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개미 소굴
서울권에서 공략을 진행하다 락이 걸린 던전인지라, 던전 초입의 몬스터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략 진행을 마냥 쉽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몬스터 말고도 헤쳐 나갈 문제는 분명히 있었으니까.
[ 던전 ‘불개미 소굴’에 입장합니다. ]
[ ‘여왕개미의 타오르는 군락’ 효과가 적용됩니다. ]
[ 해당 효과로 인해 던전 내 화염 기둥이 출현합니다. ]
던전에 진입하기 무섭게 떠오른 홀로그램.
주변 곳곳에 치솟은 화염 기둥으로부터 강렬한 열기가 압박해 왔다.
“시팔, 겁나게 덥네.”
“더운 정도가 아니라, 쪄 죽게 생겼는데요.”
그저 더운 것만으로 끝이라면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참고 견디면서 던전을 공략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러나.
불개미 소굴 내 화염 기둥이 초래하는 건 단순히 덥다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 화염 기둥으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대폭 하락합니다. ]
진짜 문제는 바로 이거였다.
공략 시작과 동시에 능력치가 하락한 탓인지, 팀원들 모두 핼쑥해진 느낌마저 들었다.
스윽-
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공략에 나서기 전, 화염 기둥으로 인한 디버프는 거뜬히 막아 낼 수 있다며 자신 있게 말하던 게 바로 나였으니까.
보통은 버프 스킬이 있는 사제 계열 헌터를 동반하거나, 불 속성 내성 효과가 있는 아이템을 소지한 상태에서 공략하는 게 정석인 던전이었는데.
“막내야, 읊어 봐라. 네가 말했던 그 특별한 방법.”
특별한 방법이라고 말은 했지만, 기존의 방법과 별반 다르진 않았다. 나 역시 아이템을 사용할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뭐, 시너지 효과로 아이템 특성을 재탄생 시키는 거면 나름 특별한 축에 속하지 않을까.
“그거 특수 장비고에서 가져온 그거잖아?”
“맞아요, 결합의 방패.”
샤넬 백을 사용해 차원문 안에서 낡은 방패를 꺼내 들자, 팀장님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팀장님이 그토록 선택을 만류했던 그 아이템이었다.
특수 장비고의 수많은 아이템들 중 가장 구려 보였다던.
“그걸로 뭘 어쩌려고?”
방패를 착용한 나는 해당 아이템의 특성을 사용했다.
[ 반경 50m 내 ‘보호막’이 형성됩니다. ]
[ ‘보호막’ 효과로 물리 저항력이 강화됩니다. ]
팀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정작 지금 중요한 건 불 속성 내성인데, 물리 저항력 강화는 조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느낌이다.
나도 이런 반응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걸로 끝낼 생각은 아니었다.
컹컹-
차원문 안에서 말순이를 불러냈다.
불 속성 몬스터인지라 그런지, 주변의 열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녀석이다.
“말순아, 너도 알다시피 지금 미심이가 좀 아프잖아?”
말 그대로 조금 아프다.
다만, 그에 반해 방귀 냄새가 극심할 뿐.
“미심이 치료하려면, 말순이 네가 좀 도와줘야 해. 할 수 있지?”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던전 공략이 불가능하다.
가족인 미심이를 치료하기 위한 화염초를 구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가족인 말순이의 도움이 절실했다.
컹컹-!
녀석도 대충 이해한 듯, 해맑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따악-!
손가락을 튕겨 신호를 주자.
동시에 말순이의 전용 특성이 발현됐다.
[ 말순이가 당신에게 전용 스킬 화염 방패를 사용합니다. ]
일전의 균열 던전에서도 미심이의 도움을 받아 전투를 진행했던 나였기에, 팀원들 모두 내가 소환사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 아닌 착각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말순이가 등장해 자신들에게도 특성을 사용해 주는 것엔 그리 놀라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말순이의 특성이 발현된 이후에는 반응이 달랐다.
내가 균열 던전에서 기여도 1위를 차지했을 때처럼 놀란 얼굴들이랄까.
