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소방대 130화>
130화. 위 워 솔져스 (9)
- 지금 이거 그대로 나둬도 되는 겁니까?
그 모습에 현장을 진행하는 FD가 우려의 말을 인이어로 보고했지만, 그 말에 김원영은 고민 없이 답했다.
“놔둬. 지금이 제일 좋아.”
아무 소리 없이 정지된 화면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후우.”
할 말은 다했다는 듯 후련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성하의 모습과.
“…….”
생각에 잠긴 방청객들의 진중한 모습이.
그랬기에 김원영은 정신없이 방송에 나갈 카메라 커트를 넘겼다.
“3번 컷. 4번 컷. 6번 길게 풀샷 잡아 주고요. 좋습니다. 6번 컷.”
자신이 보고 있는 영상의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최대한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인이어로 끊임없이 카메라 감독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그에 시청자 게시판이 불타오른 건 당연했다.
- 진짜 멋있다.
- 모든 소방관분들이 다 저러겠죠?
-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게 없다는 말이 심금을 울리네요.
- 왜 사람들이 아이언맨이라고 부르는지 알 거 같아요.
- 정말 사람을 살리는 소방관이네요.
- 진짜 멋있습니다. 존경합니다. 소방관분들.
그들이 생각하던 소방관의 모습이 화면을 통해 그대로 표현되는 모습에, 다들 울컥한 마음을 쏟아 낸 것이다.
현장의 방청객들 역시 아이처럼 흥분한 모습으로 박수를 쏟아 냈다.
짝! 짝! 짝! 짝!
“멋있다 이성하!”
“진짜 최고예요! 너무 멋있어요!”
그들 역시 이성하가 징계까지 받을 각오를 하며 위험에 처한 대원을 구하려 했다는 사실에, 더 큰 감동을 느꼈으니까.
그랬기에 MC를 보던 박성민이 다시 한번 분위기를 띄웠다.
“대단하네요. 저 또한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짝! 짝! 짝! 짝!
“와아아아아!”
다시 한번 방청객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이성하에 대한 감탄을 이끌어내고는, 이성하를 향해 웃으며 물었다.
“지금 굉장히 좋은 말씀 들었는데요. 듣다 보니 제가 이성하 대원에게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오늘 최고의 부대로 선정된 팀에게는 2억 원의 상금이 주어지는데, 만약 상금을 받게 되면 어디에 사용할지 생각해 두신 게 있으신가요?”
“상금이요?”
“네, 상금의 액수가 꽤 크잖아요. 나누게 되면 개인당 5천만 원씩 받게 되는데, 만약 우승하면 어디에 사용하실지 궁금합니다.”
그 말에 잠깐 머리를 긁적인 이성하가 입을 열었다.
“아직 결승이 남았지만, 생각해 둔 건 있습니다.”
“어떤 건가요?”
“기부할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부요?”
“네, 전부는 아니고 상금 중 4천만 원은 기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행을 하던 연예인들조차 깜짝 놀랄 말이었다.
“4천만 원이나요?”
“그럼 거의 상금 대부분을 기부한다는 거 아닌가요?”
“에이, 설마.”
상금을 기부한다는 말도 놀랐지만 그 액수가 상금의 대부분이라는 것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연예인들의 반응에 이성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승을 하면이라는 가정이긴 하지만 진짜 기부할 겁니다. 생각해 둔 곳이 있거든요.”
촬영을 결정했을 때부터 정한 일이었다.
“상금 받으면 어디에 쓰지? 일단 적금을 부을까? 아니면 자동차?”
큰 상금의 액수에 어디에 쓸까 잠시 장밋빛 미래를 꿈꾸긴 했지만, 그 생각은 암 환자에 대한 실상을 알게 되며 달라졌다.
“……박 주임님 같은 사례가 많아요?”
정확하게는 박민규에 대한 일로 연성대 병원에 근무하는 김민정과 대화를 나누면서부터였다.
