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200화 (200/235)

<강철 소방대 200화>

200화. 타임어택 (2)

- 미스터 리!!

두 대의 헬기가 그대로 작전을 속행하는 모습에 호넬이 다급한 목소리로 무전을 보냈지만, 이미 결정한 이성하의 마음을 돌릴 순 없었다.

- 진짜 괜찮겠나?

“괜찮습니다.”

이성하는 귓가로 들리는 기장의 무전에 괜찮다고 답했다.

‘진입하고 2초. 그보다 느려서도, 빨라서도 안 돼.’

머릿속으로 자신이 계산한 타이밍을 다시 한번 계산하며 무섭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봤고, 그렇게 얻은 확신에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 계산한 대로라면 절대 건물 밖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타이밍만 제대로 맞춘다면 절대 건물 밖으로 떨어지는 상황은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생각과 달리 몸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화아아아악!

이미 로프를 끊는다고 마음을 정해서 그런지, 시어스 타워를 휘감고 있는 검은 연기가 마치 지옥으로 떨어지는 무저갱의 입구처럼 보였다.

휘이이이잉.

그 때문에 발밑으로 느껴지는 허전함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윈치 줄에 연결한 안전띠를 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제길…….’

조금만 실수해도 바로 상공 500미터 지점에서 추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덜덜덜덜.

방금까지만 해도 괜찮던 몸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되돌리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 진입한다, 준비해!

귓가로 들리는 기장의 말처럼 이미 연기로 뒤 덥힌 시어스 타워의 목표 지점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

- 미스터 리, 나도 바로 뒤따라 들어간다.

작전을 함께 하기로 한 로렌스 역시 이성하의 판단을 믿고 바로 후속 진입을 준비하는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저 연기 속에는 구조대를 기다리는 많은 수의 요구조자들이 있었다.

‘천 명…….’

생각만 해도 까마득한 숫자의 사람들이 저 새카만 연기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 알기에.

‘끊는다. 무조건 끊는다.’

겨우 이 정도에 겁을 먹고 결정을 번복하기에는, 소방관이 되며 가슴에 품은 사람을 살리자는 긍지가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잡고 있는 안전띠의 걸쇠 부분에 바로 손을 걸었다.

빠드득.

흩어지는 의지를 다잡기 위해 이가 부서져라 깨물며, 눈앞으로 다가오는 짙은 연기 속을 노려봤으며.

타타타타타!

그 연기 속으로 자신이 매달린 헬기가 파고드는 순간.

‘하나, 둘.’

철컥!

미련 없이 계산한 타이밍에 가슴에 걸린 안전띠의 걸쇠를 끊었다.

화아아아악.

단번에 방향을 틀던 헬기에서 분리돼 새카만 연기 속으로 떨어졌고, 그에 바로 헬기의 기장이 고함을 질렀다.

- 낙하 시도! 미스터 리가 안전띠를 끊었다!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일시적으로 조종하던 헬기가 흔들림에, 자신과 팀을 이룬 이성하가 건물 옥상으로 낙하한 걸 바로 알아챘으니까.

그리고 뒤이어 들리는 무전에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어렸다.

- 진입 성공. 옥상 착지 성공했다.

착지에 성공했다는 이성하의 무전 때문이었다.

- 오케이, 바로 진입한다.

그 무전에 바로 고개를 끄덕인 로렌스가 후속 진입을 시도했고, 그렇게 잠시 후 들리는 무전에 작전을 지켜보던 모든 대원이 고함을 질렀다.

- 착지 성공. 건물 내로 바로 진입하겠다.

기다리던 로렌스 역시 밝은 목소리로 착지에 성공했다는 무전을 보내옴에.

- 이예에에에!

-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 이 자식들, 믿고 있었다고!

- 성공했어! 두 놈 다 진입했다고!!

- 멋있다! 최고다! LA카운티!

모두 아이처럼 기뻐하며 환호성을 내지른 것이다.

난리가 난 건 작전이 시행된 상공만이 아니었다.

“와아아아아!”

“좋았어! 할 줄 알았다고!!”

