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54화 (154/235)

<강철 소방대 154화>

154화. 안도 (1)

이번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스포츠센터 화재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본 사고였다.

- 대박. 지금 남가좌 스포츠센터 완전 아수라장임. 불타고 폭발 일어나고 난리 남.

- ㄹㅇ?

- ㅇㅇ. 원래 불만 일어났었는데, 순식간에 건물 터져 나감.

- 지금 남가좌동 장난 아니에요. 스포츠센터 화재 때문에 하늘이 안 보일 정도입니다. 완전히 검은 연기로 뒤덮였어요.

- 현장에 있는데 여기 완전 지옥입니다. 부상 입은 소방관들 실려 나가고 도로 통제됐어요. 폭발 때문에 주변 상가 다 박살 났어요.

낮 시간에 발생한 화재다 보니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그 처참함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에 현장 상황은 생생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됐었다.

삐익! 삐익! 삐익!

- 끄으으으……

- 구급차! 구급차 불러!

- 화르르르르!

- 여기 부상자 있어요! 사람 살려요!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고였던 만큼 폭발의 순간은 인터넷에 올라오지 못했지만, 그 폭발로 아수라장이 된 현장상황이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핸드폰을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것이다.

화면으로 전달되는 그 처참한 모습에 사람들이 할 말을 잃은 건 당연했다.

- 미친…… 이게 말이 됨?

- 여기 한국 맞아요? 저게 무슨 상황이야……

- 건물 무너지면서 근처에 있던 소방관분들 깔린 거 같아요. 이건 진짜 무슨……

- 가스 폭발 맞아요? 무슨 폭발이 저렇게 커요?

- 주변 상가 완전히 다 부서졌네요……

- 소방관분들 어떻게 해요…… 다들 많이 다치신 거 같아요……

- 하…… 진짜 눈물 납니다…… 진짜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폭발로 부서져 불길을 뿜어내는 건물의 상황도 문제지만, 그 건물 주위로 부상을 입은 모습으로 쓰러져 신음을 통하는 소방관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에 다들 안타까운 감정을 토해 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애타는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다.

- 소방차들이 불법 주차 차량들 밀고 올라간다!

- 됐어, 이제 길 열렸어.

- 소방관들 가자! 파이팅이다!

- 구조 작업 다시 진행되고 있어요!

소방차들이 불법 주차 차량들을 밀어 버리고 구조 작업을 다시 재개할 때만 해도, 이제 희망이 보인다며 안도의 한숨들을 내쉬었지만.

콰콰콰쾅!

- 제길, 물러나!

- 콰르르르르!

- 2차 폭발이야! 다들 대피해!

순간 건물의 상층부가 폭발로 터져 나가며 현장이 다시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에.

- 미, 미친…… 또 터졌어……

- 맙소사…… 건물 안에 진입한 사람들 어떡해……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사람들 구해야 하는데 왜 자꾸 터지는 거야!

모두 이게 무슨 일이냐며 분통들을 터트렸으니까.

그런데 그러던 분위기가 일순 돌변했다.

- 구급대! 빨리 올라가! 다들 살아 있대!

흥분한 모습으로 무전기를 든 채 고함을 지르는 한 소방관의 모습 때문이었다.

- 길 비켜!

- 7층이다! 전속력으로 올라가!

그 소방관의 말에 하얀 헬멧을 착용한 구급대원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들것을 든 채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렇게 잠시 후 부상을 입은 소방관들을 들것에 실어 나오는 모습에 인터넷이 시끄러워졌다.

- 사, 살아 있는 거 맞지?

- 살아 있어요! 네 명 다 가슴 움직여요!

- 미친! 전부 살아 있었어! 전부 살아 있었다고!

수차례의 폭발에서도 인명 구조를 위해 진입했던 소방관들이, 결국 모두 구조돼 생환되는 기적 같은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언론 역시 그 모습에 난리가 난 건 당연했다.

- 속보입니다.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 실종됐던 소방관들이 방금 18시 23분 모두 구조됐습니다. 다들 부상을 입은 상태긴 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하면 비극이 될 뻔했던 재난이 무사히 봉합되었다는 기쁨에 밝은 얼굴로 그 사실을 뉴스로 빠르게 내보냈으며, 그에 지금까지 조마조마하던 마음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 그렇지! 바로 이거지!

- 와, 다행이다. 하나님, 부처님, 모두 감사합니다.

- 소방관분들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ㅠㅠ

- 오늘 하루 종일 이것만 보고 있었음. 진짜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 영화 보는 줄 알았어요! 사람들 구하기 위해 애쓰신 소방관분들 모두 감사해요.

- 방송 보는 내내 응원했습니다!

- 정말 리스펙합니다. 이렇게 위험 속에서 일하시는지 몰랐어요 ㅠㅠ

- 멋있다! 소방관이 최고다!

