의해서 전부 다 내 맘대로 하래. 평생 살고 싶을 만큼 완벽한 나의 집으로 만들라고 하더라?”

“……그렇구나.”

“상상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지. 요즘 꿈을 꿔도 집 짓는 꿈만 꾼다고. 진짜 쉰 살은 넘어서야 내 집 짓고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 오빠가 그 꿈을 단축시켜 준 거잖아? 정말 최고의 남편이 아닐 수가 없다!”

“……하아.”

수태광은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꼈다.

준우가 땅을 계약했다는 소식을 전한 그날부터 전화로 자랑을 하기 시작하던 선화였다.

그리고 그걸로 모자라 이젠 집까지 찾아 와서 자랑을 하고 있었다.

자랑을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모양.

같은 얘기를 숱하게 반복해서 듣고 있는 수태광은 귀에서 이명이 들릴 정도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하는 딸인데 최대한 맞장구 쳐줘야지.

“아빠는 땅 사 봤어? 안 사 봤지?”

“허허, 땅을 사 봤냐고?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집 밖에 나가서 몇만 평은 순식간에 살 수 있다.”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 사듯 말하는 수태광이었지만.

그는 진짜로 그걸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 뒀고?”

“아빠도 알잖아, 내 스타일.”

“뭐냐, 그 유럽의 감성?”

“유럽의 시골 감성이라고. 우리 오빤 한 번 말하니까 기억하던데, 아빠는 몇 번을 말해 줘도 몰라.”

“…….”

준우도 몇 번씩 깜빡하고 헷갈린다.

다만, 그게 땅을 선물해 줬다는 사실에 가려졌을 뿐이다.

“아빠, 이 사진 봐 봐. 어때? 이런 느낌으로 외관을 만들 생각인데. 내부는 좀 더 유럽의 옛스러움을 살릴까 해. 뭐랄까. 약간 유럽의 할머니 집 같은 느낌?”

“너무 현대와 동떨어진 분위기이지 않나 싶은데.”

“아빠가 감성이 없어서 그래.”

수태광은 이때쯤부터 무조건 공감해 주기로 했다.

이러나저러나 딸의 집 자랑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다.

“잘 들어 봐 봐. 거실과 부엌 사이는 커튼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거야. 일단 거실에서 부엌을 바라봤을 때, 부엌 쪽이 살짝 보였으면 좋겠어.”

“…….”

“그냥 커튼이 아니라, 마치 뜨개질을 한 것 같은 레이스 커튼으로. 색깔은 따뜻한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최대한 그쪽으로 맞추고, 반대로 부엌에서 거실을 바라봤을 땐 그 틈 사이로…….”

선화의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상상의 나래를 계속해서 현실로 끄집어내고 있었다.

수태광은 이걸 왜 굳이 자신에게 설명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일전에 전화로도 비슷한 걸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는 거다.

고로, 반복 학습 중이었다.

똑같은 얘기를 계속 듣다 보니 사람이 지칠 수밖에.

“……그리고 거실 곳곳엔 소품을 두는 거지. 빈티지 소품 알지? 그 빈티지 소품이라는 게 사실 엄청 비싼 거거든. 남들이 보면 무슨 고물 같은 걸 가져다 놓은 줄 아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그렇구나.”

“한눈에 딱 봐도 빈티지인 것과 빈티지 소품인 척하는 건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난다고. 하지만 중요한 게 뭐냐? 진짜 빈티지 소품을 가져다 놔야, 그 느낌이 제대로 산다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아빠도 이 정도는 이해할 거 아니야?”

“이, 이해한다.”

이해한다고 말은 하고 있으나.

정작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 대는 수태광이었다.

‘아무리 내 딸이라지만, 뭐 하나에 꽂히면 도저히 말릴 수가 없구만. 도대체 언제까지 이걸 들어 줘야 하는 건지…….’

슬슬 정신마저 혼미해질 지경.

선화가 재차 설명을 이어 가려던 찰나.

“선화, 너 왜 이 집에 있어?”

“나? 아빠랑 할 얘기가 있어서.”

수태광의 구세주가 등장했다.

수재혁이 그의 서재에 방문한 것이다. 다음 달에 있을 B급 레이드 문제로 수태광에게 상의를 하기 위해 왔는데…….

“큰오빠, 우리 집 지을 거다?”

“집을 짓다니? 갑자기 무슨 집을 지어?”

“남편이 땅 사 줬지롱.”

선화의 땅 자랑, 집 자랑 타깃이 변경됐다.

수태광에게서 수재혁에게로.

바통 터치 덕분에 수태광은 한시름 놨다.

이제 자신이 아닌 장남이 시달리겠거니 생각했는데, 오히려 수재혁은 선화의 이야기를 아주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이미 레이드 건에 대해선 까마득히 잊었을 정도로.

