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소방대 94화>
94화. 재난! 재난! 재난! (2)
히말라야산맥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고 거대한 산맥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해발 8,848m 높이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가 있는 있는 건 물론, 총 2,400km의 길이로 아시아 대륙의 남부를 가르는 거대한 산계.
그 때문에 히말라야에서 발생하는 눈사태는 멀리서 봐도 눈에 뜨일 정도로 거대했다.
드드드드드!
정상에서 시작된 눈사태가 삽시간에 커져 주변으로 무섭게 번져나갔고, 그로 인해 일어난 건 지옥이었다.
“맙소사…….”
“저기 마을 있는 곳 아닙니까?”
“이런 썅! 뭐야! 도대체!”
거리가 있어 정확히 확인은 안 되지만, 그 밑으로 존재하는 마을까지 눈사태에 쓸려나가는 모습이 보인 것이다.
하지만 구조대가 지금 신경 쓸 상황은 히말라야가 아니었다.
“मलाई सहयोग गर!(도와줘요!).”
“हे भगवान! श्रीमती!(안 돼! 여보!).”
방금의 지진이 너무 거대했던 탓에, 캠프 주변에 존재한 주택가 역시 아비규환이 된 상태였다.
“проклятие! Всем выйти из машины!(제길! 모두 차에서 내려!)”
“マツダ! 車から装備を取り出して!(마쓰다! 차에서 장비 꺼내!)”
“Central! This is Team B! We going to start the rescue right away.(본부, 여기는 B팀! 미국 구조대! 바로 구조 작업 시작한다!)”
그 때문에 헤어질 준비를 하던 각국의 구조대가 다급한 표정으로 구조 작업에 나섰고, 그 모습은 버스에 올라타 공항으로 향할 준비를 하던 한국의 구조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헬멧 착용해!”
“탐지기랑 구조견 준비한다!”
“우리는 우측이야! 시간 없어! 다들 빨리 움직여!”
“알겠습니다!”
한국의 구조대 역시 부상자들이 신음하는 모습에 그대로 장비를 챙겨 구조 작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구조 작업은 쉽지 않았다.
“선배님. 유압 장비 있는 나라 없다고 합니까?”
“있겠냐! 다 돌아간다고 어제 장비 실어서 보냈는데.”
모든 구조대가 철수를 하던 상황이다 보니, 제대로 된 장비가 없는 상태였다.
“군부대는 요청했어?”
“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린답니다.”
“제길. 거리가 멀다 보니 할 수 없지.”
항상 지원을 하던 군부대 역시 같은 이유로 부대로 돌아가 인력 역시 부족한 상황.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각국의 구조대는 악착같이 구조 작업에 나섰다.
“좀 더 들어!”
“끄으으으으!”
“좀 더!”
장비가 없다면 맨몸으로라도 부서진 건물의 잔해물들을 들어 올렸고.
“붕대는?”
“가져오고 있습니다!”
“소독제 필요해!”
“여기 진통제!”
그렇게 구해 낸 부상자들에게 필사적으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응급조치들을 해나갔다.
“아플 겁니다. 참아요.”
“उहहहह. (으헝헝.).”
“알아요. 좀만 참아요. 좀만.”
대화는 통하지 않지만, 어떻게든 고통에 신음하는 부상자들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구조 작업을 이어 나간 것이다.
이성하 역시 그런 부상자들을 살리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닌 건 마찬가지였다.
“이성하, 최영인, 박근석, 고두영. 너희는 환자 이송조야! 구급대가 위중하다고 말하는 환자는 너희들이 병원으로 이송한다.”
“알겠습니다!”
생명이 위중한 부상자들을 살리기 위해, 병원과 현장을 오가는 악전고투를 이어 나갔으니까.
하지만 그러다 문제가 발생했다.
“성하야! 요구조자가!”
“……!”
병원으로 이송까지 할 정도의 환자라는 말은 응급 처치로는 치료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위독하다는 말이었다.
