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41화 (141/235)

<강철 소방대 141화>

141화. 빈 자리 (6)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로서는 할 말을 잃을 광경이었다.

“나왔다!”

“다 빠져나온 거 같아요!”

이성하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부축하고 나올 때만 해도 이제 끝났다며 환호의 함성을 질렀지만.

‘저, 저기를 또 들어간다고……?’

‘미친…… 무리야. 늦었어…….’

“어떻게 해! 저거 어떻게 해!”

아직 남은 사람이 있다는 듯 또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절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이성하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화르르르르!

별다른 보호 장비가 없어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상태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불길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쏴아아아아!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예비로 챙겼던 마지막 소화기를 앞으로 뿌리며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

“으아아아!”

순식간에 옥상에 해당하는 4층에 도달했다.

덜컥.

“할머니!”

도착하자마자 닫혀 있는 방화문을 단번에 열어 재끼며,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할머니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화르르르르!

문을 열자마자 이성하를 맞이하는 건 뜨거운 불길이었다.

[물러서!]

‘끄응.’

렉스의 고함처럼 눈앞으로 뻗어 나오는 뜨거운 불길에 자연스레 뒷걸음질 쳤고, 그렇게 확인한 옥상의 모습에 입술을 깨물었다.

“제길…….”

화르르르르르!

아직 불길이 완전히 침범하지 못한 내부와 달리, 벽을 타고 올라온 불길에 의해 옥상 곳곳에 화마가 침범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까지 불길이 침범한 건 아니었다.

[아직이야. 겉에만 불 붙은 거야.]

렉스의 말처럼 외부만 불길이 휘감은 상태였다.

집안은 아직 괜찮다고 알리듯 집의 창밖으로 불길과 다른 하얀 전등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에 이성하는 바로 걸음을 옮겼다.

화르르르르!

“끄으으.”

방화복을 입지 않은 탓에, 생생하게 느껴지는 열기에 괴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쏴아아아아!

상관없다는 듯 소화기를 뿜어 길을 열었으며, 그렇게 집 문 앞에 도달해 고함을 질렀다.

“할머니, 소방관입니다. 문 건들지 마세요. 뜨거워요!”

혹시 모를 할머니의 부상을 막기 위해서였다.

할머니가 밖에 자신이 있는 걸 알고, 문을 열기 위해 불길에 가열된 문을 잡다가 화상을 입을 상황을 염려했으니까.

물론 그렇게 되면 이성하 역시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겠지만, 이런 경우를 대비해 수십 번을 훈련한 게 문 개방 훈련이었다.

[부숴!]

쾅! 쾅! 쾅!

렉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화기의 뒷면으로 문고리를 부서져라 내려쳤고.

파각.

그에 부서져 떨어진 문고리를 소매 끝으로 안전하게 들어, 끝에 튀어나온 심지를 다시 문에 꽂아 돌렸다.

딸칵.

문의 잠금 장치를 돌려 단번에 잠긴 문을 해제한 거였으며.

‘좋아, 다 됐어.’

그 심지를 다시 밑으로 보이는 구멍에 꽂아 옆으로 돌리자 문은 어렵지 않게 열렸다.

덜컥!

“할머니, 괜찮으세요!”

시간은 걸렸지만, 드디어 옥상에 고립된 할머니를 만나 탈출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행히 할머니의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콜록, 콜록. 괜찮아…….”

연기 때문에 기침을 토하고는 있지만, 집 안에 있던 덕분에 의식은 명료한 상태였다.

“다행이네요. 할머니 수건 필요한데 화장실 어디 있어요?”

“저, 저쪽이야.”

“아, 여기 있네요. 수건 좀 쓸게요.”

그 때문에 할머니에게 화장실의 위치를 물어, 수건을 꺼내 들었고.

쏴아아아아.

그렇게 꺼낸 수건에 흠뻑 물을 적시고는 자신과 할머니의 입에 감았다.

