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소방대 131화>
131화. 위 워 솔져스 (10)
위 워 솔져스의 마지막 방송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위 워 솔져스’ 24인의 끈끈한 남자들의 우정. 진한 여운 남았다>
<공동 우승으로 막 내린 위 워 솔져스. 모두가 최고의 부대였다>
<우승 상금은 대원 모두의 이름으로 연성 암병원에 기부. 마지막까지 완벽한 위 워 솔져스>
방송이 끝나자마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앞다투어 기사를 올릴 정도였고, 위 워 솔져스의 시청자 게시판은 방송이 나갈 때보다 더 불타올랐다.
- 미쳤네. 2부 안 하나? 빨리 2부 편성해 줘요.
- 그래 2부도 해 줘. 나 매주 이거 보는 맛으로 사는데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니 우울할 판.
- 동감입니다. 오랜만에 대원들 미션 하는 거 보면서 예전 군 생활 떠올리면서 한잔하고 그랬는데 너무 그리울 거 같아요.
- 인정. 군대 때의 악몽이 모두 추억으로 미화될 정도로 너무 재밌었습니다.
- 기부를 한다는 것도 감동이었는데, 그게 출연진들이 결승전이 없다는 걸 모른 상태에서 말했다는 게 더 멋있네요.
- 감동과 재미 다 잡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꼭 시즌 2도 기획해 주세요.
- 시청자는 빠른 위 워 솔져스의 시즌2를 바랍니다!
- 시즌 2 예상하는데 이번에 나온 대원들 교관으로 나올 듯.
- ㅋㅋㅋㅋ 그럼 더 재밌겠네요. 아 빨리 시즌2 마렵다 ㅠㅠ
안 그래도 기다리며 보던 예능 프로그램이 벌써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기껏해야 군대 예능이 뭐 그리 인기 좋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였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언제든 전쟁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면 대부분 군대를 다녀온 경험이 있었고, 그 덕분에 위 워 솔져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엄청났다.
- 위 워 솔져스? 이거 재밌음?
- 개 꿀잼임. 꼭 보셈.
- 그렇게 재밌어요?
- 진짜 장난 아니라니까요. 무조건 봐야 돼요. 스릴과 감동 다 잡은 프로입니다!
방송이 끝났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눌 정도였으니까.
그랬기에 단연 화제로 떠오른 이야기가 있었다.
- 그런데 그거 정말이에요?
- 어떤 거요?
- 그 이성하가 말한 에피네프린이요. 잘못된 의료법 때문에 꼭 필요한 약임에도 사용을 못한다고 했잖아요. 사용하면 징계를 받는다고.
이성하가 말했던 에피네프린에 대한 이야기였다.
심정지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임에도 사용하면 징계를 받는다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고, 그에 몇 개의 기사가 자연히 연결됐다.
<벼랑 끝에 몰린 소방관. 그는 왜 혼자서 싸워야 했을까?>
<저는 희귀암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소방관입니다>
<대한민국의 잘못된 의료법 현황. 살리고 싶지만 살릴 수 없다>
예전 김정호가 이성하에게 보여 줬던 기사였다.
└ 연금공단 ‘공무상 부상 스스로 증명하라’ 좌절하는 소방관들
└ 다쳐도 자비 치료? 열악한 소방관 처우
└ 희귀암 소방관. 나는 국가에 버림받았다.
└ 119 대원 응급처치, 15년째 막는 규제
└ 구급대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응급처치는 단 14개뿐.
그간 위 워 솔져스의 인기로 조회 수가 쌓이면서 많은 기자들이 그를 인용한 기사들도 같이 연결됐고, 그를 확인한 사람들은 분노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 이거 미친놈들 아냐? 어떻게 일하면서 암에 걸린 걸 스스로 증명하지? 그건 니들이 해야지.
- ……이래서 헬조선 이야기가 나오지. 진짜 썩어빠졌네.
- 사람 살리고도 징계 걱정하는 소방관이라니, 와 진짜 욕 나온다. 야이, 미친놈들아.
