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0.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시피 우리 세상, 그러니까 세상 무적함대Armada에 전지전능한 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수호의지라 불리는 시스템의 관리자가 존재할 뿐이다.
동물신들은 수호의지가 아니다. 그들은 수호의지를 대신해 이 세상을 수호하는 일종의 대행자에 불과하다. 조약한 비유지만 이 세상을 정원으로 가정한다면, 수호의지는 정원사이고 동물신들은 그런 정원사들이 사용하는 가위나 칼 같은 도구에 해당한다.
수호의지들은 일반적으로 개인 의사를 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들은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이 세상의 유지와 순환에 일조한다.
동물신들은 오랜 옛날부터 인류와 함께했다. 황금의 시대부터 시작된 인연은 존자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존자 전쟁이 시작되자 동물신들은 인류를 버렸다. 그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단 하나의 신, 인간을 지키는 강아지 미티어 블루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동물신들의 배신 아닌 배신에 인류는 격렬하게 분노했다. 나는 그것이 기실 분노라기보다는 상실감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겠다.
본제로 돌아가, 동물신들은 존자의 무리들로부터 인류를 수호하지 않았다. 나를 비롯한 인류는 당황했다. 그간 동물신들은 인간들 간의 싸움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범인류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나 인류를 수호하기 위해 앞장서곤 했기 때문이었다.
은의 시대에 하늘의 재앙이라 명명한 거대 운석이 낙하할 때도 그랬고, 청동의 시대에 일어난 대규모 지각변동 때도 그러했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인류의 위기 때마다 동물신들은 항상 인류를 지켜 주었었다.
그렇다면 동물신들은 왜 갑자기 변덕을 부린 것일까. 어째서 존자의 무리들로부터 인류를 지키기를 거부했을까.
동물신들의 수장인 용신 레드 저지먼트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동물신들을 모두 이끌고 수호의지들이 잠들어 있다는 약속의 땅으로 떠날 때까지 침묵으로만 일관했다.
견신 미티어 블루는 존자 전쟁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동물신들 사이에서 추방당했다. 인류의 하나뿐인 수호신은 이제 다시는 약속의 땅으로 돌아가지 못할 운명에 처했다.
나는 의아했다. 어째서 견신 미티어 블루가 그렇게나 큰 처벌을 받은 것일까. 전쟁에 관여하지 말라는 레드 저지먼트의 명을 어겼기 때문에?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상당히 위험한 가설을 하나 제시하고자 한다. 그 가설은…….
― 영웅의 시대, 하멜 중령의 일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