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22화 (122/235)

<강철 소방대 122화>

122화. 위 워 솔져스 (1)

이성하로서는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이게 뭐야?’

갑작스러운 고함에 바람같이 달려가긴 했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분위기가 장난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여기 서라는 건가?’

달려온 이성하의 모습에 가장 오른쪽에 서 있는 교관이 손을 내밀어 멈춰 서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 뒤로 서 있는 제작진들은 아무 말 없이 카메라로 찍고만 있었다.

[이거 일반적인 예능이 아닌가 본데…… ]

‘끄응…….’

떨떠름해 하는 렉스의 말처럼, 자신이 생각하던 예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촬영장이었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멀리서 웃고 있는 김원영을 노려봤다.

‘제길, 제대로 낚였네.’

처음 자신에게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던 김원영의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죄송합니다. 피디님. 예능 프로그램은 제가 힘들 거 같아요.”

“네? 아, 안 힘들어요. 저희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참가가 힘들 거 같다고 말하자마자 바로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던 김원영의 모습을 기억했기에, 속았다는 배신감이 마구 솟아났으니까.

그나마 작게라도 위안을 준 건, 자신만 속은 게 아니란 사실이었다.

부르릉.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타고 온 것과 같은 스타렉스를 타고 다른 참가자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는데, 그들 역시 눈앞의 광경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뛰어 옵니다!”

“빨리 안 옵니다!”

“얼른 안 뛰어오고 뭐합니까!”

“네!”

그들 또한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교관들의 고함에, 헐레벌떡 뛰어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흠흠.”

매서운 모습의 교관들이 앞에 서 있는데도 참가자들은 헛기침을 하며 서로를 살폈다.

각자가 입고 있는 군복의 휘장을 살펴보며 서로를 가늠하는 모습이었다. 그에 이성하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들 봐라.’

금세 당황스러운 감정을 지우고 서로의 부대와 신체 스펙을 비교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역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결, 163기입니다.”

“단결, 171기입니다.”

다른 부대의 대원들만 살피는 게 아닌, 같은 부대의 참가자들끼리 서로의 기수를 정리하는 모습에 역시 전역자들이라는 생각도 절로 들었고, 그에 이성하도 자신과 동일한 군복을 입은 참가자들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리 인사하게?]

‘네, 앞으로 열흘간은 팀으로 함께하게 될 사람들이잖아요.’

교관들 앞이기에 깊게 대화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함께하게 될 동료인 만큼, 미리 친목을 나눌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다행히 교관들 역시 그 부분에서는 딱히 제지할 마음은 없는 듯 보였다.

“자리만 똑바로 섭니다.”

대열만 유지하면 상관없는지, 대화를 나누는 대원들의 모습에 딱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에 이성하는 자신이 속할 육군 정찰 수색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참가 부대 중 유일하게 일반 부대로 구분되는 육군 정찰 수색부대인 만큼, 격의 없이 나눠지는 인사였다.

“24살 이성하라고 합니다.”

“아, 반가워요. 27살 김기수입니다.”

“정일우라고 합니다. 저는 26살입니다.”

“제가 나이가 제일 많네요. 30살 지상민입니다.”

부대만 다르면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육군의 특징이기에 편하게 통성명을 나누며 서로 눈인사를 나눴으니까.

하지만 좋은 분위기는 거기까지였다.

“주목.”

모든 참가자가 도착했는지, 다섯 명의 교관 중 가장 앞에 있던 교관이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우리나라 최고의 부대를 가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군인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네 명씩 모여 있는 각 부대들을 응시하며 하는 말이었다.

“앞으로 여러분은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자신이 속한 부대가 대한민국 최고의 부대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미션을 완수해야 합니다. 물론 무승부나 기권 따위는 없습니다. 최고의 부대라는 말처럼 1등은 단 한 팀만 존재하니까요. 알겠습니까?”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를 설명하며 단호한 표정으로 참가자들의 참가 의지를 물었고, 그에 이성하는 23명의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굳은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열흘간 벌어질 각 부대 간의 서바이벌 경쟁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원들의 고함에 교관이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두 이동하겠습니다. 각 부대는 순서대로 교관들 뒤를 따라옵니다.”

뒤쪽으로 보이는 거대한 창고형 건물을 가리키며 걸음을 옮겼으며, 그에 이성하는 방금 인사를 나눈 팀원들과 걸음을 옮기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재밌을 거 같은데요?”

“재미요?”

“네, 딱 봐도 뭔가 많이 준비해 둔 모습이잖아요.”

처음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촬영 과정을 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드론도 있네. 저건 야외에서 촬영할 때 찍나 보지?’

아직도 속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처음으로 방송 촬영 현장을 직접 본다는 사실에 즐거운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풋.”

뒤쪽에서 뭔가 비웃는 듯한 웃음이 들렸다.

“저긴 어디야?”

“그냥 일반 보병 같은데요?”

누가 들어도 자신이 속한 육군 정찰 수색대를 비웃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이성하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너랑 같은 육군 아니냐?]

‘네, 특전사 애들이에요.’

비웃음을 던진 참가자들 같은 육군에 소속된 특전사들이었다.

소속은 다르지만, 특전사를 상징하는 해상 교육과 고공 점프를 수료해야 붙일 수 있는 패치가 그들의 팔뚝에 붙어 있었고, 그에 이성하는 어이가 없었다.

“흠흠.”

‘이 새끼들 봐라.’