현장에는 없었지만 모두 일과를 내팽개치고 하루 종일 소방관들과 요구조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랐던 만큼, 모두 다행이라며 정신없이 기쁨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은 순식간에 분노로 뒤바뀌었다.

- 그나저나 그 새끼는 어떻게 됨?

- 누구요?

- 건물주요. 두 번째 폭발 그거 건물주 때문에 일어난 거래요. 일부러 가스 경보기 꺼 놨는데 소방관들한테 말 안 했다던데요.

이번 사태를 제대로 키운 건물주에 대한 분노였다.

- 미친, 정말이에요?

- 네, 영상 찾아보세요. 제대로 미친 노인네임. 소방관들한테 자기가 미리 알려 줬으면 안 들어갔을 거라고 당당해하더라고요.

낮 시간이었던 터라 현장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던 덕분에 건물주가 권일섭에게 따지던 상황을 카메라로 녹화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게 사실로 밝혀짐에 인터넷이 시끄러워지는 건 당연했다.

- 와…… 자기 가족만 무사하면 된다고? 뭐 이런 미친 노인네가 다 있어.

- 제대로 빡치네요. 한마디로 이 인간 때문에 이렇게 사고가 커진 거잖아요.

- 앞에 있었으면 한 대 쳤을 듯…… 미리만 말해 줘도 소방관들 안 다쳤을 텐데.

- 인재네요. 저 건물주 때문에 지금 이 난리가 벌어진 거네.

- 저런 인간은 가만 놔두면 안 됨. 뉴스 보니까 미리만 알았더라면 이렇게 피해가 커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네요. 무조건 감옥 보내야 됩니다.

- 22222

- 33333

- 인정. 무조건 감옥 보내야죠. 이거 그냥 두면 안 됩니다!

자신들이 봤던 그 처참한 광경이 한 사람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일어난 사달이라는 생각에, 다들 깊은 분노를 느꼈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그 감정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바로 행동으로 보여 줬다.

이번 남가좌동에서 발생한 스포츠센터 화재는 인재입니다. 소방관들의 구조에 방해를 준 건물주에게 형사책임을 지우는 건 물론, 그에 대한 배상 책임을 모두 물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권익 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 참여 포털에 민원을 신청함은 물론.

이번 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고발장을 접수합니다.

- 소방법 위반으로 모든 재산 피해는 건물주가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소방관들의 인명 구조 활동을 고의로 방해해 신고합니다.

- 불법 구조 변경으로 신고합니다.

- 재산 비리가 의심됩니다. 국세청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 경찰청, 소방청, 국세청 등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보이는 사안들을 전부 관련 업무 부처에 항의 민원을 신청했으며, 그에 문제의 건물주는 사고가 발생한 지 며칠 만에 검찰에 정식 구속됐다.

<대통령, 현 사안에 대해 경찰에 엄중 수사 지시>

<남가좌동 스포츠센터 건물주 김모씨. 전격 구속>

<김모씨. 구속되며 억울하다 밝혔지만 국민들 눈초리 싸늘>

여론의 격한 반응에 대통령이 엄중 수사를 지시해, 관련 사항은 물론이고 모든 불법 상황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반면, 이번 사고에 출동한 모든 소방관들은 단체로 표창을 받게 됐다.

<대통령, 이번 스포츠센터 출동 소방관들 표창 수여 지시>

큰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희생자 없이 마무리해, 대통령이 직접 소방청장에게 출동 소방관 전원에게 표창을 줄 것을 지시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표창을 받게 됐음에도 좋아하지 못하는 소방관들이 있었다.

“에휴…….”

구조되자마자 연성대 병원으로 이송돼 한 병실에 입원하게 된 은평구조대였다.

“아직 연락 온 거 없냐?”

“없습니다…….”

“끄응…… 혼낼 거면 빨리 혼내지. 이게 뭐하는 거야.”

다리에 붕대를 감은 채 누워 있는 허석훈이 도성민의 말에 짜증을 터트렸고, 그 모습을 보며 김필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금방 오겠지. 저렇게 영상 쫙 퍼졌는데 안 오겠어?”

티비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었다.

“어떤 놈인지 제대로 찍었네. 티비 꺼라, 성하야.”

영상만 봐도 답답한지 이성하에게 티비를 끄라며 돌아눕는 김필주였고, 그에 이성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 콰콰콰쾅!

지금도 리얼하게 찍힌 현장 영상이 뉴스로 보도되고 있었다.

- 이렇게 현장엔 총 세 번의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첫 번째는 1층에 모여 있던 LPG가스통이,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7층에서 폭발이 발생했는데, 폭발의 원인은 가스 누출과 미니 LPG통으로 알려진 상태로……

기자 한 명이 폭발이 발생한 1층과 7층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내며 그 원인들을 분석해 보도하고 있었고, 그건 은평구조대로서는 절대 방송에 나오면 안 될 내용이었다.

“선배, 우리 전부 징계 받겠죠?”

“왜? 걱정 되냐?”

