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208화 (208/235)

<강철 소방대 208화>

208화. 약속 (1)

세계구조스포츠대회는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열린 대회였다.

- 우리는 테러의 위협에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이겨 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그 어떤 위협도 우리는 지금처럼 이겨 낼 겁니다. 바로 이번 사태를 막아 낸 우리들의 영웅 소방관들과 함께요. 그러니 나아갑시다. 앞으로의 새 미래를 위해 나아갑시다. 그리고 그 미래에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합니다!

경기장에 직접 방문해 장문의 연설을 펼친 미국 대통령의 모습처럼 밝은 새 미래를 희망하는 긍정적인 바람에서 열린 대회였고, 그 때문에 경기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크레이지! 진짜 빠르다! 어떻게 저렇게 달릴 수 있는 거야?”

“괴물이야! 괴물!”

“이래서 내가 너희를 존경하지! 소방관 멋있다!”

항상 자신들의 곁에서 안전을 위해 힘쓰는 소방관들의 괴물 같은 능력에 누구보다 환한 얼굴로 열띤 함성을 질렀다.

“우리 시의 소방관들도 저렇겠지?”

“당연하지. 저기 있는 친구들이 다 우리 주변의 소방관들이야. 캘리포니아! 오리건! 네바다! 전부 우리를 지켜 주는 친구들이라고.”

자신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올 그들의 영웅을 보며 활짝 웃은 거였으며, 그런 분위기는 한국도 같았다.

<이성하. 산타클라리타와 시카고를 구해 내 영웅이 되다!>

<대한민국 최초로 미국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은 이성하!>

<한국의 영웅. 시카고 테러를 막아 낸 공로로 구조스포츠대회에 미국 대표로 출전>

이미 산타클라리타와 시카고 재난을 막아 낸 공로로 이성하가 미국 대표로 출전하다는 게 널리 알려진 상태였다.

“이 대회에 이성하가 나온단 말이지!”

“역시 아이언 맨!”

“이 방송은 내가 무조건 본다. 무조건 치맥이야!”

“나도! 두 시간 전에는 시켜. 안 그러면 주문 밀려서 못 먹을걸?”

그 때문에 방송이 중계되는 시간이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대회를 시청하기 위해 TV 앞을 지킨 상황이었고.

- 미, 미친! 엄청난 속도입니다!

- 못 따라와요! 이탈리아건 터키건 아무도 못 따라갑니다!!

역시나 괴물 같은 능력으로 대회를 휘어잡는 이성하의 모습에 다들 뿌듯함을 느꼈다.

“이거지!”

“역시 아이언 맨!!”

“믿고 있었다고!”

“한국 소방관이 최고야! 이성하가 우승이야!”

자신들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성하가, 다른 나라의 소방관들을 압살하며 1등으로 우승선을 끊는 모습에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른 것이다.

그 때문에 한국의 기자들은 그런 이성하를 만나기 위해 속속들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건 직접 취재해야 해.’

‘받아쓰기만으로는 안 돼. 영상 인터뷰만 따내면 이건 무조건 특종이다.’

‘이성하 인터뷰 내보낸다고 말하면 광고주들이 엄청 붙을 거야!’

한국에서의 행적도 그랬지만, 현재 미국에서 보여 준 행적들 덕분에 이성하의 취재만 성공하면 엄청난 조회 수를 끌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제임스 대통령. 이성하는 자신의 친구>

<시카고 FD. 이성하 소방관에게 LA카운티 연수 이후, 시카고 연수 제의>

<미국 최고의 토크쇼 레이트 나잇의 MC 세스 마이어스. 이성하 초대하고 싶어>

이미 미국에서도 범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끊임없이 기사로 올라오는 게 이성하의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기자들의 반응은 좀 늦은 감이 있었다.

“미스터 리? 리는 어제 휴가 갔는데?”

“휴, 휴가요?”

“응. 정식 연수 기간 끝나서 잠깐 머리 식힐 겸 휴가 떠났거든.”

먼 길을 취재하기 위해 달려왔더니, 정작 그 대상인 이성하가 하루 전날 휴가를 간 상태였다.