“그래! 이거지! 이 정도는 해 줘야 태스크포스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지상의 사람들 역시 모두 고함을 질렀다.

“서, 성공한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입한 두 대의 헬기 밑으로 대원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 하나님! 맙소사.”

상공에서 그 광경을 카메라로 담던 CNN의 기자 또한 흥분한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있었고, 밑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지휘관들의 마음은 더 그랬다.

“부국장님…… 성공했습니다…….”

“그래…… 성공했어…… 저 친구들이 기어코 성공하고 말았어. 크흑.”

이미 모든 과정을 무전으로 듣고 있어, 거의 실패라고 생각하던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진입을 시도한 두 대원 모두가 안전하게 건물 옥상에 착지했다는 것에, 감격해 신을 찾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과 다르게 두 사람 모두가 안전하게 도착한 건 아니었다.

“끄으으…….”

밝은 목소리로 착지에 성공했다는 무전을 보냈던 로렌스가 고통 어린 표정으로 왼쪽 팔을 부여잡고 있었다.

“로렌스, 괜찮아?”

“나보단 네가 더 문제인 거 같은데?”

“하하…… 그런가?”

그런 로렌스를 향해 걱정 어린 말을 건넸던 이성하 역시 쓴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고 있었고, 그런 이성하의 이마에서는 쓰고 있던 헬멧은 어디로 갔는지 새빨간 피가 정신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길, 하필 떨어진 곳에 난간이 있을 줄이야.]

‘괜찮아요. 그래도 헬멧 덕분에 크게 다치진 않았잖아요.’

[뭐가 안 다쳐! 헬멧이 튕겨 나가면서 머리를 찢어 놨는데. 조금만 잘못됐어도 바로 중상이었어!]

두 사람 모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지하다 보니, 착지 과정에서 옥상에 있는 구조물들에 부상을 입은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이스 아닌가?”

“나이스지, 최소한 건물 밖으로는 안 떨어졌잖아.”

전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감만을 이용해 낙하를 했는데도, 그 시도가 보기 좋게 성공해서였다.

“갈까?”

“그래, 가자.”

그 때문에 두 사람은 고통으로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바로 몸을 움직여 건물 내부로 통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소방관입니다! 사람 있습니까!”

“LA카운티 태스크포스입니다!!”

층마다 고함을 지르며 요구조자들이 모여 있을 곳을 찾았으며, 그 움직임은 굉장히 신속했다.

“여긴 없어. 다음 층으로 가자.”

“오케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폭탄을 가지고 있는 테러범을 찾아야만 이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잠시 후.

“아무도 없어요! 소방관입니다!!”

“여, 여기요!!”

드디어 자신들의 고함에 대답하는 요구조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입니다! 아래쪽이에요!!”

꽤 아래쪽에서 들리는 남성의 목소리에.

“……!”

바로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계단을 뛰듯이 내려갔고, 그렇게 내려간 곳에서 드디어 모여 있는 요구조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 진짜 소방관이다!”

“다른 소방관들은요?”

“위쪽에서 오신 거죠!? 위쪽이면 헬기예요? 헬기로 온 거예요?”

“살았어. 우린 살았다고.”

방화복을 입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살았다며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요구조자들을 보게 된 것이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 진행되는 구조 작업의 과정을 알려 주며 겁에 질린 요구조자들을 다독여야 하지만, 이성하와 로렌스는 그럴 맘이 없었다.

“모두 앉아 계세요!”

“……네?”

“전부 일어서지 말고 앉아요. 전부 앉으셔야 합니다.”

이성하가 요구조자들을 다독이기는커녕, 단호한 표정으로 모두 앉아 있기를 요구했다.

“뭐야? 당장 우릴 빼 주지 않고 지금 뭐 하는 거야!”

“앉아요.”

“말하라니…….”

“앉으라고!!”

흥분한 한 요구조자의 고함에는 오히려 맞고함을 치며 엄포를 놨고, 그 이유는 당연히 테러범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부터 손끝 하나 움직이지 마요. 움직일 경우 테러범으로 간주하겠습니다.”

“테, 테러범?”