- 보건복지부? 제정상이 아니구만. 버튼만 누르면 징계? 이놈들이 니 가족들이 죽어 가도 그럴거냐.
- 인사혁신처라고 했지. 오냐. 내가 바로 가서 글 쓴다. 이 개쉐이들.
- 소방청 이놈들아. 너희들은 책임져야지. 너희가 외면하면 누가 소방관들 챙긴다고.
- 소방관도 사람입니다. 정말 너무한 거 같아요.
- 처우개선해라. 안 그러면 진짜 엎어 버린다 내가.
가장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어이없는 공상 거부 건도 그랬지만, 사람을 살렸는데도 불구하고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소집됐다는 사실에 깊은 분노를 토한 것이다.
[저로서는 처음 듣는 사실이다. 조속히 관할 구역 서장을 통해 확인하겠다. - 소방청장 김정후]
[의료법에 관한 사항은 안 그래도 여러 가지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현재 수정 위해 논의 중이다. - 보건복지부 장관 이창준]
[저희도 현재 해당대원의 공상 인정을 위해 다방면으로 자료를 수집 중에 있었다. 알려진 것처럼 공상을 거부한 건 아니다. - 인사혁신처장 한동우]
그에 해당 기관의 책임자들이 알려진 것과 사실이 다르다는 뉘앙스로 빠르게 입장을 밝혀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했지만, 그 행동에 사람들의 분노가 더욱 끓어올랐다.
- 와, 못된 것만 배운다고 정치인들 행동 똑같이 따라 하네.
그 모습이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닮아서였다.
- 니들이 모르긴 왜 몰라? 이러고 밑에 애한테 책임 떠넘기고 자기만 살려고?
- 깔끔하게 인정해라 그냥. 잘못했으면 잘못했다 왜 말을 못하냐.
- 인사혁신처장 한동우. 오케이. 내가 네 이름은 꼭 기억한다. 너 나중에 정치권 나오면 절대 뽑는 일 없다.
잘못했다고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해도 모자랄 판국에, 매번 정치인들이 보여 주는 면책성 발언을 그대로 따라 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에 더 큰 분노를 토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화가 난 사람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해 이에 대한 반항을 표출했다.
“소방관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해야 합니다!”
“소방관이 위험하면 국민도 위험합니다!”
“불합리한 규정.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뜯어 고쳐야 합니다.”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1인 시위였다.
- 안녕하세요. 가수 김지수입니다. 성민 오빠 덕분에 이렇게 뜻깊은 소방 챌린지 캠페인에 참가하게 되었……
- 축구선수 정세현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소방관분들을……
- 대전에 사는 임명훈입니다. 저 또한 소방관분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 제주도에 사는 김지연입니다. 항상 우리를 위해 고생하시는 소방관분들을 응원합니다.
그에 연예인들은 물론, SNS를 사용하는 많은 시민들이 소방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캠페인 운동을 벌였고, 그 때문에 모호한 입장 발표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각 부처의 책임자들은 바로 사과문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자, 장관님. VIP 전화입니다…….”
“뭐?”
“대통령이요. 청와대…….”
“…….”
심지어 상황을 지켜보던 대통령이 각 부처의 책임자들에게 전화를 걸 정도였다.
* * *
그래서 벌어진 게 오늘의 상황이었다.
“성하야, 케이크 사 놨냐?”
“네, 아까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놨어요.”
오성수의 물음에 이성하가 사무실의 냉장고를 가리키며 손을 들었다.
“동민아, 꽃다발은?”
“여기 있습니다, 선배님.”
마동민 역시 자신을 향한 오성수의 물음에 보란 듯이 사무실 캐비넷에서 꽃다발 하나를 꺼냈고, 그에 허석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장인 권일섭을 바라봤다.
“그럼 됐네. 대장님, 슬슬 가시죠.”
“시간 됐냐?”
“네, 퇴근 시간입니다.”
그 말에 권일섭이 몸을 일으켰다.
“오케이. 그럼 가자.”
