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4화.갱년기 (64/246)

◈ 갱년기

수태광은 최 비서와 장기를 두고 있었다.

함께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중이랄까.

매번 장기를 둘 때마다 최 비서에게 지는 수태광이었지만, 장기의 흐름을 보아하니 오늘은 잘하면 이길 수도 있을 듯싶었다.

“아, 참. 보고드릴 게 있었습니다.”

“보고? 무슨 보고?”

“사위분께서 얼마 전에 협회 교육 센터를 수료했다고 하더군요.”

“흐음, 굳이 그런 걸 보고하기까지 하고 그러나. 협회 교육 센터 따위 수료한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수태광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준우의 마음을 이해는 한다만, 아직도 자신의 스카우트를 걷어차고 협회에 입사한 것이 영 탐탁잖은 탓이다.

탁-

장기말을 내려놓은 수태광이 은근슬쩍 물었다.

“……당연히 수석으로 합격했겠지?”

“그렇습니다.”

“그렇겠지. 그 정도는 해 줘야지.”

“수석 합격자 인터뷰 영상 있는데, 혹시 보시겠습니까?”

“됐네.”

최 비서가 살며시 영상을 틀었다.

무관심한 척하지만, 회장님의 신경이 한동안 사위에게 쏠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탁-

수태광이 또다시 장기 말을 내려놓는다.

장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곁눈질로 영상을 살핀다.

하지만 이내 손을 휘휘 저어 댔다.

형식적인 인터뷰 같은 게 뭐 대단하다고.

영상이 진행되는 동안 수태광은 장기에 집중했다.

그러한 그의 관심을 다시 사로잡은 것은 준우에게 향한 단 하나의 질문이었다.

- 혹시 존경하는 헌터가 있습니까?

순간, 최 비서는 아차 싶었다.

이런 인터뷰 내용이 있었었지.

뚝-

“갑자기 영상은 왜 멈추나?”

“그, 그게…….”

“다시 재생시켜 보게.”

“이후로는 화질이 좀 안 좋아서…….”

“괜찮으니, 재생시켜 보라니까.”

모처럼 장기를 두며 여유를 부렸던 탓일까.

최 비서는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직감했다.

- 엑시스 부마스터인 수재혁 헌터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허허…….”

수태광이 헛웃음을 쳤다.

은근히 기대를 했던 것 같은데.

살짝 실망을 좀 한 모양이다.

뚝-

영상을 직접 끈 것은 수태광이었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웃으며 장기판을 응시했다.

“장기나 마저 둠세.”

“……아, 옙!”

“별거 아닌 일로 사람 속이 참 좁아지는구만. 아들놈한테 질투 같은 거나 느끼고 말이야.”

“……예?”

“껄껄! 나도 많이 늙은 것 같아. 은퇴할 때라도 됐나?”

“무, 무슨 말씀을! 아직 한창이십니다.”

“농담일세, 농담!”

웃고는 있지만, 섭섭해하고 있다.

최 비서는 그렇게 느꼈다.

‘……뭐, 사실 나이가 들긴 하셨지.’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건 최 비서 본인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손주 녀석이 자신보다 아내인 할머니가 더 좋다는 말에 제법 입맛이 뚝 떨어지지 않았던가.

정작 많이 놀아 주고, 업어 주고, 안아 주고 한 건 최 비서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마음이라 생각했다.

비슷한 정도의 작은 서운함 같은 거겠지.

‘일전에 회장님께서 남성 갱년기에 좋다던 영양제를 몰래 드시는 걸 보긴 했는데…….’

S급 헌터라 그런가.

갱년기마저도 같은 증상을 겪는 동년배 남성들보다 훨씬 늦게 온 것 같았다.

‘……S급 헌터의 능력치를 가지신 회장님이라도, 갱년기로 인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어찌 못하는 모양이야.’

최 비서 본인이 직접 겪어 보지 않았던가.

별거 아닌 일에도 참으로 서운하게 느껴지던 갱년기를.

“장군일세.”

숱하게 장군과 멍군을 반복한 뒤.

고민하던 수태광이 비장한 표정으로 장기 말을 내려놓았다.

수태광의 어깨 위로 증기가 피어올랐다.

감정의 변화로 인한 것이라기보단, 장기를 둘 때처럼 고심할 일이 있을 때 나타나는 습관 같은 거였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전 영상 때문인지 어딘가 모르게 증기가 더 짙게 느껴지는 최 비서였다.

