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37화 (137/235)

<강철 소방대 137화>

137화. 빈 자리 (2)

* * *

이튿날 아침.

드디어 오성수와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시간이 찾아왔다.

저벅. 저벅.

검정 제복을 입은 수많은 소방관들이 오성수의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행렬의 마지막, 유족들이 등장하자 모든 소방관들이 자세를 바로 했다.

꾸벅.

끝까지 사람을 구하려 했던 동료의 부모님에게, 죄스러운 마음으로 슬픈 예의를.

하지만 그 모습은 유족들을 더 슬프게 하는 모습이었다.

“크윽.”

장례식장에서도 어떻게든 감정을 유지하던 오성수의 아버지가 앞으로 나섰다.

“이게 무슨 필요가 있어!”

한쪽에 차려진 성대한 분향소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었다.

거대한 단상에 딱 봐도 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화꽃이 오성수의 영정 사진을 감싸고 있지만, 그 모습에 아버지는 더 구슬피 울었다.

“이런다고 내 아들이 살아오는 것도 아니잖아. 내 아들 돌려줘. 내 아들 돌려 달란 말이야. 으허허헝.”

그깟 꽃 백만 송이가 있다 한들,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이 돌아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 현실을 아직까지 믿기 힘든 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후…….”

“제길…….”

오성수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참석한 타 지역의 소방관들은 물론.

“성수야…… 성수 이 새끼야…….”

“하…… 그렇게 갈 놈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쉽게 갈 놈이 아니었는데…….”

지난 장례 기간 동안 오성수의 곁을 지켰던 구조3팀 역시 며칠 전만 해도 옆에서 너스레를 떨던 오성수의 모습이 떠오름에,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실감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누구보다 실감이 안 나는 건 이성하였다.

“오성수예요. 원래 반장이라고 호칭해야 하는데 나한테는 그냥 선배라고 호칭하면 됩니다. 제가 사수거든요. 흐흐흐.”

오성수와 첫 인사를 나눈 게 엊그제 같았다.

“어쭈, 이놈 봐라. 감히 사수가 말하는데 웃어?”

“이성하, 놓치지 말고 잘 따라와. 우리 수색 구역을 우측이다.”

“푸하하하. 드디어 내가 연애를 시작했어. 이 오성수가 연애를!”

잠시만 눈을 감아도, 정신없이 말을 거는 그리운 오성수의 모습이 계속 눈앞에 보이는 듯했기에, 이성하는 도저히 영결식장 문을 넘어설 용기가 안 났다.

‘선배…….’

금방이라도 오성수가 나타나 환하게 웃으며 장난이었다고 웃을 거 같았으니까.

그렇기에 이성하는 차마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선배인 오성수가 죽은 건 현실이었다.

“성하 씨…… 우리 성수 씨 어디 있어요……?”

지금껏 말을 섞지 않던 형수가 이성하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형수님…….”

“우리 아이 생겼다고…… 우리 아이 생겼다고 그렇게 기뻐하던 사람이었는데…… 성수 씨 어디 있어요? 우리 성수 씨 좀 찾아줘요…… 제발요. 제가 부탁드릴게요. 성수 씨 좀 찾아 달라고요. 제발…… 으허허헝.”

이제 영결식이 끝나면 정말 오성수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오열하며 이성하의 팔을 잡았고, 그에 성하 역시 겨우 참던 눈물을 엉엉 쏟았다.

“죄송합니다. 형수…… 제가 잘못했어요. 저 때문에 죽은 거예요. 저 때문에 죽었어요…… 흐윽.”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죄를 형수인 정유경에게 겨우 호소하며 서글픈 눈물을 터트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 성수 씨 돌려줘요. 제발…… 연금, 훈장 계급, 이런 거 다 필요 없으니까. 성수 씨 돌려 달라고요…… 으허허헝.”

한 사람은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고.

“죄송합니다…… 형수 정말 죄송해요…… 흐으윽.”

한 사람은 목숨보다 소중한 동료를 잃었으니까.

하지만 영결식은 진행되어야 했다.

“둘 다 그만해요. 성수 보내 줘야죠…….”

김필주의 먹먹한 음성에 두 사람은 간신히 걸음을 옮겨 준비된 자리에 착석했다.

“잠시 후, 고 오성수 소방장의 영결식이 진행되겠습니다. 일동, 묵념.”

그렇게 하나둘 자리에 앉는 사람들의 모습에 사회를 맡은 소방간부가 영결식의 시작을 알렸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오성수를 향한 애도사가 울려 퍼졌다.

“소방관으로서의 책임과 임무를 다하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신 오성수 소방장님의 명복을 머리 숙여 빕니다.”

