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202화 (202/235)

<강철 소방대 202화>

202화. 타임어택 (4)

한편, 로렌스의 무전을 들은 지상의 소방관들은 건물 근처의 시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폭탄이 터집니다! 전부 뒤로 물러서요!”

“최대한 시어스 타워에서 멀어져야 합니다. 다른 건물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어요! 빨리 나오세요!”

폭탄의 해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만큼, 시어스 타워의 붕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주변 모든 건물들에 있는 시민들의 대피를 빠르게 진행하는 상황.

하지만 순간 들리는 무전에 모두 깜짝 놀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 여기는 LA카운티. 시어스 타워의 피해를 막기 위해 폭탄은 하늘에서 처리하겠다. 헬기를 이용해 폭탄을 가지고 하늘에서 터트릴 계획이니 혹시 모를 파편에 부상을 입지 않도록 대처를 하기 바란다.

갑자기 들리는 스모크 점퍼의 팀장 호넬의 무전 때문이었다.

타타타타타.

그 무전과 동시에 한 대의 헬기가 시어스 타워의 상공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고, 그에 부국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무전기를 잡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갑자기 헬기라니? 폭탄을 어떻게 헬기로 가져간단 말입니까?”

안 그래도 대피를 진행하느라 바쁜 와중인데, 난데없이 착륙이 불가능한 헬기를 이용해 폭탄을 처리하겠다는 말에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으니까.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무전에 멍한 표정으로 시어스 타워를 올려다봤다.

- 미스터 리가 폭탄을 가지고 안테나를 오르고 있습니다.

“뭐, 뭐라고요?”

- 안테나 끝에서 헬기에서 내려 준 윈치 줄을 낚아채, 상공으로 이동해서 폭탄을 터트리겠답니다.

자욱한 연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어스 타워의 위쪽으로 안테나가 있을 부근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고, 그러고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무전기를 잡았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도대체 누구 생각입니까?”

시어스 타워의 안테나는 엘리베이터와 같은 걸로 편하게 올라가는 게 아니었다.

안테나라는 명칭답게 길게 뻗은 기둥 같은 구조로 이뤄져 그걸 오르는 사다리는 단순히 ㄷ자 형태의 철근만 박아 놓은 형태였고, 그걸 방화복에 폭탄까지 든 채로 오르는 모습은 부국장으로서는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안테나 길이만 80m입니다! 사다리도 아무 안전장치 없는 철근만 박아 놓은 형태인데, 그걸 무슨 수로 폭탄까지 들고 오른다는 겁니까? 자살행위입니다! 끝까지 오르기도 전에 떨어질 거예요!”

아무 장비 없이 맨몸으로도 오르기 힘든 게, 부국장이 알고 있는 시어스 타워의 안테나 높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건 부국장보다 무전을 보낸 호넬이 더 잘 알았다.

-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우리보다 미스터 리가 더 잘 알고 있죠.

연기로 자욱한 시어스 타워의 상공을 보며 하는 말이었다.

화아아아악.

화재로 발생한 기류 때문에 강한 바람이 휘몰아치는 저 연기 속을 직접 들어가 봤기에 그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자신 역시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지금 시어스 타워의 상공으로 자신이 직접 접근하고 있었다.

‘올라와라, 미스터 리. 올라오기만 하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윈치 줄을 배달하겠다.’

이성하가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고 안테나를 오르는지 잘 아는 만큼, 그 역시 편하게 멀리서 구경만 할 마음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처럼 이성하는 거센 바람을 뚫고 안테나를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었다.

처억. 처억.

튀어나온 철근을 잡으면, 바로 다음 손으로 철근을 잡아가며 빠른 속도로 사다리를 오르고 있지만.

“허억, 허억.”

입에서 나오는 거친 숨소리처럼 결코 쉽게 오르는 건 아니었고, 그 이유는 조금만 방심해도 자신의 몸을 잡아끄는 바람 때문이었다.

휘이이이잉.

[꽉 잡아!]

“크윽.”

