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79화 (179/235)

<강철 소방대 179화>

179화. LA카운티 특수재난구조대 (2)

“야, 이거 뭐 잘못된 거 아니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 당황한 표정으로 데일을 바라봤지만, 이 자리에서 당황하는 건 이성하뿐이었다.

“대박! 어떻게 성공한 거야, 로버트!!”

곁에 있던 데일 역시 눈앞의 소방관들과 같은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야…….”

“진짜 존나 멋있다. 너 최고다, 정말.”

자신의 말은 들리지 않는지 어느새 달려가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는 데일의 모습에, 이성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야, 나도 한 번만 타 보자.”

“안 돼, 너 늦게 왔잖아. 기다려.”

“에이, 좀만 타 보자. 나도 태워 줘.”

마치 아이 같은 표정으로 서로 타겠다며 투정을 부리는 소방관들의 모습에.

“하…….”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특수재난구조대의 이미지가 완전히 박살이 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부 괴짜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였다.

“이 새끼들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건물 쪽에서 나타난 한 소방관이 이 소란에 고함을 지르며 다가왔다.

“끄응…… 마크다.”

“제길, 걸렸네. 야, 빨리 치워.”

그 소방관의 고함에 방금까지 아이처럼 설레어 하던 소방관들이 식겁한 표정으로 자리를 정리했고, 그렇게 부하 소방관들의 일탈을 정리한 소방관이 그대로 데일의 귀를 손으로 잡았다.

“너 이리 와.”

“아! 캡틴, 아파!”

데일이 캡틴이라고 호칭을 하는 이었다.

“연수생을 맡겨 놨더니, 어디 이런 꼴을 보이고 있어.”

“아아!!”

그 호칭처럼 단번에 데일을 제압하며 일갈을 터트린 캡틴.

“어이구, 이걸 그냥.”

“끄응…….”

그리고 그렇게 몇 번의 고통을 주는 것으로 데일의 일탈을 정리한 소방관이 이성하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네가 그 한국 소방관이지? 초면인데 실례가 많았어, 마크 조밍이야. 그냥 마크라고 부르면 돼.”

“아, 이성하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그래, 나도 반가워. 일단 들어가자고. 소개해 줄게.”

정중한 자세로 손을 맞잡는 이성하의 모습에 마크라 불린 소방관이 피식 웃으며 앞장을 섰으며, 그런 마크의 안내를 받아 이성하는 오랜만에 그리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하하, 이성하. 오랜만이야.”

“챈들러!!”

데일과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 조난됐던 챈들러가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이게 누구야. 한국의 히어로 아냐?”

“미스터 리, 미국에 온 걸 환영한다.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이성하.”

그 외에도 국제구조대로 지내며 안면이 있는 몇몇 대원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와 이성하의 어깨를 두드렸고, 익숙한 굵은 음성 역시 그런 이성하를 반겼다.

“역시 부지런하네. LA 공기는 어땠나, 이성하 소방관.”

특수재난구조대의 대장으로 네팔에서 만났던 모스 대장이었다.

“좋았습니다, 모스 대장.”

“하하하, 좋았다니 다행이군. 이쪽으로 오게.”

자신을 이곳으로 오도록 한국에 요청해 준 LA카운티의 모스 대장이 반갑게 손을 내밀며 이성하를 반겨 준 것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그런 모스를 따라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래, 이거지, 이게 내가 생각한 특수재난구조대지.’

드디어 상상으로만 생각하던 특수재난구조대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서였다.

“제임스, 시 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던 공원 조감도 어디 놨어?”

“파코이마 본부의 롤랜드라고 합니다. 샌퍼넌도 쪽에서 교육 지원을 신청했다고 해서 전화를…….”

“응급 지원 서비스는 서부 국으로 문의하셔야 합니다. 우리 센트는…….”

널찍한 사무실에서 서류 업무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대원들의 모습은 물론.

“크레인 좀 올려 줘!”

“엔진 한번 돌려 봐!”

위이이이잉.

딱 봐도 엄청난 수의 장비들이 보관된 컨테이너 창고에서 장비점검을 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으니까.

하지만 아직 감탄을 하기엔 일렀다.

LA카운티 특수재난구조대는 버지니아에 존재하는 페어팩스 카운티 소방국과 함께 미 연방정부를 대표하는 공식 특수재난구조대였다.

국가를 대표하는 특수구조대답게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특수재난구조대였고, 그 때문에 LA카운티 특수재난구조대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했다.

‘또 건물이…….’

입구 사무실에서 이어지는 컨테이너 창고를 나가자마자 또 다른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악 구조대>

<수난 구조대>

<특수화학 구조대>

<항공 구조대>

<스모크 점퍼스(공수부대)>

.

.

.

