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24화 (124/235)

<강철 소방대 124화>

124화. 위 워 솔져스 (3)

위 워 솔져스의 촬영은 빠르게 진행됐다.

열흘이라는 한정된 촬영 기간을 잡아 둔만큼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가혹한 경쟁 미션이 주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주어진 미션에 이성하는 최선을 다해 참여했다.

“이성하, 잘한다. 좀 더 힘내!”

“허억, 허억.”

처음으로 진행한 크로스핏 같은 개인 대결은 물론.

“정찰수색대 가자!”

“가즈아!”

“으아아아!”

같은 부대의 대원들과 함께하는 팀별 미션까지.

그리고 그런 이성하의 노력 덕분인지, 소속 팀인 육군 정찰 수색대는 대부분의 미션을 상위권으로 완료했다.

“이성하!! 미쳤습니다! 이번에도 훌륭히 팀을 견인해 미션을 2등으로 통과합니다! 육군 정찰 수색대가 위 워 솔져스 준결승에 올라갑니다!”

“이번엔 정말 아슬아슬했는데 기어코 2등으로 결승점을 끊네요. 이번이 벌써 3번째 아닙니까? 완전 악바리입니다, 악바리!”

지켜보던 연예인들이 흥분해 고함을 지를 정도로, 끈질긴 승부를 여러 번 펼치며 준결승 무대에 올라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이성하의 부담은 엄청났다.

[너 안 힘드냐?]

‘안 힘들긴요. 죽을 거 같아요.’

이성하가 속한 육군 정찰수색대가 타 부대보다 밀리는 게 사실이다 보니, 그걸 메우기 위해 이성하가 고생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이성하는 촬영만 끝나면 바로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형들 저 먼저 잘게요.”

“어, 그래. 얼른 자.”

소모된 체력을 최대한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팀원 누구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또한 누구보다 늦을 수밖에 없었다.

“성하야, 안 일어나?”

“조금만 더요. 졸려서 죽을 거 같아요.”

부족한 팀원들의 능력을 채우기 위해 매일같이 체력을 한계까지 쓰다 보니, 아무리 렉스의 회복력이 있더라도 회복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억지로라도 일찍 일어났다.

“성하 씨 준비됐어요?”

“네, 금방 나갈게요!”

약속이 있어서였다.

“어느 쪽으로 가면 되죠?”

“이쪽으로 가면 되세요!”

준비를 마치자마자 대기하던 스태프에게 길을 물어 빠르게 옮긴 걸음 끝에, 도착한 장소에서 발견한 얼굴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입니다. 기자님.”

김정호 기자였다.

“이야~ 우리 이 소방관, 군복도 잘 어울리네. 완전 멋있는데?”

그런 이성하의 인사에 김정호가 어울리지 않게 호탕하게 말하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성하에게 씨알도 안 먹힐 행동이었다.

“한 대 때리고 시작해도 되죠?”

“에이…… 우리 사이에 왜 그래?”

“우리 사이? 그런 사람이 왜 전화를 안 받아요!”

그날, 이성하도 모르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진행시켜 놓고 어제까지 연락도 없이 잠수를 탔기 때문이었다.

물론 김정호도 할 말이 있었다.

“일단 거기 가만히 서 있어 봐. 나도 바빠서 어쩔 수 없었어.”

“……바빠요?”

“그래. 네가 그 박민규 소방관 일 부탁했잖아. 그것 때문에 정신없었다고.”

이성하가 부탁한 박민규의 일이었다.

“애초에 그거 때문에 제가 여기 있는 거잖아요!”

“그래. 그분 관련된 일 들으러 대구까지 다녀왔다니까.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하려고 보건복지부까지 다녀왔어.”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보여 주려는 듯, 세 걸음 떨어진 장소에서 김정호가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에 이성하는 억울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김정호 말이 맞네. 기사 수만 봤을 땐 꽤 고생했겠는데?]

렉스의 말처럼 화면에 보이는 박민규 일과 관련된 기사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아무리 박민규가 직접 기사를 쓴다고 해도 시간이 부족해 보일 정도였다.

