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106화 (106/235)

<강철 소방대 106화>

106화. 생환 (2)

* * *

이번 네팔에서 발생한 두 번째 대형 지진은 여진이 아닌, 2차 강진으로 기록되는 재난이었다.

무려 7.4의 높은 진도로 에베레스트 바로 밑을 강타한 초대형 지진.

그 때문에 각국에 보도되는 네팔의 소식은 모두 우울함만 가득했다.

[끝나지 않은 재난. 대형 눈사태로 에베레스트 밑에 존재하는 4개 마을 휩쓸려.]

[네팔 2차 강진. 최소 50명 사망, 1,1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걸로 보여.]

[이번 지진으로 인도와 티베트에서도 사망자 발생. 추가 지진 확률 높아.]

지진으로 인한 피해 복구가 거의 마무리돼 안심하나 싶었지만, 이번 지진으로 또다시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거기다 지원을 위해 파견된 대원들까지 실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세계는 아예 충격에 휩싸였다.

각종 인터넷 매체에서는 그에 댓글창이 불타고 있을 정도였다.

- 맙소사…… 미국특수 재난구조대까지 실종됐다고? 이거 일이 엄청 커지는 거 아냐?

- 당연히 크지. 국제구조대로 파견된 대원들까지 실종될지 누가 알았겠어? 거기다 추가로 올랐던 구조팀까지 실종 상태래.

- 실종된 팀이 또 있어?

- 어. 미국과 한국의 합작 구조대. 먼저 실종된 대원들 위치가 확인돼서 구조를 위해 산에 올랐다는데, 대원들 만나서 하산하겠다는 무전을 끝으로 연락이 없대. 그게 벌써 10시간 전이라는데?

- 그럼 사망했을 확률이 높겠네……

- 안타깝게도 그럴 확률이 높지. 구조팀이 있는 위치가 에베레스트 정상이라고 했으니까 말이야……

먼저 실종된 미국 대원들의 상태도 문제지만, 그들을 구하기 위해 추가로 산을 오른 한국 구조대까지 실종 상태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모두가 안타까운 음성을 토해 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일순 돌변했다.

<속보> 에베르스트 구조팀 기적적으로 연락 닿아. 미특수재난 구조대 에베레스트로 헬기팀 급파.

제목은 각각 다르겠지만, 같은 내용으로 전 세계로 보도된 한 줄의 속보 때문이었다.

그에 많은 이들이 그 뒤로 보도될 추가 소식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고, 그렇게 몇 시간 뒤 전해진 보도에 세계가 들썩였다.

“CNN의 케이트 모슬러입니다. 우리는 지금 기적을 보고 있습니다. 수십 시간 동안 실종됐던 대원들이 모두 구출돼 지금 네팔 카트만두에 마련된 임시 병원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흥분한 목소리로 막 착륙을 시도하는 헬기를 가리키며 보도하는 기자의 모습 때문이었다.

“비키세요!”

“응급 상황입니다! 모두 비켜 주세요!”

그런 기자의 뒤로 실종된 대원들로 보이는 몇몇 소방관들이 빠르게 병동으로 이송되는 모습이 송출되었다.

그에 전 세계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에에에!”

“봤어? 6명 전부 살아 있어!”

“그래. 나도 봤어! 미친! 전부 살아 돌아왔어!”

실종된 지 며칠의 시간이 지나 내심 포기하던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실종된 대원들이 모두 살아오는 기적 같은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많은 이들은 직접 헬기를 조종해 구조팀을 구해 온 미국 구조대장 모스를 칭송했다.

- 대박. 에베레스트를 헬기로 올라갔다고?

- 그게 그렇게 대단한가요?

- 대단 정도가 아니에요. 헬기 운행 한계 고도가 6천 미터인데 에베레스트는 8천 미터가 넘거든요. 말 그대로 추락할 위험 감수하고 올라간 거예요. 동료들 구하려고.

- 맙소사. 완전 영웅이네……

- 영웅이죠. 슈퍼맨 저리 가라임. 내가 헬기 조종사인데 저 고도는 엔진도 문제지만 바람 때문에 조종 자체가 힘듬. 그냥 최고입니다!

