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26화 (126/235)

<강철 소방대 126화>

126화. 위 워 솔져스 (5)

* * *

한편, 가장 후미로 밀렸던 육군 정찰수색대는 목적지인 배에 막 도달한 상태였다.

“가자! 그린 베레!”

“오우!”

성공적으로 임무 수령지를 확보한 특전사가 그런 육군 정찰수색대를 향해 약 올리듯 함성을 지르며 패들을 저었고, 그에 이성하는 조금도 고민 없이 나이프를 손에 쥐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제가 들어갈게요!”

첨벙!

이미 출발한 특전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직 물속에서 임무 수령지를 찾고 있을 UDT를 따라잡아야만 결승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UDT는 아직 임무 수령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잠수 중이야. 저쪽도 아직 찾고 있나 보네.]

렉스의 말처럼 천천히 물 밑으로 내려가는 UDT 대원의 모습이 보였다.

‘밑에 있구나.’

그 모습에 임무 수령지의 위치를 유추한 이성하가 똑같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기대하던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운 좋게도 잠수한 곳 일직선상 바닥에 임무 수령지가 바로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터억.

그리 크지 않은 상자 크기에 바로 손을 뻗어 상자를 챙겼고, 그러고는 단숨에 몸을 수면 쪽으로 상승시켰다.

‘올라가자마자 바로 출발해야 한다.’

얼마나 차이가 벌어졌을지는 모르지만, 앞서나간 특전사와의 차이를 줄이려면 조금이라도 서둘러야 했으니까.

바삐 몸을 상승시키던 도중 이성하는 이상함을 느꼈다.

‘어라? 아직도 있어?’

자신보다 먼저 진입했던 UDT 대원이 아직까지 물속에 있었다.

휘익. 휘익.

열심히 다리를 휘저으며 몸을 상승시키는 자신과 달리.

“……”

양팔을 힘없이 늘어트린 채 바닥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었다.

그에 이성하는 그대로 손에 쥔 상자를 떨어트리며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블랙아웃!’

UDT 대원의 상태가 숨 참기 이후, 갑작스런 산소 부족으로 의식을 상실하는 블랙아웃임을 바로 깨달은 것이다.

절로 분통이 터져 나왔다.

‘도대체 뭐한 거야!’

촬영을 위해 수중에 두 명의 스태프가 머물러 있음에도, 아무도 이 상황을 알아채지 못한 것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3분? 아니, 4분인가.’

자신보다 먼저 진입한 UDT 대원이 물속에 있던 시간을 계산하며 빠르게 밑으로 내려갔고, 그렇게 UDT 대원을 만나자마자 바로 한 손으로 뒷목을 받치며 다시 수면으로 몸을 상승시켰다.

[시간 없어. 서둘러!]

‘네.’

UDT 대원이 언제 블랙아웃 상황에 접어들었는지 알 수 없는 만큼, 최대한 빠르게 수면으로 올라가는 것만이 그를 살릴 수 있는 확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수면에 도착하자마자 UDT 대원의 머리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 반응을 확인했다.

“지훈 씨. 정신 들어요? 지훈 씨.”

툭툭.

블랙아웃 요구조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BTT였다.

이론으로만 배우고 실전으로는 처음이기에 약간은 어색했지만.

[눈가에 바람 불어. 바람.]

“후우. 후우.”

렉스의 지시에 따라 최선을 다해 UDT 대원의 반응을 확인했고, 이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대원의 모습에 조금도 고민 없이 대원의 몸을 이끌고 제작진이 있는 배 쪽으로 향했다.

“자리 만들어요! 자리!!”

“왜, 왜 그래요?”

“호흡 없어요! 끌어올려서 CPR 해야 되요!!”

UDT 대원의 상태는 심정지 바로 전의 상태에 해당하는 호흡 정지였다.

그 말에 제작진이 난리가 난 건 당연했다.

“뭐? CPR?”

