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소방대 220화>
220화. 복귀 (1)
2017년의 대한민국은 아직 해가 다 지나지 않았음에도 굉장히 다사다난한 해로 기록되고 있었다.
- 피청구인 대통령 김지혜를 파면한다.
정치적으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김지혜가 탄핵 심판을 받아 물러나는 일이 있었으며.
- 드디어 오랜 기간 물속에 잠겨 있던 청운호가 무려 1080일 만에 귀항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슬픔을 안겼던 청운호가 3년 만에 뭍으로 인양되는 일이 있었다.
<인천 8세 여아 유괴사건>
<사드 본격적 배치>
<거제 삼정중공업 크레인 사고>
<북한, 동해상으로 4발의 탄도 미사일 발사>
그 외에도 잦은 사건 사고가 발생해,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부분이 절정에 달해 있는 상황.
하지만 나쁜 일만 있던 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아이언 맨. 미국에서도 일내다!>
그렇게 사회가 시끄럽게 되기 이전에, 작년에 국민들을 즐겁게 만들었던 이성하의 소식이 있었다.
- 속보입니다. 이틀 전 미국의 산타클라리타 지역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는데. 그 화재를 이성하 소방관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막아 냈다고 합니다.
바로 미국 전역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산타클라리타 화재에 대한 소식이 한국으로도 전해진 거였고, 그에 한국 역시 열광의 도가니가 된 건 당연했다.
- 미친 ㅋㅋㅋ 미국 애들 반응 봄?
산타클리라타 화재를 경험한 미국 네티즌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 아이언 맨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 거였네.
-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지? 이 친구 교육받으러 온 거 아니었어?
- 오늘 난 에베레스트 히어로의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어. 가슴이 너무 두근두근해.
- 맨유의 박 이후로 리는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두 번째 한국인이야.
- 왜 우리 미시간에는 저런 소방관이 없지? 이봐, 리. 다음 연수는 우리 주로 오지 않을래? 내가 맥주 한잔 살게.
- 아니야, 다음은 우리 오리건주로 와. 우리 오리건이 미인들이 많다고!
말투는 다르지만, 작년 한국 국민들이 보였던 반응을 그대로 보여 주는 미국 국민들의 반응에.
“미쳤네! 오늘은 한잔해야겠다.”
“그럼 마셔야지!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더!”
“캬, 샷다 내려! 나 오늘 집 안 가!”
한국의 이곳저곳에서 오랜만에 주모를 찾는 소리가 울려 퍼진 거였고, 그 반응은 몇 달 뒤 최고조에 이르렀다.
- 님들 지금 인터넷 보셈! 시카고 테러 중계되는데 이성하 또 나와요!
테러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 세계로 중계되던 시카고 현장에 이성하의 모습이 또 등장해서였다.
- 저와 1팀이 먼저 길을 뚫고 그 뒤로 다른 팀이 붙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30층까지 도달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 옛썰!
누가 봐도 든든한 모습으로 현장 소방관들을 지휘하며 불길이 일어나는 건물로 진입하는 모습에.
‘제발, 제발.’
‘모두 무사해라. 이성하가 있으면 할 수 있다.’
모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미국의 재난이 해결되길 응원했고, 잠시 후.
콰콰쾅!!
“서, 설마…….”
“아니지? 아닌 거지?”
건물 상공에서 폭탄이 터지는 모습에는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표정이 이내 흥분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아닙니다! 살아 있습니다! 헬기가 내려옵니다! 산타클라리타의 영웅이 살아옵니다!
목이 터져라 이성하의 생존을 알리는 기자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타타타타타.
- &*$#*$&!
그 말처럼 헬기에 매달린 채 뭐라 소리치며 내려오는 이성하의 모습이 영상으로 나옴에.
“이예에에에에!!”
“이거지! 이래야 이성하지! 이게 우리 아이언 맨이라고!”
모두 아이처럼 기뻐하며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던 것이다.