목숨을 걸고 직접 헬기를 조종해 산을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그 용기에 존경심을 표현했으니까.

하지만 그 같은 관심에 모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아닙니다. 저 이전에 구조팀을 구하기 위해 산을 오른 이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포기하던 상황에서 우리 미국을 위해 손을 내민 한국 구조대죠. 그들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구조는 절대 불가능했을 겁니다. 특히 이성하.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요. 그래서 약속드립니다. 만약 한국이 재난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구조대는 우리가 될 겁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한국 구조대가 우리에게 보여 준 우정을.”

이번 상황을 공식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한국 구조대, 그중에서도 이성하가 아니었다면 구조가 불가능했다고 나중에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으며, 그런 미국 구조대장의 브리핑에 한국은 난리가 나 버렸다.

- 미친. 이거 실화임? 공식 석상에서 미국 구조대가 한국 구조대에게 빚을 졌다고 말한다고?

- 와, 소름 돋음. 미국 대장 눈빛 봄?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눈빛임.

- 장난 아니네. 저 말대로라면 이번 구조팀의 생환 자체가 우리 구조대가 있어서 가능했다는 거잖아.

- 보고도 모름? 결코 잊지 않겠다잖아. 우리 구조대가 제대로 일냈네.

- 제대로 일냈지!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오늘 제대로 취합니다!

- ㅋㅋㅋㅋ 국뽕 제대로긴 하네. 미국이 공식 석상에서 보답하겠다고 말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대단했다는 거야?

다른 나라도 아닌, 구조의 주체가 된 미국에서 모든 공을 한국으로 돌리는 모습에, 다들 요동치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다.

그 덕분에 국제구조대가 귀국하는 날엔 인천공항이 완전히 북새통이 돼 버렸다.

“국제구조대 여러분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네팔에서 고생하고 오신 국제구조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너무 멋있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국격을 높인 국제구조대를 환영하기 위해, 많은 국민들이 입국하는 구조대원들을 향해 열렬한 환호를 보냈으니까.

그리고 당연히 환영을 온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건 이성하였다.

‘제발. 알아보지 마라. 제발…….’

일부러 모자를 푹 눌러써 얼굴의 반을 가려 봤지만.

“저기 저 사람 아냐?”

“맞아. 뉴스에서 본 얼굴 맞아. 아이언 맨! 여기 한번만 봐주세요!”

“뭐? 아이언 맨?”

“저기다! 중간이야!”

그럼에도 알아본 사람의 고함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고, 그에 당황해하는 이성하의 모습은 그대로 그날 뉴스로 보도됐다.

“이번 미국 구조대를 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걸로 알려진 이성하 소방관의 모습입니다. 꽤 큰 부상을 입어 몸이 불편할 텐데도 환호를 보내는 국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한데요. 이런 소방관분들이 계시기에 우리는 안도하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건지 모릅니다.”

누가 봐도 당황한 표정으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지만, 콩깍지가 쓰인 기자의 발언에 좋게 포장돼 티비로 보도됐으며, 그 때문에 이성하는 현재 창피함에 얼굴을 못 들고 있었다.

“푸하하하하. 표정이 이게 뭐냐?”

“그만 웃어요…….”

“큭큭큭큭.”

“아, 진짜!”

“웃긴 걸 어떡해? 안 그래? 네가 봐도 안 웃기냐?”

“끄응.”

병문안을 온 오성수가 바로 웃으며 핸드폰을 내밀 만큼, 귀국하는 이성하의 당황해하는 얼굴이 온라인 곳곳에 퍼졌던 것이다.

“야, 괜찮아. 기자 말처럼 너 당황해하는 거 티 안 나. 영웅처럼 보이는데 뭐.”

그런 풀죽은 이성하의 모습에 오성수가 장난이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상황을 수습해 보려 했지만 그 말은 결코 이성하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 아니었다.

“큭큭큭큭.”

오성수와 같이 병문안을 온 허석훈이 그 옆에서 웃음을 참고 있었으니까.

누가 봐도 놀리는 모습이었다.

“풋.”

