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27화 (127/235)

<강철 소방대 127화>

127화. 위 워 솔져스 (6)

* * *

위 워 솔져스의 촬영은 그대로 중단됐다.

원래는 최종전에 해당하는 결승전과 뒤풀이를 위해 하루의 기간이 더 남아 있었지만, 사실상 더 이상의 촬영은 불가능했다.

“피디님 촬영은 어떻게 할까요?”

“촬영은 무슨? 접어야지.”

“그냥 접어요?”

“그럼 어떻게 하냐? 김지훈에 이성하까지 둘 다 병원으로 실려 갔는데.”

막내 피디의 말에 머리를 벅벅 긁는 김원영 피디의 말처럼, 출연진 중에 둘이나 병원으로 실려 가 버린 상황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런 상황은 바로 기사로 보도됐다.

<위 워 솔져스 촬영 중 익수 사고 발생?>

<부상 대원 확인은 안 됐지만, 생명이 위중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 추정>

<병원 관계자 말로는 늑골 부상도 있어>

첫 방송부터 이미 화제의 예능으로 떠오른 위 워 솔져스다 보니, 기자들이 금세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 익수 사고? 누가 당한 거임?

- 아직 그건 안 나옴. 그런데 두 명이라는 설이 있음.

- 두 명이나? ㄷㄷㄷ 미션이 얼마나 빡셌으면 둘이나 사고를 당하는 거임?

- 현장에 있던 사람들 말로는 무슨 보트 타고 나가는 거였단 이야기가 있음.

그 기사들에 첫 방송부터 재밌다고 난리를 쳤던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인 건 당연했고, 그런 과정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대원 중 한 명이 이성하라는 게 들통 나 버렸다.

“저기 이성하다!”

“이성하 소방관. 여기 한번만 봐주세요.”

“KBC의 이지혜 기자입니다. 이성하 소방관 몸 상태는 괜찮으신가요?”

“YTM입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 겁니까? 부상을 당한 다른 대원은 누구인가요?”

상태가 위중해 바로 서울 병원으로 이송된 김지훈과 달리, 가벼운 탈진으로 병원에 있다 퇴원하던 이상하가 기자들의 취재망에 제대로 걸려 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의 얼굴은 그대로 매스컴에 노출됐다.

<위 워 솔져스 촬영 중단. 무슨 일이?>

<제작진, 사소한 사고 있었지만 문제없어>

<병원에서 나오는 이성하 대원. 아무 일도 아닙니다.>

위 워 솔져스의 촬영 중단 소식과 함께 병원에서 나오는 이성하의 얼굴이 연예기사들에 큼지막하게 보도될 정도였다.

그런 탓에, 이성하는 오랜만에 출근하는 은평서가 그리 반갑지 않았다.

“오오오~ 슈퍼스타 이성하!”

출근하자마자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동료들 때문이었다.

“이야! 연예인 왔네!”

“이성하. 이제 소방관 그만두고 연예인으로 데뷔해도 되겠는데?”

“하…….”

부서 가릴 거 없이 자신을 향해 크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동료들의 모습에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고, 그 감정은 자리에 앉아서는 더 그랬다.

“제 이름은 코난, 탐정이죠.”

난데없이 허석훈이 일어나며 이성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왜 당신이 있는 곳은 사건이 끊이질 않는 건가요!”

그에 기다렸다는 듯이 오성수가 손을 모으며 구슬픈 목소리로 토해 냈고, 거기에 도성민과 마동민 또한 어색한 표정으로 보조를 맞췄다.

“그건 제가 히어로이기 때문입니다.”

“아임 아이언 맨.”

처음엔 억지로 하는 듯하다가 웃겼는지 마지막엔 그들도 웃음을 터뜨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 이성하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몇 달은 가겠다.]

‘끄응…….’

렉스의 말처럼 웃고 떠드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 두고두고 놀림을 받을 게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모두가 그러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만들 해라. 애 고생하다 왔는데.”

“크으. 역시 팀장님.”

그런 동료들에게 바로 그만하라며 핀잔을 내뱉는 김필주의 모습에, 바로 존경하는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들었으니까.

하지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프로그램까지 박살 내지?”

도통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이성하를 바라보는 김필주였다.