“콜록, 콜록. 우웨엑.”
들것에 실려 이동 중인 환자가 중간에 피를 토하며 숨이 멎는 상황이 발생했고.
“젠장, 숨 안 쉬어! CPR할게요!”
“아, 알았어!”
그에 이성하가 환자에게 빠르게 CPR을 시도했지만, 환자의 숨은 돌아오지 못했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성하야. 그만해. 사망했어…….”
“하나! 둘…….”
“이성하!”
직접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도중에, 생명을 잃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인지 계속해서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망자는?”
“박타푸르에서만 총 세 명입니다…….”
전에 있던 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강진이었기에, 두 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한 거였고, 그에 구조를 마치고 복귀하는 구조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제길…… 이거 더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러겠지. 아직 반도 수색하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워낙 박타푸르 지역이 넓었던 만큼, 아직 모든 구역을 수색하지 못해 몇 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캠프로 돌아온 한국 구조대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젠장, 이게 무슨 난리야!”
“엿 같아서 미칠 거 같습니다. 왜 또 이런 일이 발생하냐고요!”
모든 구조가 끝났다고 생각한 상황에서, 또다시 발생한 재난에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했으니까.
하지만 누구보다 이 상황에 마음이 씁쓸한 건 이성하였다.
“이성하, 너 어디 가?”
“잠깐 바람 좀 쐬고 오려고요.”
자신을 부르는 선배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긴 했지만 답답한 마음에 혼자 밖으로 나섰고, 그렇게 나와서는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처음이에요.’
처음이었다.
‘살리지 못한 거.’
눈앞에서 요구조자를 잃은 게.
[신경 쓰지 마. 네 잘못 아니잖아.]
그런 이성하의 모습에 렉스가 씁쓸한 목소리로 위로하려 했지만, 그 말은 이성하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그래요?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그동안 구조 작업을 벌이며 시신을 발견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었다.
그냥 단순히 사망자를 발견한 거라면 이렇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을 일이었다.
‘그럼 저게…….’
[그래. 사람이야. 총 셋이네. 아이도 있고.]
예전 장건호가 충격을 받았던 차량 폭발로 인한 사망자 사고 때나.
“이미 사망했습니다.”
“빨리 꺼내서 가족들 만나게 해 주자.”
“넵.”
이번에 네팔에 도착해서 본 많은 시신들처럼, 많지는 않아도 사망자를 목격한 건 이미 겪어 본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마음이 답답한 거였다.
“그렇게 사망할 환자가 아니었어요.”
[야, 인마.]
“그렇잖아요. 건물에서 조금만 더 빨리 꺼냈으면 살지도 몰랐는데.”
환자를 건물에서 조금만 더 빨리 꺼냈다면.
아니, 병원으로 이송하는 시간만 좀 더 서둘렀으면 환자가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에.
하지만 이런 상념에 잡혀 시간을 낭비할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계속 신경 쓸 거야? 아직 생존자가 더 있을 수도 있는데?]
렉스의 말처럼 아직 생존자가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었다.
살리지 못한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은 당연하지만 그걸 미련으로 남겨 두는 것만큼은 소방관으로서 절대 해선 안 될 일이었다.
그리고 그걸 이미 몸으로 한번 경험한 적이 있는 이성하는 잘 알고 있었다.
‘안 되죠. 선배들에게 폐 끼칠 순 없잖아요.’
이런 작은 마음의 틈이 동료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짜악!
그 때문에 이성하는 평소 정신을 차리는 방법대로 얼굴을 두 손으로 강하게 두드렸다.
[새끼. 이제야 이성하 같네.]
‘더 잃을 순 없으니까요. 들어가시죠. 내일 준비해야죠.’
내일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나간 일을 신경 쓸 수는 없었다.
그런데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캠프에서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성하! 회의실로 집합이다!”
“회의입니까?”
“그래. 비상 소집이야! 빨리 와!”
예정에 없던 비상 소집이었다.