“네, 이곳에 폭탄을 가지고 있는 테러범이 있습니다. 만약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 덮쳐서 막아야 해요.”

자신들의 등장에 궁지에 몰린 테러범이 폭탄의 작동을 앞당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이성하의 경고에 모두가 침묵에 휩싸였다.

“모두 가만히 있어요.”

“우, 움직이지 마요. 움직이면 덮칠 거예요.”

폭탄이 있다는 말에 다들 겁에 질린 목소리를 토하긴 했지만, 다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모두 앉은 채 서로를 살폈고, 그에 이성하와 로렌스는 서로 거리를 벌리며 사람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다.

“고개 드세요.”

“남성분도 고개 드세요.”

수색으로 이곳에 숨어 있을 테러범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생각이었다.

‘테러범이라면 분명히 반응할 거야.’

이렇게 압박하면 겁을 먹은 테러범이 알아서 모습을 드러낼 거라는 생각에.

“아주머니 고개 좀 들어 주세요. 옆에 있는 아저씨도요.”

일일이 사람들과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쳤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한 사람이 다급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제, 제길.”

자신의 얼굴을 안다고 착각을 한 건지 몸을 일으키자마자 한쪽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었으며, 그 방향에 커다란 검은 가방이 있었다.

“막아요! 아무것도 건들게 해서는 안 돼요!”

점차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거리를 좁혀 오는 이성하와 로렌스의 모습에, 들켰다고 생각한 테러범이 바로 숨겨 둔 폭탄을 향해 몸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미리 대비를 하고 있던 이성하 역시 빠르게 몸을 날린 건 당연했다.

“다, 다가오지 마!”

테러범이 먼저 가방을 잡는 건 막지 못했지만.

“가만히 있어!”

그 뒤로 테러범이 다른 수작을 하지 못하게 막는 건 가능했고, 그런 테러범을 향해 로렌스까지 가세했다.

“이 개새끼야!”

바로 몸을 날린 로렌스가 멀쩡한 손으로 테러범의 턱을 그대로 날려 버렸다.

“커헉.”

콰당탕!

그 충격에 그대로 테러범의 몸이 뒤로 넘어갔으며, 그 덕분에 테러범으로부터 폭탄이 든 걸로 여겨지는 가방을 무사히 빼앗아 지휘막사로 무전을 보낼 수 있었다.

“본부, 테러범을 잡았습니다. 폭탄도 확보했고요!”

- 정말인가?

“네, 꽤 큰 가방 안에 타이머가 부착된 검정색 플라스틱 상자가 들어 있습니다. 암호를 입력하는 키패드 같은 것도 붙어 있고요.”

드디어 테러범으로부터 폭탄을 빼앗아, 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세 번째 테러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성하, 이 자식 기폭장치가 없어!”

“뭐?”

“핸드폰이 있긴 한데, 폭탄과는 관련이 없어. 폭탄을 멈출 방법이 없어.”

당연히 폭발을 가동시킬 수 있는 리모컨 같은 걸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 테러범이 아무것도 가지고 있는 게 없었다.

‘없어…… 진짜 아무것도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러범의 품을 다시 뒤져 봤지만, 로렌스가 말한 핸드폰과 지갑 외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이거 해제하는 방법 있지? 방법이 뭐야?”

“해제?”

“그래, 빨리 말해!”

그에 다급한 표정으로 테러범을 재촉해 봤지만, 듣게 된 대답은 이성하를 멍하게 만들었다.

“니들이 원하는 그런 건 없어.”

“어, 없다고?”

“신의 결정을 우리가 되돌린다는 거 자체가 웃긴 거지. 폭탄의 해제 장치 같은 건 없다. 단지 그 결과를 빠르게 앞당기는 것만 가능하지.”

애초부터 폭발을 멈출 수 있는 기폭장치 같은 건 없는 폭탄이었다.

그저 박스에 설치된 타이머가 시간이 되면 터지거나, 임의명령을 통한 강제 폭발만 가능하도록 설계된 폭탄이었고, 안타깝게도 그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00 : 10 : 37>

‘제, 젠장…….’

폭탄이 터지기까지 앞으로 1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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