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9화.행복 하자, 아프지 말고 (79/246)

◈ 행복 하자, 아프지 말고

며칠 전, 최 비서님께 연락이 왔었다.

- 혹시 홍보 모델 촬영 때 메이크업 필요하시지 않습니까? 저희 딸이 미장원을 하고 있는데, 괜찮으시면 제가 도움을 좀 드리고 싶어서 말입니다.

내가 가르쳐 드린 접대 장기로 꽤 만족스런 대국을 두셨는지, 괜찮다고 했는데도 굳이 도움을 주고 싶단다.

최종 촬영인 만큼, 선화도 자신보단 전문가의 손길을 받는 게 더 낫지 않느냐면서 도움받는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미장원이라길래, 나는 진짜 동네 미용실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부담 없이 받으려고 했건만.

촬영 당일은 오늘에서야 최 비서님이 말씀하신 미장원이 업계에서 최고로 잘나가는 샵이라는 걸 알게 됐다.

“선화 너는 알고 있었어? 최 비서님 따님이 그렇게 유명하신 분이라는 거?”

“당연히 몰랐지. 가끔 미장원 하신다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설마 멍크 전담 디자이너이실 줄이야. 오빠 진짜 복 받은 거야. 아무나 받을 수 있는 메이크업이 아니라고, 이게!”

돈 주고도 받기 힘든 메이크업이라는데.

메이크업을 마치고 나온 내 모습을 바라보며 선화는 황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빠, 우리가 이겼어. 이건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야.”

“그, 그 정도야?”

“완전 아이돌이야.”

“그래, 내가 오늘 너만을 위한 아이돌이 되어 줄게.”

“……제발 사람 많은 곳에서 그러지 좀 마.”

자기는 하면서.

왜 나는 못 하게 하냐.

나는 멋쩍게 웃으며 뒤늦게 거울 속 모습을 확인했다.

아이돌이라는 선화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는 거구나…….’

새삼 감탄했다.

과한 듯하면서도, 과하지 않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업계 최고가 괜히 최고는 아니겠지.’

순간, 먼저 촬영을 마치고 나온 정해성과 눈이 마주쳤다.

마치 뭐 씹은 표정인데 안색이 심히 좋지 않았다.

촬영 내내 사진작가님의 표정 피라는 말이 계속 들렸었는데, 설마 저 표정으로 촬영을 끝낸 걸까.

“전준우 헌터님.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내 차례가 되었고, 촬영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최종 촬영을 앞두고 집에서 선화와 표정 연습, 포즈 연습을 해 왔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았다.

확실히 첫 촬영 때보다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고 할까.

“우리 막내 헌터 때려치우고 아이돌 하는 거 아니냐?”

“그럼 곤란한 데요. 우리 팀 먹여 살리는 게 준우 씨인데.”

“그치? 너무 띄워 주진 말자. 갑자기 연예계로 튀어 버릴라.”

앞에서 팀장님과 팀원들이 숙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설마 제가 갑자기 아이돌 한다고 퇴사라도 하겠습니까.

촬영이 끝났다.

선화는 메이크업을 지우기 전에 이 모습을 남겨 두고 싶다면서, 후다닥 내 쪽으로 달려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셀카를 찍는 선화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회귀 전에도 선화랑 함께 메이크업하고 사진이라도 좀 찍을걸.

‘그러고 보니, 회귀 전엔 결혼식 말고는 스튜디오에서 사진 찍었던 적도 없었네.’

내가 나쁜 새끼지.

이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작가님. 혹시 저랑 아내랑 사진 한 번만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죠. 워낙 잘 어울리시는 두 분인지라, 예쁜 그림 하나 나올 것도 같고.”

사진으로라도 남기고 싶었다.

앞으로는 결혼기념일마다 이렇게 메이크업하고 사진 찍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선화가 대뜸 거울로 다가가 얼굴을 살핀다.

그러더니 뭔가 못마땅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화장에 좀 더 힘을 줄 걸 그랬나…….”

“살짝만 만지면 완벽할 것 같은데. 제가 해 드릴까요, 선화 씨?”

“워, 원장님께서요?”

“다 저희 아빠 잘 봐달라는 뇌물 아니겠어요? 호호!”

최예나가 선화를 데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선화는 여배우가 되어 나타났다.

“와아! 제수씨 미모 무슨 일이냐, 이게?”

