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소방대 203화>
203화. 미국의 영웅 (1)
이번 시어스 타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그 규모가 규모인 만큼 미국의 전 국민이 지켜본 사고였다.
“CNN의 모런 제니스입니다. 현재 시어스 타워에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아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대피를…….”
“FOX입니다. 폭발이 발생한 곳은 증권사들이 모여 있는 61층으로. 지금 보시는 것처럼 건물에 큰 상흔이…….”
시카고의 상징이라 불리는 시어스 타워에서 폭발이 발생하다 보니, 각 방송사의 기자들이 현장으로 나와 그 모습을 생생하게 방송으로 보도하고 있었는데.
콰콰쾅!!
그 와중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고, 그 때문에 미국은 일시적으로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 끄아아아악.
- 대, 대피해!
- 모두 물러나!!
폭발이 발생하며 대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방송으로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 흐아아아앙, 엄마.
- 제니! 제니 어디 있니!
- 사람 살려! 살려 주세요!!
갑작스런 재난에 울부짖으며 시어스 타워로부터 거리를 벌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방송으로 흘러나왔으며, 그 처참한 모습에 사람들은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 이, 이거 테러 아니야?
- 테러다! 또다시 테러가 일어난 거야!
- 맙소사…… 지금 소방관들을 노리고 폭발을 일으킨 거야?
- 하나님…… 왜 우리에게 또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도대체 왜…….
16년 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911테러와 흡사한 광경이 또다시 방송으로 흘러나오는 것에, 지금의 폭발이 테러로 발생한 상황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으니까.
그리고 그 절망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다.
- 버지니아 카운티다!
- 특수재난구조대가 왔어!
- 사람들이 구조된다!!
처음 버지니아 카운티가 도착해 부상당한 소방관들과 요구조자들을 밖으로 이송할 때만 해도, 이제 희망이 생겼다며 안도의 한숨들을 내쉬었지만.
콰르르르르!
- 마, 맙소사…….
- 모두 물러나! 붕괴 상황이다!
- 제길, 다들 대피해!!
순간 건물에서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현장이 다시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에 모두 울상을 지었다.
- 지금 내부에 붕괴가 일어난 거야?
- 제발 하나님. 우리에게 왜 이러세요.
- 맙소사, 버지니아 카운티가 매몰됐어…….
- 끝이야……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거야…….
결국 또다시 16년 전의 그 상황이 다시 재현된다는 생각에, 모두 좌절한 얼굴로 그 안타까운 감정을 토해 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일순 돌변했다.
- 우리가 간다! 모두 진입해!
- 옛썰!!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시어스 타워로 진입하는 LA카운티의 모습 때문이었다.
타타타타타!
그와 동시에 헬기를 이용해 공중 진입을 시도하는 스모크 점퍼 팀의 모습까지 이어짐에.
- 헬기?
- 공중 진입이야! 헬기 팀이 옥상으로 진입하는 거야!
모두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주먹을 움켜쥐었고.
콰콰쾅!
그렇게 잠시 후, 하늘에서 폭탄이 터지는 광경에 인터넷이 시끄러워졌다.
- 건물이 멀쩡해!!
- 이건 기적이야!
폭탄이 터졌음에도 멀쩡히 서 있는 시어스 타워의 모습 때문이었다.
타타타타타!
- &*$#*$&!
그리고 그런 시어스 타워의 위로 헬기에 매달린 채 고함을 지르며 내려오는 한 소방관의 모습에, 모두 설마 하는 표정으로 TV를 바라봤으며.
- CNN의 로터스 기자입니다. 우리는 지금 기적을 목격했습니다. 건물 안에 있던 또 다른 폭탄을 눈앞의 소방관이 목숨을 걸고 공중에서 터트려 우리 미국을 구했습니다. 건물의 붕괴를 막기 위해 자신이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폭탄을 하늘로 가지고 간 겁니다!
그 설마를 확인시켜 주는 기자의 흥분한 목소리에 미국 전역이 함성으로 들썩였다.
“이예에에에에!”
“미친! 폭탄을 하늘로 가서 터트렸다고?”
“맙소사……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미국이 구원받았어. 또다시 발생할 뻔한 그 지옥을 막아 낸 거라고!”
세 번째 폭탄이 있었다는 사실에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긴 했지만, 그 폭탄을 TV로 보이는 소방관이 성공적으로 막아 냈다는 사실에 모두가 기쁨에 찬 환호성을 내지른 것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헬기에 매달린 채 내려오는 소방관의 존재를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저 소방관 누구죠?