한국이었다면 각 도시에 맞춰 하나씩만 존재해야 할 재난구조대가 종류별로 모두 모여 있는 대형 건물이 서 있었고, 그중 이성하가 들어가게 된 사무실은 LA카운티 지역을 담당하는 도시구조대였다.

“우선은 도시구조대에서 근무하게 될 거야. 물론 다른 부서도 경험하게 될 거고.”

안내를 해 준 모스 대장의 말처럼 앞으로 LA카운티의 전 지역을 담당하는 도시구조대에서 연수를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중 이성하가 속하게 된 곳은 2팀이었다.

“마크.”

“네, 대장.”

모스의 말에 뒤따라온 마크가 활짝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아까 인사했지만 앞으로 잘해 보자고. 네 연수는 앞으로 우리 2팀에서 진행될 거야. 그리고 내가 2팀의 캡틴이고.”

자신을 이성하가 앞으로 지내게 될 2팀의 팀장이라고 소개했으며, 그에 한쪽에 앉아 있던 소방관들이 손을 들었다.

“제이미 카터. 제이미라고 불러. 마찬가지로 2팀이다.”

“이야기 많이 들었어. 나는 오웬 라이트. 반가워.”

꽤 힘을 쓸 것처럼 덩치 좋은 소방관 둘이 씨익 웃었고, 그 옆으로 데일이 끼어들었다.

“이 새끼들하고 친하게 지내지 마. 현장에서 사고만 치는 놈들이야.”

“뭐? 데일, 네가 그러면 안 되지.”

“그래. 맞아. 지난번에도 자동차 한 대를 통으로 날린 놈이 말이야.”

데일의 합류에 바로 투닥거리는 그들이, 이성하가 앞으로 동료로 지내게 될 2팀의 대원들인 상황.

물론 그들이 2팀의 전부는 아니었다.

[빈자리가 넷. 하나는 네 자리니까 세 명 더 있겠네.]

렉스의 말처럼 자신의 자리를 제외하더라도 세 자리가 더 있었다.

책상 위로 놓인 액자나 서류함을 보면 비어 있는 자리가 아닌 건 분명했고, 그 짐작처럼 세 명의 대원이 곧이어 사무실로 들어왔다.

“뭐야? 벌써 왔어?”

곱슬머리의 한 흑인 소방관이 들어오자마자 이성하를 보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응? 왔다고?”

“뭐, 진짜?”

그런 소방관의 말에 뒤이어 두 명의 백인 소방관이 환한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 안으로 뛰듯이 들어왔으며, 그런 소방관들의 반응에 이성하가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성하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연수를 얼마나 오래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자신의 연수를 맡아 교육을 해 줄 동료 소방관들이라는 생각에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정상적인 소방관은 아니었다.

“아냐, 아냐. 우리는 그렇게 인사 안 해.”

먼저 들어오며 호들갑을 떨었던 흑인 소방관이 갑자기 춤을 추듯이 몸을 빙글 돌았다.

짜악.

“루벤 폴러야. 그냥 편하게 루라고 불러.”

악수가 아닌 하이파이브를 하듯 손을 마주치며 자신을 소개했고, 뒤따라 들어온 다른 두 소방관 역시 같은 방법으로 인사했다.

짜악. 짜악.

“존 모리스야. 이렇게 유명인을 다 보네.”

“난 찰리 존슨. 앞으로 잘 부탁한다. 흐흐.”

활짝 웃으며 하는 말이었다.

“야, 데일. 너 들어 보니까 아까 캡틴한테 까였다며.”

“까이긴 무슨.”

“에이, 오면서 챈들러한테 다 들었어, 짜샤.”

소개하자마자 용건을 마쳤다는 듯 몸을 흔들며 자리에 착석하는 이들이었고, 그에 이성하는 앞으로의 연수 생활이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설마, 여기 버리는 팀인가…….’

괴짜라고 생각한 데일보다 더 정신없는 팀원들의 모습에, 자신이 속한 2팀이 특수재난구조대의 문제아 팀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야, 그건 아닐 거야…….’

그래도 연수를 하러 온 입장인데 그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이어서 보게 된 장면이 그 걱정을 더 키웠다.

“니들 곧 교대근무시간 아냐? 얼른 나가서 준비하지?”

“네, 나갑니다.”

“으차,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모스 대장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천천히 옆 사무실로 옮기는 대원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 옆 사무실은 야간 근무를 한 걸로 보이는 3팀의 사무실이었는데, 그렇게 만나게 된 3팀은 이성하가 소속된 2팀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아, 그 친구?”

“반가워.”

꾸벅.

시끌벅적하게 맞이한 2팀과 달리 가벼운 눈인사만으로 이성하에게 인사를 한 3팀이었고, 그렇게 시작된 두 팀의 아침 교대 근무를 보며 이성하는 한쪽에 서 있는 모스 대장을 향해 간절한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오늘 2팀 컨디션은 어때?”

