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80화 (180/235)

<강철 소방대 180화>

180화. LA카운티 특수재난구조대 (3)

이성하가 LA카운티에 합류해 처음으로 보게 된 특수재난구조대의 첫 출동과 구조 작업은 엄청난 속도로 마무리됐다.

“밑으로 내려간다!”

“사다리에 호스 연결해!”

도로 밑으로 전복된 자동차의 광경에,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장비를 챙겨 내려간 대원들의 신속함 덕분이었다.

“좋아! 절단해!”

“오케이, 요구조자 꺼낸다!!”

도착과 동시에 챙겨 간 원형 톱으로 자동차를 절단하며 요구조자를 구조하기 시작한 대원들이었고.

“됐다! 구급대, 들것!”

“인계받았습니다, 이송 시작합니다!”

그렇게 구조한 요구조자를 옆에서 대기하던 구급대원이 인계받으며 상황은 종료됐다.

“30분 커트. 적당하네.”

“다들 수고했어. 돌아가자고.”

시계를 보며 만족하는 대원들의 모습처럼 놀랍게도 출동한 지 30분도 안 돼, 현장의 모든 상황이 정리된 것이다.

이성하로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30분…… 이동에 15분, 장비를 거치하고 요구조자 구조까지 또 15분이라고…….’

빠른 출동 시간도 놀라웠지만, 현장에 도착해 요구조자를 구조하는 데 걸린 시간이 그 출동 시간을 넘지 않았다.

[역시 LA카운티네. 한국이었으면 대략 1시간은 걸렸을 텐데 말이야.]

렉스의 말처럼 한국이었다면 그 배는 걸릴 구조 작업을 엄청난 속도로 마무리한 것에 깜짝 놀란 거였고, 그보다 더 놀라운 건 후속 조치였다.

“왼쪽으로 주행하세요, 왼쪽으로!”

분명히 대원들이 상부에 보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어느새 LA카운티의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해 사고가 발생한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삐뽀! 삐뽀!

그런 경찰의 도움에 따라 요구조자를 실은 구급차가 그대로 도로를 질주했고, 그런 경찰의 도움에 이성하가 속한 2팀의 대원들은 짧은 인사만 건네고는 그대로 차량에 올랐다.

“수고.”

“고생했다.”

한국이었다면 모든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소방관이 남아 현장을 정리해야 했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그 후속처리를 나중에 도착한 경찰이 인계받아 상황을 정리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이게 미국의 시스템.’

말로만 듣던 소방 선진국의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경험해서였다.

[이건 대부분의 주에서 시행되는 시스템이야, 특수재난구조대가 있는 곳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

렉스의 말대로라면 이런 협력 시스템이 LA카운티만이 아닌, 미국 전역에서 이뤄진다는 말에 존경심이 흘러나왔으니까.

그리고 그런 존경심은 상황을 파악할수록 계속 커져 갔다.

“그런데 데일, 방금 밀어 버린 차량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응? 차량?”

“응, 아까 출동하면서 밀어 버린 차량들. 그거 보상 처리가 어떻게 되나 해서.”

출동 과정에서 파손된 차량의 숫자가 꽤 됐던 탓에, 그에 대한 보상 처리가 어떻게 되나 데일에게 물었는데, 그렇게 듣게 된 대답은 이성하를 멍하게 만들었다.

“보상? 그걸 우리가 왜 보상해?”

“어?”

“한국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런 거 없어. 사이렌을 울린 것만으로 우린 경고를 한 거야. 공무상 집행중이니 길을 비키라고. 그러니 그걸 안 지킨 사람들에 대한 예우는 없어. 보상은 개뿔, 오히려 벌금을 물리지.”

“벌금?”

“어. 그 차가 롤스로이스건, 아니면 경찰차건, 심지어 그게 우리 시장의 차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벌금을 물어. 소방관들의 인명구조를 방해한 사항으로 말이야.”

대충 소문을 들어 알긴 했지만, 보상이 없는 것만이 아니라 아예 벌금을 물린다는 말은 이성하를 충격에 빠트렸다.

“하하하…….”

게다가 그 대상이 같은 공무원인 경찰이나 고위직인 시장의 차라도 상관없다는 데일의 말에 웃음이 흘러나왔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2팀 대원들의 모습이었다.

“이봐, 리. 여기에 계속 있게 되면 자연히 알겠지만, 우리에게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어.”

