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반짝이는 게 좋아 (18/246)

◈ 반짝이는 게 좋아

“그거, 마석 탐지기 아닙니까?”

“맞아, 행보관한테 빌렸지. 이게 아까 전부터 계속 빛을 내고 있더라고. 근데, 이쪽으로 오고 난 뒤부턴 빛이 더 강해졌어. 이게 뭘 뜻하는지 알아?”

“그렇다는 건, 지금……?”

중대장 강선우가 주변의 나무들을 쓱 살폈다.

그리고는 미소를 띤 얼굴로 1소대장을 향해 말했다.

“이 근처에 마석이 존재한다는 거야.”

“마, 마석!”

“이 근처에 마석이 숨겨져 있을 만한 곳은 팔콘의 둥지밖에 없어. 거기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지만, 둥지가 여간 많은 게 아니란 말이지.”

꿀꺽-

1소대장이 마른침을 삼켰다.

등급과 품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억 단위를 호가하는 마석이었다.

“나도 전역하는 김에 퇴직금 한번 빡 땡겨야 하지 않겠어?”

“저,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만약 1소대장이 마석을 찾는 걸 도와준다면, 마석 값의 일부를 나눠 주도록 하지.”

“임무 중 습득한 전리품은 대대에 보고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1소대장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모를 일이야. 게다가 이 일이 퍼져 나간다고 해도 너무 걱정 마. 내가 총대 멜 테니까.”

이미 전리품을 슬쩍한 사례는 많다.

다만, 다들 묵과하고 있기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강선우의 선임들도 그러했다.

본인 역시 그 선임들에게서 배운 거고.

“하, 하지만…….”

“난 지금 엑시스 공격대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어. 그마저도 엑시스 측에서 먼저 스카우트 제안을 해 왔기에, 형식적인 면접에 불과하지.”

“……잘못 들었습니다?”

“나와 계속 좋은 인연을 이어 간다면, 내가 훗날 엑시스에 1소대장 자리 하나쯤은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얘기야.”

“저, 정말입니까?”

설레발이며, 터무니없는 얘기들이었다.

이제 막 엑시스 공격대에 발을 디딘 강선우에게는 너무나 먼, 또한 너무나 큰 미래였다.

“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뭐 찾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1소대장은 그의 말에 혹해 버렸다.

워낙에 단순하고, 사람을 잘 믿는 성격 탓이다.

강선우도 그걸 알기에 세 명의 소대장 중, 일부러 1소대장을 이번 일에 끼워 넣은 것이었다.

‘이렇게 멍청해서야. 군 생활이나 계속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쯧쯧.’

여러 개의 둥지 중.

마석이 들어 있는 둥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냈다.

1소대장이 찾아낸 나무.

그 아래 강선우의 마석 탐지기가 가장 밝게 빛났다.

“고생했어, 1소대장.”

강선우가 둥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염력 스킬을 사용해 둥지 안의 마석을 꺼낼 생각이었다.

“손 떼요. 그거 움직이게 되면 아마 죽을 거예요.”

그때였다.

어느새 나무 아래에 나타난 준우가 말했다.

팔콘의 알을 품 안에 꼭 안고서.

‘그자인가? 혼자서 던전을 공략한 것 같다던…….’

강선우가 준우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꼬리를 잡으려고 대기하던 헌터들.

던전이 공략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이미 해산했지만, 그들을 통해 전해 들은 내용이었다.

“팔콘의 알은 모형으로 속일 수 있지만, 마석은 바꿔치기하는 게 아예 불가능해요. 마석을 소지하고 있는 동안, 보스의 타깃이 되어 죽을 때까지 쫓길 겁니다.”

준우의 말에 강선우가 내심 실소를 터뜨렸다.

말도 안 되는 궤변이었기 때문이다.

‘마석을 가로채려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는군.’

준우가 뒤늦게 마석을 발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가의 마석인 만큼, 그걸 차지하기 위해 괜한 말들을 늘어놓는 것이라고.

“하핫! 던전이 공략됐는데, 어떻게 보스의 타깃이 된단 말씀이십니까?”

던전이 공략됐다.

그것은 곧 보스가 죽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연히 준우의 말이 신뢰가 가지 않을 수밖에.

“죄송합니다만, 아무리 던전을 공략하셨다고 한들 전리품에 대해선 먼저 찾은 저희 군에게 소유권이 있습니다.”

준우는 눈앞의 낯익은 얼굴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쳤다.

눈앞의 작자는 전부터 그랬듯, 도통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돈이라면 환장을 하는구나.’

ADT 공병 부대 대위 강선우이기도 하지만.

B급 헌터가 될 잠재력을 인정받아 엑시스 지방 공격대에 스카우트 된 자였다.

실력은 나름 괜찮은 덕분에 경기권 공격대 부대장까지 임했었고.