- 동양인 같은데요. 버지니아 카운티의 소방관인가요?
- LA카운티 같아요. 방화복에 박힌 마크가 버지니아랑 달라요.
- 그래서 누군데요? 우리 미국을 구한 영웅이 도대체 누구냐구요!
세 번째 폭탄을 막아 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 낸 영웅 소방관의 존재에 다들 관심을 가졌으며, 곧 그 소방관이 몇 달 전 산타클라리타 참사를 막아 냈던 이성하라는 것에 다들 기염을 토했다.
- 맙소사, 그 지옥을 경험했으면서 이번에도 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거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그 숭고함 때문이었다.
- 그뿐만이 아니야. 이 친구, 에베레스트의 히어로야.
- 에베레스트? 설마 작년 네팔 지진 때 우리 대원들을 도와준 친구 동양인 소방관 말하는 거야?
- 맞아. 현재 LA카운티에서 연수를 진행 중이래. 그러던 도중에 우리 미국을 두 번이나 구해 낸 거지.
- 와, 연수생이? 진짜 히어로네.
- 당연히 히어로지. 아니 그 이상이야! 슈퍼맨 저리 가라 할 친구가 바로 이 동양인 소방관이라고!!
게다가 그 숭고함이 자신과 상관없는 타국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발휘됐다는 것에 모두 진심으로 그 영웅적 행동을 칭송했고, 그런 국민들의 반응을 미국은 그대로 반영했다.
“미스터 리, 백악관으로 출장 좀 다녀와야겠는데?”
“배, 백악관이요?”
“어, 버지니아의 패트릭과 우리 모스 대장. 그리고 너랑 로렌스까지. 이렇게 네 명에게 이번 재난을 막아 낸 데에 대한 공로로 훈장 수여한대. 그러니까 당장 준비해. 무려 대통령이 초대한 거야.”
이번 재난을 막아 내는 데 핵심적인 공을 세운 네 명의 소방관을 훈장을 수여하기 위해 백악관으로 초대했다.
“대통령이십니다.”
“어서 오게. 우리 미국의 영웅들을 보게 돼서 굉장히 반갑구만.”
“아닙니다,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지던트.”
사안이 사안이었던 만큼 대통령이 백악관 앞으로 직접 나와 그렇게 초대한 네 명의 소방관을 환대했고, 그에 이성하는 바짝 얼어 있었다.
“자네로군. 우리 미국을 구한 영웅이. 내가 그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떨렸는지 몰라. 정말 영광이야, 미스터 리.”
처음으로 보는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보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더 영광…….”
그 모습에 이성하가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맞잡았지만.
“영광은 무슨. 아참, 식사 아직 안 했지? 얼른 들어가지. 자네들 오면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네.”
대통령은 그게 무슨 말이냐며 이성하의 어깨를 마치 친구처럼 감싸 안고는 백악관 안으로 걸음을 옮기게 이끌었고, 그렇게 안으로 들어간 이성하는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한 채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때? 미스터 리. 백악관 음식 맛은 입에 맞나?”
“네, 굉장히 맛있습니다.”
“하하하, 다행이네. 내가 미스터 리 온다고 해서 특별히 신경 좀 써달라고 했거든. 그나저나 에베레스트 이야기 좀 들려주지 않겠나?”
“에, 에베레스트요?”
“그래. 내가 그때 자네 이야기 듣고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몰라. 눈 속에서 그대로 기절해 있었다며. 그 이야기 듣고 진짜 피가 얼마나 끓어 올랐는지 말이야. 하하하.”
이성하가 어지간히 맘에 들었는지, 바로 옆에 앉아서 끊임없이 말을 건 대통령 덕분에.
“여, 영웅이라뇨. 하하하…….”
‘아…… 체할 거 같아…….’
서둘러 대답하며 음식을 먹다 보니, 제대로 식사에 집중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체할 상황은 그거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이번 훈장 수여식은 대통령이 직접 초대한 만큼 전 세계로 생중계될 계획이었는데, 그 때문에 훈장 수여가 진행되는 블루 룸에는 많은 기자들이 대기하는 상황이었다.
[와, 이거 카메라가 몇 대야? 미국의 언론사란 언론사는 다 온 거 같은데?]
렉스의 감탄한 목소리처럼 수십 대의 카메라가 수여식이 진행되는 블루 룸에 설치돼 안으로 들어서는 대통령과 소방관들을 찍고 있었고, 그런 카메라 앞에서 대통령은 기쁜 표정으로 자신이 초대한 네 명의 소방관들의 목에 훈장을 걸어 줬다.
