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25화 (125/235)

<강철 소방대 125화>

125화. 위 워 솔져스 (4)

“에이, 장난이겠죠.”

허탈한 마음에 자신들을 찍고 있는 카메라 스태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지만, 스태프는 그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지이잉.

그런 이성하의 모습이 재밌다고 생각했는지 오히려 들고 있는 카메라를 더 가까이 들이대는 모습에, 이성하를 비롯한 육군 정찰수색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일단 해상전은 맞네.”

“그 미션에 저 보트가 사용되는 것도요.”

준결승의 본 미션이 정말 저 고무보트를 이용한 해상전이라는 것을.

그 때문에 육군 정찰수색대는 베네핏 미션을 1등으로 완료했음에도 좋아할 수 없었다.

“여기서 IBS 훈련 받아 본 사람 있어?”

“없죠.”

“저도 안 받았습니다. 그걸 저희가 받을 이유가 없잖아요.”

보트 훈련을 경험해 본 팀원이 아무도 없었다.

“나 수영 못하는데, 여기 할 줄 아는 사람 있어?”

“저 할 줄 압니다.”

“저도요.”

“끄응, 나는 못하는데…….”

심지어 수영을 할 줄 아는 인원 또한 이성하를 포함해 겨우 둘밖에 되지 않았다.

그 상황에 정찰수색대의 입에서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와, 이거 고의로 우리 떨어트리려고 하는 거네.”

“갑자기 해상 미션이라니 이게 말이 돼?”

“끄응…… 수영도 못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요.”

누가 봐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해상 미션이 준결승의 본 미션이라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육군 정찰수색대와 달리, 다른 부대의 얼굴엔 웃음이 어렸다.

“됐다.”

“예쓰! 예쓰!”

“좋았어!”

심지어 베네핏 미션을 2등으로 마무리한 특전사는 기쁨의 고함을 지를 정도였다.

“이거지.”

“재밌겠는데?”

“하하하.”

3등으로 마무리한 UDT 역시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물론 그 웃음의 의미는 자신감이었다.

‘대테러부대인 우리 707에게 IBS는 기본이야.’

‘매일 밥 먹듯이 IBS만 하는 게 우리 UDT야. 이번 미션은 우리가 1등이다.’

두 부대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수부대인 만큼, 해상 작전에 필요한 IBS는 그들에게 익숙한 장비였으니까.

그런데 그 모습이 이성하의 승부욕에 불을 붙였다.

“괜찮아요. 어차피 예상 못했던 건 아니잖아요.”

어차피 각 부대 간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만큼, 해상 미션이 하나쯤은 존재할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차라리 잘된 거예요.”

“잘됐다고?”

“네. 저희 이번 베네핏 미션에서 일 등이잖아요. 어떤 혜택이 주어질진 모르지만, 그거면 불리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거예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베네핏을 얻을 때 해상 미션을 만난 걸 다행으로 여기자고 팀원들을 독려했고, 그에 육군 정찰수색대 역시 의지를 다졌다.

“좋아, 해보자.”

“그래. 성하 말처럼 예상 못했던 건 아니잖아. 해보자고.”

“해야죠.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는 거잖아요.”

생각지도 못한 해상 미션에 당황하긴 했지만, 이성하의 말처럼 베네핏을 생각하면 크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제대로 해보자고.

그리고 다행히 본 미션은 단순히 해상 작전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었다.

“자, 그럼 이제 미션 설명하겠습니다.”

휴식 없이 바로 진행하려는지, 연예인들이 앞으로 나서 작전도를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준결승 미션은 우선 이곳에서 나눠드릴 20kg씩 총 4개의 탄약 박스를 들고 해변에 비치된 IBS로 이동하는 게 시작입니다.”

그 말대로라면 이번 미션은 육상과 해상의 복합 미션이었다.

바로 IBS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게 아닌, 지금 있는 장소에서 탄약 박스를 들고 이동하는 게 첫 단계였다.

“들고 간 탄약 박스를 IBS를 관리하는 교관들에게 전달 후, IBS를 들고 패들이 설치된 지점까지 이동하고요.”

그렇게 이동해 IBS를 들고, IBS를 저을 패들이 놓인 곳까지 이동하는 게 두 번째였고.