<벼랑 끝에 몰린 소방관. 그는 왜 혼자서 싸워야 했을까?>

<저는 희귀암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소방관입니다>

<대한민국의 잘못된 의료법 현황. 살리고 싶지만 살릴 수 없다>

박민규가 앓고 있는 암에 대한 기사는 물론, 이번 징계위원회가 소집되게 된 의료법 규정에 관한 기사까지 다양하게 관련된 기사가 눈에 들어왔고, 그에 이성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흠흠. 고생하셨네요.”

“거 봐. 바빴던 거 맞지?”

“……인정해야죠. 고생하셨겠네요.”

헤드라인에 올라가진 않았지만, 나름 상단에 올라간 기사들의 위치에 김정호가 고생했다는 걸 익히 알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 잠깐 어깨를 으쓱인 김정호는 이내 겸연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 내가 한 건 별로 없긴 해.”

“네?”

“내가 별로 한 게 없다고. 기사들 처음 올렸을 땐 반응이 없다시피 했거든. 이렇게 파생 기사도 별로 없었고. 그런데 그저께부터 상황이 달라졌어. 네 덕분에.”

“저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이성하의 모습에 김정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어제 위 워 솔져스 첫 방 나간 건 아냐?”

“어제가 첫 방이었어요?”

촬영 중 나간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정확한 날짜는 듣지 못한 이성하로서는 당연한 상황이었다.

‘이거 핸드폰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혹시 모를 스포를 대비하기 위해, 제작진이 촬영 첫날부터 핸드폰을 모두 수거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런 이성하의 표정에 김정호가 씨익 웃으며 다시 핸드폰을 만졌다.

“이거 봐 봐.”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으로 그가 건넨 핸드폰을 받아 든 이성하는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실시간 검색어?’

위 워 솔져스 소방관

이성하

아이언맨 소방관

에베레스트 소방관

위 워 솔져스

실시간 검색어가 자신의 이름으로 도배된 상황에 이성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김정호를 바라봤다.

“이거 왜 이런 거예요? 뭐 잘못됐어요?”

“잘못?”

“네, 무슨 방송 하나 나왔다고 실시간 검색어가 제 이름으로 도배돼요.”

아무리 방송이 재밌었다고 한들, 연예인도 아닌 일반 참가자인 자신의 이름으로 실시간 검색어가 도배된 것에 깜짝 놀란 것이다.

하지만 김정호로서는 당연한 상황이었다.

“내가 이야기했잖아. 너 셀럽이라고.”

“그것 때문에 이렇다고요?”

“그래. 아이언맨이 예능에 나와서 사람들 관심이 폭발한 거지. 애초에 동상으로 유명했던 얼굴과 다른 훈남 얼굴도 한몫했고.”

안 그래도 에베레스트 사건으로 한국이 떠들썩했던 게 얼마 되지 않았다.

기사로만 몇 번 노출되고 그 외에는 전혀 노출되지 않은 이성하의 존재에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고, 그 궁금증이 이번 예능으로 빵 터져 버린 거였다.

<특전사를 박살 낸 괴물 소방관>

<내가 아이언맨이다. 위 워 솔져스 이성하 소방관>

<위 워 솔져스 이성하. 첫 대결부터 압도적 면모 보여>

그동안 여러 번 사람들을 구하며 화제가 됐던 괴물 소방관이, 딱 봐도 엄청난 체력을 자랑할 것 같은 특수부대원 출신의 남성들을 실력으로 박살 내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인 것이다.

물론 실시간 검색어까지 도배할 건 김정호 역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참 나, 힘이 좋은 건 알았지만, 특수부대원 출신들까지 깨끗하게 박살 낼 줄이야.’

이성하가 괴물 같은 체력을 가지고 있는 건 익히 알았지만, 설마 제작진이 엄선해서 뽑은 특수부대원들까지 박살 낼 줄을 누가 알았겠느냔 말인가.

하지만 그 덕분에 이성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최고조였다. 무엇보다 마지막 인터뷰가 압권이었다.

- 제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소방관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자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 현실이요?

- 네, 현실적으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 소방관이지만, 불합리한 규정 때문에 그게 많이 가로막히기도 하거든요.

첫 방송 말미에 나온 이성하의 참가 계기에 담긴 메시지를 사람들이 눈치채 김정호의 기사 역시 빛을 본 상황이었다.

‘방송 때문에 조회 수가 열 배는 넘게 늘었단 말이지.’

