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42화 (142/235)

<강철 소방대 142화>

142화. 빈 자리 (7)

* * *

이번 상수동 화재에 언론은 아침부터 시끄럽게 달아올랐다.

- 오늘 새벽 6시 이곳 상수동 주택가에서 십여 명이 넘는 사람을 구하고도 마지막 한 명까지 구하기 위해 불타는 건물로 진입했던 한 의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은평 소방서 소속의 이성하 소방교인데요. 놀라운 건 이 소방관이 아무런 구조 장비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최악의 참사가 될 수도 있는 사고를 막아 냈다는 겁니다. 거기다 이 소방관은 지난 네팔 지진에서도 에베레스트에 고립된 미국 구조대원들을 구해 낸 적 있는……

화재가 발생한 시각이 새벽이다 보니 바로 아침 메인 뉴스에 해당하는 8시 뉴스에서 이번에 발생한 상수동 화재에 대해 전격 보도했고, 그에 많은 이들이 흥분한 기색으로 댓글을 달았다.

- 이성하? 위 워 솔져스 이성하?

- 에이, 설마?

- 아니, 이성하 확실함. 아이언맨 근무하는 곳이 은평소방서임.

- 맞아요. 은평소방서에 에베레스트면 이성하 맞습니다.

- 미친 ㅋㅋㅋㅋ 방송에서 사람 구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구해.

- 하…… 거기다 맨몸인데도 불길 속으로 들어갔네요. 진짜 아이언맨이네.

- 입이 안 다물어집니다. 영상 보니까 진짜 장난 아님. 건물 하나가 통째로 다 탐……

- 이성하면 기본입니다. 작년 북한산 화재 때도 불길이랑 산사태 속에서 사람 구해 온 게 이성하예요.

- 진심 갓성하.

- 갓성하 인정입니다. 방송 때도 호감이었는데, 그 모습이 거짓이 아니란 게 더 멋있음. 진짜 예뻐 죽겠네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헌신적인 모습으로 동료 출연자를 구하던 이성하가 현실에서도 똑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에, 모두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낸 것이다.

물론 전부가 그런 건 아니었다.

- 에이, 그냥 우연히 맞아떨어진 거겠지.

당연히 그런 분위기에 괜히 분탕질을 치고 싶어 하는 악플러들의 댓글도 줄을 이었다.

- 맞아요. 저기 화재가 벌어진 건물 알아보니 이성하 집이라던데요? 나 같아도 들어감.

- 진짜예요? 에이, 그럼 가족 구한 거네.

- 가족 구한 거죠. 집에 부모님이 있다? 저라도 들어갑니다.

- 그럼 들어간 김에 다른 사람들 같이 데리고 나온 거네요.

- 요즘 방송 좀 나온다고 언론에서 제대로 밀어 주는 듯.

- ㅋㅋㅋㅋ 제가 이성하를 개인적으로 아는데 방송에서 보여 주는 모습 다 거짓이에요. 위 워 솔져스에서 김지수 꼬드기려고 들이대는 모습 정말 극혐이었어요.

- 너 혹시 영철이니?

-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이성하를 찬양하는 모습이 맘에 안 들었는지, 어떻게든 흠을 내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까지 지어 내는 댓글이 간간이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 현장에서 소방관님에게 구조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이야기 못 드렸지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건물이 통으로 불타는 대형 화재였던 만큼, 얼마 안 돼 뉴스로 흘러나오는 피해자들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 흐윽, 감사합니다. 소방관님 아니었으면 오늘 어머니를 잃었을 겁니다.

- 사고 현장에 있었어요. 불길 때문에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는데, 그 소방관분이 혼자 불길 속으로 뛰어들더라고요.

- 아이를 안은 채 울고 있었는데 소방관님이 오셨어요. 옷이 그을렸는데도 끝까지 소화기를 뿌리면서 저희 가족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입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 생명의 은인이세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전 지금 이렇게 살아 있지 못했을 거예요.

