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82화 (182/235)

<강철 소방대 182화>

182화. 특수공장 화재 (1)

“제길, 이게 무슨…….”

원래 처음부터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

출동할 때만 해도 여느 때와 같이 순식간에 상황을 해결할 줄 알았다.

- 화재 출동, 스쿼드 6호, 트럭 31호, 엠뷸런스 25, 62호 출동 바랍니다.

“스쿼드, 우리네. 가자.”

인명구조팀을 뜻하는 스쿼드를 호명하는 상황실 지령에.

“성하, 오늘 잘 부탁한다.”

“오케이, 옆에서 잘 배우면서 지원할게.”

“그렇지, 그 자세야.”

소속된 2팀 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으며 구조 차량에 올라탄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분위기는 출동 장소가 보고되면서부터 달라졌다.

“마크…… 출동 장소가 산타클라리타인데?”

운전대를 잡은 존 모리스가 곤란한 표정으로 팀장인 마크를 돌아봤다.

“산타클라리타? 설마 공장 구역이야?”

그 표정을 본 마크가 인상을 찌푸리며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운전석 쪽으로 머리를 내밀었고.

<산타클라리타 파이오니어 공장지대>

그렇게 확인한 주소에 욕설을 내뱉었다.

“쉣! 파이오니어?!”

“진짜 파이오니어야?”

“그래, 이 지역 최대의 공장 구역. 오늘 일진 더럽겠어.”

“끄응…….”

그들이 출동하는 장소가 이 근방의 모든 공장들이 모여 있는 산타클라리타의 파이오니어 지역이라는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지은 것이다.

이성하 역시 그런 대원들의 분위기에 전투태세로 들어간 건 당연했다.

‘공장이면 꽤 크겠어.’

한 번이긴 하지만, 공장 화재는 이미 겪어 본 적이 있었다.

화르르르르!

“제길! 목재가 너무 많아.”

“본부! 가구 단지 전부가 불타고 있다. 지원 요청 바란다!”

길현대 시절, 가구 공장이 모여 있는 단지 하나가 통째로 불타는 현장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했기에.

‘미국도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려나…… 구역이란 말을 보면 공장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말인데.’

곧이어 맞닥뜨리게 될 현장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위험요소들을 분석하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그 행동은 쓸모없는 행동이었다.

“……!”

막상 도착해 상황을 보니 자신이 알고 있는 공장 화재가 아니었다.

화르르르르르!

엄청난 크기의 불길이 공장을 휘감는 건 맞았지만, 그 불길의 색깔이 이성하가 알고 있는 것과 너무 달랐다.

‘노란색? 불길이 왜 노란색이지?’

멀리서 보이는 화광의 색깔이 불길을 의미하는 빨강이 아닌, 황금색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번쩍이는 것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보게 된 현장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부 날라!”

“제길, 이게 무슨 난리야!”

“포크레인, 포크레인 지원 어떻게 된 거야!!”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호스를 잡아야 할 소방관들이 호스가 아닌, 시멘트 포대 같은 걸 들고 정신없이 뛰고 있었다.

“부어!”

“이쪽부터 부어! 이쪽부터!”

화아아악!

그렇게 들고 간 포대들이 곳곳에서 지휘하는 소방관들의 명령에 정신없이 불길 속으로 던져지고 있었고, 그에 이성하는 비로소 무슨 상황인지를 알 수 있었다.

‘모래…….’

모래를 뿌려 불길을 진압하고 있었다.

물이 아닌 모래를 뿌려 불길에 산소 공급을 최대한 막고 있었고, 이런 식의 진압 방법은 금속화재에서 사용되는 방법이었다.

‘……여기 설마 마그네슘 공장이에요?’

[끄응, 그런 거 같네. 특수금속 화재야. 지금 아무도 물을 안 쓰잖아.]

수분이 닿으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폭발하는 특성 때문에, 진압이 불가능한 특수금속 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장은 완전히 아비규환이 된 상태였다.

콰콰쾅!