“공현철 대원님, 아주 넋을 놓고 보시네. 침 좀 닦으세요. 홍수 나겠어요.”

“제가 언제 침을 흘렸다고! 단지, 연예인 실물 보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여기 손수건이요. 쓰고 버려요, 그냥.”

“……고, 고맙습니다.”

팀원들의 반응 속,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차마 예쁘다는 말로는 미모를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어때, 오빠? 뭔가 안 어울리지 않아?”

안 어울리긴.

메이크업이 선화 미모 빨 제대로 받은 것 같은데.

“야, 우리도 사진 한 방 찍어 달라 할까? 현수막 만든 김에 이거 들고 기념사진 어때?”

“팀장님, 제발 낄끼빠빠 좀…….”

“아재요…….”

“이 자식들은 내가 뭐 말만 하면 투덜투덜이야! 안 찍어! 안 찍으면 될 거 아냐! 내가 앞으로 너희들이랑 사진 같은 거 찍나 봐라!”

“삐치셨습니까?”

“내가 만약 너희들이랑 사진 찍잖아? 그럼 아주 성을 간다, 성을 갈아!”

선화와 촬영을 끝내고 팀원들과도 한 컷 찍기로 했다.

사진을 안 찍겠다던 팀장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최예나에게 다가가 메이크업 좀 해 줄 수 없냐고 묻고 있었다.

‘……면도나 좀 하고 오시지.’

얼마 뒤.

나는 사내 잡지 홍보 모델로 선정됐고, 잡지 메인에는 나와 선화가 함께 찍은 사진이 보기 좋게 걸려 있었다.

* * *

김강수는 모처럼 아내와 외식을 하는 중이었다.

얼마 전, 준우가 사내 홍보 모델로 선정됨에 따라 해당 부서 팀에 포상금이 주어졌다.

팀에 막내 하나 들인 후로 벌써 두 번째 포상금이다.

불판 위 소고기를 굽는 그의 어깨는 높이 치솟아 있었다.

막대 덕분에 와이프에게 떵떵거리는 중이랄까.

“많이 먹어. 당신 소고기 먹고 싶다 했었잖아.”

생각해 보니 막내가 팀에 들어온 이후부터, 묘하게도 와이프 잔소리 역시 줄어든 것 같기도 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내가 뭐든지 사 줄 테니까.”

“당신, 포상금 얼마 받았어?”

“응?”

“나한테 액수 속인 거 아냐? 왜 계속 뭘 사 주려고 하지?”

“이, 이 사람아, 내가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거지, 뭘 숨겼다고!”

눈치도 빠르지.

1/3 정도 숨긴 건 또 어찌 알았을까.

‘……그냥 입 다물고 있어야겠다.’

김강수는 얌전히 고기나 굽기로 했다.

자칫 비상금 숨겨 둔 거 걸릴 수도 있었으니까.

“느낌이 이상하단 말이야. 아무래도 숨기는 게 있는 것 같…….”

아내가 말을 채 잇기 전.

테이블 위, 김강수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빠, 빨리 받아! 지부장님 전화잖아!”

핸드폰 화면 속 상대방의 이름을 본 아내가 소리쳤다.

다행히도 지부장인 오동수의 전화로 화제는 빠르게 전환됐다.

‘지부장님이 왜 나한테 전화를……?’

경기 지부 내에서는 최고 관리자다.

김강수가 기동대 팀장직을 맡고 있다고는 하나, 딱히 이렇게 통화까지 할 일은 거의 없다.

보통 서류상으로 대화를 하는 게 고작일 뿐.

- 고생이 많아요, 김강수 팀장. 요즘 실적도 실적이지만, 그 외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참 기분이 좋습니다.

언급한 외적 일이라는 건 아마 준우의 홍보 모델 선정 건을 말하는 것일 터.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내 잡지가 대박이 터졌다.

국내에 국한되긴 하지만, 세계적인 헌터 관련 잡지인 헌트의 월간지 판매량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직 이번 달이 많이 남긴 했으나, 이 기세라면 이번 달 판매량만 봤을 때 헌트를 압살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벌써 품절 대란이 일어났으니까.’

사내 잡지이나 민간인에게도 판매가 되는 잡지다.

하지만 여태 판매량이 그렇게 높지가 않았기에, 저번 달과 같은 부수를 찍었건만.