헬기의 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몸을 휘감다 보니, 생각보다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꽤 심한 상황이었으니까.

오죽하면 눈앞이 하얗게 보일 정도였다.

“어…….”

순간 치미는 현기증에 손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으며, 그러다 잡고 있는 철근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성하!]

“크윽.”

렉스의 경고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사다리에서 떨어졌을 정도로, 체력이 완전히 한계에 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성하는 다시 손을 뻗었다.

‘앞으로 3분…….’

팔목으로 보이는 시계의 남은 시간 때문이었다.

<04 : 57 : 13>

테러범이 말한 폭탄이 터지는 5시까지 채 3분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 때문에 이성하는 악다구니를 지르며 다시 철근을 잡아 갔다.

‘안 죽어!’

올라가야만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곳에 그대로 멈춰 있어 봤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아직 건물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포기할 순 없었다.

‘무조건 살아서 나갈 거야. 그리고 모두 살릴 거야.’

자신이 살기 위해 선택한 길이기도 했지만, 겁에 질린 수많은 요구조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덜덜덜덜.

한계에 달해 부들거리는 손이지만.

꽈악.

철근을 잡은 순간만큼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강하게 움켜쥐었으며, 그렇게 잠시 후...

처억.

기어코 마지막 철근까지 잡는 데 성공했다.

휘이이잉.

‘없다…… 끝이다!’

드디어 미칠 듯이 휘몰아치는 바람을 뚫고 헬기와 접선할 수 있는 안테나의 정상에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기뻐할 시간은 없었다.

[이성하, 1분이다!]

필사적으로 올랐음에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04 : 58 : 43>

렉스의 말처럼 폭탄이 터지는 5시까지는 겨우 1분에 가까운 시간만이 남은 상황이었고, 그에 이성하는 바로 무전기를 잡았다.

“캡틴, 도착했습니다. 빨리요!”

서둘러 폭탄이 터지기 전에 헬기와 접선해 건물에서 탈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행히 헬기는 정확히 안테나 위에 도달한 상태였다.

타타타타타!

기류로 발생한 바람 때문에 가까이 접근은 못 하지만, 바로 위에서 헬기의 로터 소리가 들렸다.

- 내린다!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윈치 줄을 내린다는 호넬의 무전이 다급히 울렸고, 그와 동시에 연기 사이로 내려지는 윈치 줄에 이성하가 고함을 질렀다.

“봤습니다! 좀 더 오른쪽으로 붙여 주십쇼! 아니, 왼쪽!”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저 윈치 줄만 잡는 데 성공하면 계획대로 폭탄을 상공에서 터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

예상은 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윈치 줄의 움직임이 너무 격렬했다.

휘잉, 휘잉.

휘몰아치는 바람에 따라 윈치 줄이 이성하가 있는 안테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으며, 안타깝게도 그 거리는 이성하의 손이 닿기에는 조금 모자랐다.

[안 돼! 잘못하다가는 떨어져!]

“제, 젠장!”

흔들리는 윈치 줄과 달리, 이성하의 몸은 안테나의 사다리에 고정돼 팔을 뻗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었다.

- 미스터 리, 멀었나? 시간이 얼마 없어! 엔진 경고음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어!

다급한 호넬의 무전처럼 헬기는 엔진의 문제 때문에 상공에 오래 떠 있을 수 없었다.

휘잉휘잉.

더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는 윈치 줄의 모습처럼 이미 헬기는 한계에 달한 듯 보였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타이머의 남은 시간이었다.

<04 : 59 : 13>

- 미스터 리! 빨리!

“제, 제길!”

재촉하는 호넬의 무전만큼이나 남은 타이머의 시간까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이성하는 사다리에서 손을 떼고 완전히 안테나 위로 올라섰다.

[야이, 미친놈아!]

이성하의 생각을 짐작한 듯 렉스가 경악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지만, 이성하는 바로 일축하며 몸을 낮췄다.

‘이것밖에 없어요!’

정신없이 흔들리는 윈치 줄을 보며 하는 말이었다.

