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50화 (150/235)

<강철 소방대 150화>

150화. 이제는 안 돼 (4)

이성하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콰콰콰쾅!

“끄아아악!”

직접 1층을 조사하다 터져 나온 파편에 제대로 직격당한 상황이었다.

“대장님…… 선배들을…… 선배들. 끄으으…….”

털썩.

정호철에게 보고를 마치자마자 그게 마지막 힘이었다는 듯 그대로 정신을 잃었었고, 그 때문에 이성하는 바로 중상자로 분류돼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후미로 이송된 상태였다.

“끄응…… 출혈이 많이 심한 상태입니다.”

“어떻게 심합니까?”

“파편이 팔을 관통한 것보다 등 쪽이 크게 찢어졌어요. 뒤쪽으로 바로 옮기겠습니다.”

달려온 구급대원이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부상의 정도가 꽤나 심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후미로 이송된 이성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

“제길, 지원 아직 멀었어? 장비가 와야지 뭘 하든 하지.”

“오고 있다고 합니다!”

“아까도 온다고 했잖아. 도대체 언제 온다는 거야! 젠장!”

“불법 주정차 때문에 막혀 있다고 합니다.”

건물에 매몰된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정신없이 소리치며 움직이는 동료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화르르르르!

“주수해!”

“다들 빨리 주수 해!”

쏴아아아아아!

조금이라도 빨리 매몰된 건물의 진입로를 뚫기 위해 악착같이 불길을 진압하는 동료들의 고함에.

“끄으으으…….”

힘겹게나마 정신을 차렸고.

“정민아! 어디 있어!”

“뚫어! 빨리 뚫어!”

팍! 팍! 팍! 팍!

그런 불길 속에서 동료들을 구하겠다고 삽과 망치만 가지고 잔해를 파헤치는 동료들의 모습에, 지금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걸 바로 자각했다.

“……허억, 허억. 상황 어떻게 됐습니까?”

“뭐, 뭐야? 벌써 깼어? 야, 너 움직이면 안 돼.”

“괘, 괜찮습니다. 그거보다 상황 좀 말씀해 주십쇼…… 지금 어떻게 된 겁니까…….”

정신을 차리자마자 한 질문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부장님, 본부에서 지원까지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고 합니다.”

“뭐? 시간이 걸린다고?”

“네, 지금 다른 지역에서도 사고 처리를 하는 상황이라 지원팀 도착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지금 동료들이 저 안에 있다고. 그거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길래 본부는 그따위 개소리를 하는 거야!”

밖에서 들려오는 동료 소방관들의 고성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짐작할 수 있어서였다.

‘아직 구조 작업은 진행되지도 못한 건가…….’

구조 작업이 진행되기는커녕 아직 다른 소방서에서의 지원팀조차 조직되지 않았다는 것을.

“끄응…….”

그랬기에 억지로나마 몸을 일으키기 위해 팔에 땅을 짚었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누워 있어! 너 지금 돌아다닐 때가 아니야.”

“괘, 괜찮습니다.”

“도대체 뭔 소릴 하는 거야? 너 지금 중상이야! 그렇게 움직이다가는 큰일 난다고!”

그런 이성하의 모습에 곁에 있는 구급대 선배가 바로 고함을 지르며 만류하려 했지만, 이성하는 기어코 몸을 일으켰다.

“가야 돼요…….”

“뭐? 어딜 가?”

“제가 가야 해요.”

자신이 이렇게 안전한 곳에서 시간을 버릴 동안, 건물 안에서 동료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이성하를 구급대원은 더 이상 말리지 못했다.

‘무, 무슨 눈빛이…….’

무너진 건물을 쳐다보는 눈빛에서 왠지 모를 광기가 느껴져서였다.

“선배…….”

자신은 보이지도 않는지, 건물 안에 있을 동료들을 부르며 걸음을 옮기는 모습에.

“끄응…….”

도저히 말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내 이성하가 향하는 방향을 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아니구나.”

지금 이성하가 향하는 방향은 무너진 건물이 아닌, 구급차들이 대기되어 있는 외곽 방향이었다.

불법 주차들로 인해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저 멀리서 램프만 번쩍이는 소방차들이 모여 있는 대로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고, 그에 구급대원은 더 이상 이성하를 신경 쓰지 않았다.

“선배, 저렇게 그냥 가게 나둬도 됩니까?”

“나둬. 우리한테 부담 안 주려는 거 같은데.”

“부담이요?”

“그래. 인마. 지금 저놈 우리한테 부담 안 주려고 직접 구급차 타러 가는 거잖아.”

안 그래도 구급차가 현장으로 진입하지 못해 부상자들을 일일이 들것으로 옮기는 상황이었던 탓에, 이성하가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스스로 걸어서 구급차로 향하는 거라는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성하는 구급차에 오르기 위해 걸음을 옮긴 게 아니었다.

‘기다려요, 금방 올게요.’

어디까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빠드득.

걸음을 옮기기 전 무너진 건물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문 것처럼, 절대 동료를 놔두고 현장을 떠날 마음은 결코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은 구급대원으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저 친구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밑에서 알아서 조치할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를 흘릴 정도의 부상을 입을 경우,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는 게 일반적이었다.

“끄으으…… 내 다리…… 내 다리 어떻게 됐어요?”

지금 막 의식을 차리자마자 피범벅이 된 자신의 다리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는 눈앞의 대원처럼.

“괜찮아요. 단순히 골절이에요. 곧 병원으로 이송할 테니 참으세요.”