“장기 두는 사람 어디 갔나? 장군이라니까?”

“흐음…….”

자세히 들여다보면 멍군 자리가 보이긴 한다.

최 비서가 고심하는 척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졌습니다, 회장님.”

단 한 번도 일부러 져 준 적이 없었다.

자존심이 강한 수태광이 눈치챈다면 오히려 더 분노할 것이기에, 항상 전력을 다해 장기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은 수태광에게 맞춰 주고 싶었다.

고민하는 모습에도 진정성이 있었고, 나름 티 안 나게 연기도 잘했다.

하지만.

수태광을 속이진 못했다.

“일부러 져 준 것 같은데?”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여기에 두면 멍군이지 않나?”

“……자세히 보니 그렇군요.”

“최 비서, 날 이렇게 섭섭하게 할 텐가?”

“……죄, 죄송합니다.”

접대 장기도 아무나 두는 게 아니었다.

그것도 실력이 있어야 하는 거지.

‘가만히 있었으면 반이라도 했을 것을 괜한 짓을 해서 회장님 기분을 더 상하게 만들어 버렸어…….’

의도치 않게 수태광의 기분을 더 망쳐 버렸다.

영상으로 인한 섭섭함에 자신이 섭섭함을 더 얹어 버린 셈이라고나 할까.

‘……좋은 방법이 없을까. 조금이라도 회장님 기분을 풀어 드려야만 하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서라도 섭섭함을 달래 드려야 했다. 그 또한 비서인 자신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회장님의 갱년기를 위해서.’

그 순간.

최 비서의 머릿속에 괜찮은 방법 하나가 떠올랐다.

* * *

용의 알이 흔들거린다.

알 안에 있는 녀석이 조금씩 움직이는 모양.

[ 대상과 가족이 되기까지의 예측 시간, 9년. ]

나름 홀로그램의 내용도 변했다.

전처럼 예측 시간을 알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선화는 알 표면에 그림을 그려 놨다.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왔던 투슬리스라는 드래곤의 얼굴로다가.

‘드래곤이라고 말을 해 주긴 했는데, 설마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줄이야.’

이해는 한다.

실제로 드래곤을 봤던 경우가 없을 테니까.

덕분에 알이 흔들거릴 때마다, 애니메이션 속 투슬리스가 날 보며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이 알에서는 드래곤이 태어날 거고.

그 드래곤은 결코 귀엽지 않을 거다.

만약을 대비해 알은 차원문 안에 두기까지 했다.

대형화 스킬을 사용한다는 드래곤이 있다고 들어서, 혹시라도 집이 무너질까 봐서다.

‘부화하기 전에 가족 구성원으로 만들어야, 그나마 유아기 때 원활하게 훈련을 시킬 수 있을 텐데.’

선화는 마냥 행복할 뿐이다.

알에서 부화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빨리 부화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이 투슬리스처럼 귀엽게 생긴 아이면 더 좋고.”

“……너무 기대하지 마.”

“내가 열심히 태교하고 있으니까, 분명 내 바람대로 될 거야.”

“사람이 어떻게 원하는 대로 다 가지며 사니.”

“난 그렇게 살 건데? 그래서 오빠도 내가 가졌잖아.”

“오우야! 훅 들어오네.”

선화가 내 볼에 입을 맞춘다.

그래, 정말로 귀여운 아이가 태어날지도 모르지.

드래곤은 신비한 존재니까.

반려몬 아이들과 차원문 안에서 한바탕 놀고, 집으로 돌아왔다.

막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던 찰나.

“최 비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가씨.”

손님이 찾아왔다.

무언가를 잔뜩 싸 들고.

“와아! 이게 다 뭐예요?”

“탐욕의 미궁 레이드 정산금과 아이템들입니다.”

고로, 전부 다 내 거라는 뜻이다.

업턴 현상까지 일어났던 나름 대규모 레이드였던지라, 정산 과정이 제법 오래 걸린 모양이다.

“그런데…… 이거 받아도 되려나요?”

“예?”

“저희 남편이 이제 공무원이 되어 가지구, 받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최 비서님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신지?”

“김영란법 위반이 아닌가 해서…….”

“아아!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던전 공략 날짜가 남편분께서 공무원이 되기 이전이기도 하고, 헌터 특별법 이후로 법이 개정돼서 이 부분은 법적으로 걸리는 게 없습니다.”