“흐음, 집을 짓는다라. 좀 불안한데.”

“왜? 아빠는 암 말 안 하던데, 큰오빠는 왜 반대야?”

“자연 실드 형성된 아파트 분양받았다며? 차라리 거기가 낫지 않나 싶네. 아무래도 인공 실드는 자연 실드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지니까…….”

선화의 걱정이 앞선 것이다.

혹시라도 선화가 균열이나 몬스터 피해로 인해 사고를 당할까 봐.

“협회 기동대원인 남편이 집에 있는데, 무슨 그런 걱정을 다 하신대?”

그때였다.

두통 증세를 호소하던 수태광도 갑자기 눈을 번뜩인다.

그동안 유럽의 시골 감성에 시달리느라 정신이 반쯤 나갔었는지, 차마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거다.

“재혁이 말은 전 서방이 집에 없을 때가 문제라는 거다.”

“근데, 오빠가 걱정 말라고 했었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대한 안전한 집을 지을 거라면서…….”

“그래도 강화도면 서울이나 경기도에 비해 몬스터 방어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야. 하물며 협회 지구대 수도 적고. 너희가 땅을 샀다는 지역에서 지구대까지 거리도 멀지.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버지, 저희 엑시스 원에 VIP 경비를 맡기는 건요?”

“상시 경비를 맡기는 건 선화가 생활하기 불편할 게야. 생활상 편의를 고려한다면 비상 출동밖엔 없는데 최소 20분은 소요될 거고. 만약 B급 이상 균열이 발생하면 백여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는 시간이지.”

“비상용으로 포탈 시스템을 설치하자니, 그 역시 사용하는 데 어느 정도 딜레이가 걸려서 효율이 썩 좋지는 않을 텐데요. 흐음.”

선화는 멍하니 두 눈을 껌뻑였다.

땅 자랑, 집 자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들 이렇게 진지한 거야……?’

선화의 안위에 대한 비상 대책 회의라도 하는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이 딱히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평소라면 몰라도, 안전이 걸린 일이라면 하나뿐인 딸과 여동생에 유난을 떠는 수태광과 수재혁이었으니까.

딸 바보와 여동생 바보의 진짜 모습이 나타날 적절한 상황이었을 뿐이다.

“아무래도 내가 그 땅을 직접 한번 봐야겠다.”

“아, 으응.”

“나도 같이 갈게.”

“오, 오빠도?”

“아버지 말씀 들어 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좀 쓰여서 말이야.”

선화는 그렇게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안 된다고 해도 기어코 갈 사람들이기도 했다.

* * *

이번 주 수요일에 휴가를 낸 이유는 선화와 집을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집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면서 빠르게 계약까지 마친 상황.

‘시간적으로 여유도 생겼겠다, 간만에 선화랑 영화나 한 편 보러 가려고 했는데…….’

장인어른과 형님이 갑자기 땅을 보러 가자고 하셨다.

집을 짓기 전, 선화의 안위를 위해 꼭 살필 것들이 있다고 하시면서.

물론, 내가 알아서 잘할 자신이 있다.

특히나 실드에 대해선 방법을 생각해 뒀고, 나 역시 두 사람만큼 선화의 안전을 1순위로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딸 바보, 여동생 바보를 말릴 수는 없었다.

“내가 자네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야. 선화가 하고 싶어 하는 건 다 해 주고 싶겠지.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노파심에 걱정이 좀 앞서서 그렇다네.”

“예, 장인어른.”

“집을 짓는다면 당연히 인공 실드 설치를 생각했을 텐데. 인공 실드는 B급 일반 몬스터까지가 방어력의 한계야. 하지만, 자연 실드는 동일 등급 마수까지 커버가 가능하지.”

나는 일단 묵묵히 듣기로 했다.

선화의 안전이 장인어른에게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 알기에, 여기서 반박하는 건 타이밍이 좋지 않다.

“내 생각인데, 차라리 김포 쪽은 어떤가? 거기 보면 신축 타운 하우스가 들어서 있는데 자연 실드가 형성되어 있거든. 주택을 원하는 거라면,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서 거기로 이사를 가는 게…….”

말씀은 최대한 편안한 목소리로 하시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속뜻은 제안이 아닌 강압에 가깝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쨌거나 앞으로 딸의 안위가 걸린 일일지도 모르는 거니까.

장인어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면, 그냥 대놓고 절대 안 된다는 말만 하고 말았을 터.

그나마 지금은 나를 존중해 주고 있다는 거다.

“물론 외관은 선화의 취향대로 맞추기 힘들겠지. 하지만 내부는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고, 안전성이라는 장점이 뚜렷하게 있는 곳이지 않나?”

