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201화 (201/235)

<강철 소방대 201화>

201화. 타임어택 (3)

폭발을 멈출 수 없다는 테러범의 말에, 요구조자들이 있던 층이 혼란으로 휩싸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터진다고……?”

“저, 정말이에요?”

“맙소사…… 폭탄이…….”

건물에 있는 동안 두 번이나 겪었던 그 엄청난 폭발이 자신들의 눈앞에서도 일어난다는 생각에.

“안 돼…… 도, 도망가야 해!”

“다른 층! 다른 층으로!”

“흐윽,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왜!”

모여 있던 요구조자들이 일제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다른 층을 향해 대피를 서두르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이, 이 정도 크기면 건물이 그대로 두 동강이 날 거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읊조리는 로렌스의 말처럼 한눈에 봐도 폭탄의 크기가 너무 컸다.

‘C4의 30배…… 아니, 족히 40배의 폭발력은 나올 크기야.’

군대에서 사용해 본 적 있던 1파운드짜리 C4 폭탄이 40개는 넘게 들어갈 정도로 박스 크기는 거대했고, 그 때문에 이성하는 다급한 표정으로 무전기를 들었다.

“본부, 폭발물 처리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지휘 막사에는 폭발물 처리반이 대기하는 상황이었다.

- 그게 무슨 말인가? 설마 기폭장치가 없는 건가?

“네, 없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폭탄을 해체해야 할 상황입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지휘 막사에서 대기하고 있는 폭발물 처리반의 도움이 있어야만 건물이 무너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연결된 폭발물 처리반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핸드폰으로 사진 보냈습니다. 확인하고 빨리 좀 말씀해 주십쇼!”

폭탄의 해체 방법을 알기 위해, 이성하가 바로 핸드폰으로 폭탄의 사진을 찍어 보냈지만.

- 아, 안 됩니다. 이건 해체가 불가능합니다.

그 사진으로 폭탄을 확인한 대원이 폭탄의 해체가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전해 왔다.

- 겉에 마감한 전선의 위치를 보면 유압식으로 설치한 폭탄으로 보입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강제로 열었다가는 바로 터질 겁니다. 현장에서 해체가 불가능한 타입이에요. 저건 막을 수 없습니다…….

폭탄의 해체를 위해 박스를 열었다가는 그대로 터질 위험이 있다며 암울한 목소리를 토해 냈고, 그에 이성하는 고함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제길, 뭐 이런 엿 같은 경우가 다 있어!”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테러범들이 폭탄의 해체가 불가능하도록 미리 수를 써 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이성하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이런 썅!”

이성하가 바로 폭탄을 든 가방을 챙겨 들고 계단으로 달려갔다.

“성하!”

“이것밖에 없잖아!”

고함을 지르는 로렌스의 말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하며 바로 계단을 통해 건물 위로 올라가는 이성하였고.

“제길!”

그에 로렌스 역시 욕설을 내뱉으며 뒤를 따랐다.

“본부! 밑에 있는 사람들 전부 대피시켜!”

- 뭐?

“미스터 리가 폭탄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어! 저 녀석 폭탄을 건물 밖으로 던질 생각이야.”

본능적으로 이성하가 무슨 생각을 하고 폭탄을 들고 갔는지 바로 파악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처럼 옥상에 도착해 보게 된 이성하는 폭탄이 든 가방을 가로로 눕혀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후우, 후우.”

폭탄이 터지는 타이밍을 노려 건물 밖을 향해 던지려는지, 타이머의 시간을 내려다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상황.

하지만 그건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안 돼, 성하! 던지는 순간 바로 터져!”

“뭐?”

“테러범들이 사용하는 폭탄은 대부분 펜타 혼합물이야. 들고 다니는 건 몰라도 던지는 것 같은 강한 압력이 순간적으로 가해지면 무조건 터져!”

일반적으로 테러범들이 사용하는 폭탄은 PENT라고 불리는 질산염 기반 폭발성 화학물질로 제조되곤 했다.

다른 화학물질과 달리 엑스레이나 훈련된 탐지견의 검사에 걸리지 않아 테러범들의 폭탄 제조 소재로 자주 이용되는 게 이 PENT라는 화학물질이었고, PENT는 단독으로는 폭발이 불가능하지만 다른 화학물질을 혼합할 경우 그 어떤 폭발물보다 충격과 마찰에 민감한 특성이 있었다.

“그러니까 던지면 안 돼. 던지는 순간 폭탄이 터져서 휩쓸리게 될 거야. 그럼 우리는 끝이야.”

그 때문에 침착한 어조로 손을 들어 보이며 이성하에게 폭탄이 든 가방을 내려놓으라고 말했으며.

“제길, 그럼 어떻게 할 거야?”

그에 답답한 표정으로 가방을 내려놓는 이성하의 물음에, 굳은 표정으로 옥상의 한쪽 면을 가리켰다.

“폭탄은 이곳에서 터트리자.”

옥상의 가장 외곽 부분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었다.

“여기 옥상에서?”

“그래. 폭탄을 여기 옥상에 두고 내려가자. 최대한 내려갈 수 있는 곳까지 내려가서. 폭탄이 터지는 상황을 대비해야 해. 그것뿐이야.”

폭발을 막을 수 없다면, 건물에 가장 피해가 적게 미칠 수 있는 옥상에서 터트려 건물의 붕괴만은 막아 보자고.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본 이성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걸로 이 건물의 붕괴는 못 막아. 오히려 옥상에서 폭발하면 옆 건물에까지 피해가 미칠 거야.”

“뭐라고?”