“혹시 이성하 소방관이 어디로 휴가 갔는지 알 수 있을까요?”

“리가 휴가 간 장소?”

“네, 부탁드립니다. 아는 게 있다면 좀 알려 주세요.”

어떻게든 취재를 하기 위해, LA카운티의 대원에게 이성하가 휴가를 간 장소를 물어봤지만.

“그건 모르지. 그냥 여행을 간다고만 들었어.”

안타깝게도 LA대원은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휴가받은 기간이 2주니까 만나려면 그 뒤에 와야 할 거야.”

그저 그 휴가 기간이 2주라는 절망적인 소식만 추가로 알 수 있었고, 그 때문에 기자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망했네…… 이거 비행기값 결제한 거 어떡하지?”

“그래도 회사에서 처리해 주지 않을까?”

“취재를 못 했는데 이걸 회사에서 처리해 주겠어? 그냥 쌩돈 날아간 거야. 당분간 배곯게 생겼네. 쩝…….”

급하게 결정한 취재였기에, 그에 사용된 비용을 모두 자신들의 돈으로 먼저 결제하고 날아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자들의 방문을 이성하는 알지 못했다.

아니, 안다고 해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하…… 얼마나 가야 하는 거야…….’

이성하는 현재 미국 중서부의 콜로라도주에 있었다.

덜컹덜컹.

그것도 그냥 있는 게 아니라 요동치는 덤프트럭 뒤에 앉아 한참을 이동 중이었고, 그 시간이 벌써 9시간에 달한 참이었다.

‘갈아탄 기차와 버스만 벌써 6개라니…….’

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콜로라도 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기차와 차를 이용해 오랜 시간을 이동 중이었으며, 그 때문에 온몸은 피곤에 가득 차 있는 상황이었다.

[야, 실제 탄 시간 하면 겨우 5시간이다.]

‘기다리고 갈아타기 위해 걸어서 이동한 건 생각 안 합니까?’

유들유들하게 말하는 렉스의 말에 욱하며 대답할 정도로, 하루의 반을 걷고 타고 이동해 이미 지친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이성하와 달리 렉스는 제대로 신이 난 상태였다.

[와, 영화관까지 생겼네. 여기 완전 깡촌이었는데.]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중간중간 보게 된 마을의 광경에 설레는 목소리를 토했다.

‘렉스, 얼마나 더 가야 하냐니까요.’

얼마나 더 가야 도착하냐고 되묻는 이성하의 말에도.

[아, 있어 봐. 좀만 더 가면 되니까. 그나저나 이쯤에 마트 하나가 있었는데 그건 없어졌나 보네. 너무 달라졌네.]

그저 보이는 마을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 진짜 너무하네. 민정 씨랑 데이트까지 미루면서 온 건데.’

그런 렉스의 모습에 욱하는 모습이 들었지만, 이성하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성하야. 여기야, 여기. 내가 다녔던 학교가.]

옆으로 보이는 한 학교를 보며 아련한 목소리로 추억에 잠긴 렉스의 모습 때문이었다.

[아, 그립네. 르노는 아직 여기에 교사로 있으려나. 그놈이 선생 됐을 때는 진짜 학교 망한다고 친구들이랑 미친 듯이 웃었는데.]

그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자신의 예전 이야기를 꺼내는 렉스였으며, 그에 이성하는 포기한 얼굴로 그 말을 들어 줬다.

‘그렇게 좋아요?’

[응?]

‘고향에 온 게 그렇게 좋냐고요. 아주 날아가겠어요, 날아가겠어.’

지금 이성하가 긴 시간을 걸려 도착한 이 마을이, 렉스가 이성하의 아버지인 이성훈을 만나기 전까지 소방관으로 근무하던 옛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진작 오자고 했잖아요. 이렇게 좋아할 거면서.’

지금까지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쭉 숨겨 왔던 렉스의 모습을 기억해서였다.

[뭐? 어디서 근무했냐고?]

‘네, 엄청 잘나갔다면서요. 한번 검색이나 해 보게요.’