“장인어른의 말씀이 옳습니다.”

“땅 계약 건을 파기한다면 책임은 내가 지도록 하지. 위약금은 당연히 줄 수 있고, 땅값 전체를 물어달라고 하면 그마저도 줄 수 있어.”

역시 재벌은 재벌이다.

이런 제안을 대수롭지 않게 하시는 걸 보면.

어떻게든 선화를 안전한 곳으로 이사시키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전달되기도 했다.

하지만 섣불리 수락하긴 힘들었다.

자신의 취향대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선화가 그동안 얼마나 행복해했던가. 오래 전부터 상상해오던 꿈이기도 했고.

안전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선화의 취향과 안전, 두 가지를 다 잡겠다는 거지.

“장인어른, 혹시 그 전에 제 말을 한 번만 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얼마든지.”

“예전에 저희 가게 오셨을 때, 장인어른을 막아섰던 실드를 기억하십니까?”

회귀 후, 장인어른하고 처음 대면한 날이었다.

장인어른과 사이가 가까워지기 전이었고, 오복이들의 배리어 테스터로 오기로한 형님 대신 갑자기 장인어른께서 들이닥친 바로 그날.

“그때 그 실드가 나를 한 1분 정도 막아 냈던 것 같은데? 물론 내가 전력을 다하진 않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1분이 아니라, 3분이다.

오복이들의 배리어가 자그마치 S급인 장인어른을 3분이나 막아 냈었다.

3분이라는 걸 굳이 언급하진 않았다.

괜히 장인어른께서 무안하실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전력이 아니었다는 건 사실이긴 했다.

내 판단하에 한 1/10 정도 사용하셨으려나.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만큼도 사용 안 하신 것 같다.

“1분이요? 아버지를 1분씩이나 막았다구요?”

“그랬었지.”

“……에이.”

“진짜다.”

“과장하신 거 아닙니까? 아버지께서 연세가 좀 드셨어도, S급 헌터가 고작 실드 한 면 뚫기까지 1분은 너무 걸린 것 같은데요. 아버지 정도면 못해도 초 단위로 끊었어야…….”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했잖느냐. 아무튼, 생각해 보니 그 실드가 전력 상태의 재혁이 너를 5분 정도 막아낼 수 있다면 굳이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될 듯한데 말이야.”

“흐음, 그 정도라고요?”

“그럼 내가 자식 앞에서 무슨 허풍이라도 떤단 소리냐!”

A급 헌터 중에서도 가히 최정상인 형님이다.

만약, 그런 형님을 5분 동안 막아 낼 수 있다?

‘그럼, 자연 실드보다 훨씬 더 튼튼한 수준일 텐데…….’

과장이 아니라 진짜다.

등급의 간격마다 능력 차이가 큰 헌터 등급이지만, 특히나 B급과 A급까지는 그 정도가 어마어마하다.

최대 100배 이상이며, A급과 S급의 차이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5분은 나로서도 버겁다.

오복이들이 이전보다 성장을 했다지만, 전력인 상태의 형님을 상대로 5분은 절대 불가능하다.

“현재 인공 실드 기술이 그 정도 수준까진 안 되지 않나…….”

형님께선 연달아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장인어른께서 직접 경험담을 얘기해 주셨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럴 만도 했다.

이건 사실 인공 실드보다 효율이 뛰어난 오복이들이 만들어낸 배리어였으니까.

“……외국 업체 중에도 그만한 실드를 설치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거고. 아무리 아버지께서 과장을 했더라도, 전력이면 3분 정도로 무조건 뚫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형님께서 호기심을 보이신다.

계속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되니, 궁금해진 모양.

“전 서방. 만약, 자네가 재혁이 녀석을 5분 동안 막지 못한다면 집 짓는 걸 포기할 수 있겠나? 나로서도 선화의 안전이 확실시되지 않으면 영 꺼림칙해서 말이야.”

“5분…….”

5분이면 안 하는 게 낫다.

그냥 포기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니까.

“아버지, 아무리 생각해도 5분 이상 버틸 만한 실드는 세상에 없습니다. 3분만 버텨도 자연 실드급 이상이라구요.”

“그래?”

“예전에 무슨 실드 업체에서 테스트해 달라고 하길래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전력으로 안 해도 1분 안쪽으로 거의 다 뚫리던데…….”

그런데, 형님께서 뜬금없이 말했다.

아직도 세상에 그렇게 있냐는 듯,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3분? 그 정도면 해 볼 만해.’

장인어른께서 잠시 고민을 하시는 듯하더니.

이내 흔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3분으로 하지. 어떤가, 전 서방?”

“예, 장인어른.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덕분에 여기서 집 짓고 살아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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