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23화 (123/235)

<강철 소방대 123화>

123화. 위 워 솔져스 (2)

김영철로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 제의였다.

‘드디어 나를 위한 자리군.’

각 부대에서 한 명씩 나와 대결을 펼친다는 건, 말 그대로 출연진 간의 체력을 비교한다는 말이었다.

장소가 건물 내부이니 만큼, 턱걸이나 윗몸일으키기 등의 맨몸 운동으로 대결하게 될 게 뻔했다.

짝짝짝!

“좋습니다!”

장기로 하는 종목이란 생각에 김영철이 바로 고함을 질렀다.

전역을 하고나서도 꾸준히 운동을 했기에, 체력에 관련된 부분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던 것이다.

물론 다른 참가자들 역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만큼, 꽤 탄탄한 몸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승자는 자신일 게 분명했다.

“오오, 김영철 대원이 엄청난 자신감을 보이는데요?”

“자신감이 있을 만하죠.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대테러 부대인 707 출신 아니겠습니까?”

이쪽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연예인들의 모습처럼, 자신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부대인 707 출신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은 제작진들이 대결을 위해 가지고 오는 기구를 보며 확신으로 굳어졌다.

‘치핑디핑.’

턱걸이를 할 때 자주 사용되는 치핑디핑 기구였다.

“이쪽으로 둘까요?”

“어, 넉넉하게 거리 벌려서 놓자.”

세 개의 치핑디핑 기구를 제작진이 참가자들의 앞에 단단하게 설치하는 모습에, 김영철은 웃음을 지었다.

‘카메라 설치된 각도 보니까 확실히 턱걸이네. 그럼 무조건 내 승리야!’

대결 종목이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턱걸이라는 사실에, 속으로 기쁨의 포효를 내지른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황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 빨리 들고 와.”

치핑디핑 말고 또 다른 기구를 들고 오는 제작진의 모습 때문이었다.

‘역기?’

딱 봐도 역기에 쓸 법한 바를 제작진이 들고 왔고, 그렇게 바에 연결할 원판까지 세팅되는 모습에 모든 참가자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설마 풀업과 역기를 같이 하는 거야?”

“미친…… 팔이랑 등 제대로 털리겠네…….”

딱 봐도 두 가지 종목을 함께해야 할 것 같은 기구 세팅에, 다들 만만치 않은 대결이 되리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설마하던 그 표정들은 MC의 설명이 이어짐에 따라 괴랄하게 변했다.

“자, 설명드리겠습니다. 대결은 두 개의 종목을 번갈아 가며 하는 건데요. 첫 번째 종목은 철봉을 당기는 풀업. 그리고 두 번째는 역기를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는 쓰러스트입니다.”

“잠깐만요, 번갈아서요?”

대결 방식이 종목을 나눠서 하는 게 아니라, 번갈아 가며 하는 거였다.

“네. 번갈아 가며 합니다. 정해진 횟수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끝내시면 됩니다.”

그것도 정해진 횟수를 누가 더 빠른 시간 내에 끝내는지로 보는 타임어택 방식이었다.

무엇보다 그 횟수가.

“횟수는 21, 15, 9입니다. 풀업 21번, 쓰러스트 21번. 그리고 다음은 풀업 15번, 쓰러스트 15번 이런 식으로 낮춰가는 거죠.”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무지막지한 수준이었다.

나눠서 말하니 별거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합치게 되면 무려 45개나 되는 어마어마한 횟수를 각각 해야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나눠서 해야 하는 게 더 문제였다.

“좀 빡세긴 하지만, 열심히 하면 되겠는데.”

“평상시 하던 운동이잖아. 풀업만 잘하면 되겠어.”

“뭐, 역기야 친숙하게 하는 운동이니까.”

몇몇 참가자들이 카메라 앞이라는 생각에 뒤늦게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이 종목을 아는 사람들은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하…… 미쳤네.”

“끄응…… 이거 제대로 한번 하면 못 일어나는데.”

해 본 경험들이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는 와중에, 이성하도 그 한숨을 더하고 있었다.

[프란이네?]