“이거 푸시면 안 돼요, 할머니. 이거 풀면 열기 때문에 목 아파요.”

혹시 모를 유독 가스와 불길의 열기에서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준비를 마친 거였으며, 그러고는 바로 할머니를 둘러업었다.

“이제 갈게요, 할머니.”

“괘, 괜찮겠어? 고마우이.”

드디어 마지막으로 남은 요구조자를 구출하기 위해 이 불길 속을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계단까지 도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까 들어올 때 만들었던 진입로 아직 살아 있네. 그대로 내려가자.]

‘네!’

렉스의 활기찬 음성처럼 아까 만들었던 진입로가 여전히 살아 있는 모습에.

“할머니 꽉 잡으세요! 놓치면 안 돼요!”

쏴아아아!

그대로 할머니를 업은 채 소화기를 분사하며 건물을 내려갔으니까.

하지만 이성하가 생각 못한 게 있었다.

화르르르르!

불길은 서서히 건물 내부를 잠식하는 중이었다.

와장창!

진입 전에 1층의 창문이 깨져나간 광경처럼, 2층의 창문들 역시 더 이상의 불길을 버티지 못하고 깨져 나가고 있었고, 그렇게 깨진 창문으로 불길이 건물 내부로 침범해 들어왔다.

화아아아악!

들어오자마자 내부의 공기를 타고 건물 안을 무섭게 휘저었으며, 안타깝게도 그 불길은 계단까지 이어진 상태였다.

‘제길, 열린 문으로…….’

화르르르르르!

사람들이 정신없이 탈출하느라 열어 둔 문을 타고 불길이 흘러나와 계단을 휘감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다시 계단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화아아아악!

불길로 발생하는 뜨거운 열기도 문제였지만.

[제길, 유독 가스다! 내려가긴 힘들겠는데?]

“콜록, 콜록.”

“제길!”

렉스의 다급한 고함처럼 그로 발생한 유독 가스 때문에 호흡이 힘들어질 정도였고, 어쩔 수 없이 옥상으로 다시 올라와 본 광경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전부 막혔어…….’

불길이 모든 길을 막고 있었다.

화르르르르!

계단은 물론이고 옥상 주변을 모두 감싼 채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흉악한 불길에.

‘끄응…….’

더 이상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때였다.

‘하늘…….’

시커먼 연기 사이로 동이 터 오는 하늘이 보였다.

화아아악.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아 어스름한 색깔이지만 연기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이 보였고, 그에 이성하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옆 건물이야…… 그래, 옆 건물!’

그렇게 보이는 하늘의 모습에, 자신이 살고 있는 건물과 옆 건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린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밖에 있는 이들이 알았다면 미친 짓이라며 고함을 질렀을 일이었다.

화르르르르!

불길과 치솟는 건물과 가장 가까운 건물의 거리만 3m였다.

달려서 뛰는 걸 감안하더라도 거의 본인 키의 두 배에 달하는 거리를 뛰어서 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성하는 혼자가 아니었다.

“콜록, 콜록.”

“할머니, 괜찮으세요?”

“괘, 괜찮아. 괜히 나 때문에 어쩌면 좋누? 콜록, 콜록.”

혼자서도 넘기 아슬아슬한 거리를 제대로 거동이 힘든 노인을 업고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에 렉스는 반대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것뿐이네. 맞아. 그 수밖에 없겠어.]

이성하가 말한 방법이 이곳을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이었다.

노인을 업고서 뛰어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평상시 구조대가 착용하는 장비가 거의 30kg에 달한다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행히 렉스가 알기로 가장 가까운 건물의 높이는 지금 이성하가 있는 건물보다 반 층 정도 낮았다.

[준비하자. 지체하면 더 힘들어진다.]

‘네.’

옆 건물로 뛰어서 넘어가는 것만이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빨리 서두르자며 이성하를 재촉한 것이다.

이성하 역시 더 이상 머뭇거릴 생각은 없없다.

화르르르르!