자신이 쳐다보자 더 말은 안하지만 웃는 눈으로 위아래를 훑어보는 모습에, 딱 봐도 자신이 속한 육군 정찰수색대를 무시한다는 걸 알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성하는 그런 특전사들의 행태를 무시하기로 맘먹었다.

[야, 무시해. 지금 찍고 있잖아.]

렉스의 말처럼 도착한 순간부터 모든 모습은 촬영하는 중이었다.

‘알아요. 은평서 이름을 걸고 나왔는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순 없죠.’

지금 찍히는 장면이 방송으로 어떻게 나가게 될지 모르는 만큼, 섣부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뭐야? 재미없게.”

“너무 그러지 마요. 애들도 열심히 하려고 나온 건데. 큭큭.”

그런 자신의 모습을 겁먹었다고 생각했는지, 또다시 특전사 대원들의 낄낄대는 웃음이 들려왔지만, 이성하는 상관하지 않았다.

‘나중에 두고 보자. 제대로 갚아 준다.’

특전사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겨루게 될 미션에서 실력으로 증명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자, 안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넵!”

어느새 목적지인 건물에 도착해 교관들의 말에 따라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이성하가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어? 연예인?’

티비에서나 보던 연예인들이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위 워 솔져스 여러분.”

“이쪽으로 오세요.”

“이야, 다들 훤칠하네.”

유명한 남자 진행자와 스포츠 선수, 배우와 아이돌까지 총 네 명의 연예인들이 참가자들을 반겼고, 그렇게 잠깐 인사를 건네던 연예인들이 슬쩍 제작진의 눈치를 살피고는 이성하에게 다가왔다.

“이성하 소방관님이죠? 꼭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하는 말이었다.

“이 팔이죠? 미국 소방관들을 구한 팔이?”

“팬이에요! 진짜 뵙고 싶었어요!”

“저도요. 이번에 출연한다고 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네 사람 모두 진심으로 이성하가 반가웠는지 활짝 웃는 얼굴로 악수를 청했고, 그에 이성하 역시 활짝 웃으며 그들의 손을 잡았다.

“반갑습니다. 이성하입니다.”

평소였다면 껄끄러웠을지도 모르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반가워하는 네 사람의 모습에, 이성하 또한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촬영장의 분위기가 일시에 반전됐다.

“와, 저 친구가 그 친구였어?”

“누군데 그래?”

“그 있잖아. 에베레스트에서 미국 소방관들 구해 온 소방관.”

“대박. 그 사람이야?”

다른 참가자들 역시 이성하가 누군지를 눈치채서였다.

짝짝!

“자자, 지금 촬영 중이니까 인사는 나중에 하고 진행합시다!”

그런 촬영장의 분위기에 김원영 피디가 박수를 치며 상황을 정리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성하를 바라봤다.

‘아이언 맨.’

‘에베레스트의 영웅.’

김원영 피디가 이성하의 캐스팅에 대박이라는 말을 떠올렸던 것처럼, 얼마 전까지도 매스컴을 뒤흔든 소방관이 눈앞에 있단 사실을 그제야 알아챈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짜증을 폭발하는 이가 있었다.

‘X발. 이게 뭐야.’

방금 전 이성하를 향해 비웃음을 던졌던 특전사 대원이었다.

“와, 그분이구나.”

그 역시 카메라가 돌고 있는 걸 알기에, 순간적으로 일그러트린 인상을 펴고 웃음을 지었지만, 속에서 나오는 짜증은 참을 수 없었다.

‘그딴 게 뭐 대단하다고 다 저놈만 보는 거야?’

신경도 쓰지 않던 일반 보병 따위가 자신보다 더한 관심을 받는다는 생각에서였다.

군대 프로그램이면 군대 프로그램답게 각종 특수 훈련을 수료한 자신에게 더 관심이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고, 무엇보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감히 707 특임대 출신인 나 김영철을 두고 말이야.’

특전사 중에서도 엄선된 대원들만 선발된다는 707특임대가 그가 현역 시절 근무한 부대였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사실 그는 내심 연예인들을 보자마자 기대하던 상황이었다.

‘흠흠, 뭐라고 말해야 멋있게 소개하지?’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 부대인 707이 자신의 부대였기에, 잠시 후 연예인들이 바로 호들갑을 떨며 자신을 선망 어린 눈으로 쳐다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 기대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

“대박이다.”

“그러게요. 뉴스로 봤을 때 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깟 에베레스트 구조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연예인들은 물론, 다른 참가자들까지 이성하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잠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촬영에서도 707의 김영철은 주목받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707 특임대 출신의 김영철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짝짝짝짝!

모두 자리에 앉아 각자의 소개를 하는 자리에서도, 아무 주목도 받지 못한 채 가볍게 넘어가고 만 것이다.

그랬기에 김영철은 이성하를 죽일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두고 보자. 만약 미션에서 붙게 되면 제대로 박살 내 버릴 테다.’

자신이 받아야 할 모든 관심을 이성하가 가져갔다는 생각에, 속에서 깊은 분노가 치솟았으니까.

그런데 의외로 그런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오늘 최고의 부대가 처음으로 모인 만큼 그냥 넘어갈 수 없겠죠? MC의 권한으로 각 부대에서 한 명씩 나와 대결을 펼쳐 보는 건 어떻습니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만큼, 진행자로 유명한 박성민이 가장 먼저 각 부대의 자존심을 건 대결을 제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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