‘네. 크로스핏의 프란이네요.’

지금 제작진이 꺼낸 대결 종목은 고강도 운동으로 알려진 크로스핏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그 어떤 직업보다 체력을 중시하는 게 소방관이란 직업이다 보니 이성하 역시 몇 번 해 본 적 있는 운동이었다.

체력으로 내로라하는 이성하가 훈련용으로 할 정도로, 당연히 그 빡셈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너 이거 제대로 한번 하고 기어 다니지 않았냐?]

‘끄응…….’

렉스의 말처럼 처음 접하고 근육통 때문에 며칠은 기어 다닌 기억이 있을 정도니까.

그랬기에 멀리서 웃음을 짓는 제작진이 너무 사악하게 보였다.

‘이거 제대로 하면 한 명은 다음 미션부터 죽어 나갈 텐데.’

제작진의 노림수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대결인데 걸린 게 없으면 열심히 안 하겠죠? 이번 대결에서 우승한 부대에게는 MC의 권한으로 다음 미션에서 장비를 먼저 선택할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단순한 자존심 대결이면 적당히 해도 되겠지만, MC의 말대로라면 무조건 1등을 해야 앞으로 이어 나갈 미션에서 우선권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팀원들에게 자신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가 나가도 될까요?”

“성하 씨가요?”

“네. 아무래도 체력 대결이니까요.”

힘들기는 하겠지만 크로스핏에 생소한 팀원들보다 경험을 해 본 자신이 나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당연히 팀원들은 거절하지 않았다.

“이야, 엄청 든든한데요?”

“맞아요. 성하 씨가 나가면 반대할 이유 없죠.”

“저도 찬성이요. 성하 씨가 나가면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대표로 나가겠다는 이성하를 향해 열렬한 환호를 보냈고, 그에 이성하는 몸을 풀며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집중해.]

‘네.’

나름 체력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지만, 다른 참가자들 역시 내로라하는 특수부대원 출신이라는 생각에 확실히 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성하의 모습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저도요!”

안 그래도 얼마 전까지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한 괴물 소방관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체력에 자신 있는 대원들이 앞다투어 참가 의사를 밝혔으니까.

그리고 그 모습은 특전사 대표로 대결에 나선 김영철에게 매우 우습게 보였다.

‘두고 보라지. 누가 1등을 할지.’

진짜 1등을 하게 될 자신을 놔두고 다들 착각을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흠흠.”

그 때문에 일부러 과도하게 목을 돌리며 상의를 탈의했고.

“상욱아. 잠깐만 들고 있어 주라.”

“네, 선배님.”

그렇게 벗은 상의를 동료 팀원에게 건네며, 몸에 힘을 줬다.

‘봤냐. 이게 내 몸이다.’

모두에게 보란 듯이 뽀빠이 자세를 취하며 근육을 드러냈으며.

“오오오! 김영철 대원. 몸 대단합니다.”

“몸 진짜 좋다.”

“이야, 역시 707이네.”

그렇게 해서 들려오는 다른 이들의 환호성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이거지. 이게 바로 나지.’

드디어 모두가 자신을 감탄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흡족한 마음이 든 것이다.

그랬기에 밝은 미소로 또다시 포즈를 취했다.

‘지수 씨. 절 봐 주세요.’

여자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로도 유명한 김지수를 바라보며 하는 포즈였다.

“호호호.”

그런 김영철의 포즈가 재밌었는지 김지수가 가볍게 웃었고, 그에 김영철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지수 씨도 나에게 관심이 있던 거야. 하하하.’

누가 알았으면 미친놈인가 싶겠지만, 김영철은 진심이었다.

‘이제 나도 티비에 나오니까 같은 연예인이란 말이지.’

아직 친해지진 못했지만 김지수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매력을 알게 된다면, 금방 사랑에 빠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 때문에 김영철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준비된 기구 앞으로 다가갔다.

“처음 대결할 부대는 특전사와, UDT, SDT입니다.”

아쉽게도 기구가 세 개밖에 없어 이성하와 따로 대결을 펼치게 됐지만,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기구의 풀업 바를 잡았고.

