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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소방대-116화 (116/235)

<강철 소방대 116화>

116화. 그래도 하는 이유 (3)

그 모습에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박민규와 송현우가 난리가 난 건 당연했다.

콰르르르르!

순식간에 몰아치는 물보라에 그대로 잠기는 이성하와 요구조자의 모습에.

“아, 안 돼!”

“선배님!”

바로 다리 밑으로 달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펜스밖에 없어요…….”

허탈한 표정을 한 채 내뱉는 송현우의 말처럼, 부서진 펜스만 보기 흉하게 늘어져 있었다.

콰르르르!

눈에 보이는 게 홍수처럼 무서운 기세로 떠내려가는 흙탕물밖에 없단 사실에, 박민규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제길…….’

자신이 얼만 타지 않았어도 말릴 수 있었다는 자괴감에.

“제길!”

자신이 정신만 똑바로 챙겼다면 살아 있었을 후배의 목숨이 덧없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격한 분노를 터트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일렀다.

‘아니야, 그 자식이 이렇게 쉽게 갈 리 없어.’

자신을 향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웃음을 짓던 놈이었다.

“괜찮아요. 이거나 맡아 줘요.”

“너…….”

당황해 하는 자신에게 걱정 말라며 웃음을 짓던 이성하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선명했고, 그에 박민규는 그대로 송현우에게 고함을 질렀다.

“송현우. 빨리 차에 타!”

“……네?”

“빨리 타라고!”

단숨에 다리 위로 뛰어오르며 구급차에 올라탄 그는, 송현우가 조수석에 올라탄 순간 바로 엑셀을 밟았다.

부르릉!

“주, 주임님!”

급발진에 놀란 송현우가 조수석 손잡이를 잡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박민규의 행동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끼이이익!

“여기는 은평서 구급 2소대. 증산 2교에서 현재 대원 한 명이 요구조자와 함께 급류에 떠내려가는 중입니다. 하류 쪽 확인 바랍니다!”

출발과 동시에 무전을 외치며 CP에 도움을 청하는 와중에도 박민규의 시선은 하천을 향해 있었다.

‘살아 있어라. 이성하.’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 이성하가 살아 있을 거라 믿으며, 그 위치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처럼 이성하는 아직 살아 있었다.

‘끄으으으.’

거친 물살에 휩쓸려 강 밑으로 떠내려가는 중이지만, 아직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꽈아악.

제대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걸 증명하듯 마지막에 붙들었던 요구조자 역시 확실히 잡고 있었고, 그에 이성하는 손에 감고 있는 로프를 잡아당기며 그대로 물위로 몸을 띄웠다.

[잘했다. 튜브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허억, 허억. 그러게요.’

렉스의 말처럼 마지막 순간 움켜잡았던 튜브의 로프를 놓치지 않아, 최악을 막아 낸 상황인 것이다.

요구조자의 상태 역시 괜찮았다.

“콜록, 콜록.”

갑작스런 상황에 물을 많이 먹은 듯 기침을 토했지만, 아직 정신은 남아 있었다.

“선생님, 저 꽉 잡아야 돼요.”

꽈아악.

대답 없이 자신의 팔을 꽉 잡는 요구조자의 상태에, 이성하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분명히 대원들 대기시킨다고 그랬어.’

CP에서 이야기했던 하류 팀의 지원 때문이었다.

- 하류 쪽에도 대원들 대기시킬 테니 할 수 있는 것만 하시는 겁니다. 명령입니다.

자신이 물에 들어간다는 보고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겠다는 CP의 무전을 확실히 들었다.

그에 이성하는 거센 급류가 얼굴로 그대로 들이치는 상황에서도 냉정한 눈빛으로 앞을 주시했다.

“콜록, 콜록.”

그 때문에 코로 물이 들어가 기침을 토하기도 했지만.

‘어디야.’

그렇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면을 주시하는 와중, 보이는 소방차의 라이트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 팀이다!]

‘네!’

다행히 타이밍이 맞아 하류 쪽에서 지원을 나온 대원들이 구출 준비를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시간이 촉박했던 만큼 굴절 사다리차 같은 장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지원 팀은 확실하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걸 준비해 둔 상태였다.

‘로프.’

하천의 양 끝으로 단단하게 고정된 로프가 물 위로 여러 개 떠 있었다.

파앗! 파앗!

자신이 로프를 못 볼까 염려했는지 몇 개의 라이트가 그 위를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고, 그에 이성하는 잡고 있는 요구조자를 더 단단하게 붙들었다.

[놓치지 않게 준비해!]

‘네!’

혹시나 로프를 잡는 반동에 요구조자를 떨어트릴까 한 대비였다.

그리고.

꽈아악!

“됐어!”

“좋아! 잡았어!”

순식간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동료 소방관들의 고함처럼, 지원팀이 걸어 둔 로프를 잡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끼이이익.

물론 그 반동에 로프가 끌리며 다리 밑으로 끌려가는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 로프는 금세 팽팽하게 당겨졌다.

“다, 당겨!”

“끄으으으으!”

안 그래도 거센 하천의 유속에 미리 대비하던 대원들의 노고 덕분이었다.

“좀 더 당겨!”

“당기고 있습니다!”

“한 번 더!”

“끄아아아아!”

로프가 물에 밀리는 순간, 대원들이 필사적으로 로프를 당겨 이성하와 요구조자의 위치를 고정시켰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로프를 고정된 모습에 몇몇 대원들이 단숨에 하천으로 뛰어들었다.

“허억, 허억. 튜브 잡아!”

거센 강물의 흐름에 끝까지 들어오진 못했지만, 단번에 물속으로 뛰어들어 이성하에게 새로운 튜브를 던졌고, 그런 지원팀의 구조를 통해 이성하는 물 위로 끌어올려질 수 있었다.