- 오늘 증쇄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이게 다 김강수 팀장이 전준우 대원을 홍보 모델 예선에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 덕분이겠죠?

“하하핫! 제가 뒤에서 푸쉬를 많이 해 주긴 했었습니다! 응원차 현수막도 만들고, 팀원들과 함께 으쌰으쌰하면서…….”

오동수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잡지 수익금은 헌터 협회 소속 공무원들을 위한 자본으로 쓰이는 것이었고, 수익금이 많으니 본청에서도 오동수에 대한 포상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실, 준우와 선화가 메인으로 실린 잡지라고 해도 초반 파급력이 그리 강하진 않았다.

하지만.

엑시스 부마스터인 수재혁이 해당 잡지를 보고 있는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순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났다.

그 사진이 선화가 잡지 홍보 차원에서 강제로 찍어 올리게 만든 것이라는 사실은 아마 몇 사람밖에 알지 못할 거다.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진짜 수재혁 부마스터가 협회 잡지를 즐겨 보는 건지. 아무튼, 막내는 뭘 해도 다 된다니까.’

헌터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수재혁이다.

당사자는 SNS 같은 거에 관심이 없어서 길드에서 관리하는 오피셜 계정이었지만, 국민들에게 칭송받는 헌터인 만큼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어마어마했다.

-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김 팀장과 팀원들 모두 전준우 대원 홍보 모델 촬영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했었죠?

“예, 그렇습니다.”

- 잡지 메인에 걸린 사진 말입니다. 전준우 대원과 아내분이 함께 찍은 그 사진, 아이디어 누가 낸 겁니까?

“전준우 대원 아이디어였습니다.”

아이디어라고 할 것까진 없었다.

그냥 준우가 선화와 추억하고 싶어서 보너스로 찍은 사진일 뿐이었다.

단지, 가정적이고 화목한 분위기의 그 사진이 본청 홍보팀을 매료시킨 거다. 나아가 그게 독자들에게도 제대로 먹혔고.

- 참 대단한 헌터입니다. 헌터로서의 재능뿐만 아니라, 그쪽 방면에도 감각이 있을 줄이야.

그 말을 끝으로, 오동수가 전화를 건 목적을 드러냈다.

- 본청에서 팀원들의 포상금은 따로 지급해 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홍보 모델로 선정된 전준우 대원에겐 곧 리미트 아이템이 개인 포상으로 주어질 거구요.

하지만, 포상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 시간 나실 때, 전준우을 대원 제 방으로 좀 보내 주시겠습니까? 본청에서 주는 포상 말고, 지부장인 제 권한으로 따로 포상을 하나 더 얹어 주고 싶은데.

“아,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김강수는 잠시 정신이 멍했다.

지부장인 오동수가 취임 후에 누군가에게 이리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던가.

“뭐래? 당신 승진시켜 준대?”

아내가 소고기를 먹다 말고 물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준우가 계속 자신의 팀에 있다면 승진 같은 건 쉽게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나저나 부럽긴 했다.

아내와 사진 한 방 찍은 게 대박 터진 것은 물론, 그걸로 지부장인 오동수가 이렇게까지 챙겨주다니.

“……막내는 예쁜 와이프 둬서 좋겠다.”

김강수가 자신도 모르게 말을 흘리자.

“네 마누라는 못생겨서 싫고?”

“그, 그게 아니라, 막내가 제수씨랑 찍은 사진이 대박이 터졌잖아?”

“당신도 한번 터져 볼래?”

아내가 살며시 주먹을 들어 올리며 물었고.

외식을 끝내고 집에 돌아간 김강수는 자발적으로 숨겨 둔 비상금을 가져다 바치기로 했다.

* * *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이다.

내일 출근을 위해서는 지금쯤 잠들어야 하건만.

침대에 누워 옆을 바라보니, 선화는 여전히 바쁘게 지인들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잠도 없나.

“너도 그 잡지 봤구나? 부끄럽네. 아이, 그럼! 같이 찍은 사람이 당연히 우리 남편이지! 잘 생기긴 뭘, 그냥 메이크업 살짝 하고 찍은 건데 본판이 워낙 좋으니까…….”

“어머! 희진아, 오랜만에 전화했네? 아니, 내가 그냥 오빠 따라서 촬영장에 갔는데 글쎄, 작가님이 나보고 분위기가 좋다고 한번 찍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그러는 거야! 나는 창피해서 싫다고 했는데, 계속 부탁하는데 어쩌겠어!”