물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인데도 공장 내부에 생수통 같은 요소가 있었는지, 곳곳에서 폭발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끄으으으.”

“아, 아파요…….”

“제길, 식염수! 식염수 더 필요해!”

조금은 떨어진 안전 구역에서는 눈앞의 화재로 화상을 입은 사람들의 응급 처치를 위해 모든 구급대원이 고함을 지르는 상황이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소방관이었다.

“모래부터 날라!”

“이런 쉣,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우선 움직여! 삽으로 파든 곡괭이로 파든, 빨리 모래들로 금속 먼저 덮어!”

소방관, 일반인 할 거 없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불길이 붙은 금속의 연소를 막기 위해 열심히 모래를 나르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훈련생 신분으로 방화복을 입고 있는 이성하의 경우엔, 더 많은 책임이 요구된 상황이었다.

“성하, 넌 진압대로 참여해!”

“진압대?”

“그래, 우리는 요구조자 작업에 들어갈 테니까 넌 여기서 다른 소방관들을 돕는다. 빨리!”

팀장인 마크가 이성하에게 바로 진압대에게 합류할 걸 요구하고는, 대원들과 함께 공장 뒤쪽으로 뛰어들어갔다.

“이성하, 포대 들어!”

“알겠습니다!”

그 때문에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모래 포대를 들어 진압작업에 참여하게 된 이성하였고, 그러다 보니 엄격히 금지되던 이성하의 현장 접근 역시 잠정적으로 해지될 수밖에 없었다.

“미스터 리! 당장 저 위로 올라가서 불길 덮어!!”

“저, 저 말입니까?”

“그럼 누가 해! 지금 사람 부족한 거 안 보여!”

“끄응, 제길!!”

다급한 표정으로 건물 안으로 진입하라는 진압대장의 고함처럼,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의 도움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진압대장의 명령에 이성하는 잠시 당황했지만, 바로 근처의 사다리를 들고 지시받은 위치로 달려갔다.

“젠장, 이게 무슨 난리야.”

바라고 바라던 현장 참가였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촤라라라락!

“모래! 모래 좀 가져다줘요!!”

조금이라도 빨리 불길이 붙은 금속들의 폭발 반응을 막기 위해 단번에 2층으로 올라가 모래를 달라며 부르짖었고.

“여기!”

“여기도 간다!!”

“오케이!”

그렇게 받게 된 모래 포대를 들고, 공장 내부를 향해 정신없이 던졌다.

[하…… 내가 어쩐지 조용하다 했다.]

‘시끄러워요!’

[뭘 시끄러워! 아니 왜 맨날 사고들을 몰고 다니는 거야!]

‘아, 모른다고요!’

화아아악!

귓가로 들리는 렉스의 쓸데없는 푸념에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며, 다른 대원들에게 전해 받은 모래 포대를 노란 불길을 뿜어내는 금속들을 향해 정신없이 던졌고, 그런 노력 덕분인지 점차 수그러드는 불길에 지급받은 무전기를 잡았다.

“2팀 소속 이성하입니다. 말씀하신 위치 일단 덮었습니다. 그다음 위치 말씀해 주십쇼!”

조금이라도 커질 수 있는 공장 화재를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 오케이, 미스터 리. 그럼 오른쪽 지원 부탁한다.

“오른쪽,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터억.

그 때문에 진압대장을 통해 다음 지원할 장소를 전해 듣자마자 바로 남은 모래 포대를 들어 지시받은 구역으로 걸음을 옮겼으며.

화아아아악…….

‘좋아, 된다!’

그런 몇 번의 작업을 통해 서서히 모래로 뒤덮이는 불길의 모습에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 1차 저지 작업 완료! 이제 물러나서 대기한다!

- 물러납니까?

- 그래, 잠시 대기한다!

- 오케이.

- 물러납니다!

바로 무전으로 들리는 진압대장의 대기 명령처럼, 주변으로 불길이 번질 수 있는 1차 저지에 해당하는 위치만큼은 확실히 모래로 덮어 더 이상의 화재 확산만큼은 막아 낸 걸로 보였으니까.