- 그 소방관님께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이 은혜 잊지 않으며 살겠습니다.

- 한 여성분을 밖으로 부축하고 나오셨는데, 남은 사람이 있다며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성분이 어머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이 시대의 진정한 소방관입니다.

다들 하나같이 이성하가 아니었다면 살지 못했을 거라며 진심 어린 모습으로 감사를 표하는 모습이 뉴스로 흘러나왔고, 그에 더 이상 이성하를 향한 악플은 없었다.

- 나 같아도 들어간다 누구였죠?

- 가족 구했는데도 또 들어감. 더 할 말 있음? 영철이 어디 갔니?

- 할 말 있겠어요? 남은 사람이 있다고 또 들어갔다는데. 아, 진짜 울컥하네요.

- 남은 사람이 있다. 진짜 멋있는 말이네요. 눈물 납니다. 크으.

- 이성하는 평생 까방권 줘야 될 듯.

- 줘야죠. 저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님. 진짜 남자인 내가 봐도 멋있다,

- 아까 들어간다고 했던 사람입니다. 그 말 취소함. 저는 못 들어갑니다.

- 저도요. 왜 소방관을 히어로라고 하는지 알겠음. 이성하 인정합니다.

악플러를 향한 사람들의 조롱이 이어진 것도 있었지만, 그 악플러들조차 인터뷰를 듣고 감탄의 댓글을 남길 정도로 이성하가 보여 준 모습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감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져 갔다.

<이성하 소방관. 사실 PTSD로 현장 떠난 지 오래였다>

<작년 서대문구 공장 화재에서 동료를 잃고 내근직으로 근무 중인 이성하 소방관>

<이성하. PTSD 상태임에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이번 화재로 위 워 솔져스 방송 이후, 이성하의 근황이 기사로 알려져서였다

- 강철소방대 회원이에요. 이성하 소방관 현재 PTSD 때문에 내근직으로 근무 중이세요.

- 맞아요.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아서 현장 안 나간 지 오래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현직 소방관입니다. 같이 근무는 안 하지만 이성하 소방관이 그간 보여 준 용기 때문에 강철소방대에도 가입했는데요. 현재 이성하 소방관 중증 PTSD로 진단받아 현장 못 나가는 상황입니다. 지금 공황장애 상태가 심한 걸로 알고 있어요.

- 근처에 살아서 서대문 화재 소방관 영결식에 참석했는데, 그때 이성하 소방관이 영결식장에서 눈물 흘리며 절규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이 굉장히 큰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그랬네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에 팬클럽 강철소방대 회원들과 상황을 알고 있는 네티즌들이 그 기사들에 맞다는 댓글을 달며 이성하의 상황이 많은 이들에 알려졌고, 그에 현재 이성하가 입원해 있는 연성대 병원은 그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로 북새통이었다.

“아, 10분이면 됩니다. 조금만 취재할게요.”

“이성하 소방관님, 안에 계시죠! 저 예전에 뵀던 KBC의 황지웅 기자입니다! 인터뷰 하려고 왔는데 시간 좀 내주세요!”

“이성하 소방관님,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성하 소방관님의 상태를 궁금해합니다. 영웅의 한 마디를 듣고 싶어 해요! 목소리 좀만 들려주세요!”

환자가 안정을 취해야 할 병실 앞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기자들이 이성하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와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성하는 그런 기자들의 고함에 자조 어린 웃음을 지었다.

‘무슨 영웅이야…… 난 그런 게 될 수 없어.’

사람들은 자신이 불길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 들어갔다고 여기지만, 현실은 불길에 겁먹고 머뭇거렸던 겁쟁이었음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화르르르르.

“아…….”

금방이라도 자신을 휘감을 것 같은 흉악한 불길에, 우두커니 멈춰 서 겁에 질렸던 자신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했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자신을 향한 언론의 취재 요청을 모두 거절한 상태였다.