[ ‘보호막’ 효과에 ‘화염 방패’ 효과가 결합 됩니다. ]
[ 시너지 특성 ‘화염 보호막’ 효과가 적용됩니다. ]
[ ‘화염 보호막’ 효과로 불 속성 저항력이 강화됩니다. ]
두 개의 특성이 결합해, 새로운 특성 효과를 만들어 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특성들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적게는 두 개, 많게는 다섯 개까지도 결합이 가능했다.
그 모든 걸 일일이 다 기억하기가 어렵긴 해도, 두 개의 조합식 정도는 회귀 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 낡은 방패가 특성 결합이 가능한 거였어?”
팀장님이 신기하다는 듯 방패를 살폈다.
자신이 극구 선택을 만류했던 이 방패가 새삼 달리 보이는 모양이다.
“막내, 넌 이 조합식을 어떻게 알고 있었어?”
“……화염 보호막 조합식은 협회 조합서에도 나와 있어요.”
“크흠! 그러냐?”
나를 대신한 이선호의 대답에 팀장님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인다.
앞서 언급했듯 조합서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긴 하다.
팀원들 모두가 이선호처럼 꼼꼼하게 서적을 뒤지며 공부하는 타입이 아닐 뿐이지.
물론, 조합에 필요한 특성들을 모두 갖추고 있기가 어려워 사용하기가 까다롭기는 했다.
“그나저나, 화염 보호막이면 던전 공략 무난하게 가능하겠는데요? 덕분에 더위도 느껴지지 않구요.”
“불 속성 저항력 덕분에 능력치 하락 폭도 줄었으니까, 뭐.”
화염 보호막 이전에 50%의 능력치가 하락했다면.
지금은 그 폭이 20%로 줄어든 상태다.
이 정도면 D급 던전 중 상급 난이도에 속하는 불개미 소굴도 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했다.
난도가 높은 이유가 바로 능력치 하락 때문이었으니까.
“불개미 소굴에 국한되는 아이템 특성이긴 해도, 저 방패 최소 B+급은 되는 거 아냐?”
“팀장님이 그랬는데. 준우 씨가 특수 장비고에서 제일 그지 같은 거 들고나왔다고. 근데, 이렇게 되면 그 반대 아닙니까?”
내가 고른 게 가장 좋은 아이템일 경우.
팀장님이 내 동생이 되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팀장님, 혹시 저한테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그, 그 방패 불개미 소굴 밖에 나가면 C급 수준이야. 그런데 무슨 내가 할 말이 있긴 뭐가 있다고…….”
눈치를 살피던 팀장님은 그대로 홱 돌아선다.
그리고는 괜히 혼잣말을 중얼거리신다.
“바쁜 현대 사회다. 빨리들 일하자, 일!”
던전 초입을 지나자, 미처 서울권에서 정리하지 못한 불개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이이이-!
우리는 곧장 마탄총을 꺼내 들어 전투에 임했으며.
팀장님은 보스에게 다다를 때까지, 내게 단 한 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다.
쳇.
형이라고 부르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하시지.
* * *
불개미가 팀장님의 주먹에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어느새 주변엔 성인 남성의 몸집만 한 불개미들의 시체가 가득했고, 화염 기둥의 열기 때문인지 고약한 냄새까지 동반됐다.
퍽! 퍽! 퍽! 퍽!
요란한 소리에 옆을 바라보자.
말순이가 쓰러진 불개미의 시체를 발바닥으로 후려치고 있었다.
“……말순아. 그거 죽었어.”
퍽! 퍽! 퍽! 퍽!
“이미 죽었다니까 그러네.”
미심이를 위한 일이라고 말했던 것 때문일까.
녀석도 돕고 싶었는지, 차원문 안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 나를 따라다니는 중이었다.
‘가끔 나와서 화염 방패만 사용해 줘도 충분한데 말이지.’
말순이를 보호하는 것쯤이야.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곧 눈앞에 모래로 쌓아 올린 듯한 벽이 나타났다.
여러 개의 커다란 구멍을 통과하면, 여왕개미의 안식처가 있을 터.