삐이익.

MC의 호각 소리가 들리는 순간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갔다.

‘무조건 이긴다.’

자신이 이곳에 있는 대원들 중 최고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무서운 속도로 풀업을 당기며, 김영철은 707이 왜 최고의 특수부대인지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4분 11초! 김영철 대원이 UDT와 SDT보다 빠른 속도로 미션 완수합니다! 대단합니다!”

“이야아아아!”

“김영철! 김영철!”

순간적으로 모든 힘을 방출해 미션을 완수하자마자 바닥에 쓰러지긴 했지만,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미션을 완수하고 고함을 내지른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김영철을 기쁘게 한 것이 있었다.

‘지수 씨가 날 보고 또 웃었어.’

선망하는 김지수의 웃음이었다.

“와.”

짝짝짝!

직접 다가와서 말을 걸은 건 아니지만 자신에게 또 한 번 웃음을 보이는 모습에, 그녀 역시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그에 몸을 일으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누구보다 주목을 받았던 이성하에게 말을 걸었다.

“열심히 해 봐요. 응원할게요.”

일부러 호탕한 표정으로 이성하에게 응원을 보냈으며, 그렇게 자리로 돌아오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존나 카리스마 있어. 이러니까 여자들이 뻑이 가지.’

실력은 물론이고, 승자로서 대범한 모습까지 보인 자신의 모습에 김지수가 제대로 반할 거란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이성하로서는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저 미친놈은 뭐야?’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비웃음을 던지던 인간이 갑자기 멋있는 척하며 응원을 하고 돌아가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생각보다 낮은 기록으로 미션을 끝내고 자랑스러워하는 게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너 프란 3분대 나오지 않냐?]

렉스의 말처럼 이미 예전에 3분대 기록을 세운 적이 있었다.

‘네. 작년에 3분 40초였나? 아마 그쯤 나왔을 거예요.’

심지어 소방경기대회로 한창 운동하기 전이었던 작년에 3분대를 기록했고, 그때보다 몸이 더 좋아진 걸 생각하면 김영철의 4분대 기록은 충분히 재낄 수 있어 보였다.

‘잘하면 2분대도 끊을 수 있으려나.’

우스개 소리일 수도 있지만, 잘만 하면 국가대표들의 기록이라는 2분대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게 지금 이성하의 몸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그런 김영철의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 준비하세요.”

“네.”

그저 실력으로 증명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기구 앞으로 다가섰고, 정말 그 생각처럼 이성하는 실력으로 김영철에게 왜 자신이 아이언 맨이라는 별명이 붙은지를 증명했다.

“미, 미친!”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21개씩 진행되는 풀업과 쓰러스트를 순식간에 진행했다.

“와, 대박. 전혀 안 쉬는데?”

“쉬는 게 문제야? 그냥 날아다니는 거 같아…….”

지켜보던 다른 참가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15개씩 진행되는 두 번째 파트까지 끝내 버렸고, 마지막은 볼 것도 없었다.

쾅!

“대박! 3분 10초!”

“와, 이거 거의 프로급 기록 아니에요?”

“저 친구 진짜 장난 아니네.”

“저게 사람이야?”

“이성하! 이성하!”

이성하가 역기를 내려놓자마자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흥분한 표정으로 고함을 지를 정도로, 엄청난 기록으로 대결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록에 김영철의 얼굴이 새빨개진 건 당연했다.

‘끄응…….’

방금 전 자신이 이성하에게 했던 멘트가 떠오름에 엄청난 민망함을 느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열 받는 게 있었다.

“와, 진짜 멋있어요!”

감탄한 표정으로 이성하에게 다가가는 김지수의 모습 때문이었다.

“지금보다 더 빨리 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아,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니긴요. 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누가 봐도 호감 어린 표정으로 이성하와 대화를 나누는 그녀의 모습에, 김영철의 눈에 짜증이 서렸다.

‘이 X새끼 두고 보자.’

자신이 좋아하는 김지수의 마음을 뺏어간 이성하에 대한 분노가 대뇌를 지배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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