“패들을 확보하자마자 바다로 나가 위 워 솔져스 깃발을 단 배 밑으로 잠수해, 임무 지령지를 확보하고 다시 교관들에게 돌아오는 게 미션입니다.”

그 뒤 바다로 IBS를 진수해 목표물에 해당하는 임무지령지를 확보하고 돌아오는 게 마지막 단계였다.

[해변으로 이동하는 단계에서 크게 거리를 벌리면 너희가 유리할 수도 있겠는데?]

렉스의 말처럼 육군 정찰 수색대도 승부를 걸어 볼 포인트가 있는 게 본 미션의 정체.

무엇보다 그 가능성을 높이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베네핏 미션에서 승리한 게 육군 정찰수색대였죠?”

방금 전 행군에서 1등한 팀에게 주어지는 베네핏이었다.

“육군 정찰 수색대에게는 IBS를 저을 패들이 해변에서 바로 지급됩니다.”

“해변에서요?”

“네, 다른 팀과 다르게 패들이 설치된 지점까지 이동 안 하고 바로 진수하셔도 좋습니다.”

IBS를 들고 패들이 설치된 지점까지 이동하는 단계를 없애는 혜택이 주어졌고, 그에 이성하는 팀원들과 주먹을 움켜쥐며 쾌재를 불렀다.

“좋았어!”

“됐어!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해!”

해상 미션이 생소한 육군 정찰수색대인 만큼, IBS를 들고 이동하는 단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베네핏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카메라를 잡고 있는 제작진을 향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저 아저씨 나름 공정적이네.’

이번 베네핏이 육군 정찰수색대를 위해 제작진이 준비한 선물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힘내 보죠. 충분히 할 만하네요.”

“그래. 해보자.”

“해야지. 불무리 사전에 후퇴는 없지.”

제작진 역시 자신들의 우승을 기대한다는 생각에, 다시 팀원들과 함께 우승의 의지를 다졌으니까.

그리고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보여 주듯 이성하는 4개의 탄약 박스 중 2개를 본인이 들었다.

“야, 너 진짜 들 수 있겠어?”

“괜찮아요. 기수 형은 체력 조절하세요. 이따 또 쥐나면 안 돼요.”

팀원들 중 가장 체력이 낮은 김기수를 위한 배려였다.

꽈아악.

등에 메고 있는 30kg의 군장을 생각하면 무려 70kg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상관없다는 듯 탄약 박스를 들었고, 이내 울려 퍼지는 호각 소리에 누구보다 빨리 달려 나갔다.

“달려요!”

“으아아아아!”

진심으로 우승을 노리기 위해 시작부터 전력을 다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 미친! 저 무게를 들고 달린다고?”

“에이 씨. 달려. 우리도 달려!”

그런 이성하의 모습에 특전사와 UDT 대원들도 당황한 표정으로 달리기 시작했지만, 육군 정찰수색대와의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벌어졌다.

“허억, 허억.”

두 개의 탄약 박스를 들었음에도 선두를 유지하는 이성하 때문이었다.

“멈추지 마요!”

거센 숨을 내쉬면서도 악을 지르며 선두를 유지하며 리드하는 이성하의 모습에, 팀원들은 절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가자!”

“으리야아아!”

그들 역시 우승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따라붙었으며, 그 의지 덕분에 육군 정찰수색대는 1등으로 해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1등이야!”

“좋아! 우리가 가장 빨라!”

기라성 같은 특수부대들을 따돌리고, 단번에 미션의 1등 후보로 앞서 나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착한 순간 문제가 발생했다.

“탄약 박스 여기 있습니다!”

“확인했습니다!”

들고 온 탄약 박스를 교관에게 넘기는 것까진 훌륭히 완수했지만.

“이거 손잡이 없는 거야?”

“그냥 줄 잡아서 들면 되는 거 아냐?”

태어나서 처음 보는 IBS에 우왕좌왕했다.

“일단 들어 봐. 이러다 다른 팀 도착하겠어.”

“그래. 어떻게든 들어.”

그래도 이렇게 시간을 끌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억지로라도 IBS를 들어 봤지만.

“제길, 안 돼.”

“이거 너무 무거워.”

여전히 IBS는 움직이지 않았고, 그렇게 육군정찰수색대가 시간을 끄는 사이 뒤처졌던 다른 부대들이 도착했다.

“하나, 둘, 셋!”

