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99화 (199/235)

<강철 소방대 199화>

199화. 타임어택 (1)

다섯 대의 헬기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건 순식간이었다.

화아아아악!

헬기의 로터가 돌아가며 생기는 강한 바람이 주변의 모든 걸 강하게 휩쓰는 순간.

위이이잉!

이미 헬기는 시어스 타워의 상공을 향해 수직 상승을 시작했고.

꽈악.

그에 이성하가 헬기 내부의 안전 손잡이를 힘주어 잡자마자, 몸에 가해지는 거센 압력이 줄어들었다.

- 호버링 시작한다!

머리에 착용한 헤드셋을 통해 들리는 기장의 무전처럼, 순식간에 목표 높이까지 올라온 헬기들이 일제히 시어스 타워를 앞에 둔 채 제자리 비행을 시작한 상황.

하지만 이성하는 목표 높이에 도착했음에도 잡고 있는 안전 손잡이를 놓을 수 없었다.

위잉, 위잉, 위잉.

‘제길, 생각보다 더 심한데?’

불안정한 헬기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 기체 안정이 안 돼! 고도 좀 더 높인다!

다급한 기장의 말처럼 호버링을 시작하던 헬기가 다시 허공으로 상승하는 게 느껴졌고, 그 이유는 시어스 타워에서 발생하는 기류 때문이었다.

화르르르르!

예상은 했지만 시어스 타워의 전체 외벽을 태우는 불길의 열기가, 타워 주변으로 거친 기류를 만드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 캡틴, 이거 쉽지 않겠는데…….

스모크 점퍼의 한 대원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무전을 보냈다.

- 동감이야. 즐겁게는 힘들겠어, 캡틴.

그 뒤로 로렌스 역시 동감한다는 듯 무전을 보내왔고, 그 생각은 이성하도 마찬가지였다.

화아아아악.

‘연기…….’

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타워 상공을 가득 메우고 있어서였다.

[이건 안 돼. 착지할 옥상이 아예 안 보이잖아. 이런 시야 상황으로는 낙하 타이밍 잡는 건 불가능해.]

렉스의 말처럼 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타워 상공을 가득 메워, 스모크 점퍼 팀이 착지해야 할 타워 옥상을 완전히 가리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중 그 누구도 작전을 취소할 마음은 없었다.

- 그럼 그냥 내려갈래? 이렇게 올라왔는데 그냥 내려가면 망신이야. 새끼들아.

스모크 점퍼 팀장인 호넬의 피식 웃는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귓가를 울렸다.

- 쉣,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 그래, 브레드. 그냥 내려가면 네 마누라가 너보고 이혼하자고 할 거야.

- 너무 나가네. 난 쉽지 않다고 했지. 안 한다고 한 적은 없다고.

다른 대원들 역시 그럴 마음은 없다는 듯 하나둘 농담을 던지고 있었고, 그 말에 호응하듯 다섯 대의 헬기들은 천천히 시어스 타워와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 니들 망신 짓에 우리까지 끌어들이면 안 되지.

- LA 숙녀들. 추진 거리 확보 중이야. 준비하라고.

- 그럼~ 우리 버지니아에는 후퇴란 없다고.

헬기를 조종하는 버지니아 카운티의 기장들 역시 이 정도 난관으로는 포기할 수 없다며, 건물 옥상을 가리는 연기 속으로 진입을 준비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그에 가장 먼저 대답한 건 이성하였다.

“준비 완료. 먼저 내려갑니다.”

철컥.

헬기 외관에 설치된 윈치 줄을, 가슴에 착용한 안전띠에 걸며 하는 말이었다.

- 레디?

“오케이.”

처억.

그러고는 윈치 작동을 맡은 버지니아 대원의 말에 엄지손가락을 위로 세웠고.

- 고고!

떨어지는 대원의 낙하 신호에 바로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촤아아아악.

“하강 완료, 진입 준비 끝.”

단번에 늘려지는 윈치 줄을 이용해, 상공 500미터 지점에서 시어스 타워의 진입을 위한 최종 준비에 들어간 상황.

그리고 그 모습은 스모크 점퍼 팀의 다른 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촤아아아악.

이성하에게 질 수 없다는 듯, 그들 또한 단번에 윈치 줄을 이용해 같은 높이에 몸을 고정시켰다.

- 모두 준비됐나?

- 옛썰!

- 좋아, 버지니아. 시작해도 된다. 순번은 1호, 3호, 4호, 6호, 8호 순으로 간다.

