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소방대 136화>
136화. 빈 자리 (1)
* * *
오성수는 그대로 근처의 연성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미 사망이 확실시 된 상황이었기에 그대로 병원 장례식장의 안치실로 옮겨졌고, 그 모습에 방화복도 벗지 못한 채 따라왔던 구조3팀은 흐느끼며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성수야…….”
“선배…… 흐윽.”
“으허허헝.”
끝까지 부정하고 싶었지만 정말 오성수가 사망한 것이 확정되는 모습에, 모두 비통에 잠긴 모습으로 스스로의 얼굴들을 감싸며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그런 구조3팀의 모습은, 이성하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성하야. 앉아…… 앉아 있어…….”
“…….”
김필주가 부르는데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넋이 나가 있었다.
‘꿈일 거야…… 그렇죠? 꿈인 거죠?’
[야, 인마…….]
‘렉스…… 이거 꿈이잖아요. 그냥 지독한 악몽인 거잖아요…….’
렉스를 향해 꿈이 아니냐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고.
[…….]
그에 렉스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이성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렉스…… 나 아파요.’
[야…….]
‘너무 아파……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이 아파요…… 너무 아하…… 흐윽.’
가슴속으로 전해지는 깊은 슬픔의 고통에,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깊이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성하는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성수, 어디 있어요…….”
전화로만 들었던 성수 선배의 어머님 목소리였다.
“어머니…….”
“우리 성수 어디 있어요? 어디로 가면 볼 수 있어요……?”
아직까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검게 그을린 이성하의 방화복을 잡으며 선배인 오성수를 찾았고, 그에 이성하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죄송합니다…….”
“아니, 그거 말고…… 우리 성수…….”
“죄송합니다. 어머니…… 너무 죄송해요…… 흐윽.”
자신은 살아 있는데 차마 선배인 오성수만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그 부모님에게 이야기드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그게 대답이었다.
“아아…….”
억지로 참고 있었는지, 어머님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솟아 올랐다.
“여보, 어떡해.”
“…….”
“우리 성수 어떡해. 말 좀 해 봐. 으허허헝.”
도저히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는지, 같이 온 남편의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슬퍼하는 모습에, 구조3팀은 모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으허허허헝.”
자식을 잃은 부모의 눈물이었기에.
꽈아악.
그저 죄스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연성대학병원 장례식장에는 작은 빈소가 마련됐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습니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작은 빈소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오성수의 명복을 빌었다.
<중앙소방본부>
<은평소방서>
<서대문소방서>
<소방 98기 동기 모임>
비록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게 됐지만 그 보내는 길만큼은 성대하게 보내겠다는 듯 수많은 조화들도 빈소의 입구를 밝혔고, 그 때문인지 슬픔을 토하던 유족들의 얼굴은 많이 담담해져 있었다.
“언니…… 괜찮아?”
“괜찮아…….”
“뭐가 괜찮아? 얼굴이 반쪽이구만, 흐윽.”
“울지 마. 아직 밥 안 먹었지? 얼른 밥 먹자. 응?”
오히려 찾아와 눈물을 터트리는 조문객들을 웃으며 위로할 정도로.
하지만 그 웃음 뒤에 깊은 슬픔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하하. 그랬어?”
“아, 맞다. 그랬지. 작년에 축구하다가 이놈이 넘어져서 식겁했잖아. 하하하.”
조문객들과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으허허헝. 우리 성수 불쌍해서 어떡하니. 성수야.”
“흐윽.”
몰래 방으로 들어가 하염없이 눈물을 터트리는 게 가족의 모습이었고, 그건 구조3팀도 마찬가지였다.
“여기 서명하시면 됩니다.”
“팀장님, 식사 안 하셨죠? 이쪽으로 앉으세요.”
낮에는 담담한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맞이하며 부산을 떨지만.
“성수 편히 갔을까요?”
“그런 이야기는 뭐하러 해?”
“웃고 있었잖아요. 가능하면 고통 없이 갔나 해서요.”
“후…….”
밤만 되면 먼저 떠난 오성수의 이야기를 하며 다들 먹먹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중 유일하게 단 한 번도 웃음을 짓지 않은 이가 있었다.
‘성수 선배…….’
이성하였다.
“쟤 어제도 안 잤냐?”
“네. 안 잔 거 같아요.”
권일섭과 김필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것처럼 장례식 내내 한숨도 자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는 이성하였고, 그 모습은 모두의 입에서 한숨이 나올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야, 인마. 그만 마셔.”
“괜찮습니다. 부장님.”
“그만 마시래도.”
앞에 앉아 있는 허석훈이 그만 마시라며 들고 있던 술병을 뺏어 들 정도로 피폐해진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성하는 손을 뻗었다.
“조금만 마실게요. 안 마시면 못 버틸 거 같아서 그래요.”
멍한 표정으로 허석훈을 바라보며 그 손에 들린 술병을 잡아 갔고, 그에 허석훈은 짜증을 토했다.
“네 탓 아니라니까.”
상심이 큰 건 알지만, 벌써 이 모습이 이틀째였다.
“…….”
“진짜 네 탓 아니라고. 지금 네 모습을 성수가 보면 좋아하겠냐?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인마.”
그냥 가볍게 마시는 것도 아니고, 밤만 되면 이렇게 계속 술잔을 기울이는 이성하의 모습에 답답함이 흘러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 이성하가 처음으로 웃음을 지었다.
“제 탓이잖아요.”
“뭐?”
“성수 선배. 제가 남기자고 했어요. 그냥 데리고 갔으면 지하에 진입할 일도 없었는데, 제가 남기자고 했다고요.”
웃으며 하는 그 말 속에는 지독한 슬픔이 서려 있었다.