“정말이죠?”

“네, 금방 이송될 거예요. 조금만 참으세요.”

“흐윽, 다행이에요. 하아, 하아.”

자신의 부상이 위중할까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아무리 소방관이라도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이성하에게 그런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가야 해…… 어서 가야 해…….’

건물 안에 동료들이 있었다.

“허억, 허억.”

엉망이 된 몸 상태에 고통을 토하면서도 악착같이 걸음을 옮겼고, 그 얼굴에 어린 감정은 두려움이 아닌 분노였다.

‘안 돼!’

오성수를 잃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동료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에 분노했으며.

‘또 나만 두고!’

그 상황에 자신만 건물 밖에 있다는 것에 분노했다.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너무 행복했어요.

“안 돼!”

빠드득.

오성수가 작별을 고하는 순간, 밖에서 그저 안 된다는 말만 하며 고함을 지르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름에 분노했고.

깡! 깡! 깡!

“성훈아! 응답해! 이성훈!”

“곡괭이 더 없어?”

“한 명만 이쪽으로 와 줘. 누가 이것 좀 들게 도와 달란 말이야. 으허허헝!”

눈앞의 펼쳐진 광경이 소방관이 되기 이전부터, 되고 난 이후에도 영상을 통해 계속 봐 왔던 아버지의 사고 현장과 똑같기에 분노했다.

‘늦어…….’

그 비극 속에서 자신은 항상 구경만 하던 존재였기에.

“그때처럼 기다렸다간 늦는다고!”

마음속에 파묻어 두었던 한을 밖으로 드러내며 골목길을 내달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성하의 모습에 현장이 시끄러워진 건 당연했다.

“뭐, 뭐야?”

“저놈 어디 소속이야. 지금 저 몸으로 뭐하는 거야?”

“구급대! 지금 내려가는 쟤 뭐야?”

딱 봐도 중상자로 보이는 소방관이 비틀거리며 골목길을 내려가는 모습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으니까.

하지만 이성하에게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저것밖에 없어.’

지금 상황에 필요한 장비들이 눈앞에 있었다.

‘공작차와 펌프차.’

불길을 진압하고 무너진 건물을 뚫기 위해서는 저 멀리 대로변에서 애처롭게 정차돼 램프만 반짝이는 공작차와 펌프차가 필요했고, 그걸 현장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길을 만들어야 했다.

[불법 주차 차량들 밀어 버릴 거냐?]

‘네, 그것밖에 없잖아요. 길을 만들려면.’

렉스의 말에 그것밖에 없다며 단호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타고 온 차량 중 한 대로 길을 막고 있는 불법 차량들을 죄다 밀어 버릴 생각을 한 것이다.

현장에 있는 다른 소방관들이 알았다면 기겁할 행동이었다.

재난 상황일 경우 불법 주차된 차량을 처분해도 된다는 법령이 있긴 하지만, 소송이 들어오면 그대로 무시돼, 개인이 변상해야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었고, 그 주체가 되는 소방차의 가격이 어마무시하게 높아서 그런 것도 있었다.

[억 단위인데, 괜찮겠어?]

씁쓸해하는 렉스의 말처럼 기본이 억이 넘어가는 고가의 차량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소방차량이었으니까.

하지만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그깟 돈 따위 얼마든지 물어 준다.’

사람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 돈이 얼마가 됐든 책임질 용의가 있었고, 그 살려야 할 대상이 선배들이라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조차 사치였다.

‘이제는 안 돼, 내가 죽기 전에는 안 돼!’

다시 그 슬픔을 목도할 바에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는 마음을 먹을 정도로 경험하기 싫은 게, 현장에서 동료를 잃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성하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끄으으으…….”

파편이 관통돼 피를 흘리는 팔도 문제지만, 구급대원이 중상이라고 경고한 것처럼 등의 부상도 심각한 상태였고, 그 때문에 결국 걸음을 옮기다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콰당탕!

“커허억.”

애초부터 중상자로 분류돼 후미로 이송될 정도로 좋지 못한 게 이성하의 몸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하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가야 돼…….’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너 어디 소속이야? 지금 이 몸으로 뭐하는 거야?”

“끄으…… 괜찮습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대로변으로 환자를 이송하고 올라오던 구급대원이 달려와 우려의 말을 내뱉음에도 다시 몸을 일으켜 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해서 향한 곳은 은평구조대가 타고 온 차량 중 하나인 구조공작차였다.

‘다 왔다…….’

불을 끄기 위해 물을 싣고 다니는 펌프차와 다르게, 인명 구조에 필요한 중장비들이 실려 있는 구조공작차.

“이성하, 너 뭐야? 몸은 왜 그래?”

펌프차 쪽에서 호스를 관리하던 진압대원 한 명이 그런 이성하의 상태에 기겁한 표정으로 다가왔지만, 이성하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덜컥.

그저 말없이 공작차의 운전석 문을 열고 올라탈 뿐이었다.

“야, 너 뭐하는 거야! 나와! 얼른 나와!”

쾅! 쾅!

그 모습에 뭔가 불안함을 느꼈는지 진압대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오라며 운전석 창문을 두들겼지만, 이성하는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허억, 허억.”

다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운전석에 시동키를 꽂아 차에 시동을 걸었고.

착. 철컥.

그대로 변속기를 조정해 차를 움직였다.

부르릉.

‘이것밖에 없어.’

그나마 앞부분에 범퍼가 두꺼운 공작차를 이용해 불법주차로 막혀 있는 길을 모조리 뚫어 버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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