그러나.

실력이 있었음에도 불구, 해임당했다.

손버릇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드와 분배해야 할 던전 내 전리품을 횡령했었지.’

한두 번이 아니다.

발각되지 않았을 뿐 셀 수 없이 많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

준우는 강선우와 1소대장의 눈치를 살폈다.

‘둥지에서 마석을 빼내는 것만은 막아야 하는데.’

굳이 살려 두고 싶지 않은 강선우였지만 문제는 이곳에 있는 다른 군인들이었다.

군인들과 힘을 합쳐 우여곡절 끝에 히든 보스를 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날 터.

말로 설득이 안 된다면, 무력이라도 써서 막아야 했다.

하지만 숲의 신발을 보유한 준우가 아무리 빠르다 한들, 염력 스킬을 사용하는 공병 부대 장교들을 한 번에 제압하는 건 무리였다.

그 사실을 준우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결국, 기어이 사고를 치는구만.”

강선우가 손가락을 까딱하는 것만으로 둥지 안의 마석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둥실둥실 움직이던 마석이 그의 손안에 안착했다.

보란 듯이 손에 쥔 마석을 보여 주는 강선우.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보십쇼. 아무런 일도 안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개뿔.”

준우가 싸늘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동시에, 강선우의 그 미소 또한 사라졌다.

끼이이이!

괴기하고 거대한 울음소리와 함께.

주변 경계를 서고 있던 1소대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섞여 들려오기 시작했다.

* * *

히든 보스 포식자 팔콘.

비행기까지는 아니어도, 헬기 두세 개 정도는 합쳐놓은 듯한 크기였다.

놈이 날갯짓을 할 때마다 병사들이 어디론가 날아갔고.

커다란 부리에 공격을 당해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더, 던전 공략된 거 아니었어?”

“갑자기 보스 같은 놈이 왜 튀어나와!”

소대장이 부재중인 1소대는 혼란에 빠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상황.

끼이이이이!

난장판이 된 상황에 겁에 질린 병사들.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염력을 사용해서, 날개를 못 움직이게 해!”

누군가 소리쳤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일제히 스킬을 사용했다.

하지만 의미 없는 발악일 뿐이었다.

“아,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염력이 먹히질 않는 것 같습니다!”

‘무력의 시선’.

팔콘의 시선이 일정 시간 동안 대상에 닿아 있을 경우, 스킬이 무력화되기 때문이었다.

자칫 전멸할 수도 있는 상황.

그나마 다행인 건, 놈이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는 사실이다.

울창한 나무들과 둥지가 있는 곳.

마석을 손에 쥔 타깃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 이거 뭐야! 왜 나만 쫓아와!”

강선우는 죽을힘을 다해 뛰는 중이었다.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게이트가 있는 쪽으로.

하지만 머리 위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태였고, 금방이라도 놈의 부리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조금만 시간을 벌 수 있다면,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있을 텐데!’

이곳에 있는 부대원 중 유일하게 D급 헌터인 강선우.

그의 염력이라면 놈에게 먹히긴 하겠으나, 역시나 혼자서 제압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때, 나무 옆에서 숨어 있는 1소대장이 보였다.

살아남은 1소대 병사들과 함께 도망을 치려다, 팔콘이 다가오자 재빨리 은폐를 한 것이었다.

“1소대장! 지금 멍때리고 있을 때야? 지휘관인 날 지켜야 할 거 아냐!”

“하, 하지만 어떻게 저렇게 커다란 놈을……?”

“병사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지휘관이 살아 있어야, 너희들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거 몰라? 빨리 저놈을 막아!”

겁에 질린 1소대장은 미동이 없었다.

그저 거대한 팔콘에게 쫓기는 강선우를 지켜보기만 할 뿐.

‘강제로라도 1소대장을 움직여서 놈을 막는 수밖에!’

이를 악문 강선우가 손을 움직인다.

그의 손끝은 1소대장을 향해 있었다.

“어……?”

붕 떠오른 1소대장은 강선우의 방패가 되어 버렸다.

스킬을 사용해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팔콘의 공격 범위 안이었다.

“커헉!”

“나, 날 너무 원망하진 마. 우리 부대를 위해선 지휘관인 내가 살아 있는 게 여러모로 좋을 테니까.”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방패가 된 1소대장의 가슴이 팔콘의 부리에 뚫려 버렸다.

강선우의 명령을 따라 움직였던 병사들도 다수 치명상을 입은 듯했다.

‘이대로 쭉 달려서, 던전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강선우는 우선적으로 위기는 넘겼다고 생각했다.

1소대장을 방패 삼아 팔콘과의 격차를 벌렸으니.

그러나.

위기는 또다시 찾아왔다.

팔콘이 어느새 다시 그를 따라잡은 것이다.

콰앙!