“막내, 넌 보스전에 빠져 있어라. 마무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불 속성 저항력까지 상승시켜 줬는데, 보스까지 잡아 달라고 할 순 없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우리끼리 보스 하나 공략 못 할까?”
“그렇다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다 함께 공략하는 게 수월하지 않나 해서요.”
“고작 D급 던전인데 무슨. 너 없어도 돼, 인마.”
“그럼 저 다른 팀으로 가도 됩니까?”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 마라. 나 운다.”
나는 힐끗 이선호를 바라보았다.
현장 경험이 다른 팀원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그다.
“아!”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선호가 움찔한다.
그리고는 이내 어색하게 미소를 띤다.
“저, 저 많이 강해졌습니다. 공부도 많이 했고…….”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기도도 열심히 해서, 코어의 구멍도 많이 메꿨어요. 자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보단 자신감이 생겼다는 거다.
마탄총을 꼭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마치 의지를 다잡는 것 같달까.
팀장님 말에 따르면 가끔 현장 뛸 때면, 항상 뒤쪽에서 지형 탐지 정도만 해 줬다고 하던데.
“빨리 마무리하고 집에 가자.”
팀원들이 전투태세를 갖췄다.
팀장님을 선두로 여왕개미의 안식처로 들어서자, 머리 위에서 괴기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키이이이이!
수십 마리의 날개 달린 불개미들이 침입자를 발견하고 일제히 하강을 시작했다. 머리 위에서 기습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
재빨리 방패를 들어 올린 후 보호막을 발동했다.
이내 말순이의 화염 방패 특성이 더해진다.
‘팀장님이 빠져 있으라 했으니, 일단 지켜보기나 해 볼까?’
팀원들 실력 좀 봐 볼 생각이다.
내가 이 팀에 오기 전에 어떤 식으로 전투를 해 왔는지.
“얘들아. 하던 대로만 하자, 하던 대로. 이 던전 처음도 아니잖아?”
머리 위를 응시한 팀장님이 질린 듯 혀를 내두른다.
개미들이 너무 많아, 보스를 찾기가 번거로울 텐데.
팀장님이 살며시 인상을 찡그리자, 부팀장님이 기다렸다는 듯 머리 위에서 하강하는 놈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염력을 사용해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개미들을 허공에 그대로 묶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 놈은 움직임을 봉쇄할 수 없었다.
보스답게 부팀장의 염력이 통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잘 보이시죠? 유일하게 움직이는 놈.”
오호?
보스를 걸러 내려고 그런 건가.
뭉쳐 있으면 구분하기가 힘들다.
보스에게 부팀장님의 능력이 효과가 없다는 걸 역이용한 것 같았다.
‘유일하게 움직이는 놈이 보스일 테니까.’
여왕개미가 자신의 밑에 있는 팀원들을 향해 쇄도했다.
그사이, 추재진 대원은 자신의 장점인 빠른 발을 사용해 여왕개미의 성 곳곳을 누볐다.
‘곧 깨어날 개미들의 알을 파괴해, 방해꾼을 미리 제거하려는 건가?’
예상대로.
굳이 팀장님의 지시가 없어도 제 역할을 잘 소화해 내고 있었다.
혹시나 미처 추재진이 발견하지 못하여 부화한 개미들은 고진희 대원이 재빨리 제거했다.
메인 딜러 역할을 수행할 팀장님이 보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키이이이!
하강하던 여왕개미가 턱을 움찔거린다.
불꽃을 가득 머금은 단단한 턱으로 침입자를 반 토막 내 버릴 생각인 듯했다.
하지만.
녀석이 입을 채 벌리기도 전, 팀장님이 빠르게 놈에게 달려가 주먹을 날렸다.
퍼억-!
턱 측면을 강타당한 여왕개미가 살짝 비틀거린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놈이 다시금 날개를 펄럭였다.
‘팀장님이 탐지형이라고는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은 절대 탐지형이라고 생각 못 할 거야…….’
팀장님이 가진 스킬 중 하나인 ‘급소 탐지’.