“국민을 위해 항상 헌식적인 사명감으로 근무하신 오성수 소방관님의 평온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높은 직위로 보이는 소방 관계자 몇 명이 단상 위에 올라 유족과 동료 소방관들을 위로하고자 입을 열었으며, 그 뒤를 이어 단상 위로 허석훈이 올랐다.

“대답해! 오성수! 제발 대답해! 대답하라고 이 새끼야! 으아아아아!”

사고 당시, 누구보다 열심히 잔해를 파헤쳤던 허석훈이 먹먹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고, 그런 그의 애도사가 시작됨에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다.

“가장 위험하고 생사가 오가는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다 사망한 동료 소방관 오성수의 영혼을 가슴 깊이 애도합니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목소리는 이미 잔뜩 갈라진 채였다.

“많은 소방 가족들이 이 자리에 모여 당신들의 살아생전 업적을 기리고자 하나, 아직도 저는 믿겨지지 않습니다…… 언제나처럼 항상 제 곁에 있을 것 같은 동료가…… 항상 선배라고 부르며 활짝 웃던 성수가…… 이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이 싸늘하게만 누워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일어나 저를 보며 웃을 거 같은 놈이…… 이제는 없습니다…… 오성수는 제 동료이자 지기였습니다…… 그런 성수를 이렇게 떠나 보내야 한다는 게…… 너무나 한스럽고 가슴이 메어 옵니다…… 크흑.”

아직도 오성수가 사망한 게 믿기지 않는지 서글픈 눈물을 품으며 하는 말이었고, 그런 애도사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소방관들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다.

“흐어어어어.”

한 소방관은 눈물이 흐르는 걸 막지 않은 채 흐느꼈으며.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또 다른 소방관은 더 이상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어떻게든 지켰어야 했는데…… 어떻게든 너를 데리고 빠져 나왔어야 했는데…… 우리는 그저 이렇게 못난 모습으로 너의 영전에서 눈물만 흘릴 뿐이다…… 용서하지 말아다오…… 우리를 절대 용서하지 말아다오…….”

소중한 가족을 지키지 못했기에.

위험천만한 불길 속에서 항상 등 뒤를 지켜 줬던 후배를 자신은 지키지 못했다는 그 애도사에, 모두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흐어어엉. 미안해…… 너무 미안하다. 성수야. 내가 지켜 주지 못했다. 미안해. 흐윽…….”

결국 애도사는 중단되고 말았다.

허석훈의 감정이 너무 북받쳐 올랐기 때문이었다.

“석훈아…….”

그런 허석훈을 위로하기 위해 곁에 있던 권일섭이 끌어안으며 다독거렸지만, 권일섭 역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대장님…… 성수가, 성수 녀석이…….”

“…….”

“성수를…….”

차마 말을 끝내지 못하는 허석훈의 모습에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흐윽. 미안하다. 너무 미안해…….”

그 역시 오성수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며 자리에 있는 모든 소방관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끄윽. 끄윽.”

누구보다 지켜 내야 할 소중한 동료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꼈으니까.

그리고 그런 슬픔 속에서 허석훈이 겨우 울음을 참으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제 당신을 보내려 합니다……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수많은 목숨을 살려 낸 당신은 대한민국의…… 우리 소방관들의 영웅이니까요. 사랑합니다. 2015년 12월 3일. 못난 너의 동료, 허석훈이.”

더 이상 동료들이 슬픔에 잠겨 있지 않도록 영결식을 마무리하는 모습이었고, 그에 모든 소방관들이 일어나 한쪽에 태극기로 감싸져 있는 오성수의 관을 향해 경례를 올렸다.

“모두 경례.”

처억.

마지막까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던 동료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오성수는 현충원으로 운구됐다.

<지방소방장 오성수>

의로운 영웅 하나가 자신의 임무를 다 하고, 하늘의 별이 된 것이다.

* * *

오성수의 사망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서대문구 화재. 구조대 소방관 참변.>

<사람 구하러 화재 현장 진입했다 빠져나오지 못해.>

<또다시 반복된 안타까운 사망. 의로운 소방관의 희생.>

언론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한 의로운 희생이었다며 오성수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했고, 그에 많은 사람들이 웹상으로나마 오성수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 좋은 곳에서 쉬셨으면 합니다.

-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순직하신 소방관님 앞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지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하늘에서는 편히 쉬셨으면 합니다.

-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잊지 않겠다고.

지금까지 헌신과 사명감을 위해 살다 간 영웅을 잊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 애도는 끽해 봐야 며칠이었다.

“택시!”

끼이익.

세상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른 일들로 바쁘게 돌아갔다.

“야, 유환성 이야기 들었어? 걔 레이디걸스의 이나연이랑 사귄대.”

“진짜?”