자신을 항상 친동생처럼 챙겨 주던 오성수의 여자 친구마저 그 옆에서 웃음을 참고 있었고, 그에 이성하는 울고 싶어졌다.

‘망했어…… 난 결혼 못할 거야.’

화면으로 나간 자신의 모습이, 자기가 보기에도 웃겨보였던 것이다.

[먹물 맞은 슈렉 같긴 하네.]

‘아, 진짜!’

[왜? 닮은 걸 어떡해. 딱 먹물 맞은 슈렉이잖아.]

귓가로 들리는 렉스의 말처럼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동상 때문에, 누가 봐도 먹물 맞은 슈렉처럼 보이는 게 자신의 얼굴이었으니까.

다행히 괴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한 달이면 되돌아올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긴 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네이브…….’

오성수가 내민 화면에는, 그 사진이 한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네이브에서 자신의 인물 프로필로 등록돼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프로필의 사진을 꽤 많은 사람들이 퍼갔는지, 그 밑으로 보이는 수많은 블로그에 그 사진이 대표 사진으로 걸려 있었고, 그에 이성하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난 끝났어…….’

평생을 흑역사로 남을 모습이 온라인에 도배된 사실에, 인생이 끝났다는 사실이 들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나오는 건 분노였다.

‘데일, 그 자식 때문이야.’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게 지금쯤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데일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미국 대장 모스의 인터뷰가 포문을 연 건 맞았지만, 이성하가 지금과 같은 유명세를 타게 한 건 미국으로 돌아가서 TV쇼에 출연한 데일의 인터뷰였다.

“어렵게 모셨습니다. 에베레스트의 지옥에서 살아온 미국의 영웅 데일 마커. 모두 뜨거운 박수로 환영해 주십쇼.”

“하하하. 안녕하세요. 데일 마커입니다.”

자신과 똑같은 부상을 입어 괴상한 얼굴임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멋들어진 슈트까지 착용해 유명 TV쇼에 출연한 데일.

그리고 데일은 거기서 한편의 멋들어진 영웅담을 늘어놨다.

“힘겹게 캠프3에 도착했는데 안타깝게도 무전기가 안 터지더라고요.”

“무전기가요?”

“네, 오랫동안 산속에 있다 보니 무전기의 배터리가 방전된 거죠. 그래서 전 거기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헬기가 착륙하려면 시야가 확보돼야 하는데, 하필 그때 안개가 짙게 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는 다르더라고요.”

“그 한국의 소방관 말이군요.”

“네, 그 친구가 저에게 용기를 불어넣었어요. 한국의 소방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는 일이 없다. 그러면서 비상용으로 주어지는 조난 폭죽을 꺼내 들었고, 그 친구와 저는 그렇게 몇 시간이고 지옥 같은 추위 속에서 하늘을 향해 폭죽을 쏘아 올렸어요. 그 신호를 다행히 모스 대장이 보고 우리를 구한 거죠.”

이성하가 생각했을 땐 어떻게든 살기 위해 조난 폭죽을 쏘아 올린 거였지만, 그 과정을 무슨 영웅의 대서사시를 풀이하듯 멋들어지게 설명했고, 그에 대한 결과로 이성하는 소방청의 상위 기관에 해당하는 국민안전처에서 표창장을 받게 된 상태였다.

“야, 그리고 이거. 미리 전화 받아서 알지?”

“네. 국민안전처 장관 표창장이요.”

“그래. 그때까지 빨리 몸조리해야 돼. 가능하면 두 발로 서서 당당하게 표창장 받는 게 낫잖아.”

사실 오늘 허석훈과 오성수가 병문안을 온 이유가, 이성하에게 다음 주에 있을 표창 수여식을 알려 주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데일에 대한 분노를 잠시 접어 둔 상태였다.

[참아. 그래도 그것 때문에 진급하잖아.]

‘끄응…….’

렉스의 말처럼 이번 수여식에 특별 승진이라는 포상이 따라붙은 상황이었으니까.

심지어 한 가지 더 좋은 소식이 있었다.

“참, 그리고 너 승진하면 바로 막내 탈출이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다음 주에 신입 들어오거든. 그것도 두 명이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