우왕좌왕하던 육군 정찰수색대와 달리, 익숙한 동작으로 바로 IBS를 들어 머리 위에 올렸고.

“저렇게 하는 거구나.”

“우리도 저렇게 하자. 하나, 둘, 셋!”

“으아아!”

그 모습에 이성하가 포함된 육군 정찰수색대가 뒤늦게 따라 하며 IBS를 들어 올렸지만,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제길, 저쪽도 물에 띄웠어.”

“동시 진수야! 서둘러야 돼!”

베네핏으로 미리 패들을 받아 두 번째 단계를 건너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출발한 다른 부대들과 동시에 바다로 나서게 됐던 것이다.

“저어요! 빨리 저어!”

그 모습에 이성하가 고함을 지르며 다급히 패들을 저어 봤지만, 해상은 특전사와 UDT의 무대였다.

“하나, 둘! 하나, 둘!”

IBS를 바다에 진수시키자마자 두 부대는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갔고, 그 과정에서 육군 정찰수색대는 가장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제길, 앞으로 안 가.”

“오른쪽을 더 세게 저어야 돼!”

패들을 젓는 것 또한 처음인 상황이다 보니, 도저히 손발이 맞지 않아 보트가 나아가질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특전사의 김영철이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이거지. 이렇게 가야지.’

이제는 끝났다는 생각에서였다.

‘미친, 저 새끼 괴물이야?’

처음 미션을 시작할 때만 해도 괴물같이 달려 나가는 이성하의 모습에 기겁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가 선두야!”

“좋아! 가자! 그린베레!”

특전사의 동료 대원들이 신나 고함을 지르는 모습처럼 현재의 선두는 그가 속한 특전사 부대가 차지한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방심하지 마! 좀 더 빨리 저어!”

“네!”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 팀원들에게 더 속도를 내라며 독려해 나갔다.

그의 열정엔 승부보단 이성하에 대한 원망이 컸다.

‘이번에 네가 한번 개망신당해 봐라.’

이성하 때문에 첫 번째 대결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제대로 복수를 할 마음을 먹은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감히 내게서 지수 씨를 뺏어가려 해?’

바로 자신의 여자로 점찍은 김지수에 대한 문제였다.

“성하 씨. 도시락 여기서 같이 먹어도 돼요?”

“아, 그럼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호호, 고마워요.”

아까도 그랬지만 언제부턴가 이성하와 김지수가 부쩍 가까워진 게 보였고, 그 때문에 김영철은 연예인들이 말했던 배에 도착하자마자 사전에 받았던 칼을 들고 단번에 물속으로 잠수했다.

“임무지령서 내가 가져올게!”

출렁!

김지수에게 자신의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주기 위해, 이곳에서 확실한 격차를 보일 마음을 먹었으니까.

그리고 물속에 들어가서 보게 된 광경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로프?’

임무지령서는 수면 밑으로, 각각의 로프에 연결된 상자 안에 있었다.

세 개의 상자가 각각의 로프에 묶여 물속에 떠 있는 상태였고, 그에 김영철은 실수인 척하며 가지고 있는 칼로 상자에 묶인 세 개의 로프를 모두 잘라 냈다.

‘고생 좀 해 봐라.’

특전사가 가져갈 상자만 챙기고는 다른 상자들을 그대로 물속에 가라앉게 만든 것이다.

첨벙.

뒤늦게 물속으로 들어온 UDT가 끊어진 로프에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김영철은 상관하지 않았다.

‘이게 경쟁이지.’

이것이 진정한 서바이벌 경쟁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결과로써 과정을 입증한다.’

어떤 승부라도 결과보다 우선할 수 없는 게, 그가 생각하는 707 부대의 마인드였으니까.

페어플레이라곤 할 수 없으나, 서바이벌에서는 충분히 허용 가능하다 볼 수도 있었다.

하나…….

‘저기다.’

가라앉은 상자를 찾기 위해 물속에 들어온 UDT 대원이 더 깊게 잠수한 그 순간 UDT대원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모, 몸이.’

프리다이빙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블랙아웃이었다.

본래 그렇기에 프리다이빙은 반드시 둘 이상 함께하지만, 서바이벌이 부른 참사였다.

‘움직여야 돼.’

그에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온몸이 마비가 됐는지 말을 듣지 않았고, 그렇게 UDT 대원의 몸은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제, 제길…….’

프로그램 촬영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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