“그렇다니까.”

안 그래도 수많은 가십거리가 터져 나오는 세상이기에 의로운 소방관의 죽음은 빠르게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그건 오성수가 근무했던 은평 소방서도 마찬가지였다.

뿌우~ 뿌우~

- 구조 출동! 구조 출동!

“모두 뛰어!”

“넵!”

수시로 울리는 출동 지령은 물론.

따르르릉.

“네, 은평소방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정신없이 걸려 오는 민원 전화를 받으며 바쁜 생활을 이어 갔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공허함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

사무실을 둘러보던 김필주가 한숨을 쉬었다.

“답답하네요.”

“뭐가?”

“쟤들 말이에요. 쟤들.”

권일섭에게 한쪽에 앉아 있는 허석훈과 이성하를 가리켰고, 그에 권일섭 역시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후…… 벌써 일주일인가.”

저 둘이 저렇게 말없이 앉아 있는 게 벌써 일주일이었다.

평상시였다면 웃고 장난치며 사무실의 분위기를 띄웠을 놈들이.

타닥타닥.

언제부터 그리 열심히 일했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말없이 서류 정리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만류하지는 않았다.

“놔두자고. 저게 우리들의 정리하는 방법이잖아.”

잊는 게 아니고 정리하는 방법이었다.

정신없이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기에 할 일을 찾아 움직이는 모습이었으며,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긴 하죠. 그때만 해도 상 한 번 더 치를 줄 알았잖아요.”

김필주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장례를 마쳤을 때 두 사람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석훈아. 커피나 한잔할까?”

“커피요?”

“그래. 성하 너도.”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김필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날 정도로, 어느 정도 오성수의 빈 자리를 마음속에 묻어가는 데는 성공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권일섭은 만족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야, 전부 다 앉아 있어. 내가 타다 줄게.”

딱히 말 안 해도 각자의 방법으로 오성수의 빈 자리를 정리하는 후배들에 흐뭇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대장님이요?”

“그래. 인마. 기분이야. 다들 커피 한잔씩 하고 일 하자고.”

자신이 타는 커피로 후배들의 기분이 괜찮아질 수 있다면, 열 잔이라도 타 주고 싶은 게 지금 권일섭의 마음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이에에에엥!

순간 벽면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 화재 출동! 화재 출동! 불광동 520-10 건물에서 화재 발생.

팀 전원의 출동을 알리는 화재 출동 지령이었고, 그에 구조3팀은 너나 할 거 없이 전력으로 달려 나갔다.

“뛰어!”

“출동이다! 빨리빨리!”

“네!”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불광동의 상황이 떠오름에, 모두가 다급한 표정으로 소방차에 올라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소방차에 올라탄 권일섭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석훈이랑 성하.’

아직 회복되지 않은 두 사람의 상태 때문이었다.

화아아아악.

“연기 보입니다! 화재 맞습니다.”

지금 막 울리는 김필주의 음성처럼, 출동하는 현장이 며칠 전 오성수가 사망했던 것과 같은 건물 화재였기에.

“너희들 현장 진입 괜찮겠어?”

진지한 표정으로 허석훈과 이성하를 바라봤으니까.

하지만 그 걱정은 괜한 걱정인 듯 보였다.

“대장님, 문제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언제 방화복을 입었는지, 이미 두 사람은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도성민, 실린더 체크해.”

“동민이는 라이프 라인 챙기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후배들에게 지시하며 진입할 준비하는 모습이었고, 자연스러운 그 모습에 권일섭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괜찮네요.”

“그래. 아무 문제없겠어.”

아직 슬픔을 모두 떨쳐 내지 못했을 게 분명함에도, 빠릿한 모습으로 진입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는 후배들의 모습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권일섭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 지시를 내렸다.

“필주랑 성민이가 상층부 수색을 맡는다. 나랑 석훈이는 지하. 성하는 동민이랑 공기 통하게 밖에서 창문 부숴!”

“네!”

“알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현장을 마무리하고 후배들과 못 다한 커피를 마시기 위함이었다.

“주수!”

쏴아아아아!

“진입!”

“악!”

그 때문에 진입로를 뚫는 진압대의 주수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팀원들에게 건물 진입을 명했으니까.

하지만 그 지시에 움직이지 않는 대원이 있었다.

“아…….”

마동민과 창문을 깨기로 했던 이성하였다.

덜덜덜덜.

무슨 일인지 불길을 앞에 두고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부르르 떨었고.

“야, 너 왜 그래?”

그 모습에 권일섭이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지만, 이성하는 그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선배…….’

그 불길 속에 오성수가 있었다.

화르르르르르!

불길에 고통스러워하는 오성수가 이성하의 눈동자에 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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