“여기 있는 이들은 우리 위대한 미국을 구한 자랑스러운 영웅들입니다. 이들과 함께 이 자리에 있다는 것에 무한한 영광을 느끼며, 그들에게 우리 미국의 국민들을 대신해 이 훈장을 걸어 줄 수 있다는 사실에도 무한한 영광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송출되는 방송에서 눈앞의 소방관들이 미국을 구한 영웅들이라고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이성하로서는 과분하면서도 엄청 부담이 되는 자리였다.
‘쩝…… 다른 분들께 미안할 정도로 너무 띄워 주시는데…….’
자신들 외에도 현장에서 함께 고생한 수천 명의 소방관들이 있어서였다.
[뭐, 어때? 어차피 이번 재난에 수고한 다른 소방관들도 전부 표창 받는다며.]
사안이 사안인 만큼 렉스의 말처럼 이번 재난에 고생한 모든 소방관들이 표창을 받긴 했지만, 미국에서 훈장의 의미는 남달랐다.
‘이거 대통령 훈장이잖아요. 아무나 주는 거 아니라면서요.’
어떤 나라건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은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훈장이다. 거기다 소방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받은 대통령 훈장이니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게다가 이성하의 경우는 더 특별했다.
[그렇긴 하지. 특히 최고 등급의 자유훈장은 거의 수여되는 경우가 드무니까 말이야.]
대통령 이름으로 민간인에게 수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이 지금 이성하가 받은 대통령 자유훈장이었다.
“미국의 안전과 국익,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 준 공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정말 고마워요, 미스터 리.”
훈장이 수여되고 이번 사태에 조의를 표하던 미국의 대통령이 중간에 이성하를 바라보며 특별히 한 번 더 언급할 정도로 미국의 국익에 막대한 도움을 준 이들에게만 수여되는 게 지금 이성하가 받은 대통령 자유훈장.
하지만 이성하는 그 훈장을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번 훈장 수여식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했다.
‘취임하자마자 한 번에 골로 갈 뻔했네.’
현재 미국은 막 정권이 교체돼 대통령이 바뀐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이었다.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는 한국과 달리, 4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는 미국의 경우 2017년 1월 새 정부가 들어선 상황.
그 때문에 막 미국의 국가원수로 취임한 대통령으로서는 누구보다 경악한 재난이 이번 시어스 타워의 테러였고, 그 테러를 성공적으로 막아 낸 이성하가 누구보다 예뻐 보이는 건 당연했다.
‘우리 미국의 복덩이야, 복덩이. 아니, 내 복덩이지.’
대통령에 오르자마자 레임덕에 빠질 뻔한 자신의 상황을 훌륭하게 무마해 준 영웅이 눈앞의 이성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대통령은 지금의 은혜를 그냥 넘어갈 마음이 없었다.
“하하하, 미스터 리는 우리 미국의 영웅입니다.”
마음속으로 물씬 솟아오르는 그 큰 은혜에 다시 한번 찬사를 터트리며 이성하를 향해 씨익 웃음을 지었고, 그에 이성하는 뭔가 불안함을 느꼈다.
‘아, 뭔가 싸한데.’
여자도 아니고 나이 든 남성이 자꾸 자신을 흘깃 보며 묘한 미소를 짓는 것에, 자꾸 등골이 싸해지는 기분이 느껴졌으니까.
그리고 한 달 후, 그 예감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 * *
- 우리 자랑스러운 미국의 소방관들이 입장합니다. 모두 성대한 박수 부탁드립니다.
한 경기장의 트랙 위로 트레이닝복을 입은 다수의 미국 소방관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미국 파이팅!”
“전부 발라 버려!”
그 모습에 관중석을 채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거센 함성을 질렀고, 그런 관중들의 환대를 받는 미국의 소방관들 중에는 이성하도 있었다.
- 깃발을 들고 있는 소방관은 지난 시어스 타워 재난에서 우리 미국을 구해 낸 소방관이죠.
- 맞습니다. 시카고의 영웅! LA카운티의 성하 리가 성조기를 들고 입장합니다!
장내에 울리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처럼 미국 국기를 들고 가장 앞에서 행진하고 있었으며.
“미스터 리!”
“성하!!”
“LA카운티!!”
자신을 부르는 관중들의 함성에.
씨익.
만면에 미소를 띠었지만, 속은 우울함에 가득 차 있었다.
‘제길, 내가 왜 미국 대표로…….’
원치 않는 대회에 미국 대표로 출전을 하게 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