방금 그 급소 탐지로 녀석의 급소인 턱을 공격한 걸 거다.
덕분에 비전투형임에도 제법 위력을 낼 수 있었겠지.
물론, 팀장님의 전투 센스와 마력 방출 능력이 꽤 훌륭하기도 했다.
키이이!
팀장님의 맨주먹에 꽤 충격이 있었던 듯, 놈이 아까와는 달리 그의 주변을 빙빙 돌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좀 많이 아플 거다.”
그냥 맨주먹이 아니었다.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 주먹에만 집중시켰다.
‘무기보다 신체에 마력 방출을 사용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라고 했었지?’
신체가 타고난 마력 매개체랄까.
물론, 팀장님께만 적용되는 얘기였다.
“아직이냐? 이 새끼 갑자기 도망치면 번거로워지는데.”
팀장님이 힐끗 공현철을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스킬을 캐스팅하고 있는 그다.
“성격 급하시기는.”
이어, 공현철의 스킬이 캐스팅을 마쳤다.
팀장님의 몸 주변으로 푸른 기운이 일렁인다.
‘능력치 상승 버프인 것 같은데.’
보이는 것과는 달리, 공현철은 사제 계열의 버퍼였다.
안타깝게도 속성 저항 버프의 스킬은 없었지만, 능력치 상승 위주의 스킬들은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이게 광역 버프였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팀장님.”
“버프로 얼굴에 필터 씌울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겠냐? 그랬으면 네가 홍보 모델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팀장님도 성형시켜 드리고?”
“너랑 나랑 생긴 건 거기서 거기라니까 그러네.”
티격태격하는 것 같아도 합은 잘 맞았다.
다른 팀원들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꽤 만족스러웠다.
뭐랄까, 만약 앞으로 잘만 다듬어 준다면…….
‘회귀 전, 내가 이끌던 엑시스 공격대 수준까지 올릴 수 있을지도.’
팀장님이 지면을 박찼다.
보다 빨라진 속도로 주변을 돌고 있던 여왕개미의 날개를 왼손으로 잡아 쥐었다.
퍼억-!
그리고는 냅다 오른손으로 다시금 턱을 후려쳤다.
키이이이!
아까보다 더욱 강렬한 충격에 놈이 날개를 격하게 펄럭이기 시작했다.
이어, 팀장님은 여왕개미의 양 날개를 반으로 찢어 버렸다.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내가 유도 탄환을 챙겨 온 이유가 날개를 가진 놈들 때문이었는데, 그 날개를 잃은 여왕개미는 기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공현철의 버프가 지속되는 동안은, 지상 위에선 김강수의 샌드백이나 마찬가지였다.
퍼억- 퍼억-!
놈이 팀장님의 주먹을 얼마나 맞았을까.
여왕개미의 머리가 반쯤 함몰됐다.
‘역시 불꽃주먹.’
메신저에 이름을 그렇게 저장해 두길 잘했다.
팀장님과 너무 찰떡이지 않은가.
‘하지만, 방심하면 놈한테 반격의 틈을 줄 수도 있을 텐데.’
순간, 여왕개미의 찢어진 날갯죽지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내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 저게 반격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파앗-!
팀장님과 팀원들이 재빨리 화염을 피해 거리를 벌렸다.
화염이 사라지자, 다시금 놈의 날개가 재생된다.
보스가 가진 비장의 한 수 같은 것이랄까.
놈은 지금이 유일하게 도망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재빨리 날개를 펄럭였다.
키이이-
머리 위, 놈이 하강을 시작했던 그곳에 안식처가 있다.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면 상처 입은 신체 일부를 회복하는 것도 가능했다. 반격은 그 이후에 시작될 거다.
“슬슬 마무리하자.”
팀장님의 말에 공현철이 마탄총을 들어 올렸다.
마무리는 그의 역할인 듯했다. 멀어지는 여왕개미를 격추시키기 위해선 공현철의 마탄 사격 실력만큼 효율적인 게 없을 테니까.
