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221화 (221/235)

<강철 소방대 221화>

221화. 복귀 (2)

화창한 햇빛이 내리쬐는 아침.

서울시 내의 큰 행사를 주관하는 시청 대강당에는 오랜만에 소방청의 마크가 걸렸다.

<2017년 명예 소방관 표창 수여식>

단상에 걸려 있는 현수막의 내용처럼 올해의 명예 소방관에 대한 표창 수여식이 열린 거였고, 그 수여식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자리였다.

“은평소방서의 이성하 소방교는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십쇼.”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제복을 입은 이성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영광이에요.”

“아닙니다.”

그렇게 올라선 이성하를 한 노년의 남성이 환한 표정을 지으며 반갑게 맞이했고, 그 남성의 신분은 이번에 새로 임명된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

“표창장. 위 소방공무원은 평소 맡은바 직수를 성실히 수행함은 물론, 타의 모범이 되는 행동으로 시민들에게 소방관에 대한 신뢰를 더 끌어 올렸으며, 특히 연수 기간에 미국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국가의 이미지에도 큰 공헌을 한 바가 있어 이에 표창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이성하 소방교.”

그간 이성하가 미국에서 보여 준 엄청난 행적에 대해 한국에서도 그 공을 치하하기 위한 표창 수여식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이 표창은 장관상인 만큼 특별한 포상이 하나 있었다.

“아, 이제는 이성하 소방장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슬쩍 웃으며 덧붙이는 장관의 말처럼 승진이라는 큰 포상이 따라붙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성하 소방장.”

“감사합니다!”

그 때문에 미리 준비된 소방장 계급장을 장관이 이성하의 어깨에 직접 달아 주는 계급 수여식까지 진행됐으며, 그에 시청 대강당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짝짝짝짝!

“와아아아아!”

“최고다, 이성하 소방장!”

“축하한다, 최연소 소방장!!”

일제히 일어나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지르는 소방관들의 모습처럼, 소방청 역사상 최연소 소방장이 탄생한 감격적인 자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 누구보다 기뻐해야 할 은평대는 아무 말도 안 한 채 그저 조용히 박수만 쳤다.

짝! 짝! 짝!

묘하게 살기 어린 박자로 뚝뚝 끊어지게 박수를 쳤고.

“이만 표창 수여식을 마치겠습니다.”

표창식이 끝났다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허석훈과 도성민이 바람같이 움직였다.

“야, 빨리 가자. 실어.”

“네, 선배님.”

이성하와 해결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 잠깐만요.”

그에 이성하가 당황한 표정으로 반항했지만.

“잠깐은 무슨. 빨리 타. 새끼야.”

퍼억.

“아, 아파요!”

거칠게 차 안으로 쑤셔 넣는 허석훈의 손에 그대로 미리 대기하고 있는 차 안으로 밀려갔으며.

“동민아, 출발해.”

“네, 부장님.”

부르릉.

“왜, 왜 그래요!”

타자마자 출발하는 차에 이성하가 당황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허석훈은 그에 대답하지 않았다.

쉿.

그저 두 번째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며 웃음만 지었다.

“동민아, 너무 느리다. 빨리 가자.”

“네, 부장님.”

단지 가면 알게 될 거라는 은은한 눈빛만 던지며 운전하는 마동민을 독촉했고, 그렇게 달린 차가 도착한 곳은 은평대의 보금자리인 은평소방서였다.

“자, 성하야 웃어야지. 사람들 보고 있잖아.”

차에서 내릴 때는 탈 때와 달리 온화한 웃음을 지은 허석훈이었지만, 그건 사무실로 들어갈 때까지만이었다.

철컥.

“야, 빠따 가지고 와.”

사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허석훈이 바로 크게 팔을 휘저으며 무기를 찾았다.

“선배. 말로 해요. 말로.”

그에 이성하가 다급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보이며 뒤로 물러났지만.

“선배? 님자는 어디 갔어? 이제 같은 소방장이다 이거야?”

