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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소방대-133화 (133/235)

<강철 소방대 133화>

133화. 사명 (2)

작전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진입로부터 열어!”

쏴아아아아!

서대문서와 은평서 구조대원들의 진입을 돕기 위해, 모든 진압대원들이 건물의 통로 위아래로 넓게 주수를 시작했고.

화르르르르……

그에 불길이 주춤거리며 사그라드는 순간.

“진입해!”

“진입!”

십여 명이 넘는 구조대원들이 일제히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부수면서 올라가!”

“알겠습니다!”

파가각!

진입로를 막는 건물 자재를 그대로 박살 내며 계단을 뛰어 올라가며, 은평서는 성공적으로 자신들이 맡은 층 입구에 도달했다.

“은평서, 3층 도착했습니다.”

“서대문서도 4층 도착 완료.”

4층으로 향한 서대문서는 물론, 은평서 역시 본격적인 요구조자 구조 작전을 위해 준비를 마쳤다고 현장 지휘관에게 보고를 올린 것이다.

물론 바로 진입이 가능한 건 아니었다.

“이성하!”

“네!”

권일섭의 신호에 이성하가 진입할 3층 문을 열었다.

화아아악.

문을 열자마자 빠져나오는 검은 연기를 향해 손을 뻗었고, 이내 바로 뒤로 빠지며 손을 들었다.

“안 됩니다. 거의 600도 정도 될 거 같습니다.”

“그 정도야?”

“네, 조금도 못 버틸 거 같아요. 방화복 의미 없습니다.”

진입 당시 화재의 상태를 완전한 성장기로 판단한 것처럼, 이미 건물 내부가 불길로 휩싸여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대로서는 이미 감안하던 상황이었다.

“허석훈!”

“준비됐습니다.”

권일섭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허석훈이 들고 온 관창을 틀어 문 안쪽으로 향했다.

쏴아아아아!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건물 내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뿜어졌고, 그렇게 한참 동안 내부를 향해 물이 틀어졌다.

“주수합니다!”

뒤늦게 올라온 진압대원 역시 그런 허석훈을 도와 내부를 향해 강하게 물을 뿜어냈으며, 그에 허석훈의 옆에서 손을 뻗던 이성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 거 같습니다.”

“확실해?”

“네, 계속 주수 진행하고 들어가면 될 거 같습니다.”

차가운 소방용수를 이용해 건물 내부 온도를 대원들이 진입할 수 있는 온도까지 강제로 낮춘 상태.

지켜보던 도성민과 마동민의 눈에 감탄이 어린 건 당연했다.

‘대박.’

‘이게 구조대.’

항상 장난만 주고받던 선배들의 진면목을 사실 처음으로 목격한 순간이었다.

“오케이. 그럼 관창 여기 고정시키고 들어간다.”

“알겠습니다!”

권일섭의 지시도 대단했지만, 그런 지시가 떨어질 걸 예상이라도 한 듯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그 지시들을 수행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앞으로 보이는 광경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여, 연기가…….”

소방용수와 불길이 만나 안 그래도 시커멓던 연기가 더욱 짙어졌다.

화아아아악.

간간이 보이던 빨간 불길마저 가릴 정도로 검은 연기가 내부를 가득 채운 모습에, 도성민이 당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잠깐 물러나야 될 거 같습니다. 시야 확보가 아예 안 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내부 상황에 도저히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던 권일섭이 무전을 잡았다.

“지휘 팀장님, 은평 구조대입니다. 외부 진압 팀 3층 창문 쪽 진압하는 거 잠깐 멈춰 줄 수 있겠습니까?”

- 창문이요?

“네, 시야 확보가 안 되고 있습니다.”

밖에서 현장 지휘를 하는 서대문 지휘 팀장을 향한 무전이었다.

- 창문 진압 멈췄습니다.

그런 권일섭의 요청에 바로 진압을 멈췄다는 지휘팀장의 무전이 울렸고, 그에 권일섭이 바로 이성하를 불렀다.

“관창 하나 더 있지?”

“준비 됐습니다.”

그 말에 이성하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바로 관창을 들고 앞으로 나섰으며.

“오케이. 주수!”

이어지는 권일섭의 명령에 아까 외부에서 확인했던 창문 방향으로 관창을 열었다.

“주수!”

차차차차창!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물줄기가 창문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자, 이성하는 바로 관창의 세기를 고압으로 조절했다.

쏴아아아아!

쨍그랑!

그런 강력한 물줄기에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그런 이성하의 모습에 마동민이 탄성을 질렀다.

“수압 배연!”

이론으로만 배웠던 방법이 눈앞에 펼쳐진 순간이었다.