그 때문에 최근 한국의 최고 관심거리는 이성하의 복귀 문제였다.
- 근데 아이언 맨. 곧 돌아올 때 되지 않았어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성하의 연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서였다.
<이성하 소방관. 한국으로 돌아온다.>
<6개월 교육 마치고, 1개월의 추가 연수 이후 한국으로 복귀하는 이성하 소방관.>
<소방청. 이성하 소방관의 복귀는 늦어도 8월 예정.>
휴가까지 포함해 총 8개월의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성하의 소식은 이미 널리 알려진 상황이었기에.
- 곧 옵니다!
- 크으으으. 드디어 영웅이 돌아오네요.
- 다른 소방관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이성하 있으면 더 든든함.
- 당연하죠.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이미 수차례나 대형 참사를 막아 낸 영웅이잖아요.
- 영웅 컴백! 이제 우리 다시 이성하 보유국으로 돌아가네요.
- 간만에 생각나서 다시 위 워 솔져스 재방 보는데, 역시 진국이네요. 우리는 이성하가 있어야 돼요.
다들 이성하의 복귀를 기쁜 마음으로 고대하는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말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요즘 편해서 좋았는데 그놈 돌아오면 다시 비상근무 체제로 돌아가는 거 아니에요?”
줄어드는 달력의 날짜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은평소방서의 소방관들이었다.
“끄응. 벌써 그렇게 됐어?”
“네. 일주일 남았어요. 좋은 날 다 갔습니다.”
“하…… 그럼 비상 맞네. 이제 다시 죽음이네.”
이성하의 복귀 날이 표시된 달력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미래를 그리는 거였고, 그런 동료들의 말에 같이 앉아 있던 구조3팀은 부정을 못 했다.
아니, 더 절실히 느꼈다.
“재난 제조기가 오는구나.”
어느덧 소방관들 사이에서 공식 재난 제조기로 인정받는 이성하의 위명 때문이었다.
“아…… 정말 싫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는지 한쪽에 앉아 있던 허석훈이 두 눈을 질끈 감았고.
“에이, 그래도 후배 오는데 싫은 게 뭐냐. 싫은 게.”
그 말에 김필주가 미소를 지으며 이성하를 옹호했지만.
“싫을 만하지. 나도 싫은데.”
권일섭이 그런 김필주의 말을 툭 자르며 들어왔다.
“저도 대장님 말에 동감합니다!”
“사실 성하 선배가 재난 제조기라는 건 뭐…….”
한쪽에 앉아 있던 도성민과 마동민 역시 각자의 반응으로 그런 선배들의 말에 동의 의사를 밝혔으며.
“에이, 그래도……”
그래도 내 새끼라는 생각에 김필주가 어떻게든 옹호해 보려 했지만,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 대단한 일입니다. 콜로라도의 화재 때도 이성하 대원이 있었다죠?
마치 타이밍을 기다리기라도 했듯 TV에서 툭 치고 나오는 소식 때문이었다.
- 네, 맞습니다. 당시 인명 피해가 없어서 크게 화제가 되지는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현장에 이성하 대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이성하 대원은 휴가 중이었는데, 산불에 고립되는 마을의 상황을 알고 즉각 개입해서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 전, 미국 콜로라도에서 발생한 거대 산불 현장에 이성하가 있었다는 뉴스 보도가 나오는 거였고, 그에 김필주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흠흠…… 심하긴 하네.”
그로서도 더 이상 커버를 칠 상황이 아니란 걸 직감해서였다.
“심해요? 저건 심한 정도가 아니고 재앙 수준이에요!”
“맞습니다, 팀장님. 남들은 1년에 한 번이면 많이 만났다고 할 수 있는 참사 수준의 재난을 어떻게 6개월 동안에 3번을 만나냐고요. 내가 어쩐지 이상하다고 했어요. 작년에 우리가 개고생한 거 다 저놈 때문이라고요.”
말을 하기 무섭게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열변을 토하는 허석훈과 도성민의 모습에.