“선배. 죄송한데 가실 때 기자들 좀 데리고 가시면 안 될까요?”

“전부 내쫓아줄까?”

“네. 조금 쉬고 싶어서요.”

병문안을 위해 찾아왔다가 마침 일어서려는 허석훈에게 죄송한 표정으로 기자들을 물려 줄 걸 부탁했고, 그에 허석훈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은 무슨. 너 아직 정상 아니잖아. 푹 쉬어. 가면서 내가 다 데리고 갈게.”

안 그래도 부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할 후배를 괴롭히는 기자들의 행태에 짜증이 일어나던 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허석훈이 나섬에 따라 병실 앞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지금 병실 앞에서 뭐하시는 거예요! 당장 안 나가요?”

병실 문을 나서자마자 기자들을 겁박한 허석훈의 고함 때문이었다.

“소방관님. 취재 조금만 할게요. 좀만.”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나중에 하세요. 나중에. 이러다 성하 상태 안 좋아지면 책임질 거예요? 좋은 말할 때 가세요! 지금 안 가시면 경찰 부릅니다.”

“끄응…… 진짜 너무 하시네. 후…….”

이성하에게 허락도 받았겠다 안 가면 경찰을 부르겠다며 엄포를 놓는 허석훈의 모습에 기자들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러섰고, 그에 이성하는 비로소 편안한 표정으로 침대에 몸을 눕힐 수 있었다.

[이제 좀 쉬어도 되겠다.]

‘네, 좀 자야겠어요.’

하지만 그때였다.

똑똑똑.

침대에 몸을 눕히는 순간,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누구…….”

철컥.

누구인지 묻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렸고.

“후…… 저 죄송한데 취재는.”

그 모습에 기자라고 생각하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문이 열리며 보이는 얼굴에 이성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성하 씨, 잘 지내셨어요?”

“형수님…….”

형수인 정유경이었다.

“이야기 들었어요. 상태는 괜찮아요?”

오랜만에 봤음에도 자신을 걱정하는 말부터 건네는 그녀였고, 그런 정유경의 말에 이성하는 그저 죄송하단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형수. 죄송해요…….”

사실 그렇게 오성수를 떠나 보내고 거듭되는 죄책감에 그녀를 한 번도 찾아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동생으로서 실격이었다.

‘미안해요, 선배…… 미안해요.’

오성수의 영결식에서 그가 남기고 간 가족들을 책임지겠다며 눈물을 흘렸던 자신을 기억했으니까.

하지만 정유경은 그런 이성하의 모습에 웃음을 지었다.

“뭐가 죄송해요? 일단 누워요. 환자가 누워야죠.”

평상시처럼 따스한 웃음을 지으며 이성하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그나저나 그 의사 선생님이랑은 어떻게 돼 가고 있어요? 잘돼 가는 거 맞아요? 잘돼야 하는데.”

평상시처럼 이성하의 연애사를 궁금해하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그에 이성하는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형수…… 억지로 웃지 않으셔도 돼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밝게 행동하는 정유경의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욕하셔도 돼요. 제가 미우시잖아요. 그냥 욕하세요. 형수…….”

자신의 말에 아무 말을 못하는 정유경의 모습에 처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그에 정유경의 눈에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힘들긴 해요.”

그녀 역시 오성수를 잃은 슬픔에서 아직까지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건 마찬가지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경의 눈빛에는 이성하를 향한 원망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이성하를 바라보는 표정에 담담한 미소를 담고 있었다.

“이거, 성수 씨가 성하 씨에게 남긴 거예요.”

“……저에게요?”

“네, 평소에 뭘 그렇게 쓰나 했더니…… 몇 달 전부터 한 명, 한 명 이렇게 편지를 남겼더라고요.”

따스한 표정으로 오성수가 남긴 편지라며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건넸다.

그리고 그 봉투에는 그리운 필체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내 후배 성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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