“여배우는 무슨, 호호!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니? 그래도 오빠 직장 동료분들이 예쁘다고는 해 주기는 했는데……에이! 그래도 여배우는 좀! 너무 띄워 준다!”

전화가 끊기지 않고 온단다.

잡지를 본 친구들과 친척들, 그냥 아는 지인들까지.

‘아닌 척하더니, 엄청 좋아한단 말이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처음엔 부끄러워하더니, 지금은 약간 자신의 인기를 나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형님 덕이 좀 크긴 하지.’

형님의 인스타그램이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잡지가 대박 나진 않았을 거다.

그나저나, 그거 광고라고 언급은 했으려나?

나는 선화의 통화가 모두 끝나기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레 허리를 감싸 안았다.

“미안, 미안. 나 때문에 시끄러워서 못 잤지, 오빠?”

“시끄럽다니. 자장가 같았어.”

얼마나 통화를 많이 했으면, 목소리도 쉬었을까.

그래도 표정만은 세상 행복해 보인다.

“연예인 체질인 거 같은데, 이참에 한번 해 볼래? 내가 팍팍 지원해 줄게.”

“연예인은 아무나 하나. 차라리 오빠가 하는 게 낫겠다. 친구들이 오빠 사진 보고 완전 아이돌이라는데?”

“내가 아이돌이 되면, 선화 너 그 꿈도 이룰 수 있겠다.”

“무슨 꿈?”

“연예인이랑 결혼하겠다는 꿈 말이야.”

“벌써 이뤘어. 이미 오빠가 내 연예인이 됐으니깐!”

선화가 배시시 웃으며 안긴다.

나는 그런 선화를 꽉 껴안았다.

향긋한 샴푸 냄새가 선화의 머리카락을 타고 전해진다.

심장박동이 자연스레 빨라지고, 분위기 또한 무르익는다.

자, 이제 이 행복을 맘껏 즐길 때인데…….

“오빠.”

문득 선화가 나를 살짝 밀어내며 물었다.

“혹시, 방귀 뀌었어?”

난데없이 이게 웬 분위기 깨는 소리란 말인가.

나는 멍하니 선화를 응시했다.

“시치미 떼지 말고. 뀌었으면 뀌었다고 사실대로 말해도 돼. 이제 슬슬 방귀 틀 때도 됐지.”

“아, 안 뀌었는데.”

“잡아떼네? 냄새가 나는데?”

선화 말대로 냄새가 나긴 했다.

그것도 제법 고약한 냄새가.

“나 진짜 아니라니까?”

“뭐야. 그럼 내가 뀌었다는 거야? 여태 오빠 앞에서 한 번도 뀐 적이 없는데?”

아직 방귀를 트진 않았다.

뭐, 딱히 거부감이 있다기보단 결혼생활의 환상을 지키고 싶어서랄까.

“아무튼 난 아니야.”

“오호라? 기어이 나한테 떠넘기시겠다? 오빠는 내가 이렇게 냄새 독한 방귀를 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봐?”

“아니지. 나는 선화 방귀 냄새가 꽃향기와 같을 거라고 결혼 전부터 생각하고 있…….”

말을 잇던 나는 슬그머니 아래쪽을 응시했다.

침대 끝, 미심이가 내 다리에 볼을 부비적거리고 있었다.

“얘가 왜 이래? 평소에 애교도 없던 애가.”

다른 아이들이 유독 애교가 많기도 하지만, 새침한 면이 있는 미심이었다. 오늘처럼 이렇게까지 부비적거리는 건 처음이었다.

스윽-

미심이 엉덩이에 살며시 코를 가져다 대 본다.

냄새의 근원이 바로 여기였다.

“미심이었네. 미심이가 뀐 거야.”

“하다하다 미심이한테 떠넘겨? 이야, 오빠 그렇게 안 봤는데 증말!”

“아이, 진짜라니까.”

“흐음. 미심이 방귀 냄새 이렇게까지 독하진 않았는데, 갑자기 그럴 리가 있나?”

“아무래도…….”

미심이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표정은 물론이요, 숨소리와 배의 움직임이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미심이가 아픈 것 같아.”

나는 서둘러 미심이를 품에 안고 응급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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