매일 자신을 혼만 내고 갈구기만 하는 렉스가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해, 근무처를 물어봤었는데.

[국가기밀이야.]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진짜야. 내가 근무한 본부 이야기는 국가기밀로 지정돼서 말 못 해. 그나저나 오늘 왜 이렇게 한가하지? 뭐 일 없나?]

‘아, 그냥 말해 줘요!’

[몰라도 된다니까 그러네. 귀찮게 좀 하지 마.]

렉스는 그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지금까지 비밀로 해 온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비밀이 이번 미국 연수를 진행하게 되며 풀린 상황이었다.

[알렉산더 프라이. 그게 내 이름이야.]

자신의 고향인 미국으로 이성하가 연수를 간다는 것에 생각이 바뀌었는지, 렉스가 자신의 본명을 알려 줬다.

[근무한 곳은 콜로라도의 메이닌 마운틴 핫샷이었어. 처음 소방관이 된 초짜 시절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쭉 그곳에 있었지.]

게다가 쭉 오랜 기간 비밀로 해 왔던 자신의 근무지까지 알려 줬고, 그 이유는…….

[시간 되면 한번 콜로라도주에 들를 수 있겠냐? 와이프랑 아들이 잘살고 있는지 궁금하네.]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결혼했었어요? 아니, 그것보다 아들이 있었어요?’

[어, 있어. 내가 떠날 때가 열 살이었으니까. 지금 서른은 넘었을 거야. 일부러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미국에 간다니까 보고 싶어서 말이야. 아들도, 와이프도.]

이성하가 계속 한국에 있다면 모르겠지만 미국으로 연수를. 그것도 자신이 근무한 콜로라도주와 가까운 LA카운티로 연수를 간다는 생각에, 자신이 떠나고 남은 가족들이 잘살고 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원래 정해진 6개월 연수가 끝나자마자 바로 추가 연수에 들어가지 않고 휴가를 받았다.

“휴가?”

“네, 기왕 미국에 왔는데 좀 돌아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일만 한 거 같기도 하고요.”

렉스의 존재를 이야기해 봤자 믿을 리 없었기에, 추가 연수에 들어가기 전에 머리를 식힌다는 명목으로 휴가를 받았고, 그렇게 휴가를 받자마자 이곳 콜로라도로 날아온 상태였다.

[리나는 잘 있겠지?]

‘아내분 이름이 리나예요?’

[어, 나랑 동갑이야. 엄청 미인이고. 아들 이름은 라이언. 그 녀석 역시 날 닮아 잘생겼지. 후후.]

지금처럼 기뻐하는 렉스의 모습을 보기 위해.

그리고 다행히 그때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상태였지만, 렉스의 집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쪽이야. 여기서 우측으로 언덕 하나만 넘어가면 내 집이 있어.]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예전의 흔적이 남아 있었는지 바로 집의 방향을 안내한 렉스였으며, 그렇게 얼마 안 돼 환호하는 렉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야! 여기가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이야! 오, 하나님 맙소사. 예전이랑 그대로야.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안 변했지?]

신나서 환호하는 그 목소리처럼 드디어 렉스의 집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렉스의 가족들은 아직 이사를 가지 않고 그대로 사는 모양이었다.

<프라이의 집>

‘제대로 찾아온 게 맞네요.’

집 한편에 써 있는 렉스의 성이 아직 가족들이 남아 있는 걸 증명했다.

띵동.

그 때문에 밝은 얼굴로 문 옆에 붙어 있는 초인종을 눌렀고.

촤라라락.

“누구시죠?”

문을 가리는 블라인드가 올라가며 신원을 묻는 남성의 목소리에.

“알렉산더 씨의 집 맞나요?”

밝게 웃으며 답했다.

“알렉산더?”

“네. 아버지의 친구분이라고 들어서 여행 중에 들렀습니다. 아내분인 리나 씨에게 인사를 드리려고요.”

렉스의 아내인 리나를 만나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듣게 된 대답에 이성하의 얼굴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돌아가신 엄마를 뵈러 왔다고?”

렉스의 아내인 리나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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