이성하의 앞에서 당당히 상단에 올라 있는 기사들을 보여 줬을 만큼, 꽤 많은 사람들이 이성하의 직업인 소방관을 검색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호가 오늘 이성하를 찾아온 건 기사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나저나 박민규 소방관 징계위원회 궁금하지 않냐?”

며칠 뒤로 내정돼 있던 박민규의 징계위원회 소집 때문이었다.

“징계위원회요?”

그 단어에 핸드폰으로 기사들을 읽고 있던 이성하가 급히 관심을 보이자, 김정호가 웃으며 말했다.

“어. 그거 연기됐다.”

“연기요?”

“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소방본부에서 좀 더 세밀하게 조사하고 진행한다고 2주 뒤로 연기한다고 했대. 아마도 네가 프로그램에 출연한 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거겠지.”

추측이라곤 하지만 확실할 터였다.

애초부터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이성하를 예능 프로그램에 꽂아 넣은 거였고, 그 말에 이성하가 기뻐 날뛴 건 당연했다.

“좋았어!”

“그렇게 좋냐?”

“당연하죠. 안 그래도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내심 자신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 박민규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고 알게 모르게 걱정하던 참이었으니까.

하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열심히만 해. 그럼 장작은 내가 제대로 만들어 줄 테니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 김정호 때문이었다.

“저 진짜 열심히 합니다.”

“그래. 열심히만 해. 하하하.”

김정호가 말도 없이 예능프로그램에 자신을 꽂아 넣을 때는 깊은 배신감을 느꼈지만, 정말 그의 말처럼 자신의 출연이 박민규에게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자, 이성하는 다시 한번 결심할 수 있었다.

‘원래도 우승할 생각이지만, 무조건 우승해야겠어.’

박민규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그리고 그 우승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성하 씨. 슬슬 스탠바이 하셔야 돼요. 곧 준결승 촬영 시작한대요.”

밖에서 준비를 요청하는 스태프의 말처럼 오늘만 승리하면 최종전에 해당하는 결승전에 진출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웃으며 일어났다.

“서에 있는 동료들에게 전해 줄 말 없어?”

“나중에 촬영 전부 끝나고 직접 말할게요.”

“오케이. 잘해라.”

“네.”

멀리서 찾아온 김정호에게 감사를 표하고 돌아온 숙소에서 천천히 몸을 풀었다.

‘제대로 준비해야 돼.’

어떤 미션이 주어질지 모르는 만큼, 만전의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물론 주어진 미션은 그런 이성하를 아연실색하게 만들 정도로 가혹했다.

“이번 베네핏 미션은 주어진 핸드폰에 표시된 지점까지 군장을 메고 누가 빨리 도착하나입니다. 거리가 20km인 만큼 모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임해야 합니다.”

본 미션이 아닌, 장비의 우선권을 주는 베네핏 미션임에도 불구하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가혹했으니까.

하지만 이성하는 확실한 결승전 진출을 위해 온 힘을 다해 팀원들과 미션에 돌입했다.

“끄으으으. 쥐 때문에 더 못가겠어.”

“형, 안 돼요. 계속 가야 돼요. 군장 주세요.”

“뭐?”

“군장 주시라고요. 제가 들게요.”

팀원 한 명이 체력이 약해 중간에 나가떨어지는 일이 발생하자마자 대신 군장까지 들며 포기하려는 대원을 악착같이 끌고 갈 정도였고, 그런 집념 덕분에 이성하가 속한 육군 정찰수색대는 준결승을 위한 베네핏 미션에서 1등으로 결승점에 도달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눈~ 부신 햇살 아래~ 옥토 사암처언리~”

준결승을 앞둔 초전 미션에서 당당히 1등을 기록하며, 그들이 근무했던 불무리 군단의 사단가를 불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용맹하게 시작한 사단가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성하야…….”

한 대원이 얼떨떨한 목소리로 멀리 보이는 해변을 가리켰다.

<위 워 솔져스>

그 해변 중앙에 그들이 참여하는 위 워 솔져스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고, 그 깃발 앞으로 보이는 검은 보트에 이성하는 할 말을 잃었다.

‘왜 바다에 저런 게?’

이성하가 속한 육군 정찰수색대와 전혀 관련이 없는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새로운 미션은, 해상 미션이었던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