그 말에 허석훈은 오히려 눈에 쌍심지를 키며 바로 책상에 놓여 있던 서류 뭉치를 집어 들었고, 그 뒤로 이어지는 건 이성하에 대한 매타작이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래, 친구 먹어라, 이 새끼야.”

퍼억.

허석훈이 집어 든 서류 뭉치를 그대로 말아 이성하의 팔을 후려쳤다.

“아, 아프다니까요!”

“아파? 넌 더 아파야 돼, 인마.”

퍼억, 퍼억.

아프다며 도망치는 이성하의 뒤를 끝까지 쫓아가며 서류 뭉치로 연신 내려쳤으며.

“대, 대장님 좀 말려 주세요.”

그에 이성하가 다급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권일섭의 뒤로 숨으며 도움을 청했지만, 권일섭은 이성하의 편이 아니었다.

휘익.

“뭐 하냐, 더 세게 안 때리고.”

오히려 더 세게 때리라며 숨은 이성하의 앞을 그대로 틔워졌다.

“티, 팀장님.”

그 때문에 다음으로 말려줄 김필주를 바라봤지만.

“부산.”

그 온자한 김필주 역시 이번에는 안 된다며 냉정히 고개를 저었고, 그 때문에 이성하는 억울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아니, 부산 간 게 그렇게 큰 죕니까?”

놀러 갔다면 모를까 부산에 간 건 해운대에 사는 형수를 만나기 위함이라서였다.

오성수와 식은 못 올렸지만 친정인 부산으로 내려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형수 정유경을 만나러 간 거였고, 그래서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놀러 간 게 아니라 형수 만나러 간 거예요! 조카 볼 겸!”

동료들도 정유경이 부산으로 내려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실은 잘 알기에, 겨우 부산에 내려간 걸로 오랜만에 만난 자신을 이렇게 타박하는 것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성하는 그것 때문에 혼난 게 아니었다.

“야, 인마. 누가 형수님 거기 계신 거 몰라서 그래? 우리한테 연락을 안 했잖아. 연락을.”

도성민이 엄포를 놓듯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선배님. 그래도 연락은 주셔야죠. 우리가 선배님 한국에 계신 걸 모르는 게 말이 돼요?”

마동민 역시 그런 도성민의 말을 옆에서 거들며 연락도 없이 부산에 내려간 것에 서운함을 표했고.

“아니, 그게 마지막 훈련 중에 핸드폰이 박살 나서 연락할 방법이 없었어.”

그 원성에 이성하가 다급한 표정으로 변명해 봤지만, 그건 씨알도 안 먹힐 말이었다.

“얼씨구, 그런데 김민정 선생한테는 연락을 했어요?”

허석훈이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훅 들어왔다.

“제수씨에게 전화해 봤더니 제수씨도 알고 계시더구나.”

권일섭 역시 더 변명해 보라는 듯 이성하의 어머니를 언급했으며.

‘아니, 엄마랑 민정 씨 번호는 외우지만 내가 선배들 번호를 왜 외우냐고!!’

그런 선배들의 말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성하는 바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냥 미안하다고 그래. 그거 말하면 분명히 은평소방서 번호 모른다고 따진다.]

렉스의 말처럼 미래가 보여서였다.

휘잉휘잉.

여전히 손에 들고 있는 서류뭉치를 자신의 앞에서 흔드는 허석훈의 모습에.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잘못했습니다.”

빠른 사과만이 맞을 매의 숫자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깨닫고 바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물론 진짜 미안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조금 서운했다, 성하야.”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눈앞에 있는 김필주에게만은 정말 미안했다.

“우리도 가족이야. 가족끼리는 연락해야지.”

언제나 지금처럼 따스한 표정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이가 팀장인 김필주였기에.

“……죄송합니다, 팀장님.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

“그래.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네, 그럴게요.”

김필주에게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으니까.

하지만 한 명에게만큼은 미안하지 않았다.

“에이, 그러면 제가 뭐가 돼요?”

이성하의 앞에서 아쉬움을 표현하는 허석훈이었다.

“아, 몇 대는 더 때려야 되는데.”

이렇게 판이 쉽게 정리된 것에 아쉽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면 허석훈은 그것 때문에 서운한 게 아니었다.