“좋아! 당겨!”

“당겨!”

튜브를 잡은 이성하의 모습에 모든 대원들이 용을 쓰며 끌어 당긴 덕분에, 이성하는 잠시 후 도로 위에 누워 만족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허억, 허억.”

[좋냐?]

‘네.’

거센 강물에 체력이 빠져 온몸이 녹초가 되긴 했지만, 결국 물속에 빠진 요구조자의 목숨을 살려 낸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제길! 의식이 없어! 구급대!”

요구조자의 상태를 살피던 대원이 다급한 표정으로 구급대를 호출했다.

“선생님. 괜찮습니까? 선생님!”

그에 달려온 구급대원이 다급한 표정으로 몸을 흔들어 봤지만 요구조자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호흡 없어! 기도 확보해!”

“아, 알겠습니다. 후웁. 후웁.”

그런 요구조자의 상태에 구급대원들이 바로 기도를 확보하고 인공호흡을 시도했지만, 요구조자의 상태는 여전했다.

[물을 너무 많이 먹었어. 숨 안 쉬어.]

렉스의 말처럼, 물을 너무 많이 마셔 요구조자가 호흡 정지 상태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말도 안 돼. 분명히 의식이 있었는데…….’

분명히 로프를 잡을 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던 요구조자의 상태를 분명히 확인했었다.

꽈아아악.

대답은 없어도 자신이 이야기할 때마다 팔을 꽉 잡는 그 힘을 분명히 느꼈으니까.

하지만 요구조자의 상태는 심각했다.

“열둘, 열셋, 열넷, 열다.”

투욱, 투욱, 투욱.

구조대원이 두 번의 인공호흡을 마치고 가슴 압박에 들어갔음에도 요구조자는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비켜! 내가 할게! 후웁. 후웁.”

“…….”

그 모습에 다른 구급대원이 교대해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도해도 여전히 변함이 없었고, 그 상태는 최후의 수단인 제세동기를 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 제세동 실시되었습니다.

삐이이익!

“좋아 다시 시작해!”

“하나, 둘, 셋, 넷.”

자동제세동기로 전기 충격을 가하고 가슴 압박을 실시했음에도, 여전히 요구조자가 반응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순간 현장의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제길…….”

“조금만 더 버티지…….”

“끄응…….”

다들 본능적으로 환자의 소생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말았으니까.

그리고 불길하게도 그 예감은 정확했다.

“하나, 둘, 셋, 넷.”

“…….”

아무리 구급대원들이 가슴 압박을 해도 환자의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름에 팀장으로 보이는 구급대원이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

차마 말은 꺼내지 못하지만, 이미 요구조자의 상태가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이다.

그랬기에 구급팀장은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 수배했어?”

“네, 연성대 병원 확인했습니다.”

“오케이. CPR 계속하며 이송한다.”

“알겠습니다!”

CPR을 계속하며 요구조자를 병원으로 옮길 것을.

하지만 그 말에 이성하가 바로 몸을 일으켰다.

“아닙니다. 아직입니다!”

지금 구급팀장의 말은 사실상 포기를 뜻했다.

현재 이성하가 지원팀에게 구조된 위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바로 앞에 있는 증산교였고, 이 근처에는 응급실을 가진 병원이 존재하지 않았다.

[10분, 이 빗길이면 아무리 빨라도 10분이야. 연성대까지 너무 멀어.]

렉스의 말처럼 아무리 빨리 달려도 구급대원이 말한 연성대까지는 10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게 분명했고, 그렇다면 무조건 이곳에서 요구조자의 호흡을 돌려놔야 했다.

‘안 돼. 차 안에서는 CPR도 제대로 안 될뿐더러, 도중에 압박이 중단되기라도 하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고속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는 제대로 된 CPR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바로 지쳐 있는 구급대원을 대신해 다시 한번 CPR에 들어갔다.

“제가 하겠습니다! 후욱. 후욱.”

다시 한번 요구조자의 기도를 확보해 거세게 숨을 두 번 불어넣고는.

“하나, 둘, 셋, 넷.”

요구조자의 호흡을 돌리기 위한 30회의 가슴 압박을.

하지만 구급대원들이 했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호흡을 이성하라고 해서 되돌릴 순 없었다.

‘잘될 거야. 지금까지 다 이걸로 살려 왔잖아.’

지금까지 자신이 해 왔던 구조 활동을 떠올리며 CPR을 행했지만, 여전히 요구조자의 상태는 변함이 없었고, 그에 누군가 이성하의 어깨를 짚었다.

“선배…….”

같은 구급대의 송현우였다.

“그만해요…… 병원 가야 돼요.”

언제 왔는지 이성하를 향해 슬픈 목소리로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에, 이성하는 결국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전기 충격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송현우의 말과 동시에 요구조자의 가슴에 달려 있는 제세동기가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알려서였고, 그에 이성하는 눈물을 흘렸다.

“제길, 왜!”

“선배…….”

“방금까지 살아 있었다고. 살아 있었다고!”

방금까지도 자신의 손을 굳건히 잡았던 요구조자가 가망이 없단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CPR 계속해!”

그런 이성하에게 박민규가 성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라인 잡으세요!”

“네?”

“정맥로 확보하라고요!”

“네, 네!”

그러고는 같이 있는 구급대원에게도 정맥로를 확보하라며 소리를 질렀고, 그 뒤로 박민규가 보이는 행동에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주임님 그거…….”

박민규의 손에 들린 물건 때문이었다.

[에피네프린…….]

“뭐, 뭐하세요!”

의사만 투약할 수 있는 의약품인 에피네프린을 박민규가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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