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55화 (155/235)

<강철 소방대 155화>

155화. 안도 (2)

은평구조대의 입원 기간은 총 두 달이었다.

“석훈아. 먼저 퇴원하마.”

“와, 다들 매정하게 먼저 저랑 성하만 남기고 갑니까?”

“그럼 어째? 의사 양반이 우리는 먼저 퇴원해도 된다는데. 가서 먼저 정리 좀 하고 있을 테니까 너희들은 딴생각 말고 얌전히 치료 받고 나와.”

“먼저 가겠습니다. 쉬다 오십쇼. 부장님.”

“선배님. 정리만 하고 있을게요. 헤헤.”

생각보다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김필주와 도성민, 마동민 세 사람이 의사에게 먼저 퇴원을 허락받고 병원을 나섰고, 그렇게 몇 주 후 마지막까지 병원에 남아 있던 이성하와 허석훈까지 퇴원을 허락받았다.

“이성하 씨는 당분간 어깨 보호대 쭉 착용하시고요. 허석훈 씨는 목발 꼭 사용하셔야 돼요. 두 분 모두 물리치료 날짜 잊지 마시고요.”

“넵!”

“알겠습니다!”

아직 부상을 입은 부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계속 병원을 와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드디어 은평구조대의 전원이 퇴원을 허락받고 서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은평소방서의 현장대응단 사무실은 한참 웃음꽃이 핀 상황이었다.

“이야, 다들 얼굴색 좋은데?”

“허 부장님. 퇴원 축하합니다!”

“성하야, 고생했다.”

근무복을 입고 사무실로 들어서는 허석훈과 이성하의 모습에, 자리에 앉아 있던 모든 소방관들이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고.

“웰컴!”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가방 저 주십쇼. 선배님.”

김필주를 비롯해 먼저 퇴원해서 근무하던 세 사람 역시 환한 표정으로 다가와 그들의 짐을 들어 줬다.

“김 팀장. 이제 구조대 완전체로 출동하나?”

“네. 오늘부터 지원 안 받고 제대로 출동하겠습니다. 흐흐흐.”

진압대장의 농담에 김필주가 웃으며 대답한 것처럼, 드디어 모든 대원들이 복귀해 현장대응 3팀이 다시 제대로 돌아가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 만에 즐거운 건 아니었다.

“선배님. 형수님 언제 오신답니까?”

마동민이 이성하의 짐을 들며 은근슬쩍 형수의 방문을 언급했다.

“그래. 제수씨 언제 온데? 슬슬 올 때 아냐?”

팀장인 김필주 역시 제수씨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은은한 표정을 지었고, 그에 이성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미치겠네.’

두 사람이 말하는 사람이 김민정이라서였다.

“아, 진짜! 고백 아직 안 했다니까요.”

호칭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입술을 깨물며 엄한 표정으로 동료들을 바라봤지만, 그건 대원들에게 씨알도 안 먹힐 소리였다.

“고백만 안 했지. 그냥 사귀는 거 아녔냐?”

목발을 짚은 허석훈이 자리에 않으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나도 병원에서 둘이 손잡고 있는 거 봤어.”

도성민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성하를 바라봤고, 김필주 역시 그에 한마디를 보태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 성하야. 여자 맘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다. 밤마다 둘이 산책하는 거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무슨.”

“아 진짜, 팀장님!”

그 말에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치는 이성하의 모습처럼, 병원에서 두 사람이 연인 같은 모습으로 밀회를 나누던 모습을 목격한 동료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성하의 반응은 동료들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 귀청 떨어지겠네. 아무튼 제수씨 언제 온대? 오늘 오신다고 했잖아.”

인상을 찡그리는 허석훈의 말처럼 오늘 김민정이 은평소방서를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야, 오랜만에 제대로 된 집 밥 얻어먹을 수 있겠네.”

“와서 요리해 준다고 하신 거죠?”

“어, 우리 팀 전원 복귀 기념해서 직접 요리해 주신데. 간호사 샘들 말 들어 보니까 요리 엄청 잘한다던데?”

심지어 동료들의 수다처럼 구조3팀의 복귀를 기념해 서의 주방을 이용해 요리를 대접하기로 한 상황이었고, 그에 이성하는 원망을 담은 눈빛으로 권일섭을 노려봤다.