“쩝…….”
더 뭐라 할 말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때였다.
- 속보입니다. 현재 해운대에 이안류가 발생해 수명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바다로 밀려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다급한 기자의 목소리처럼 수명의 사람들이 빠르게 먼바다로 밀려나는 상황이 영상으로 나왔다.
- 꺄아아아악!
- 사람 살려!
- 명환아!
그 광경에 기겁하며 해변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왔고, 그에 방금까지 떠들던 은평서의 소방관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물살 속도가 너무 빠른데요?”
현재 해운대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수상구조대에게는 재난으로 분류되는 이안류 사태라서였다.
흔히 역파도라고 불리며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빠르게 물이 빠지는 현상이 해안의 재난이라 불리는 이안류였고, 그 속도는 재난이라고 분류할 만큼 어마어마했다.
“야, 소리 키워 봐.”
권일섭이 심각한 표정으로 TV의 볼륨을 키울 것을 요구할 정도였다.
- 달려!
- 제트스키 뭐건 전부 이용해!
해변에 대기하던 수상구조대 역시 급히 슈트를 착용하며 바다로 뛰어드는 상황이었으며, 그런 다급한 모습만큼이나 상황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콰르르르르르!
“벌써 몇 미터 쓸려나간 거야?”
“한 200미터는 돼 보입니다…….”
“쩝…… 200미터에 여섯이면 좀 힘들겠는데?”
지켜보던 은평대 대원들이 일제히 우려를 쏟아 낼 정도로, 빠지는 물의 속도가 엄청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이 있었다.
- 엇! 누군가 튜브를 들고 방파제 쪽에서 뛰어들었습니다!
기자의 놀란 목소리처럼 해변의 끝으로 나와 있는 방파제에서 한 사람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촤악, 촤악.
마치 수영선수라고 착각할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팔을 뻗으며 이안류에 휩쓸린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는 모습이었고, 그렇게 다가간 사람은 바로 챙겨 온 튜브를 가운데로 내밀며 물에 빠진 사람들을 근처로 모았다.
- 여, 여섯 명 모두를 안전하게 물에 뜰 수 있게 합니다.
기자의 목소리처럼 사람들이 최소한 물에 빠지는 상황만은 막기 위해 응급조치를 한 거였으며, 그에 은평대 대원들은 감탄한 표정으로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데?”
“그래. 괜히 빠져나오겠다고 수영하는 것보다 저렇게 수상구조대를 기다리는 게 최고야.”
“맞아. 스쿠버 교육을 받았나 봐. 빠르고 정확하네.”
뛰어든 사람이 보여 준 방법이 이안류에 휩쓸린 사람이 현장에서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옳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던 김필주가 당당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저거 봐. 성하가 문제가 아니잖아!”
갑작스런 뉴스에 놀라긴 했지만, 저 상황이 아끼는 후배인 이성하를 옹호할 수 있는 증거라서였다.
“재난은 언제라도 발생하는 거야. 소방관이 다른 사람 탓을 하면 안 되는 거라고.”
그것 보라고.
재난은 우리의 동료 이성하 때문이 아니라, 언제라도 발생하는 갑작스런 거라고.
하지만 이어지는 장면에 김필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 수상구조대가 용감하게 물에 뛰어든 의인과 이안류에 휩쓸린 사람들을 구해 돌아오고 있습니다!
기자의 목소리처럼 수상구조대가 물에 빠진 이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돌아오고 있었는데.
‘어…….’
그중 의인이라고 칭해진 이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에이, 설마…….’
아니라고 생각하며 눈을 가늘게 떠봤지만.
“참나.”
그와 동시에 옆에 있던 허석훈이 기가 찬 표정을 지었고, 그에 김필주는.
“야이, 미친놈아!!”
누구보다 화난 목소리로 TV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 맙소사! 혹시 이성하 소방관입니까?
- 아, 네. 안녕하세요.
동료들의 원성도 모른 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는 이성하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