대원들의 준비를 확인한 호넬이 바로 헬기의 기장들에게 무전으로 작전의 시작을 알렸으며, 그와 동시에 다섯 대의 헬기가 순차적으로 거친 로터 소리를 토해 냈다.

- 카피 댓.

- 카피.

타타타타타!

새카만 연기를 토해 내는 시어스 타워의 건물 상공을 향해, 다섯 대의 헬기들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돌적인 비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지켜보던 사람들로서는 일제히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용맹한 모습이었다.

“CNN의 로터스입니다. 저는 지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광경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 미국의 소방관들이 로프 하나에만 의지한 채 불길이 치솟는 건물 옥상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다른 헬기에 탑승한 채 열띤 목소리로 카메라에 담고 있는 기자의 모습처럼.

“맙소사…… 정말 로프에 매달린 채 연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어!”

“좋아! 가라! 특수구조대!”

“구해 줘! 너희들이 유일한 희망이다!”

길게 늘어진 윈치 줄에 매달린 채, 새카만 연기 속으로 날아서 들어가는 다섯 대원의 모습은 정말 영화에서나 보던 영웅과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 함성이 사그라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어? 그냥 나왔어?”

지켜보던 한 사람이 멍한 목소리로 말한 것처럼, 용맹하게 연기 속으로 진입했던 다섯 명의 대원은 그대로 연기를 지나쳐 반대편으로 나왔다.

타타타타타!

나오자마자 크게 기체를 돌리며 다시 연기 속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아…… 실패했어.”

“제길, 어렵나 봐.”

“이거 안 되는 거 아냐?”

낙담한 사람들의 한숨처럼 단 한 명도 진입에 성공하지 못했고, 그런 사람들의 걱정처럼 스모크 점퍼 팀의 옥상 진입은 완전히 난항에 부딪힌 상태였다.

화아아아아악!

근처에 가면 조금이라도 보일 거라고 생각했던 시어스 타워의 옥상 바닥이, 완전히 연기로 뒤덮여 보이지 않았다.

- 한 번 더! 한 번 더 간다!

- 카피 댓.

호넬의 무전에 헬기를 조종하는 버지니아 팀이 재차 시도를 해 보지만.

- 제길, 보이지 않아!

- 안 됩니다! 낙하 타이밍 가늠이 전혀 안 돼요!

다들 옥상에 착지하는 건 쉽지 않은 듯 보였고, 그건 이성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1초만 빠르거나 늦어도 건물 밖으로 떨어지는데, 연기 때문에 전혀 타이밍을 잡을 수 없어. 젠장.’

고속으로 이동하는 헬기에서 원하는 지점에 착륙하기 위해선 윈치 줄에 연결한 안전띠를 끊을 정확한 타이밍을 잡아야 하는데, 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옥상만이 아니라 그 주변까지 가득 메워, 도통 착륙 지점에 대한 타이밍을 계산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 아직 아니야. 다시 시도한다. 한 번 더!

- 카피 댓!

그 때문에 벌써 6번이나 시도를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타이밍을 잡는 데 성공한 대원은 없었다.

- 젠장!

- 조금만 보이면 되는데! 왜 안 보이는 거야!

여러 번의 실패에 분통을 터트리는 대원들의 모습처럼 단 한 명의 대원도 타이밍을 잡는 데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헬기까지 이상이 생겼다.

- 이봐, 호넬. 더 이상은 무릴 거 같다.

- 뭐?

- 엔진 온도가 너무 상승했어. 아무래도 기류에 올라온 열기를 너무 받은 거 같아. 더 이상 계속하면 추락할 위험이 있다. 작전은 실패야.

수차례 열기가 피어오르는 건물의 상공을 비행한 덕분인지, 대원들이 탑승한 헬기 엔진의 온도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었으니까.

-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우리보고 동료들을 포기하라는 거야?

그런 기장의 무전에 호넬이 안 된다며 고함을 질렀지만, 무전을 해 온 기장의 의견은 확고했다.

- 제길! 우리에게는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할 의무도 있다고!

- 더 큰 참사를 막는다고?

- 그래, 호넬. 냉정히 생각해. 자네 맘은 알지만, 고층빌딩이 즐비한 곳이 이 시카고야. 만약 우리가 작전을 강행하다 헬기가 추락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 거 같나? 몇 개의 건물이 더 무너질지 모르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이곳 시카고에 진짜 지옥이 벌어지는 거라고.

시어스 타워의 폭탄도 문제지만 헬기의 추락은 더 큰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그 무전에 호넬은 아무 말을 못 했다.

-…….