“왜?”

휘익.

바로 귀찮은 표정으로 입을 여는 권일섭의 모습에 움찔해서 바로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스윽.

슬며시 고개를 돌려 곁눈질로나마 다시 권일섭을 노려봤고, 그 이유는 당연히 이 사단을 만든 장본인이 그라서였다.

[김민정 초대한 게 권일섭이었지?]

‘네. 앞으로 한 식구 될 거 같은데 민정 씨에게 밥이나 같이 먹자고 서에 한번 놀러 오라고 했대요. 그 말에 민정 씨는 기왕 오는 거 자기가 요리해서 대접하겠다고 했고요.’

렉스의 말처럼 요리를 하겠다고 말한 건 김민정이었지만,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국 김민정을 초대해 이런 시끌벅적한 상황을 만든 게 눈앞의 권일섭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불만을 표할 순 없었다.

“어! 제수씨!”

반색하며 일어나는 김필주의 말처럼 김민정이 막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와, 저분이 성하 여자 친구야?”

“엄청 미인이신데?”

“대박. 이성하 짱이다.”

그 모습에 사무실에 있는 대원들이 이성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고, 그에 이성하의 입가엔 슬쩍 미소가 떠올랐다.

“민정 씨 왔어요?”

“네, 성하 씨. 이것 좀 들어 주세요.”

“전화하시지 그랬어요. 얼른 주세요.”

냉큼 김민정에게 달려가 그녀가 건네는 요리 재료가 든 박스를 받아 들었으며, 그런 상태에서 바로 동료들을 향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보십쇼. 제 여자 친구가 이렇게 저를 위해 요리까지 해 주러 서에 왔습니다. 푸하하.’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동료들이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김민정이, 자신에게 요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서에까지 찾아온 모습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으니까.

[미친놈. 방금까지만 해도 고백 아직 못했다고 호칭 조심해 달라고 했으면서.]

그 말에 렉스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이성하의 생각은 달라진 상태였다.

“민정 씨. 주방은 2층이에요. 이쪽으로 오세요.”

언제 불편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바로 환한 표정으로 김민정을 주방이 있는 2층으로 이끌었다.

“네? 저 아직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는데…….”

“괜찮아요. 다 아는 사이인데요, 뭐. 이따 밥 먹으면서 인사하면 되죠. 얼른 가요.”

동료들과 인사해야 한다는 김민정의 말에도 나중에 해도 된다며 앞장서 주방으로 향했고.

“우우우우.”

“와, 누군 부러워서 살겠나.”

“저놈 이야기 못하게 바로 끌고 가는 거 봐.”

“선배님. 그러는 거 아닙니다. 저 형수님한테 물어볼 거 있어요.”

그 모습에 모든 동료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냈지만, 이성하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렇게 좋냐?]

‘당연하죠. 저도 아직 말만 들었지 민정 씨가 하는 요리 못 먹어 봤잖아요. 이번에 많이 먹어야지. 흐흐.’

기왕 이렇게 된 거, 이성하 역시 소문으로만 듣던 김민정의 요리나 즐기자며 마음을 편하게 가졌기 때문이다.

“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변하냐.”

“저거 이성하 맞습니까?”

“내가 치사해서 연애를 하고 말지. 연애를!”

그 때문에 어이없어 하는 소방관들의 하소연에 사무실이 시끄러워졌지만, 그에 상관하는 소방관은 없었다.

“야, 근데 쟤들 어디까지 갔을까?”

“뽀뽀는 하지 않았을까요?”

“에이, 뽀뽀가 뭡니까. 키스는 했겠죠.”

“아직 고백 안 했다며?”

“이 선배가 뭘 모르네. 원래 요즘 애들은 키스하고 고백해요. 전봇대 아래서 척! 드라마 보면 그러잖아요.”

오히려 두 사람의 사이를 궁금해 하며 다들 저마다의 핑크빛 상상을 털어 놨고, 그에 김필주가 피식 웃으며 권일섭을 바라봤다.

“김민정 선생. 일부러 초대하신 거죠?”

“뭐가?”

“이 모습 보려고 부른 거 아닙니까?”