“네…… 이미 관내에는 소문 쫙 났데요. 세 번째 폭발은 선배가 LPG통 열어서 폭발한 거라고…….”

옆에 있는 마동민의 걱정처럼, 지금 방송에 나오는 세 번째 폭발의 원인이 바로 자신이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다.

‘끄응…… 망했네. 진짜.’

정말 마동민의 말처럼 은평구조대 전원에게 징계가 내려질 게 사안이라서였다.

[야, 설마 주겠냐? 그렇게라도 안 했으면 전부 죽었어. 거기다 사망자도 없잖아. 윗대가리들도 생각 있으면 넘어가겠지.]

그 말에 렉스가 괜한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성하의 생각은 달랐다.

‘기억 안 나요? 공장 화재 때 본부에서 저 때문에 대장님 감봉 처리했던 거.’

임용 초기 출동했던 공장 화재에서 사람을 구했음에도 자신의 단독 행동을 이유로 권일섭에게 징계를 내린 고지식한 조직이 소방본부였다.

‘동아랜드 때도 그랬잖아요. 김정호 기자님 아녔으면, 빼박 징계였다고.’

나중에 알았지만 동아랜드 화재 때도 자신에게 징계를 주려고 했던 게 소방본부였고, 그 말에 렉스는 부정을 못했다.

[쩝…… 그렇긴 하네. 그때도 그냥 공상 처리로 퉁친 놈들이었지.]

동아랜드 화재 당시, 이성하의 구조 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음에도 불구하고 표창은커녕, 공상처리를 끝으로 더 이상 아무 말이 없던 소방본부의 행동을 뒤늦게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마동민의 걱정에 그저 쓴웃음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하…… 망했네.”

“설마 해임까지는 안 가겠지?”

옆에서 푸념하는 선배들의 걱정처럼.

‘최소한 정직은 나올 거 같은데…….’

그 역시 어느 정도의 징계가 떨어질지 걱정하는 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때였다.

덜컥.

“뭐야? 왜들 이리 풀 죽어 있어?”

유일하게 입원을 안 하고 출근을 하고 있던 권일섭이 웃음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뭡니까? 설마 그냥 넘어가기로 한 겁니까?”

그 모습에 김필주가 아픈 몸에도 벌떡 일어나 권일섭을 향해 기대 어린 표정을 지었고, 그에 권일섭이 씨익 웃었다.

“아마도 그런 거 같다.”

“아마도요?”

”어제 박규섭 그놈, 징계 떨어졌어.”

품에서 꺼낸 한 장의 종이를 꺼내며 하는 말이었다.

“그놈만 규정 위반과 지휘 책임 문제 물어서 3개월 정직 처리했대. 우리 이야기는 없고.”

박규섭 혼자만 징계를 받는 걸로 마무리됐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내민 종이에는 정말 현장 지휘 책임자인 박규섭의 징계만 적혀 있었다.

<서대문 소방서 징계 집행>

* 성명 : 박규섭

* 계급 : 소방령

* 집행 내용 :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에 의거 정직에 처함

소방청장 김정후.

그 때문에 내용을 확인한 모두는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없다! 없어!”

“박규섭밖에 없는 거 맞지? 박규섭만으로 끝난 거 맞지?”

“성하야, 없어. 우리 넘어갔어. 크흑.”

“부처님, 하느님. 감사합니다. 착하게 살게요.”

징계 처분서에 박규섭의 이름만 오롯이 올라간 것에 환호의 함성을 내질렀으며, 그건 이성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장님!”

신난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며 권일섭을 향해 달려들었다.

“뭐, 뭐야?”

“믿고 있었어요! 믿었다고요!”

쪼옥.

걱정하던 징계가 무산됐다는 기쁨에,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권일섭을 껴안고 뽀뽀까지 해 댔다.

“아, 미친놈이 더럽게!”

그에 권일섭이 질색하는 표정으로 이성하를 떼어 내려 했지만, 이성하는 더욱 신이 난 표정으로 달라붙었다.

“우하하하! 넘어갔어!”

“야!”

“넘어갔다고요! 그 미친놈들이 웬일이지! 하하하!”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행동이긴 했지만, 사실 그 때문에 자신은 물론이고 동료들까지 징계를 받게 된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걱정하는 사람이 이성하였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지금 이성하에겐 권일섭이 은인이자 구세주였다.

“진짜 최고예요!”

쪼옥!

“아, 진짜!”

너무나 사랑스러운 대장의 모습에, 또 한 번 격하게 뽀뽀를 해 댔으니까.

그렇게 잠시, 묘하게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흠흠.”

“야. 뒤에.”

방금까지 자신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던 선배들이 눈치를 살피며 뒤쪽을 향해 곁눈질을 보냈다.

“왜들 그러…….”

그에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남자 좋아해요?”

“아…… 그게.”

“환자가 뭐하는 짓이에요!”

“…….”

김민정이 흉신악살 같은 표정으로 이성하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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