“만약 소화전 앞에 차가 있다? 그대로 도끼로 부숴도 무방해.”

“존 말대로야. 무조건 인명구조가 우선이거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게 사람의 생명이라 외치는 2팀 대원들의 모습에.

‘아우, 아까 현장에서부터 함께 했었어야 했는데.’

오늘은 장비가 없어 구경만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랬기에 본부로 돌아와 2팀 대원들을 바라보는 이성하의 눈빛은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거 의외로 배울 게 많겠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배정받은 2팀 대원들이 진국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야, 좀 더 빠르게.”

“이 정도?”

휘이이익.

“오케이, 굿.”

돌아오자마자 야외에서 슬쩍 팀장의 눈치를 살피고는 작은 핸드볼을 던지며 노는 모습에는 잠깐 머리를 긁적였지만, 자세히 보니 그 행동들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LA카운티의 존 모리스 선수, 한번의 소화탄으로 화재를 깔끔하게 진압합니다!”

노는 걸 이용해 화재현장에서 공 모양의 투척 소화탄을 던지는 걸 연습하는 거였다.

휘이잉!

“오케이, 다음 30미터.”

불길 때문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점차 거리를 늘려 가며 소화탄을 던지는 걸 연습하는 거였고, 장난스럽지만 저렇게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LA카운티의 구조시스템이 발전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까 현장에서 봤던 사다리 쓰는 방법도 이런 식으로 나왔던 건가…….’

지금처럼 구조 방법을 응용해 놀고 있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니, 방금 전 출동에서 2팀 대원들이 보여 줬던 사다리 사용 방법도 지금과 같은 식으로 응용해 나온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다리 사용 방법이 특별해 봐야 얼마나 특별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방금 전 현장에서 2팀 대원들이 보여 준 사다리 사용 방법은 이성하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을 정도로 특별한 방법이었다.

“도로 밑입니다! 차가 내천으로 떨어졌습니다!”

현장 상황이 도로 밑으로 차가 떨어져 전복된 상황이다 보니 요구조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사다리를 설치해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현장에서 LA카운티 특수구조대는 사다리를 내려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올려서 사용했었다.

“사다리 올리고 호스 65파이 세팅해!”

팀장인 마크가 상황을 보고는 바로 대원들에게 사다리와 호스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라져!”

위이이이잉.

그 지시에 바로 왜소한 체형의 로버트가 사다리차를 작동시켜, 사다리를 대각선으로 도로 위쪽을 향하게 펼쳤고.

터벅 터벅.

그 위로 이성하에게 하이파이브로 강렬한 인상을 줬던 루벤이 65파이의 호스를 들고 올라가, 가지고 간 호스를 사다리 끝으로 길게 늘어트렸다.

촤라라라락.

“호스 설치 완료!”

그에 따라 자동차가 있는 내천까지 호스가 길게 이어졌으며, 이어서 보게 되는 장면에 이성하는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좋아, 물 틀어!!”

“알겠습니다!”

마크의 지시에 늘어진 호스에 물이 채워졌다.

화아아악.

물이 들어가면서 축 처져 있던 호스가 팽팽하게 차올랐고, 그렇게 차오른 호스를 대원들이 잡고 단번에 밑으로 내려갔다.

“고고고!”

“갑니다!!”

휘이이잉.

마치 옛날 봉을 타고 출동에 나서던 소방관들의 모습처럼, 호스를 봉처럼 타고 차량이 전복된 도로 밑까지 단숨에 접근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처음 2팀에 배정되고 나서 보였던 불성실했던 모습을 완전히 던져 버렸다.

“미스터 리. 앞으로 자네 교육은 이 친구가 할 거야.”

“아까 소개는 했지? 루벤 폴러. 그냥 루라고 부르면 돼.”

“하하하, 반가워. 난 애칭 같은 건 없고 그냥 성하라고 불러 줘.”

신난 표정으로 마크가 교육 담당이라고 붙여 준 루벤의 손을 잡고 정신없이 흔들었다.

“미스터 리. 너 영어는 읽을 줄 알지?”

“가능해. 쓰는 건 좀 어색할 순 있어도, 읽는 건 괜찮아.”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교육에서는 어떻게 보면 다소 무례해 보일 수 있는 루벤의 질문에도 전혀 거리낌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 그럼 기본적인 거부터 해 볼까?”