기장의 말처럼 정말 발밑으로 수십 개의 고층빌딩들이 늘어선 게 보여서였다.

시어스 타워의 높이까지는 안 돼도 60층이 넘어가는 고층빌딩들이 밀집된 도시가 이 시카고였고, 그런 곳에 헬기 다섯 대의 추락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제길…….’

정말 헬기가 추락하게 될 경우, 수만 명의 사상자가 더 발생할 수도 있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랬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였다.

“돌아간다.”

작전의 포기였다.

- 캡틴!

“버지니아 팀의 말이 맞아. 헬기 다섯 대가 도시에 추락하는 건, 미사일 다섯 개가 떨어진다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니 포기하고 돌아간다. 피해 크기를 줄이는 게 맞아. 그러니 구조팀에 연락하자. 요구조자 포기하고 물러나라고.”

상층부에 고립될 요구조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질 듯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위잉, 위잉.

자신의 귓가를 울리는 불안한 헬기의 소리가 들리기에.

‘어쩔 수 없다.’

요구조자들에게 미안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 캡틴, 제 헬기는 아직 괜찮은 거 같은데. 한 번만 더 시도해 보면 안 되겠습니까?

한 대원의 무전이 귓가를 울렸다.

“미스터 리?”

- 네, 엔진 소리를 들어 보면 아직 제 헬기는 괜찮은 거 같아서 말입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우측 멀리 손을 드는 이성하가 보였고,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 한 번 정도라면 가능해. 내 마누라는 다른 놈들 것과 다르게 튼튼하거든.

이성하가 탄 헬기 기장으로 여겨지는 무전이 호넬의 귓가를 울렸다.

- 흠, 4호기라면 한 번 정도는 더 도전해 볼 수 있겠어.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하듯 지금까지 자신과 계속 대화를 나누던 헬기 팀장의 가능하다는 무전이 울렸고, 그에 한 대원이 더 무전을 보내왔다.

- 내 것도 괜찮은 거 같아.

로렌스였다.

“정말이야?”

- 응, 한 번 정도는 가능할 거 같아. 아직 소리가 괜찮은 거 같거든.

자신이 타고 있는 헬기를 가리키며 손을 들어 보이는 로렌스가 보였으며.

- 가능해. 저 두 놈 헬기는 경보가 안 떴다는군.

맞다고 확언하는 헬기 팀장의 무전에 호넬의 결정은 당연히 허락이었다.

“좋아, 해 본다. 미스터 리, 로렌스. 자네들이 가.”

- 옛썰!

기회가 없다면 모를까, 한 명이라도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계속해서 작전을 수행하고 싶은 게 호넬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크게 기대를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될까…….’

여전히 건물 상공을 까마득하게 메운 연기 때문이었다.

화아아아악.

착륙할 옥상만이 아닌, 그 주변까지도 가득 메운 연기의 모습에.

‘후…….’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으니까.

하지만 이성하는 이 마지막 기회를 가볍게 여길 마음이 없었다.

“로렌스, 2초다.”

- 뭐?

“연기 진입하고 헬기 상승 순간 2초 후. 그게 안전띠를 끊는 타이밍이야.”

헬기는 직선으로 비행하는 게 아니었다.

연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어스 타워의 옥상 위로 80m짜리 안테나가 설치돼 있는데, 헬기는 그걸 피하기 위해 진입 후 좌측이나 우측으로 크게 상승하며 방향을 전환하곤 했다.

“그때 바로 시어스 타워의 안테나가 보이거든.”

연기 때문에 옥상의 착륙 지점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 안테나의 위치만큼은 확인해 그 오차범위를 계속 계산해 오던 이성하였고, 그 말에 로렌스의 재밌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걸 언제 파악했대? 방향은 좌측인가?

이성하의 말에 바로 착륙 지점을 계산한 말투였다.

“그래, 좌측이야. 그러면 최소 건물 밖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거야.”

그 말에 이성하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을 보냈으며, 그에 두 사람의 마음은 결정된 상황이었다.

- 좋아. 믿고 끊는다.

“오케이.”

결과가 어찌 되든 이성하의 판단을 믿고 이번 시도에 모든 걸 걸기로.

- 잠깐만, 끊는다고?

그 밑도 끝도 없는 대화에 호넬의 당황한 목소리가 무전을 울렸지만, 이미 두 사람의 헬기는 다시 연기 속을 향해 비행 중이었다.

- 먼저 간다.

- 오케이, 미스터 리.

이번 시도에 모든 걸 걸고, 마지막 진입을 시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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