“네, 사실 암 보험을 들지 못한 환자들이 꽤 많거든요. 기존 생명 보험에는 암에 대한 사항이 안 들어가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이런 상황이 좀 많아요. 박민규 씨처럼 산업 재해 등으로 암에 걸렸는데 공상이나 산재 처리를 못 받은 환자들이 꽤 많거든요.”
박민규처럼 각종 위험 현장에서 근무를 하다 암에 걸렸지만 비용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리고 그때 떠올린 게 그런 환자들에 대한 기부였다.
“그럼 만약 그런 분들을 위해 기부를 하면 도움이 될까요?”
“기부요?”
“네, 그 출연한다고 했던 예능 프로그램 우승 상금이 5천만 원이거든요.”
선배인 박민규처럼 비용 때문에 치료를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기부를 떠올렸으며, 그에 김민정은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럼요. 엄청 도움될 거예요. 돈도 돈이지만 그 마음에 환자들이 힘을 얻거든요.”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그 마음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그랬기에 이성하는 당당한 표정으로 자신이 기부할 곳을 밝혔다.
“적은 액수겠지만, 연성대학병원의 암센터에 기부할 생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안타깝게도 비용 문제 때문에 암 치료를 고민하는 환자들이 꽤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제 선배님도 그런 분이 계셔서요.”
카메라를 향해 비용 문제로 암 치료를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한다며 마음을 밝혔고, 그에 스튜디오에는 또다시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와아아아아!”
“이야, 진짜 진국이네.”
아직 우승이 결정 나지 않아 단순한 바람을 이야기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전하려는 이성하의 모습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다른 출연진들 역시 같은 마음을 토했다.
“좋은 이야기를 들었네요. 저도 설레발일지 모르겠지만, 우승하게 되면 상금을 성하 씨가 말한 연성대 병원에 기부하겠습니다.”
특전사 부대에서 나름 잘생긴 외모로 사람들의 인기를 받고 있는 송민석이란 대원이었다.
“저도 만약 우승하면 기부하겠습니다. 제 목숨 성하가 살려 준 거거든요.”
이성하에게 목숨의 구함을 받은 UDT의 김지훈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동참했고, 다른 대원들 역시 한 명씩 나서며 기부를 약속했다.
“저도 하겠습니다.”
“저도요.”
“대장이 한다는데 해야죠. 저도 갑니다.”
자신들 역시 이성하를 따라 우승하게 되면 받게 될 상금을 기부하겠다고.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그런 훈훈한 분위기에 방청객들이 다시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쏟아 냈지만, 박성민은 그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설마 결승전 없는 거 알고 있던 거야?’
아직 출연진에게 알리진 않았지만, 사실 위 워 솔져스의 결승 무대는 없는 상태였다.
“결승전 무대 어떡하죠?”
“그러게. UDT는 김지훈이 부상이고, 특전사는 김영철 반칙 때문에 올릴 수가 없잖아. 그렇다고 뜬금없이 육군 정찰수색대를 부전승 우승으로 할 순 없고.”
준결승이 김지훈의 부상으로 결말이 나지 않아 재대결을 펼쳐야 하지만, 각기 여러 상황이 맞물린 덕분에 대결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제작진은 머리를 싸맨 끝에 결승 무대를 세 부대의 공동 우승으로 결정한 상태였다.
“그럼 우승 상금은 기부로 하는 게 어떨까요?”
“기부?”
“네, 물론 출연진에게 물어보고요. 출연진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자선단체 같은 곳에 기부하는 거죠.”
“……괜찮네. 방송 끝나고 대원들이 그곳에 찾아가서 기부금 전달하는 그림 찍어도 괜찮을 거 같고 말이야.”
대원들이 허락한다면, 그들이 자선단체에 찾아가 기부를 하는 모습까지 방송에 내보낼 생각을 하며.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말을 꺼내기 전에 출연진이 스스로 그런 결말을 만들어 버렸다.