화기애애한 사무실 분위기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

“그런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내가 그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해?”

그런 김필주의 말에 권일섭이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며 의자를 깊숙이 눕혀 몸을 뒤로 젖혔지만, 김필주는 알 수 있었다.

“아직도 성수 때문에 애들 침울해할까 봐 걱정해서 그런 거면서.”

권일섭이 몸을 뒤로 젖히기 전, 슬쩍 책상에 있는 3팀의 단체 사진을 바라봐서였다.

길현대 출신이라면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는 오성수와 함께 찍은 단체 사진에 슬쩍 웃음을 지었고.

“에잉.”

그에 대답은 안 했지만, 바로 못마땅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리는 권일섭의 모습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제가 대장님 밑에 있는 건가 봅니다. 정이 많으셔서.”

“아니라니까 그러네.”

“네, 알겠습니다.”

“아, 거참 아니라니까 그러네.”

“하하하.”

끝까지 아니라고는 하지만 항상 후배들을 챙기고 신경을 쓰는 권일섭의 마음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어지는 식사 자리는 굉장히 즐거웠다.

“대박! 순두부찌개 실하네!”

“와, 이거 떡갈비는 직접 해 오신 거예요?”

“캬. 어묵 볶음 봐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네.”

“파전도 있어요. 완전 최고네.”

음식을 잘한다는 소문처럼 성대하게 차려진 음식들에 즐거운 것도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 이 자리가 가족의 식사 자리라서였다.

“그나저나 제수씨. 어디까지 갔습니까?”

“선배!”

“아, 왜! 네가 말 안 해 주니까 묻는 거잖아!”

사소한 것 하나에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처럼, 오래토록 함께 할 사람들이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이었으니까.

“근데. 이러다가 갑자기 출동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

“아, 진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물론 중간에 허석훈이 분위기를 깨는 소리를 터트림에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식사자리는 즐겁게 끝났다.

“꺼억. 다 먹었습니다.”

“와, 진짜 맛있네요. 잘 먹었습니다. 제수씨.”

“호호호. 제가 감사하죠. 맛있게 드셔 주셔서요.”

하늘도 이런 3팀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식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출동벨이 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저 대장님. 어떤 분이 밑에서 대장님 찾습니다. 3팀도 같이요.”

서에서 의무소방원으로 일하는 직원이 주방으로 찾아와, 권일섭에게 3팀을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알렸다.

“3팀? 소방관이야?”

“네, 처음 보는 분인데 제복 입고 계셨습니다.”

은평구에 근무하는 소방관은 아닌지 처음 보는 소방관이라 밝히는 의무소방원이었고, 그에 권일섭이 미안한 표정으로 김민정을 바라봤다.

“제수씨. 미안한데 어떡하죠. 잠시 내려가 봐야 될 거 같은데.”

약속도 안 한 손님 때문에 잠깐 자리를 떠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서였다.

‘귀찮게 누구지?’

모처럼 출동이 없어 좀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려 하던 상황에서, 그 시간을 방해받은 상황이었으니까.

“아, 괜찮아요. 먼저 내려가세요. 전 여기 정리 좀 하고 내려갈게요.”

다행히 김민정이 괜찮다며 손을 저어 보였지만, 권일섭은 그 말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정말 죄송해요. 금방 마무리하고 올게요.”

엄연히 선약은 자신이 초대한 김민정이기에 짧게 사죄를 청했고.

“성민이랑 동민이가 남아서 설거지 좀 같이 도와드려. 나머지는 따라오고.”

그래도 식사만 하고 자리를 뜨는 건 예의에 어긋나기에, 가장 막내인 도성민과 마동민을 남기고 사무실로 내려갔다.

“손님 어디 계셔?”

“저쪽 안쪽에 계십니다.”

“오케이. 고마워.”

어차피 약속도 안하고 온 손님이기에 빨리 이야기하고 돌려보내기 위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 것이다.

하지만 찾아온 손님은 권일섭이 빨리 이야기하고 돌려보낼 만큼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권일섭 소방경인가?”

“네, 그렇습니다만…….”

“반갑네. 본부에서 나온 박철민 준감일세. 이야기 많이 들었네.”

소방공무원 중에서도 별이라 불리는 소방준감이 구조3팀을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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