“마, 말도 안 돼…….”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출연진이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건 생각해 뒀지만, CPR을 해야 할 정도의 위중한 부상을 입는 건 전혀 계획에 없는 일이었다.

“피디님. 저 민수인데요. 지금 일 났습니다. 이쪽으로 바로 오셔야 될 거 같습니다. 지금 출연진 한 명이 물속에서 정신을 잃었어요.”

그에 당황한 현장 피디가 해변에 있는 메인 피디 김원영에게 다급히 무전으로 상황을 전달했고, 그에 김원영은 기겁한 표정으로 단번에 촬영을 중단시켰다.

“젠장! 당장 촬영 중단하고 배 띄워!”

“네?”

“배 띄우라고! 출연자가 위급하다잖아!”

더 이상 촬영이 문제가 아니었다.

“뭐, 뭐야?”

“갑자기 다들 어디 가지? 피디님.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그런 제작진의 모습에 막 해변에 도착한 특전사 팀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김원영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바로 준비된 배로 뛰어올랐다.

“의료진! 먼저! 의료진 먼저 타세요!!”

자칫하다 출연자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프로그램 자체가 단번에 폐지에 이르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김원영의 생각처럼 상황은 심각했다.

“이쪽으로 눕힐게요! 이쪽으로요!”

“네!”

이성하가 제작진의 도움을 받아 정신을 잃은 UDT 대원을 배 위로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대원의 반응은 없었다.

“후우. 후우.”

바로 대원의 기도를 확보해 열심히 인공호흡을 시도했음에도 대원의 호흡은 돌아오지 않자, 대원의 맥박을 짚어 본 이성하는 인상을 찌푸렸다.

‘제길, 설마 심정지인가.’

최대한 서둘렀음에도 대원이 심정지 상태에 빠져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멈출 수는 없었다.

두두둑.

단번에 양손으로 UDT 대원의 군복을 잡아 뜯었다.

지이이익.

로프가 끊어져 전혀 사용하지 못했던 나이프로 대원의 내의를 찢었고, 그렇게 상체를 드러낸 대원의 위로 바로 올라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산소가 차단되며 멈춘 심장에 자극을 가하기 위해 바로 CPR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CPR을 하며 현장 피디를 불렀다.

“피디님! 구급대 얼마나 걸린대요!”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고용한 사설 구급대의 존재 때문이었다.

“지, 지금 피디님과 배 타고 같이 오고 있습니다! 저쪽에 보여요!”

그 말에 현장 피디가 바로 한쪽을 가리키며 크게 대답했고, 그에 이성하는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하며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구급대만 오면 살릴 수 있어. 살릴 수 있을 거야.’

제대로 된 구급 장비를 지닌 구급대가 오면 이 상황에 변화가 생길 거라고.

하지만 그 생각은 착각이었다.

“어딥니까!”

상황이 급박한 걸 들었는지 곧이어 도착한 배에서 사설 구급대원들이 가장 먼저 넘어왔지만, 그들의 손에 들린 건 작은 가방 두 개가 전부였다.

“심전도 모니터 없습니까?”

“……그, 그런 건 없습니다.”

“에피네프린은요? 아니 다른 거 갖고 있는 건 뭐 있어요?”

“…….”

불안한 마음에 필요한 장비들을 이야기했지만 그 말에 볼 수 있는 건 사설 구급대원들의 당황한 표정뿐이었고, 그에 이성하는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제길, 사설 구급대는 안 챙기고 다니는구나.’

모든 상황을 대비하고 다니는 119와 달리, 환자 후송에만 최선을 다하는 사설 구급대의 차이였다.

하지만 최악은 아니었다.

“제, 제세동기는 있습니다.”

사설 구급대 역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제세동기는 가지고 있었다.

“연결해요!”

그들이 들어 보이는 빨간 가방에 이성하가 CPR을 지속하며 다급한 표정으로 지시를 내렸고.

- 제세동해야 합니다. 충전 중.