쏴아아아아!

깨진 창문 밖으로 물을 뿜어내기에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조준을 못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이 방법은 내부에 꽉 찬 연기를 밖으로 빼는 주수 방법이었다.

쏴아아아아!

거침없이 뿜어지는 물줄기를 따라.

화아아아악!

밖으로 빨려 나가는 연기의 모습처럼, 음압 상태의 작용을 응용해 내부의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주수 방법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방법은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시야 확보 완료. 은평서 진입합니다.”

- 오케이.

권일섭이 바로 지휘팀장에게 진입을 시작하겠다고 보고를 할 정도로, 내부의 시야가 단번에 확보된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듣고 있는 오성수가 웃음을 지었다.

“무난히 잘되고 있네.”

무전만으로도 특별히 큰 문제없이 진행되는 팀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였다.

“잘되는 거 맞아요? 위험하진 않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팀원들을 향해 무전을 보냈지만.

- 문제없어.

- 위험은 무슨. 내려가면 사발면이나 먹게 미리 좀 챙겨놔.

- 전 육개장 먹을 겁니다. 김치면 안 먹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농담을 던져오는 동료들의 무전에.

‘정말 별일 없겠네.’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으니까.

그런데 그때, 한쪽에 마련된 지휘막사에서 오늘 인사를 나눴던 지휘팀장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걸 왜 이제 이야기해요!”

막사 밖으로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잔뜩 성이난 목소리가 들렸고, 그에 오성수는 지체 없이 지휘막사 쪽으로 다가갔다.

‘끄응…… 뭔 일 터진 건 아니겠지.’

아무 문제없이 구조 작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휘 팀장이 고함을 지르는 것에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느낌은 사실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도 진짜 몰랐어요.”

공장 책임자로 보이는 한 남자가 지휘 팀장의 앞에서 울상을 짓고 있었다.

“몇 명입니까?”

“보, 보통 두 명 정도가 밑에…….”

“정도가 아니고 확실한 인원을 말하라고요!”

“두 명입니다! 보통 지하 창고에는 두 명이 근무합니다.”

지휘 팀장의 일갈에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하는 모습에, 어떤 상황인지 짐작한 오성수는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지하.’

공장 책임자가 말한 지하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제길…… 지하면 접근이 불가능한데.’

현재 구조대가 진입한 층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지하에 요구조자가 있다는 사실에,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눈앞에 있는 지휘팀장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비번인 애들 중에 더 오는 애들 없어?”

다급한 표정으로 곁에 있는 소방대원을 향해 윽박지르듯 물었다.

“비, 비번이요?”

“지하 수색해야 할 거 아냐. 추가로 지원 오는 애들 있어, 없어?”

지하로 연결된 주차장 입구를 가리키며 성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고, 안타깝게도 그에 대답하는 소방대원의 말은 지휘 막사에 있는 모두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방금 도착해서 투입한 인원이 전부입니다. 더는 없습니다, 팀장님…….”

지하를 수색할 구조대원이 아예 전무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지휘 팀장은 짜증 섞인 기색으로 진압대장을 불렀다.

“인원 뺄 수 있겠나?”

남은 건 진압 팀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인원이요?”

“어. 지하에 요구조자가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야. 확실하진 않지만 연락이 안 되는 걸 보면 아직 건물에 있을 확률이 높아.”

상황을 설명하며 진압 팀에서 인원을 빼 줄 걸 요구했고, 그에 잠깐 불타는 건물을 바라본 진압대장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명. 네 명 정도는 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바로 인원 차출하겠습니다.”

아직도 거세게 타오르는 건물을 보면 인원 차출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그 역시 요구조자가 있다는 말에 진압 팀에서 인원을 차출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 오성수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들었다.

“아닙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건물을 보며 하는 말이었다.

“자네가?”

“네. 진압대에서 네 명이나 인원을 빼게 되면 오히려 안에 있는 구조대가 위험해질 겁니다. 그러니 제가 가겠습니다. 네 명은 필요 없고 한 명만 붙여 주십쇼. 내부 구조도 보니까 입구만 수색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둘이면 됩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테이블에 펼쳐져 있는 건물 구조도를 가리키며 둘이면 된다는 의견을 내밀었고, 그에 지휘 팀장은 잠시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길. 좋아. 그 대신 지금 말한 대로 절대 무리는 하지 말게. 입구만 수색하면 되는 거야. 그러고 바로 빠져나오는 거야.”

그 역시 현재로써는 오성수의 말대로 하는 게 최선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오성수는 바로 개인 장비를 착용하며 진입 준비를 서둘렀다.

철컥.