휘잉, 휘잉.

자신의 주위를 빙빙 도는 윈치 줄을 바라보며 타이밍을 쟀고, 윈치 줄이 정확히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

‘지금!’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여기 500미터야!!]

날카롭게 울리는 렉스의 고함처럼 까마득한 500미터 높이 상공에서 윈치 줄을 잡기 위해 그대로 몸을 날린 것이다.

옥상에 있는 로렌스가 알았다면 바로 졸도했을 정도로 미친 행동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줄을 잡는 게 힘들기도 할뿐더러, 만약 잡는다 하더라도 입고 있는 방화복과 가방에 든 폭탄의 무게 때문에 그대로 미끄러질 확률이 높은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성하는 자신을 믿었다.

‘할 수 있어.’

이런 순간을 대비해 소방관으로서 매일같이 체력을 단련해 왔었다.

덜덜덜덜.

아직도 경련 때문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지만, 줄을 잡는 순간만큼은 그 흔들림이 멈출 거라 믿었고, 그 믿음을 이성하의 손은 배신하지 않았다.

끼기기긱.

[안 돼! 꽉 잡아!!]

다급한 렉스의 고함처럼 줄을 잡자마자 중력 때문에 한참을 미끄러져 내리긴 했지만.

“끄아아아아!”

꽈악.

기어코 윈치 줄의 끄트머리에 멈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엔 일렀다.

‘앞으로 15초!’

곧 폭탄이 터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철컥!

“잡았습니다! 올라가요! 빨리!”

그 때문에 윈치 끝에 있는 후크에 안전띠의 고리를 걸며 호넬에게 빨리 고도를 높이라고 고함을 질렀고.

- 오케이!

타타타타타!

그와 함께 빠르게 하늘로 솟구치는 헬기에 매달린 채, 등에 멘 폭탄이 든 가방을 손으로 들었다.

‘9초.’

폭탄을 놓을 타이밍을 재기 위해서였다.

[뭐 해! 빨리 떨궈!]

렉스의 말처럼 안전을 위해서는 당장이라도 가방을 손에서 떨어트려야 했지만.

‘아직 아니야. 조금 더 위로 가야 해.’

화재로 약해진 시어스 타워에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끝까지 가방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그 손에서 가방이 놓아진 건 타이머에 딱 3초가 남았을 때였다.

<04 : 59 : 57>

‘지금!’

한계라도 생각한 시점에 가방을 떨궜으며, 그렇게 떨어진 폭탄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만큼 떨어지는 순간 바로 폭발을 일으켰다.

“위로!”

콰콰콰쾅!

헬기가 급하게 고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공중에서 엄청난 대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지상의 소방관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헤, 헬기가…….”

“맙소사…….”

헬기가 솟구치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서였다.

화아아아악.

회색빛의 연기구름 사이로 붕괴를 피한 시어스 타워의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없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말도 안 돼…… 정말 못 피한 거야?”

정작 폭탄을 빼내 그 시어스 타워를 지킨 헬기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그 때문에 현장의 소방관들은 원하던 대로 시어스 타워의 붕괴를 막는 데 성공했음에도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죽었어…….”

“희생한 거야…… 끝까지 사람들을 구하려고…….”

그 성공이 몇몇 소방관의 값진 희생으로 인해 이루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저, 저기!!”

한 소방관이 다급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저거 아니야? 저거 헬기 같은데!”

짙은 연기 사이로 보이는 노란 물체를 보며 하는 말이었고, 그에 소방관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헬기다!!”

“지, 진짜다! 헬기야!!”

방금 전 상공을 향해 고도를 높이던 헬기와 같은 헬기라서였다.

“&*$#*$&!”

뭐라고 말하는지 들리지는 않지만, 그 밑으로 로프에 매달린 소방관이 뭐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으며, 그 모습에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이 어렸다.

“그레이트!!”

“좋았어! LA카운티!!”

“최고다! 니들이 최고야!!”

“와아아!”

자신들을 구한 영웅의 귀환에 모두가 아이처럼 기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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