“아, 팀장님!”

그 말에 이성하가 배신당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김필주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그렇잖아. 무슨 재난을 몰고 다니는 재앙 덩어리도 아니고, 맨날 사고야.”

정말 진심으로 궁금했는지 이성하를 슬쩍 보며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고, 그에 이성하는 포기한 표정으로 책상에 머리를 파묻었다.

‘하…… 집에 가고 싶다.’

슬쩍 웃으며 말하는 김필주의 모습에서 이 안에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물론 허석훈과 오성수는 그런 이성하를 가만두지 않았다.

“어허, 어디 선배들이 이야기하는데 고개를 돌려?”

“그러게요. 애가 요새 매스컴 좀 타더니 선배들을 우습게 본다니까요. 응?”

단번에 이성하의 옆으로 붙어 장난스럽게 옆구리를 찔러 댔다.

“아, 진짜!”

“헤헤헤.”

참다못한 이성하가 고개를 들자마자 씨익 웃으며 그 앞에 자리를 잡았고, 그에 이성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위 워 솔져스 때문에 그러는구먼.’

딱 봐도 목적이 보여서였다.

“결과 어떻게 됐어? 특전사야? 아니면 UDT야?”

“에이, 이 괴물이 자기 있는 팀을 떨어트렸겠어요? 정찰수색대가 우승했다니까 그러네.”

아무 말이 없는 이성하의 모습에 바로 위 워 솔져스의 이야기를 하며 은근슬쩍 미소를 짓는 선배들이었고, 그에 사무실의 모든 소방관들이 귀를 쫑긋하는 게 느껴졌다.

[와, 지겹다 지겨워. 전화로도 그렇게 물어 대더니 아직 포기를 안 했어?]

‘포기하겠습니까? 자기들을 애청자라고 하는 양반들인데.’

사실 출근하기 전부터,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동료들이 안부차 전화를 걸어 위 워 솔져스의 최종 우승팀을 물어 왔기 때문이다.

현재 위 워 솔져스는 1화만 방송됐지만, 안타깝게도 준결승에 오른 팀들이 모두 스포로 알려진 상태였다.

- 일단 준결승은 특전사, UDT, 육군 정찰수색대 세 팀이 올라간 게 맞음.

- ㅇㅇ 맞아요. 현장 사진 보면 그 세 팀은 확실한 게 맞아요.

- 그럼 거기서 두 팀이 올라갔다는 건데, 어느 팀이 올라갔을까요?

- 특전사랑 UDT아닐까요?

- 특전사랑 육군 정찰수색대일수도 있음.

- 에이, 육군 정찰수색대는 아니죠. 이성하 부상 입어서 병원에서 나오는 거 걸렸잖아요. 특전사랑 UDT일 거임.

네티즌들이 결승에 올라간 팀이 어디냐고 갑론을박을 펼칠 정도로, 준결승에 오른 팀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뒤부터는 모두 비공개로 감춰진 상태였다.

이성하가 병원에 나오는 사진을 끝으로 더 이상 위 워 솔져스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현재 사람들이 위 워 솔져스에 보이는 관심은 엄청났다.

“야, 진짜 안 말해 줄 거야?”

“성하야, 진짜 우리만 알게. 말해 주라.”

“그래. 말해 주라. 입 무거운 건 소방관이 최고 아니냐!”

허석훈과 오성수가 말문을 열자마자, 다른 동료들 역시 옆으로 다가와 같이 결과를 물어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위 워 솔져스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성하는 내심 소름을 느끼는 상태였다.

‘진짜 김 기자님 말처럼 예능 프로그램은 파급력이 엄청나구나.’

정말 김정호의 말처럼, 자신이 열심히 할수록 사람들이 소방관에 대해 가지는 관심이 엄청 커지고 있었으니까.

출근하면서도 직접 봤던 만큼, 모를 수가 없었다.

<실시간 검색어>

위 워 솔져스 준결승

이성하 소방관 부상

이성하 병원

강철소방대

첫 방송이 너무 강렬했던 덕분인지 또 한 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자신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러다 어이없는 사실도 하나 알게 됐다.

[강철 소방대였나? 그거 귀엽던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강철 소방대라는 문구였다.