“확실한 거겠죠? 저희 남편이 워낙 청렴한 사람인지라, 조금 걱정이 되네요.”

선화는 계속해서 꼬치꼬치 캐물었다.

내가 그렇게 아내에게 청렴한 사람이었던가.

혹시라도 막 공무원이 된 내가 불법이라도 저지른 놈이 되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까 걱정을 하는 것 같았다.

‘난 생각지도 못했는데. 역시 마누라밖에 없구만.’

최 비서님이 엑시스 법무팀과 통화를 시켜 주고 난 뒤에서야 아내는 흔쾌히 정산금과 아이템을 받았다.

나는 아이템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쓸 만한 게 많았다. 미궁에선 부산물이 많이 나오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도.

“이거 제가 예상한 몫보다 좀 많은 것 같은데요?”

“조금 더 넣었습니다. 회장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셔서.”

그러자 선화가 훅 치고 들어온다.

“그럼 법적으로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될 사람인지라…….”

그만해도 될 것 같아, 선화야.

살짝 부끄러워지려고 한다.

“……문제없는 선에서 더 넣었습니다.”

“죄송해요. 최 비서님께서 이해 좀 해 주세요. 남편이 출근 첫날부터 해고당하거나 징계받는 건 원치 않아서.”

“오히려 회장님께서는 그걸 원하시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해고당하시면 저희 엑시스로…….”

“엑시스는 출퇴근이 불규칙하잖아요? 아빠도 그랬고, 큰오빠도 그렇고. 거의 매번 야근하는 거 어렸을 때부터 봐 왔거든요.”

“어라? 그건 협회 소속 헌터도 똑같지 않나요?”

“기동대는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사무실 근무로 알고 있어요. 균열은 자주 발생하지 않으니, 대부분 칼퇴근이죠. 빨간 날 딱딱 쉬고.”

“……역시 공무원이 그런 건 참 좋군요. 저도 이참에 이직을 고려해 봐야겠습니다, 하하하!”

선화가 기동대 입사에 찬성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길드 소속 헌터들과는 달리, 비교적 출퇴근이 지켜진다는 것.

그래야만 내가 직장을 다니고 늑대 인간의 배후를 쫓으면서도,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 또한 지켜낼 수가 있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현관을 나서려던 최 비서님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멋쩍은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저어 혹시 괜찮으시면…… 회장님께 문자 한 통 남겨 주실 수 있으실까요?”

감사하다는 인사를 뜻하는 것 같았다.

뭐, 그런 건 내가 알아서 잘할 텐데.

평소에도 전화를 자주 드리려고 하는 편이다.

문자도 자주 하는 편이고. 다만 전화는 금방 끊으시고, 문자는 답장이 없으시다는 게 좀 서운할 뿐.

“오해는 마시구요. 보내시는 문자에 문장 하나만 추가해 주실 수 있을까 하여 여쭙는 겁니다.”

“문장이요?”

“네. 회장님을 부르는 호칭 앞에 ‘존경하는’이라는 말이 붙어 있었으면 해서.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뭘까.

왜 저런 요구를 나한테 하는 거지?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흠, 흠! 그건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해서…… 아무래도 회장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고…….”

최 비서님이 돌아가자.

선화가 문득 물었다.

“오늘 무슨 날인가? 아빠가 존경받아야 할 뭐 그런 날 말이야.”

“장인어른이신데 꼭 그런 날에만 존경해야 하는 건 아니지.”

“오빠, 우리 아빠 존경해?”

“조, 존경하지! 당연한 걸 물어.”

“근데, 저번에 수료식 때 인터뷰에선 큰오빠를 존경한다고 했었잖아.”

에이, 설마.

진짜 설마 그걸 보시고 장인어른께서 서운해하기라도 하셨다는 건가.

‘말도 안 돼.’

아무렴 말도 안 된다.

내게 서운해하는 장인어른의 모습은 있을 수 없었다.

상상조차도 못 할 장면이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장인어른께선 절대 고작 그런 이유로 서운해하실 분이 아니다.

나는 달력을 빤히 살폈다.

혹시나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을까, 해서다.

“……이거였네.”

“최 비서님이 왜 그런 부탁을 했는지 알아낸 거야?”

“그런 것 같아. 우리 오늘 저녁은 나가서 먹자.”