상시 가지고 다니는 두 개의 인식표 하나를 상황판에 걸어 자신의 현장 진입을 표시했고, 먼저 진입해 있는 팀원들에게도 자신의 건물 진입을 알렸다.

“쉬기는 무슨. 대장님. 서대문서 진압대원과 한 명과 지하 수색하러 들어갑니다.”

- 뭐?

“지하에도 요구조자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입구 쪽이라 크게 위험하진 않을 거 같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놀라는 권일섭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약식으로 보고를 하고는, 그렇게 주차장 입구로 나아갔다.

“진입하겠습니다!”

“진입!”

그 역시 동료들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는 요구조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차출된 진압대원과 함께 거침없이 건물 안으로 진입을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지하는 상층부처럼 화재가 심하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화르르르르!

다만 지하 역시 곳곳에서 일어난 불길로 매서운 연기가 가득한 건 다른 층과 같았지만.

“이쪽! 창고 이쪽이에요!”

다른 층보다 화재의 진행도가 낮은 상황에 바로 창고의 방향을 확인해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도착한 창고의 사무실에서 오성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없다.’

요구조자가 있을 걸로 여겨지는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서였다.

‘특별한 소지품도 없는 걸 보면 화재 당시 이곳에 사람은 없었어.’

책상 밑으로 제대로 들어가 있는 의자나 잘 정돈된 사무실의 분위기를 보면 화재가 일어나기 직전부터 사람은 없던 듯 보였으며, 그에 오성수는 바로 무전을 잡았다.

“여기는 지하. 창고 사무실 도착했지만 요구조자는 없습니다.”

- 확실합니까?

“네, 사무실 상태를 보면 이미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빠져나간 듯 보입니다. 요구조자 흔적 아예 없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요구조자가 있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 사무실의 모습에, 밝은 표정으로 지휘 팀장에게 보고를 마친 것이다.

같이 진입한 진압대원 역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휴…… 다행이네요. 사람 있었으면 골치 아플 뻔했는데.”

만약 사무실에 흔적이 있었다면 둘이서 지하 창고를 전부 수색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한 번 더 사무실을 둘러본 진압대원은 몸을 일으켰다.

“확실한 거 같네요. 가시죠.”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사무실을 나와 앞장서 걸음을 옮겼고, 그에 오성수 역시 뒤따르며 무전을 잡았다.

“대장님. 성수입니다. 지하 수색 마치고 복귀합니다.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오케이. 나가서 쉬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혹시 자신을 걱정할지 모르는 동료들에게 상황을 보고하며 지상으로의 복귀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창고의 입구를 막 나설 때였다.

달그락.

귓가로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쿵.

그 뒤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잠깐 걸음을 멈췄다.

혹시 요구조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설마 사람이 있나?’

만약 자신이 들은 소리가 사람의 행동으로 인한 소리라면, 당장이라도 수색을 재개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의 소리는 없었다.

화르르르.

그저 들리는 건 진입 때부터 계속 귀를 어지럽히던 불길 소리뿐이었고, 그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보려 했지만 오성수는 다시 걸음을 옮겨야 했다.

“반장님. 뭐하세요?”

“네?”

“빨리 가시죠. 저 빨리 가서 동료들 도와야 됩니다.”

앞장서 먼저 걸음을 옮기던 진압대원이 빨리 가자며 재촉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걸음을 옮긴 것도 잠시, 오성수는 다시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봤다.

‘아씨. 찜찜한데.’

방금 들렸던 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꼭 이렇게 그냥 가면 일이 터진단 말이지.’

수년간 소방관으로서의 경험상 이런 기분을 무시하면 꼭 나중에 일이 터지는 상황을 수차례 경험한 적이 있어서였고, 그에 오성수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먼저 가시죠. 저 잠깐만 둘러보고 가겠습니다.”

먼저 가던 진압대원을 향한 말이었다.

“네? 뭘 둘러본다는 겁니까?”

“아, 별다른 거 아니에요. 그냥 이 앞에만 살짝 보고 가려고요. 먼저 가세요. 금방 갈게요.”

의아해하는 대원을 향해 별일 아니라며 먼저 가라고 손을 내저었고, 그에 잠깐 생각하던 대원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전 그럼 바로 저희 팀으로 복귀하겠습니다. 이따 뵐게요.”

어차피 창고를 나와 조금만 나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기에, 별다른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먼저 걸음을 옮긴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 남은 오성수 역시 별생각 없이 걸음을 옮겼다.

‘뭐 별일 있겠어?’

살짝 소리가 들린 곳만 확인하고 온다는 생각에서였다.

‘일 있으면 바로 무전 치지 뭐.’

어차피 지하의 화재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기에.

저벅. 저벅.

무심코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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