그렇게 연결된 제세동기에서 심장 충격을 가해야 한다는 안내음이 울리자 바로 환한 표정을 지었다.

[심실세동이야. 가망 있어.]

‘네!’

모니터가 없어 대원의 심장 리듬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제세동기의 판단대로라면 충분히 소생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주저 없이 제세동기의 버튼을 눌렀다.

투웅!

“하나, 둘, 셋, 넷.”

제세동기로 대원의 심장에 충격을 가하고는 다시 강한 흉부 압박을 이어갔고, 그 행동은 오래도록 반복됐다.

“다시!”

대원의 멈춘 심장을 되살리기 위해.

- 제세동 실시되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필사적으로 대원의 심장에 계속해, 소생의 기운을 불어넣은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원의 호흡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김지훈! 정신 차려!”

“지훈아! 제발!”

간절한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는 동료 팀원들의 모습처럼, 여전히 UDT 대원의 호흡은 정지한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이성하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예전이라면 모르지만, 이미 한 번의 기적을 경험해 봤다.

‘포기만 안 하면 이번에도 살릴 수 있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박민규의 가르침이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고, 그에 이성하는 CPR을 멈추지 않았다.

“하나, 둘, 셋, 넷.”

자신이 노력한 만큼 대원의 심장이 응답할 것을 믿으며 계속 CPR을 이어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질리게 할 정도로 처절했다.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단 한 차례의 교대 없이 홀로 정석적인 CPR을 이어가는 모습 때문이었다.

“지금부터는 내가…….”

“허억, 허억. 제가 할게요. 바다라서 계속 정확하게 충격 줘야 해요.”

체력이 떨어져 거센 숨을 내쉬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끝까지 CPR을 이어나갔고, 그렇게 십여 분.

평범한 사람이라면 5분조차도 버겁겠지만, 이성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끄으으으!”

이미 팔에 경련이 일어났는지 고통에 찬 고함을 지르면서도 악착같이 CPR을 이어나가는 이성하의 모습에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고함을 질렀다.

“김지훈, 일어나!”

“지훈아, 숨 쉬어야 돼! 김지훈!”

조금이라도 이성하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에, UDT 대원을 향해 필사적으로 응원의 고함을 지른 것이다.

그리고 그 고함 덕분인지, 제세동기가 한 번 더 안내음을 토했다.

- 제세동 필요합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성하의 팔이 유일하게 휴식을 취하는 순간이었으며, 그렇게 손을 멈춘 이성하가 제세동기의 버튼을 누른 순간.

“우웨엑.”

방금까지 아무 반응이 없던 UDT 대원이 입에서 물을 토했다.

“우웩. 우웨에에엑.”

많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그의 기도를 막고 있던 물이 빠져나왔고, 그에 이성하는 비로소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하하하…….”

드디어 살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맥박은?]

‘뛰어요. 약하지만 확실히 뛰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짚어본 맥박 역시 다시 뛰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고, 그에 사설 구급대원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부탁할게요.”

지켜보던 모든 이들에게 위험한 순간이 끝났다는 걸 알리는 신호였으며, 그에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난리가 난 건 당연했다.

“미, 미친!”

“살았어! 살렸다고!”

믿지 못할 기적을 봤다는 생각에 다들 흥분한 표정으로 고함을 지른 것이다.

그리고 그중 김원영의 기쁨은 더 했다.

“성하 씨. 하하하. 성하 씨는 내 은인이야!”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UDT 대원의 모습에 이제 끝났다며 낙담하고 있었는데, 그걸 이성하가 해결해 줬으니까.

하지만 이성하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털썩.

드디어 살렸다는 안도감에 UDT 대원의 옆으로 힘없이 주저앉았고, 그렇게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저 좀 잘게요.’

[그래. 고생했다.]

지난 서바이벌 간의 체력 소모와 쉴 새 없이 한 CPR로 인해, 자연스레 수마가 찾아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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