물론 단순히 확산을 막았다고 해서 끝난 건 아니었다.

화르르르르르!

마그네슘은 산소 공급 없이도 스스로 발열하는 특성 때문에 완벽한 진화가 불가능했다.

[대충 3일은 걸리겠는데.]

‘3일이나요?’

[어, 이 정도 크기의 공장이면 마그네슘의 양이 대략 4천 톤은 될 거야. 아무래도 3일은 지나야 불이 꺼진다고 봐야지. 모래 속에서도 화재는 계속될 테니까.]

렉스의 말처럼 모래를 덮어도 끊임없이 연소하는 특성을 가진 게 마그네슘이라는 금속이었고, 당연히 LA카운티의 진압대장 역시 그 상황을 모르지 않았다.

- 지금부터 포크레인 이용해서 다 틀어막는다. 시작해!”

대원들에게 물러나라고 지시한 진압대장이 바로 한쪽에 대기하던 포크레인들의 투입을 지시했다.

- 라져.

- 시작합니다.

철컥.

위이이이잉.

그 지시에 지금까지만을 기다렸다는 듯 포크레인들이 버켓에 흙을 가득 담고 공장 주변으로 다가왔고, 그런 포크레인들을 통해 진행하는 건 2차 저지선 작업이었다.

“뿌려! 최소 1미터 높이로 쌓는다!”

- 알겠습니다!

화아아아악.

아직 불길이 닿지 않는 공장 주변으로 마치 담벼락 쌓듯이 흙을 쌓아, 혹시 모를 연소 확대 가능성을 완전히 저지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그 작업은 굉장히 순조로웠다.

[그나저나 펌프차만 몇 대야? 대충 백 대는 넘어가겠는데?]

‘네, 끝이 안 보이네요. 주변의 소방서는 전부 출동했나 봐요.’

렉스의 말처럼 눈앞의 공장 화재를 막기 위해 집결한 펌프차의 숫자만 백 대가 넘는 상황이었다.

펌프차 한 대당 다섯 명의 소방관이 탑승한다고만 계산해도 이 현장에 대략 500명 이상의 소방관이 출동한 상황이었고, 그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방관이 지금 2차 저지선을 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삽 가져와!”

“모래 담을 수 있는 수레 모두 동원해! 확실하게 틀어막는다!”

“가자!”

현장에 집결한 모든 소방관이 오로지 연소 확대를 막기 위한, 2차 저지선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와, LA카운티. 진짜 대박이네.”

더 큰 화재를 막기 위해 초기부터 확실하게 대응하는 LA카운티 소방국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고.

[봤냐? 이것이 그레이트 컨츄리 아메리카. 바로 이거거든.]

그에 우쭐해하는 렉스의 목소리가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이성하도 이번만큼은 인정하기로 했다.

‘바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근처의 모든 소방인력을 집결해 선제조치를 한다. 이건 무조건 본받아야 할 시스템이야.’

부족한 소방인력 때문에 꾸준히 단계를 올려 가며 대응하는 한국의 시스템과 달리, 뒤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최악을 가정해 시작부터 확실하게 대응하는 미국의 시스템에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으니까.

그 때문에 이성하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 주저앉았다.

‘휴, 끝났나 보네.’

상황을 보아하니, 더 이상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는 듯 보여서였다.

“미스터 리. 고생했어. 가서 물 좀 마셔!”

그런 자신의 생각처럼 마침 진압대장이 고생했다며 물을 가져다줬고, 그에 이성하는 밝은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옛썰!”

생각도 못 한 고생을 한 상황이긴 했지만, 다행히 모든 상황이 안전히 마무리된 것에 밝은 미소를 지은 것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투욱.

쓰고 있는 헬멧에 뭔가가 떨어진 게 느껴졌다.

“어?”

뭔가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순간.

투욱. 투욱.

무언가가 떨어져 얼굴을 가볍게 두드렸고, 그에 이성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비…….”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투두두둑.

“제길!!”

하필 마그네슘에 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빗방울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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