“기본?”

“응. 이거 우리 LA카운티의 구조 매뉴얼인데, 일단 이거 외워야 돼. 앞으로 우리랑 함께 다니려면 우리 스타일은 알아야지.”

엄청난 두께의 구조 매뉴얼을 건네며 외우라는 무식한 지시에도.

“LA카운티의 매뉴얼? 알았어. 당장 외울게.”

오히려 반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바로 그 LA카운티의 매뉴얼이라는 거지. 세계 최고의 특수구조대 매뉴얼. 흐흐흐.’

지금 자신이 받은 매뉴얼이 LA카운티의 구조 매뉴얼이라는 말에, 오히려 당장이라도 펼쳐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지시를 내린 루벤으로서는 어이가 없는 모습이었다.

‘이 새끼, 설마 또라이인가?”

원래 그가 생각한 그림이 이게 아니라서였다.

‘그냥 한 번 보면 되는 거지. 저걸 진짜로 외우겠다고?’

그냥 인사 삼아서 가볍게 장난으로 건넨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이성하의 모습에 이놈은 뭔가 싶었으니까.

그랬기에 루벤은 가벼운 게임을 해 보기로 했다.

“성하, 너 혹시 블랙아웃하고 공기호흡기 조립할 수 있어?”

“블랙아웃?”

“응. 눈 가리고 분해된 공기호흡기를 조립하는 거야. 처음이니까 타임은 5분 정도. 어때?”

암전 상황을 대비한 훈련이었다.

“어? 이렇게 갑자기?”

“원래 훈련은 갑자기 하는 거야. 그래야 실전에 나오지.”

당황해하는 이성하의 모습에 씨익 웃으며 손수 그 눈을 가려 줬고, 이내 창고에서 미리 분해된 공기 호흡기 세트를 들고 와 한쪽 바닥에 널찍이 늘어놨다.

“오케이. 시작한다, 성하. 범위는 10헥타르 정도야.”

찰칵!

얼굴에 여유를 잃지 않는 이 한국의 소방관이, 지금처럼 유쾌한 모습을 어디까지 유지할지 기대가 됐던 것이다.

그리고 보게 된 이성하의 모습에 신나서 박수를 쳤다.

“하하하, 맞네. 이 새끼 또라이 맞아.”

당황한 표정도 잠시, 바로 자세를 숙이며 바닥에 늘어진 공기호흡기 세트의 부품을 회수하는 이성하의 모습 때문이었다.

“이건 등지게…… 그리고 레귤레이터…… 이건 안전띠.”

착실하게 주운 부품의 이름을 말하며 즉석에서 공기호흡기 세트를 조립하는 이성하의 모습에 기가 찬 거였고, 그렇게 이성하가 공기호흡기를 모두 조립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분이었다.

“와우, 저거 우리만 하는 훈련 아니었어?”

“훌륭한데?”

“처음 치고 저 속도면 엄청 빠르네.”

지켜보던 2팀 대원들이 감탄사를 흘릴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주어진 지시를 완료한 거였으며, 그에 루벤은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되는 건가?”

“하하하, 그래. 너 대단한데?”

“잘한 거야?”

“그럼~ 처음치고는 굉장히 잘한 거지.”

이번에 한국에서 연수를 온 이성하가 정말 소문처럼 쓸 만한 소방관이라는 것을.

이성하로서는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기록이 괜찮긴 했나 보네.’

자신의 일처럼 박수를 쳐 주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래? 이 정도면 현장에서 동료로서도 괜찮은 거지? 너희들한테 짐이 되면 안 되니까 말이야.”

환하게 웃는 2팀 대원들의 모습에, 현장에서도 이런 좋은 모습을 팀원들에게 보여 칭찬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 말에 방금까지 웃던 루벤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현장? 그게 무슨 말이야. 넌 연수생이잖아.”

이성하의 신분을 규정하는 말이었다.

“잠깐만…… 나 설마 현장에서 구경만 해야 되는 거야?”

그 말에 잠시 멍해 있던 이성하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루벤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헤이, 성하. 뭔가 잘못 알고 있나 본데. 넌 연수생으로 온 거야. 이곳 LA카운티의 소방관으로 근무하러 온 게 아니라고.”

이성하의 신분이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이 아닌, 교육을 위한 연수생이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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