“뭐, 뭐야?”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제작진들 역시 이 상황에 놀라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보면, 이성하와 출연진이 알고 한 말은 아닌 듯했고, 그에 박성민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진짜 대단한데?’
상금의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는 이성하나, 그 의견에 자신들도 기부를 하겠다며 의견을 밝히는 대원들의 모습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 것이다.
그랬기에 박성민은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거 꽤 재밌는 상황이네요. 사실 오늘 생방송은 모두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줄 겸 기획한 거거든요. 그중 하나가 결승전이 없이 세 부대의 공동 우승을 알려주는 거였습니다.”
사전에 논의했던 우승 결과를 대원들에게 가감 없이 밝혔다.
“공동 우승이요?”
“네, 사실 엄연히 따지면 지난 준결승전에서 세 부대 모두 탈락한 상황이었거든요. 특전사는 김영철 대원의 반칙. UDT는 김지훈 대원의 부상으로 인한 탈락. 그리고 육군 정찰수색대는 이성하 대원의 단독 행동으로 인한 탈락이요. 그래서 많이 고민했지만 우승팀을 가릴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상황도 상황이지만 세 부대 모두 최고란 걸 알았거든요.”
자신들이 공동 우승을 결정하게 된 과정은 물론.
“그래서 MC의 의견으로 감히 제안드립니다. 눈앞의 세 부대는 물론,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다른 세 팀의 이름까지 더 해 우승 상금으로 기부할 것을.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에 따라 주어지는 우승 상금을 방금 대원들의 의견처럼 기부해도 좋겠냐고.
물론 이 물음은 출연진만이 아닌, 방청객들에게도 묻는 질문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이미 기부에 대한 내용이 나오긴 했지만 프로그램의 가장 큰 주인이 시청자인 만큼, 현장에 있는 방청객들에게도 그 의견을 물었으며, 당연히 그에 반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좋습니다!”
“찬성입니다! 위 워 솔져스 너무 좋아요!”
“역시 박성민! 공동 우승 좋습니다!”
사실 서바이벌이란 이름을 붙여 최고의 부대라는 명제로 경쟁을 붙이긴 했지만, 방송에 출연한 모든 부대가 최고의 부대라는 것에는 이미 이견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성하 역시 그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표를 던진 건 당연했다.
그 와중.
‘천만 원은……?’
그래도 우승이라는 생각에 따로 챙기려던 천만 원의 존재가 떠올랐지만.
“공동 우승 좋습니다!”
이내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크게 박수치며 목소리를 높였으니까.
그랬기에 박성민은 능숙하게 무대 앞으로 모이게 했다.
“좋네요. 그간 방송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저는 대원들이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무얼 얻었는지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합니다.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마지막 방송인만큼, 대원 하나하나의 촬영 소감을 물었다.
“굉장히 좋았습니다. 전역하고 이런 박진감 넘치는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인 거 같습니다.”
“정말인가요?”
“네, 개인적으로 보여 주지 못한 게 많아 아쉽지만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엄청 좋아하셨고요. 하하하.”
그에 대원들이 각자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느낀 아쉬움과 감사함을 밝혔고, 그 마지막을 장식한 건 당연히 이성하였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이성하 대원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오늘 방송의 주역이었던 만큼 가장 마지막으로 이성하의 소감을 물었으며, 그에 이성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즐거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즐겁게 봐주신 만큼 저도 굉장히 즐거웠고요, 앞으로 방송에 나올 일은 없겠지만 항상 여러분들 곁에서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으로 오래 근무하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하는 소방관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 일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 조금 많이 힘들거든요.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미소를 지으면서도 단호한 표정으로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 격!”
그러면서도 자신이 육군 정찰수색대원이란 걸 전하기 위해 방송으로도 수차례 나갔던 불무리부대의 경례를 취했고, 그와 동시에 스튜디오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와아아아아!”
드디어 길고 기나긴 위 워 솔져스의 촬영이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