“제가 죽인 겁니다. 성수 선배.”
처연한 표정으로 앞에 놓인 잔에 술을 따르고는 그대로 마셨고, 다시 한 잔을 또 따랐다.
주르륵.
술을 못 먹으면 마치 죽기라도 하는 양 넘치도록 잔을 따르는 모습에, 허석훈이 고함을 질렀다.
“그게 왜 너 때문이야! 왜 너 때문이냐고!”
후배가 죽은 것도 마음이 아파 우울한 판에, 또 다른 후배가 그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자책하는 모습에 화가 일어난 것이다.
하나…….
꿀꺽.
그런 허석훈의 고함에도 이성하가 상관없다는 듯 채워진 술잔을 다시 마시는 모습에 난장판이 이어졌다.
“그만 마시라고, 이 새끼야!”
이성을 잃은 허석훈이 상을 넘어가서 이성하의 멱살을 움켜쥐었으니까.
다행히 심각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지금 뭐하는 거야?”
그 모습에 바로 일갈을 던진 권일섭 때문이었다.
“이것들이 감히 장례식장에서. 둘 다 그만두지 못해!”
고인을 떠나 보내는 장소기에 권일섭이 낮은 목소리로 허석훈과 이성하를 향해 매서운 표정을 지었고, 그에 상황은 단번에 정리됐다.
“석훈아 바람이나 쐬러 가자.”
“끄응…….”
“빨리.”
“네…….”
권일섭의 경고도 경고지만 시기적절하게 김필주가 끼어들어 허석훈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선배들의 모습에도 이성하는 여전히 술을 따랐다.
주르륵.
술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버티기 너무 힘들었다.
“후…….”
그 모습에 권일섭이 한숨을 내쉬며 나가는 모습에도.
꿀꺽.
그대로 잔을 들이켤 뿐이었다.
‘내 탓이야…… 내가 성수 선배를 죽게 한 거야…….’
오성수가 죽은 게 자신의 잘못된 건의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이 자리에서 버틸 용기가 나지 않았으니까.
[에휴, 멍청한 놈아. 그게 왜 네 탓이야. 그냥 사고지.]
그 모습에 렉스가 혀를 차며 말했지만, 이성하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형수, 미안해요…….’
아직 결혼을 안 했음에도 형수 정유경이 검은 상복을 입고 오성수의 영정사진 앞에 앉아 있었다.
고인의 아내 자격으로 오성수의 부모님과 함께 상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에 이성하는 괴로운 표정으로 다시 잔을 들이켰다.
‘아이 생겼다고 왜 말 안 했어요, 선배.’
장례식 첫날 병원에서 유족들의 대화를 통해 오성수와 정유경이 아이를 가지게 된 사실을 알게 됐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아직까지도 정유경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한 상태였다.
“성하 씨…….”
형수인 정유경이 먼저 슬픔을 털고 말을 걸어왔음에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형수…….”
이 모든 일이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사태라는 생각에, 그저 멍한 표정으로 죄송하다는 말만 기계처럼 반복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이성하의 모습에 정유경은 더 말을 걸지 않았다.
꾸벅.
눈이 마주치면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숙였고, 그렇게 지난 이틀을 보냈다.
‘…….’
형수를 보면 어떻게든 사정을 설명하고 사죄를 청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결국 아무 말을 못한 채 걸음을 돌렸으며, 그래서 마시게 된 게 술이었다.
‘미안해요, 선배. 내가 너무 미안해…….’
밤만 되면 조금이라도 그 죄책감을 떨치기 위해 술잔을 기울인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같았다.
주르륵.
따라주는 사람 없이 혼자 마시는 술이었다.
‘크윽.’
그 쓴맛에 절로 눈살이 찌푸렸지만, 이성하로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좋네…….’
그 쓴맛에, 단 몇 분이라도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다는 걸, 지난 며칠간 밤을 새며 알게 됐으니까.
그런데 그 순간, 이성하의 술병을 잡는 이가 또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구슬퍼?”
오성수였다.
“천장 무너지겠다, 새끼야.”
이성하의 앞에 털썩 주저앉으며 잔을 채웠고.
“마셔.”
그에 멍한 표정을 짓는 이성하에게 잔을 들었다.
“네?”
“마시자고 인마. 손 무거운 거 안 보이냐?”
언제나처럼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이성하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며.
“네, 선배.”
그에 이성하가 엉겁결에 잔을 부딪치자, 단숨에 술을 마시고는 은은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적당히 슬퍼해.”
“네?”
“적당히 슬퍼하라고. 지금 너 때문에 분위기 처지는 거 몰라?”
슬쩍 주변을 훑으며 하는 말이었다.
“막내가 말이야, 항상 웃으면서 분위기 띄워야지. 그렇게 폼 잡는 거 아냐, 인마.”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활짝 웃으며 다시 잔을 따랐고.
“크으.”
그렇게 따른 잔을 단숨에 마시고는 이성하를 바라봤다.
“선배 먼저 간다.”
“네?”
“먼저 간다고. 인사를 못한 거 같아서 온 거야. 안 그러면 네가 계속 울 거 같으니까. 그러니까 울지 마. 무슨 말인지 알지?”
흐뭇한 표정으로 이성하를 바라보며 하는 말이었으며.
“그게 무슨.”
그에 이성하가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
덩그러니 누가 마신 듯한 빈 잔만 앞에 있었고, 그에 이성하는 구슬피 눈물을 흘렸다.
“가지 마요. 선배.”
너무나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잊기 싫은 얼굴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함께하고, 계속 함께할 거라 생각했던 얼굴이었다.
“나, 아직 더 배워야 한단 말이에요. 흐윽.”
선배인 오성수가 너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