‘팀장님께 죽어라 맞아 가지고, 아마 머리에 한 방만 적중시키면 죽을 것 같은데.’
저 앞의 공현철이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이상하게 바로 내 옆에서 탄환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갓준우! 갓준우! 갓준우!”
옆에 있던 이선호가 무슨 주문 외우듯이 내 이름을 세 번 외치더니.
타앙! 타앙! 타앙!
연달아 세 번을 발포했고.
키이이이-
세 발 중, 한 발이 여왕개미의 머리를 관통.
도망치던 여왕개미가 공중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해냈다! 제가 해냈어요, 준우 씨!”
“아, 네…… 잘하셨습니다.”
뭐지. 내가 마치 신앙이라도 된 느낌인데.
막타를 스틸 당한 공현철이 헛웃음을 쳤다.
“……잘생긴 내가 참는다.”
살짝 이상하긴 해도 나름 합이 잘 맞는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팀워크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단 괜찮은 것 같았다.
‘내가 너무 기대를 안 할 걸 수도 있겠지만.’
보스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는 사실에 심취해 있는 이선호의 앞으로, 조금 전 떠오른 홀로그램이 겹쳐 보인다.
[ 해당 던전이 공략되었습니다. ]
[ 1시간 후 소멸됩니다. ]
리셋이 아니라 소멸이라니.
서울권 녀석들 만약 진짜로 공사 치려던 거였으면, 실망이 꽤 클 것 같았다.
팀장님이 다가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살짝 거들먹거리는 느낌으로.
“내가 뭐랬냐? 막내 너 없어도 할 수 있다고 했지?”
팩트로 증명됐다.
어쨌든 보스를 처리했으니까.
“……아마 준우 씨가 전투에 참여했으면, 저희 이미 집에 가지 않았을까요?”
이선호의 저 말도 팩트다.
“근데, 막내 너 뭐 하냐?”
철수를 하지 않고 주변을 살피자, 팀장님이 다가와 물었다.
여왕개미 안식처 아래쪽에 개미 알이 모여 있던 자리를 살피는 중이었다.
“필요한 게 좀 있어서요.”
“그 요상하게 생긴 풀을 어디에 가져다 쓰려고?”
던전 공략과 함께 개미 알도 소멸했지만, 곳곳에 화염을 형상화한 듯한 붉은 풀들이 여럿 있었다.
이게 바로 화염초.
미심이의 얼음꽃 흡수를 촉진시킬 수 있는 재료였다.
“그냥 풀이 신기하게 생겨서 가져가는 거죠, 뭐.”
“그렇단 말이지?”
딱히 다른 곳엔 쓸모가 없는 풀이다.
그렇다고 얼음꽃을 구하는 게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팀장님은 그 풀 왜 뽑습니까?”
“막내 네가 가져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 혹시 모르니까 챙기는 거지.”
“그거 뭡니까? 저희 몰래 영약 같은 거 챙기시는 거 아닙니까?”
“나도! 나도 가져갈래!”
“저도 좀 챙길게요. 준우 씨가 가져가는 거면, 가져가서 나쁠 거 없을 거 같아서.”
진짜로 내가 신앙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런데 어쩌나. 진짜로 얼음꽃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관상용밖에 되지 않을 텐데.
밖으로 나오자, 던전 소멸에 충격을 먹은 듯한 표정의 서울권 사람들이 보였다.
팀장님이 그들을 향해 어깨를 으쓱이는 사이.
선화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 마님: 오빠ㅋㅋ
- 마님: 우리 공기청정기 더 조은 걸로 바꿔야 하는 거 아냐?
- 마님: 미심이 방구 냄새 점점 더 심해짐ㅋㅋㅋㅋㅋ 이젠 몸에도 해로울 것 같음
공기청정기까진 안 사도 돼.
그거 해결할 재료를 구했거든.
‘화염초로 미심이가 얼음꽃을 전부 흡수하게 된다면, 큰형님처럼 얼음 속성 스킬이라도 하나 생기려나?’
당장 정확히는 알 수 없겠지만.
기대는 해 볼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