서서히 다시 옥상을 죄어 오는 불길 때문이었다.

시이이익. 시이이익.

[빨리! 소화기 끝났어!]

렉스의 말처럼 가지고 있는 소화기를 모두 사용해, 더 이상 옥상에 버틸 여력이 남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그랬기에 이성하는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이거 이불 좀 쓸게요.”

“콜록, 콜록. 그려.”

꽈아악.

할머니가 쓰던 걸로 보이는 이불 하나를 꺼내 자신의 등에 할머니를 감싸 단단하게 동여맸고, 그러고는 화장실로 들어가 자신과 할머니의 몸에 물을 흠뻑 적셨다.

“춥겠지만 좀 참으세요, 할머니.”

쏴아아아아.

불길을 통과해 건물을 넘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를 마친 거였으며.

“할머니, 이제 옆 건물로 넘어갈 건데. 저만 꽉 잡으시면 돼요.”

“여, 옆 건물?”

“네, 금방 가요, 금방.”

그렇게 불길 앞에 할머니에게 웃음 지었다.

“그럼 갈게요. 꽉 잡으세요!”

타앗.

더 이상은 시간이 없어 보이는 주변 상황에, 과감히 불길 속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물론 그 행동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화르르르르!

“끄으으으.”

아무리 몸에 물을 끼얹었다 한들, 그게 불길의 열기를 막아 주는 건 아니기에 살갗이 타는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몸에 물을 적신 건 열기를 막기 위함이 아니었다.

치이이익.

비록 열기는 그대로 전해질지라도 물기 때문에 옷과 할머니를 감싼 이불에 불이 붙지는 않았다.

‘좋아.’

그에 확신을 가지고 불길 너머를 바라봤고.

[뛰어!]

“으아아아아!”

들리는 렉스의 말에 그대로 몸을 공중으로 날렸다.

파악!

달려간 추력을 그대로 살려 단번에 옆 건물로 도약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리가 짧았다.

[제길, 안 돼! 짧아!]

렉스의 다급한 고함처럼 사람을 업고 뛴 덕분인지, 옆 건물로 넘어갈 만큼 충분한 도약이 이뤄지지 못했다.

휘이이익.

발밑으로 느껴지는 공허한 허공처럼.

‘떨어진다.’

디딜게 없는 몸이 아래로 떨어지는 감각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성하는 온 힘을 다해 팔을 앞으로 뻗었다.

‘닿아라!’

발은 닿지 못했지만, 손으로는 옆 건물의 난간에 닿을 수 있을 듯 보여서였다.

‘닿아!’

으드드득.

오른팔의 어깨가 빠지도록 온 힘을 다해 눈앞으로 보이는 난간을 향해 손을 뻗었으며, 기어코 그 난간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커헉.”

그 충격에 비명과 같은 고통을 호소하긴 했지만.

[빨리 올라가!]

‘끄으으으으…….’

꽈아악!

기어코 난간을 잡고 넘어가, 옆 건물로 넘어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 뒤부터 몸을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허억, 허억.”

난간을 붙잡는 과정에서, 부딪친 가슴에 끔찍한 통증이 느껴져서였다.

“제길……. 가슴이…….”

늑골이 부러졌는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에 서서히 의식이 흐려지는 게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귓가로 들리는 소리에 안심할 수 있었다.

이에에에엥!

상황실에서 말했던 염리 센터가 현장에 도착한 듯 보였다.

“여, 여기요! 콜록, 콜록. 여기 있어요!”

업고 있던 할머니 역시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난간으로 달려가 밑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고, 그에 이성하는 한쪽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어때요, 선배. 이번엔 구했죠?’

불길에 아른 거리는 오성수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

“무리하지 말라니까, 새끼야.”

그 말에 오성수가 씨익 웃으며 이성하의 머리에 손을 얹었고, 그 따스한 감촉에 이성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졸려…….’

소방관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모든 일을 마치고, 잠시 휴식에 빠진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