“건물의 철골 상태 말이야. 올라오기 전에 봤을 때 이미 외부 기둥들이 전부 안으로 말려 들어간 상태였어. 그런 상황에서 가장 상층인 옥상에서 폭탄이 터지면 건물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아예 한쪽으로 넘어갈 거야.”

“그렇게 되면…….”

“다른 건물에까지 영향이 미치게 돼. 지금 이 상황이 한 번 더 벌어지게 되는 거야, 로렌스.”

가정이긴 하지만 자신의 예상이 맞을 터였다.

‘이 건물은 일반적인 구조로 지어진 게 아니야. 외관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레고처럼 조립돼서 건물의 균형이 맞지 않아.’

로렌스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지만, 시어스 타워는 일반적인 구조로 지어진 게 아니었다.

마천루에 사용되는 튜브 구조로 지어져 횡력에 강하긴 했지만, 외관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려 했는지 마치 테트리스 블록을 꽂은 것처럼 지어져 옥상이 있는 상층이 건물의 중앙이 아니라 외곽으로 치우쳐 있었다.

[맞아. 건물이 옆으로 넘어갈 거야. 버지니아가 있는 60층 아래가 이미 무너져 내린 걸 보면, 살짝만 충격이 가해져도 나무가 쓰러지는 것처럼 그대로 넘어가겠지.]

렉스의 말처럼 옥상에서 터진 폭발은 그대로 건물을 옆으로 넘어가게 할 게 분명했고, 그렇게 된다면 건물의 붕괴는 시어스 타워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다른 건물까지……?”

“그래. 아까 버지니아 카운티가 걱정한 것처럼 헬기가 추락하는 것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거야. 옥상에 터트리는 건 안 돼.”

방금까지 자신들이 헬기에서 걱정했던 건물의 연쇄 붕괴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로렌스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정말 이성하의 말처럼 상황이 흘러간다면 다시 폭탄을 가지고 건물 내부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에 대한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더 큰 재난을 막기 위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로렌스. 이 폭탄 말이야. 던지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이성하가 폭탄이 든 가방을 다시 집어 들었다.

“뭐?”

“던지지만 않으면 되냐고. 그냥 떨어트리는 건 괜찮냔 말이야.”

연기로 뒤덮인 하늘을 바라보며 폭탄이 든 가방을 위아래로 흔들며 하는 말이었으며,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을 무심코 쳐다본 로랜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너 설마…….”

짙은 연기 사이로 우뚝 솟은 철탑이 보여서였다.

화아아아악.

낙하를 이용해 옥상에 진입할 당시, 나침판으로 사용했던 시어스 타워의 안테나가 새카만 연기를 휘감은 채 우뚝 서 있었고, 그 말에 이성하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저걸 이용하면 될 거 같은데.”

이미 마음을 정했다는 듯 폭탄이 든 가방을 등에 메며 하는 말이었다.

“저걸 타고 올라가서 다시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폭탄을 터트리는 거야. 그러면 사람들은 살 수 있어. 간단하지 않냐?”

왜 이걸 이제야 생각했냐는 듯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이었지만, 로렌스는 그 말이 전혀 웃기지 않았다.

“헬기는 어떻게 타려고?”

“…….”

“연기가 너무 짙어서 우리도 겨우 진입하고 나서야 잠깐 볼 수 있던 안테나야. 그런데 그걸 헬기에서 어떻게 확인해? 너 미쳤어? 잘못하면 넌 옥상에서 그대로 폭사해. 실패하면 너만 죽는 거라고!”

상식적으로 저 짙은 연기 속에서 헬기가 이성하를 발견하고 윈치 줄을 내려 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니, 윈치 줄을 내려줘도 그걸 잡는 것 또한 문제였다.

화아아아악!

여전히 건물의 상공은 화재로 발생한 기류 때문에 강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려진 윈치 줄은 사방을 향해 정신없이 흔들릴 게 분명했고, 그렇게 요동치는 윈치 줄을 방화복에 무거운 폭탄 가방까지 멘 이성하가 낚아채는 건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절대 불가능해. 안테나로 줄이 정확히 온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몸의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에서 사다리까지 잡고 있는데 그 작은 줄을 잡아낼 순 없어.’

조금이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면 모르지만, 아예 성공할 가능성조차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휘몰아치는 게 건물 상공의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말에 이성하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가능해서 가는 거야. 그리고 이게 모두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이성하라고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었다.

등에 폭탄을 멘 채 실패하면 그대로 폭사할지도 모르는 안테나 위로 누가 올라가고 싶다는 말인가?

하지만 반대로 이게 자신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건물에서 폭탄이 터지면 어차피 죽어. 그렇다면 올라가야 한다.’

어차피 시도하지 못하면 건물이 무너져 사람들과 같이 죽게 될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이라면 시도라도 해 보는 게 최선이었다.

‘최소한 건물의 사람들은 살릴 수 있어. 그리고 안에 있는 동료들도 말이야.’

자신의 시도로 인해 살아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왜 네가 해! 하면 내가 해! 가방 이리 내!”

그 말에 로렌스가 말도 안 된다며 고함을 내질렀지만, 이성하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 팔로 퍽이나 올라가겠다. 밑에서 요구조자들이나 보호해, 선배.”

가방을 달라며 손을 뻗는 로렌스의 팔을 쳐 내며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성하!”

그 말에 고함을 지르는 로렌스를 무시한 채, 그대로 연기 속으로 몸을 던졌다.

타악.

사람을 구하기 위해.

‘가죠.’

[에휴, 가자 가.]

조금도 주저 없이 새카만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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