팔콘의 날갯짓에 강선우의 몸이 나무에 처박혔다.

울컥 피를 토한 그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반대편 나무 아래.

준우가 팔콘의 시선을 피해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석 건들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커헉! 도, 도와주십…….”

“도와주고 싶지도 않지만,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한들 나도 저 녀석을 감당할 수는 없어요.”

말은 그렇게 하는 준우지만,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상황을 파훼할 최적의 방법을.

마석이 아닌 알을 건드렸다면, 던전과 동급인 E급 히든 보스가 등장했을 거다.

차라리 그랬을 경우, 귀찮아지긴 해도 놈을 잡아 볼 시도라도 해봤을 터.

하지만 마석을 건드린 지금은 버겁다.

이 경우에 등장하는 놈은 D급이며, 일반 보스가 아닌 히든 보스로서 훨씬 더 강한 놈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E급 히든 보스와는 달리, D급인 놈은 ‘시선류’ 스킬까지 사용하는 놈이 아니던가.

‘이래서 던전 안에 사람이 많으면, 방해된다니까.’

사람이 많으면 둥지를 건드릴 확률 또한 높아진다.

알을 건드렸다면 모를까, 지금은 마석을 건드려 버린 상황이고, 준우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혹시나 이런 경우를 대비해, 팔콘의 알만 빨리 챙겨서 나가려고 했던 건데…….’

미심이의 은신 사용 가능 횟수가 한 번 남아 있다.

5분간 은신이 지속된다면, D급 히든 보스라도 상대를 해 볼 법은 했다.

적어도 마력 방출을 사용할 수 있는 준우였고, 공격을 가해도 은신은 풀리지 않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팔콘이 사용하는 ‘간파의 시선’.

놈의 눈은 은신을 간파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냥 나 혼자라도 던전을 빠져나가는 게 최선인가.’

준우가 고심하고 있을 무렵.

강선우의 손이 움직였다.

스윽-

그가 쥐고 있던 마석이 두둥실 떠올라 준우에게 향했다.

어처구니가 없는지, 준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와서 마석을 나한테 떠넘기겠다고?”

강선우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는 발악은 모두 해봤다.

늦게나마 마석을 가지고서는 팔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이, 이자라도 저 무지막지한 팔콘 놈을 잡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마석을 내어 주고 이자를 미끼로 삼을 수만 있다면…….’

최소한 그 틈에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눈물까지 흘려가며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강선우.

애원하는 모습이었으나, 그 속내는 전혀 달랐다.

“자,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이거 최소 4억은 받을 수 있는 마석입니다!”

“압니다.”

“이걸 드릴 테니, 제발 살려만 주십쇼…….”

“능구렁이 같은 당신 속도 아주 잘 알고.”

“……?”

“누굴 바보로 아나. 그쪽은 내가 호구로 보입니까?”

대신 표적이 되어 달라는 뜻을 준우가 모를 리가 없었다.

도대체 1회차에는 강선우가 어떻게 살아남은 건지.

‘어쩔 수 없어. 자업자득이야. 보다 많은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는 팔콘의 미끼가 되는 수밖에.’

굳이 누군가 미끼가 되어야 한다면, 이 사달을 만든 강선우가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이었다.

캬앙-?

준우가 냉정하게 돌아선 그때.

살짝 찢어져 있던 가방 틈 사이로, 미심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지금 너 나올 때 아냐. 위험하니까, 들어가 있어.”

미심이의 시선이 허공에 떠 있는 마석으로 향했다.

갑자기 눈동자가 휘둥그레지는 녀석.

캬앙-!

폴짝 뛰어오른 미심이가 허공의 마석을 낚아챘다.

그 순간,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뒤늦게 마석을 찾아낸 팔콘이 준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준우의 가방을 향해 있었다.

“미, 미심아? 그거 빨리 내놔.”

캬앙!

“빨리 내놓으라니까! 자칫, 너랑 나 다 죽는다?”

캬앙!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한데, 이렇게 갑자기 마석을 낚아챌 줄은 생각 못 했다.

‘그, 그냥 튈까?’

준우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숲의 신발이 있다지만, 팔콘의 날갯짓 몇 번에 바로 따라잡힐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끼이이이이!

준우를 위협하듯 팔콘이 포효했다.

동시에 준우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 미심이가 당신에게 전용 스킬 중급 은신을 사용합니다. ]

[ 은신 효과는 10분간 지속됩니다. ]

‘어……?’

설마, 미심이가 상급의 마석발이라도 받은 걸까.

은신 스킬의 등급 상승과 함께 지속 시간이 늘어났다.

끼이이-?

그리고 팔콘은 은신 상태의 준우를 못 찾는 듯했다.

중급 은신은 간파의 시선으로도 감지가 안 되는 모양.

‘……잘하면, 잡을 수도 있겠는데?’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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