처음 보는 단어의 조합에, 궁금증이 들어 검색해 보고 확인한 사실에 이성하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언맨 소방관 이성하 팬카페.

‘끄응…….’

놀랍게도 방송 한 주 만에 이성하의 팬 카페가 만들어진 상황이었던 것이다.

물론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 숫자가 수십 명밖에 안 되지만, 이성하에게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 2015년 8월 21일. 이성하 방송 일정.

※ 이성하 팬 사인회를 방송국에 요청해 보려고 합니다.

※ 아이언맨 국제구조대 사진 모음.

※ 이성하의 강철소방대 회칙 (꼭 지켜 주세요.)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고 말하는 듯, 자신을 언급하는 이름들이 게시판에 보이는 것에.

“하…….”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을 싫어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확실히 이슈만큼은 엄청 되네.]

렉스의 말처럼 자신에 대한 팬카페가 존재한다는 건, 그만큼 소방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의미였다.

‘네, 김 기자님 기사에 댓글도 엄청 달렸으니까요.’

그 덕분에 오면서 확인했지만 김정호가 썼던 기사들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댓글을 남긴 것도 볼 수 있었고, 그랬기에 이성하는 동료들의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없었다.

“아, 말 못해요. 저 촬영장에 있던 일, 밖에서 이야기 안 하기로 비밀 서약서 썼다니까요.”

이번에 촬영이 중단되며 출연진 모두가 제작진과 비밀서약서를 쓴 상태라서였다.

“여기다 사인하면 되나요?”

“네, 준결승 팀이 공개된 건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사항은 모두 비밀을 지킨다는 서약서입니다.”

결과가 미리 공개되면 프로그램의 재미가 떨어지는 만큼, 준결승에 오른 팀의 존재를 제외하고는 촬영장에 있던 모든 일을 비밀로 하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했었고, 이성하는 그 약속을 어길 마음이 없었다.

“성하 씨. 잘하면 이번 일 때문에 우리 프로그램이 더 대박날 수도 있어요.”

“대박이요?”

“네. 그림이 꽤 괜찮게 나온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절대 다른 곳에 아무 말도 하시면 안 돼요. 이런 건 비밀로 해야 한 번에 빵 터지거든요.”

서울로 오기 전 비밀만 잘 지키면,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더 커질 거라는 김원영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아, 진짜 입 다문다니까. 내 입 몰라?”

“그래. 진짜 우리 비밀로 한다니까.”

“아, 모른다니까요. 진짜!”

프로그램의 메인 피디가 한 말이기에 선배들의 간청에도 끝까지 입을 다물었고, 그 믿음만큼 김원영은 지금 승부수를 던지고 있었다.

“국장님!”

출근하자마자 밝은 얼굴로 국장실로 달려갔다.

“야, 이 새끼야!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해!”

방송이 되기도 전에 준결승에 오른 팀이 알려진 상황이다 보니 들어가자마자 국장에게 쌍욕을 먹긴 했지만, 김원영은 절대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에이, 아침부터 왜 그러십니까?”

“왜 그래? 너 그게 지금 나한테 할 말이야?”

“아, 어쩔 수 없었다니까요. 선배도 알잖아요. 갑자기 일 터진 거.”

오히려 익숙한 듯, 국장에게 선배라 호칭하며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 나갔고.

“에휴……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그에 국장이 골치 아픈 표정으로 방법을 묻자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생방송이요.”

“뭐?”

“저희 막방 생방송으로 가려고 합니다. 생방송 토크쇼요.”

마지막 방송을 생방송으로 가겠다고.

“야이, 미친놈아! 지금 출연자 부상까지 시켜 놓고 그게 할 말이야!”

그에 국장이 다시 성난 표정으로 고함을 터트렸지만, 김원영은 대답 대신 가져온 노트북을 앞으로 내밀었다.

“보시면 알 겁니다.”

노트북에서 영상을 하나 재생시켜 국장이 볼 수 있게 화면을 키웠으며, 그 영상에 국장은 아무 말을 못했다.

‘이건…….’

화면엔 절박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CPR을 이어 나가고 있는 이성하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끄으으으!”

투욱! 투욱!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고통에 찬 고함을 지르며 CPR을 하는 이성하의 모습에.

번쩍.

국장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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