“보다시피 이상은 없는 거 같아.”

“오케이, 일단 야간 출동한 곳은 노스 리지와 뉴버리 파크야. 헬기 출동은 뉴버리 파크로 갔고, 장비 점검은 모두 끝내 놨지만, 그래도 모르니 확실히 점검해야 해.”

“알겠어. 다른 전달 사항은 없지?”

“오후에 훈련계획서 하나 내려오면 예산 체크하는 거 있어. 그거만 해 줘.”

껄렁껄렁하게 회의에 임하는 2팀과 달리, 단정한 자세로 지난 근무를 전달하는 3팀의 모습에.

‘저 3팀 보내 주시면 안 됩니까…….’

연수 팀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 눈빛에 모스가 피식 웃었다.

“오케이, 3팀은 퇴근하고. 2팀은 한국에서 온 대원 연수 잘 하도록 해.”

이성하의 눈빛을 잘못 받아들였는지, 아까처럼 이성하의 소속을 2팀이라고 못 박았다.

‘대장님……!’

그에 이성하가 다시 한번 간절한 눈빛을 보냈음에도.

“잘 지내 봐. 오늘 퇴근할 때 나한테 한번 들르고.”

모스는 그저 퇴근할 때 들르라는 야속한 말만 던졌고, 그런 모스 대장을 이성하는 더 이상 잡지 못했다.

“이성하, 가자.”

“어? 나, 저기 그게…….”

“미스터 리. 너도 김치 많이 먹니?”

“혹시 한국 과자 가져온 거 없어? 한국 과자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아…….”

언제부터 친했다고 순식간에 어깨에 팔을 두르며 수다를 떠는 2팀 대원들의 모습에.

씨익.

모스가 그대로 걸음을 돌리며 시야 밖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망했다…….’

세계 최고의 구조대라고 불리는 LA카운티의 시스템을 몽땅 배워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시작부터 틀어지고 있었다.

“야, 데일. 플라잉 워터 로버트가 성공한 거 동영상 찍었어?”

“당연히 찍어 놨지. 봐 봐.”

“대박, 개 멋있네?”

“그치. 나도 나중에 한번 해 보려고, 캡틴 와서 중간에 접긴 했는데, 장비는 조립한 채 그대로 있어.”

‘하…….’

아침에 봤던 그 황당한 광경을 보며 야단을 떠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면, 여기서 뭘 배울 수 있을지가 서서히 걱정이 되는 상황.

그 때문에 아침까지만 해도 날아갈 듯했던 기분이 완전히 처져 버렸다.

“네, LA태스크포스 팀입니다. 무얼 도와드릴까요?”

“방재 서류요. 그거 예방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론 몇몇 팀원들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지금 보이는 민원 업무 정도야 한국에서도 늘 하던 일이라는 생각에 관심이 확 줄기 시작했고.

이에에에엥!!

“출동이다!!”

“모두 뛰어! 이성하, 따라와!”

그러다 보니 고대하던 특수구조대의 첫 출동이 발생해 현장에 가게 됐음에도 이성하는 심심한 표정으로 차량에 탑승했다.

- 우들리 에비뉴 도로에 차량 한 대가 전복됐다. 다시 한번 말한다. 우들리 에비뉴 도로에 차량 한 대가 전복됐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들리는 무전 내용대로라면 지금 출동하는 사고 역시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반 교통사고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출동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편히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한국과 별반 차이 없는 출동 과정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차가 꽉 막혔네.]

렉스의 말처럼 아직 네비 상으로는 사고 발생지까지 꽤 거리가 남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교통 체증 때문에 길이 꽉 막혀 버렸다.

‘그러게요, 갓길이 있긴 한데, 중간중간 큰 차가 튀어나와서 옆으로는 못가겠는데요.’

도로 밖으로 갓길이 하나 있긴 하지만, 그 옆 차선에서 몇몇 SUV 차량들이 튀어나와 있는 걸 보면, 이 거대한 구조 차량이 지나가기에 불가능한 상황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때였다.

“꽉 잡아, 간다.”

갑자기 운전대를 잡고 있는 대원 한 명이 뒤를 돌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를 던졌다.

“가, 간다고?”

그 말에 이성하가 잘못 들었나하는 생각에 앞을 바라봤지만.

부르르릉.

그 순간 타고 있는 구조 차량이 거센 엔진음을 뿜어냈고, 그에 이성하는 다급한 표정으로 옆에 달려 있는 안전 손잡이를 잡아야 했다.

파각! 콰쾅! 파각!

자신이 한국에서 한 번 한 적 있던 차량 밀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미, 미친…….’

옆으로 다른 차량이 튀어나오건 말건, 타고 있는 구조 차량이 그대로 튀어나온 차량들을 부숴 가며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