“알겠습니다!”
그에 진지한 표정으로 회의실로 뛰어간 이성하는,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조용히 뒷줄로 합류했다.
[쟤 미국 구조대장 아냐?]
‘네. 맞아요. 갑자기 밤에 왜 왔지?’
난데없이 미국 구조대장이 회의실에 같이 있는 모습에 뭔가 일이 발생했음을 직감한 것이다.
“하…… 젠장.”
미국 구조대장이 이야기를 마치고 나가자마자 구조대장이 답답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마음을 정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전체 회의로 결정하는 게 좋겠지?”
“네, 이건 우리끼리 결정할 문제가 아닌 거 같습니다.”
구조대장이 곁에 있는 양유철에게 의사를 묻고는 대원들을 바라봤고, 곧 꺼낸 말에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히말라야산맥에서 요구조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등산객 한 명과 안내인 역할을 하는 세르파 두 명이 오늘 산에 올랐다가 눈사태에 휩쓸렸는데, 그들을 구하러 산에 오른 미국 구조대원 두 명이 현재 실종 상태다.”
“…….”
미국 구조대장이 찾아온 것에 내심 히말라야 문제가 아닐까 생각은 했지만, 단순 등산객이 아닌, 구조활동을 하던 미국 구조대원이 실종됐다는 말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실종이라는 말은 연락이 끊긴 겁니까?”
그에 한 대원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구조대장의 말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한다. 그것 때문에 현재 정확한 상황도 모르는 상태고. 그래서 미국 구조대에서 지원 요청이 온 거야. 수색 작업을 벌여야 하는데 범위가 너무 넓어 각국 구조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미국 구조대마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도움을 청하러 온 상황이었다.
연락조차 되지 않아 광범위한 수색이 필요해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었고, 그에 대원들은 조금도 고민 없이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지원 가야 되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지금이라도 바로 출발해야 됩니다!”
국적은 달라도 자신들과 같은 동료 소방관들이 실종됐다는 말에,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성하 역시 그에 한 목소리를 보탠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저도 찬성입니다! 무조건 지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구조자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동료를 버리는 건 소방관에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내심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었다.
‘데일, 설마 너는 아니겠지.’
괜히 하루 전날에 떠난 데일의 존재였다.
‘불안한데…… 이 새끼면 끼어 있을 거 같단 말이야.’
그의 새로운 근무지가 지금 사건이 일어난 히말라야라는 사실에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대장님, 혹시 실종된 대원들 이름 알 수 있겠습니까?”
그 때문에 이성하는 손을 들어 실종된 구조대원들의 신상을 물었다.
혹시나 미국 구조대장이 실종된 대원들을 알려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고 안타깝게도 불길한 예감은 맞고 말았다.
“챈들러, 데일이다.”
그런 이성하의 마음을 알았는지, 옆에 있던 양유철이 지원 요청서를 손에 들고 씁쓸한 표정으로 실종된 대원들의 이름을 불렀다.
“데일입니까?”
“그래. 그 친구가 맞아. 매일 우리 캠프에 찾아오던 놈.”
데일이 맞냐는 물음에 틀림없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이성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멍청한 새끼. 다음에 보자고 해 놓고 이게 무슨 꼴이야!’
당당하게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해 놓고 연락도 없이 실종된 상황에 분통을 터트린 것이다.
그 때문에 다시 한번 확신에 찬 눈빛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그중에 데일이 있다면 더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식 잠깐이지만 우리랑 생사고락을 함께한 친구였습니다.”
국적은 다르지만 무너지는 병원에서 함께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동료가 데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구조대장과 선임 대원들이 섣불리 지원을 결정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히말라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들이 모여 있는 산맥이 그 히말라야였고, 심지어 구조대원들이 실종된 곳은 그중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였다.
“그게 에베레스트라도 같은 생각이냐?”
세계에서 가장 하늘과 가깝다는 에베레스트를, 동료를 찾기 위해 올라야 하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