나는 선화와 함께 외출을 했다.

장인어른의 기념 선물을 살 생각이었다.

* * *

명품 매장에 가서 정장 한 벌 샀다.

장인어른 사이즈야 눈치껏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런 게 센스라는 거지.’

달력을 살펴본 결과.

내일이 장인어른의 데뷔 30주년이었다.

헌터로서 업적을 남긴 날로부터.

“근데, 좀 이상하네. 내가 알기론 아빠가 공식적으로 헌터 데뷔한 날은 아직 두 달 정도 남았거든?”

“날 믿어. 확실하게 이게 맞아.”

공식적으로는 선화가 기억하고 있는 게 맞다.

던전 쇼크가 발생한 날이었다.

화염으로 순식간에 마수들을 쓸어 버렸고, 언론에서 화마라는 별명을 붙인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공식적인 업적이었고.

“장모님께서 고블린에게 위협을 당했다는 말 못 들어 봤어? 장 보러 가셨다가, 갑자기 시장에 고블린 무리가 나타나 가지고…….”

“흐음, 글쎄. 내가 태어나기 전이라.”

“아무튼, 그땐 장모님께서도 각성 전이셨거든. 장인어른께서 어디선가 영웅처럼 나타나 고블린 무리를 처리한 뒤에, 장모님을 번쩍 들어 안고 유유히 사라지셨지.”

“그게 아빠의 비공식 데뷔전이다? 근데,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긴.

회귀 전에 장인어른께서 술만 드시면 습관처럼 이야기를 꺼냈었다.

지난날, 장모님과 이혼하신 걸 후회하시며.

“형님이 전에 말씀해 주시더라.”

“큰오빠가 말해 줬다고? 그런데 왜 큰오빠는 아빠 데뷔전 안 챙겨?”

“형님께서 잘도 챙기시겠다.”

본인 데뷔 날도 모르는 사람이다.

게다가, 그런 거 챙길 센스가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오죽 센스가 없으면 김 비서님 선물 하나도 못 골라서, 나한테 매번 문자가 오겠는가. 차이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내가 직접 손편지 써 줄 테니까, 당신이 장인어른께 전해 줄 수 있겠어?”

“오빠가 직접 전해 주는 게 낫지 않아?”

“……손편지가 좀 부끄러워 가지고.”

데뷔 40주년에 장인어른께서 은퇴 선언을 했었다.

그리고 번복한 뒤, 45주년에 진짜 길드 경영에서 물러나셨다.

길드에서 유일하게 데뷔 행사를 했던 게 45주년 은퇴 당시였으니, 내가 그걸 잘못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튼, 선물을 마음에 들어 하셨으면 좋겠는데.’

이틀 뒤.

첫 출근날이 되었다.

선화가 어제 장인어른께 선물을 전달했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장인어른께’라고 시작하는 나의 손편지와 함께.

형님을 그냥 존경한다고 했으니.

장인어른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고 표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내 진심을 담은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여태 아무런 연락이 없으실까. 문자라도 한 통 보내 주실 법한데, 쩝.’

딱히 뭘 기대하고 드린 선물은 아니지만…….

설마, 진짜 선화의 말대로 존경하는 인물로 형님을 언급해서 나한테 섭섭함을 느끼기라도 하신 걸까.

‘정장이 별로 마음에 안 드셨나?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내가 분명 장인어른 스타일로 완벽하게…….’

카톡 친구 목록을 살펴봤다.

장인어른께 선물 잘 받으셨냐는 메시지라도 보내 볼까, 해서였다.

‘……어라?’

그때였다.

장인어른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사 드린 정장을 입고 찍은 셀카다.

이런 건 처음 본다. 셀카를 찍으셨다는 것 자체도 놀랍지만, 장인어른이 프로필에 본인 사진을 넣다니.

‘역시! 장인어른께서 고작 인터뷰 내용 같은 걸로 섭섭하실 리가 없지!’

놀라운 건 셀카 프로필뿐만이 아니었다.

< 존경을 받으며 산다는 것……. >

항상 공란이던 상태 메시지까지 함께였다.

뒤늦게 선물을 마음에 들어 하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감정 표현에 인색하셔서 고맙다는 말을 못 하신 것이리라.

“선화야, 나 다녀올게!”

장인어른께서 만족하신 것 같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협회 기동대원으로서의 첫 출근,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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