“넵.”
“알겠습니다.”
대장인 권일섭의 말에 모두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그렇게 3팀이 퇴근하자마자 간 곳은 연성대병원의 암 센터였다.
“박 주임. 우리 왔어.”
“어, 대장님.”
병실 문을 열자마자 박민규가 환자복을 입은 모습으로 엉거주춤 일어났다.
“일어나지 마. 그리고 이거 받아.”
“이건……?”
“뭐긴 뭐겠어? 케이크지. 항암 치료 때문에 밀가루 못 먹는다고는 들었는데, 그래도 기념해야 될 거 같아서 사 왔어. 성하야!”
그런 박민규의 모습에 바로 손을 내저은 권일섭이 이성하를 불렀고, 그에 아직 문밖에 있던 이성하가 안으로 들어왔다.
“주임님 축하합니다!”
챙겨 온 케이크를 앞으로 내밀며 하는 말이었다.
“빨리 회복해서 돌아오십쇼.”
“맞습니다. 이번엔 임시가 아니라 아예 전환 신청해서 오십쇼. 다들 그리워합니다.”
“그래. 다들 너 없으니까 허전하다고 하더라 박 주임.”
그런 이성하의 말에 팀원들이 씨익 웃으며 말들을 붙였고, 그에 박민규가 먹먹한 표정으로 팀원들을 바라봤다.
“…….”
뭔가 말을 하려다 감정이 북받쳤는지 아무 말을 못했으며, 결국 그러다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대원들에 대한 감사함 때문이었다.
“에이, 왜 그러세요.”
“아냐. 정말 고마워. 이성하 너한테도 그리고 너희들도. 너희들 아녔으면 공상 승인 못 받았을 거야. 그러면 이렇게 치료받을 용기도 못 냈겠지.”
자신이 입은 환자복을 손으로 잡으며 감격한 표정을 지었고, 그러고는 진심을 다해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 이 은혜 잊지 않으마. 정말로.”
눈앞에 있는 동료들 덕분에 머리를 아프게 하던 징계위원회 출석은 물론, 오래토록 반려되던 공상 승인까지 한 번에 처리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 왜 이래. 같은 동료끼리. 닭살 돋아.”
그 모습에 권일섭이 손사래를 치며 박민규의 팔을 잡았지만, 이내 들리는 흐느낌에 더 이상 아무 말을 못했다.
“저 진짜 포기하려고 했어요. 진짜로요…… 흐윽.”
“아, 거참…….”
박민규가 그동안 쌓아 왔던 서러움을 눈앞에서 토로함에, 그 역시 가슴이 먹먹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박민규의 말에 이성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포기 안 하셨잖아요.”
“…….”
“주임님 포기 안 했어요. 저 진짜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울컥한다니까요.”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선배의 모습이었다.
“포기하지 마. 끝날 때까지 안 끝난 거야.”
모두가 포기한 상황에서 끝까지 환자를 살리기 위해 희망을 놓지 않던 모습을 떠올렸고, 그에 이성하는 박민규를 향해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케이크를 내밀었다.
“그러니까 무조건 완쾌하고 돌아오셔야 돼요. 저 아직 배울 게 많단 말이에요.”
쓸데없는 말 말고 케이크나 불라는 말이었다.
“그래요. 빨리 부세요.”
“맞습니다. 이거 불고 완쾌하고 돌아오셔야 돼요.”
“얼른요. 주임님.”
그 말에 다른 대원들까지 어서 촛불을 끄라며 박민규를 재촉했고, 그에 박민규는 기어코 눈물을 터트렸다.
“으허허헝.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제대로 해 준 것도 없는 자신을 동료라며 위해 주는 3팀 대원들의 모습에 너무 큰 감사함을 느낀 것이다.
그 때문에 케이크의 촛불은 한참이 지나도록 여전히 살아 있었다.
“야, 이거 촛불 다시 해야겠는데?”
“그러게요. 초 새로 사러 가야되나.”
허석훈과 오성수가 새로운 초를 사러 가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아주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