[쟤 너만 승진한 거에 삐졌어.]

‘그쵸? 그게 맞죠?’

어이없다는 투로 말하는 렉스의 말처럼 분명 자신의 승진 때문에 감정을 담아 서류 뭉치를 휘두른 게 분명했고, 그 생각은 정확했다.

“야, 니들 이성하한테 부장이라고 부르지 마.”

“네?”

“아, 몰라 괜히 기분 나빠. 나 부장 다는 데 6년이나 걸렸는데 왜 재는 4년이야. 이건 뭔가 잘못된 거야. 안 그래?”

“하하하…….”

바로 도성민과 마동민을 불러 호칭 문제로 툴툴대는 걸 보면, 늦어지는 진급에 대한 불만을 이성하에게 푼 게 확실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마음속으로 잠깐만. 아주 짧게 허석훈에 대한 욕을 퍼부었다.

‘어이구, 이 화상아.’

현장에서는 항상 듬직한 모습으로 자신을 챙기는 선배이지만, 어떨 때는 이렇게 애 같은 모습으로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게 허석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허석훈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에이, 그래도 후배들 챙기는 건 저놈만 한 사람이 없잖아.]

‘그건 그렇죠.’

렉스의 말처럼 누구보다 후배들을 챙기는 사람이 허석훈이었다.

후배들을 책임지는 부장의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야, 동민아. 너 근데 다리는 괜찮냐?”

“아, 이거요? 이제 다 나아서 괜찮아요.”

“괜찮은 거 맞아? 너 저번에 보니까 다리 조금 절더만. 그거 괜히 무리하지 말고 치료할 때 확실히 치료해라. 안 그러면 나중에 또 다친다. 알겠냐?”

“넵!”

지금처럼 툴툴대면서도 후배들을 각별히 챙기는 사람이 바로 3팀의 부장 허석훈이었고, 이번에 내려간 부산에서 그걸 다시 한번 느꼈다.

“석훈 선배가요?”

“네, 성하 씨. 죄송하게도 저랑 윤서 때문에 매달 내려오세요.”

부산에 가서 오랜만에 얼굴을 본 형수가 허석훈이 매달 시간을 내서 내려온다고 말해 줬다.

“매달이요?”

“네, 매번 음식 같은 거 엄청 싸 오셨었어요. 성수 씨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야 한다고 하면서요.”

그것도 순직한 오성수를 대신해 임신 중인 정유경과 아기를 위해 매달 음식까지 싸서 내려간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이성하는 피식 웃으며 허석훈을 바라봤다.

“뭐야, 불안하게 왜 웃어?”

저 툴툴대는 선배가 너무 좋아서였다.

“오랜만에 봐서 좋아서요.”

“미친놈아. 덜 맞았냐?”

겉으로는 툴툴대며 머리 아플 때도 간혹 있는 선배지만, 김필주의 말처럼 평생을 함께할 또 다른 가족이 그였기에.

“네! 더 때려 주십쇼!”

“꺼져. 갑자기 왜 이래!”

“좋아서 그렇죠. 하하하.”

실실대는 얼굴로 그런 선배를 부둥켜안았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허석훈과 오랜만에 정을 나누며, 뒤에 있는 권일섭을 돌아봤다.

“아참, 대장님. 특수재난구조대는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이성하의 미국 연수를 결정하게 했던 특수재난구조대의 이야기였다.

“들어 보니까 노 본부장님이 거의 다음 대 소방총감으로 가장 유력하다면서요. 그럼 우리 그쪽으로 시험 보는 겁니까?”

노상일 본부장이 이성하에게 약속했던 특수재난구조대의 창설 문제를 권일섭에게 물었고, 그렇게 물어보는 이성하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작게는 대한민국. 그리고 크게는 세계까지 커버할 수 있는 구조대라고 했어.’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최고의 구조부대가 한국에 만들어지는 것에, 깊은 기대를 갖고 귀국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성하의 표정은 순식간에 깨져 버렸다.

“그게 좀 오래 걸릴 거 같다.”

“네?”

“위에서 인준이 나지 않고 있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