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91화 (91/235)

<강철 소방대 91화>

91화. 국제구조대 (8)

이성하 역시 그 무리에 합류한 건 당연했다.

그그그그그그.

“이런 제길!”

상황을 듣기도 전에 벽과 천장에서 느껴지는 불안한 울림에, 다급히 근처의 목재를 챙겨 선배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으니까.

그리고 도착해서는 확인한 상황에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썅!”

단순히 금이 간 수준이 아니었다.

투둑. 툭. 툭.

이미 벽 쪽으로 이어진 천장의 모서리에서 균열이 발생해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저 부위부터 안 받치면 건물 그대로 무너진다!]

‘상판!’

렉스의 말처럼 균열을 막지 못하면 건물이 그대로 매몰된다는 생각에, 천장을 받칠 자재를 찾기 위해 몸을 움직인 것이다.

다행히 상판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무판은 이미 잘라져 있는 상태였다.

‘이거다.’

안 그래도 혹시 모를 여진을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 뒀는지, 이미 적절한 크기의 목재들이 한편에 잔뜩 쌓여 있었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단번에 적절한 크기의 상판을 집어 들었다.

“선배!”

“그래. 알았어!”

근처에 있는 최영인과 눈빛을 주고받고는 그대로 상판을 들어 균열이 일어난 천장 쪽으로 이동했고, 다행히 그런 생각을 한 건 이성하만이 아니었다.

“상판으로 사용할 목재 더 들고 가!”

“Take two pillars! Must be firmly supported!(기둥 두 개 챙겨! 무조건 단단하게 받쳐야 해!)”

다른 구조대원들 역시 균열이 일어난 천장을 받칠 목재들을 챙겨 들었다.

“Make a T-shaped support!(T자 지지대로 해!)”

“수평 안 맞아! 기둥 제대로 들어!”

목재들을 이용해 미리 대기하던 구조대원들이 빠르게 균열이 이는 천장을 받치기 위해 지지대를 만들었으며, 빠른 조치 덕분인지 무너질 것 같은 울림을 토하던 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Stopped.(멈췄어!)”

“됐습니다! 됐어요!”

“휴.”

점점 커져 가던 천장의 균열이 일시적으로나마 진행을 멈추는 모습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이다.

하지만 안도는 할지언정, 상황이 끝났다는 건 아니었다.

툭. 투둑. 툭.

천장의 균열은 멈췄지만 여전히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끼이이익.

거기다 천장을 받치는 지지대에 부하가 걸리는지 지지대를 구성하는 목재에서 불안한 소리가 들렸고, 그에 미국 구조대장은 의료진 쪽에 다급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James! How think it will take?(제임스! 얼마나 걸릴 거 같아?)”

시간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What?(뭐라고?)”

“It‘s time! Building will collapse soon!(시간 말이야! 곧 건물이 무너질 것 같아!)”

일시적으로나마 붕괴를 막긴 했지만, 그래 봐야 시간문제라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대답에 미국 구조대장은 환한 표정을 지었다.

“15minutes? No, 10minutes. Ends soon!(15분? 아니, 10분. 곧 끝나!)”

수술이 거의 끝나 간다는 의사의 말이 들려서였다.

“Really?(정말이야?)”

“Okay. So don‘t talk.(그래. 그러니까 말 걸지 마.)”

놀라 되묻는 말에도 틀림없다며 수술에 속도를 붙여 가는 의사였고, 이성하 역시 그 말에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좋아, 10분 정도라면 버틸 수 있어.’

[그래. 생각보다 외벽이랑 천장, 바닥을 안정화시키는 쇼어링이 빠르게 돼서 그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어.]

자신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렉스의 말처럼, 빠르게 설치된 여러 개의 지지대를 보면 10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때였다.

삐비비비빅!

1층에 도착했을 때 들렸던 경고음이 다시 한번 들려왔다.

“V-tach!(심실빈맥입니다!)”

“Dame it, Prepare the defibrillator! 150!(젠장, 제세동기 준비해! 150줄!)”

“Ready!(준비됐습니다!)”

“Back off! Shot!(물러서! 샷!)”

투웅!

그에 의료진이 다급한 표정으로 환자에게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고.

삐익. 삐익. 삐익.

“Heart beats again!(심장 다시 뜁니다!)”

“Ha…….(하…….)”

“다행이다. 돌아온 거 같아요.”

다행히 정상으로 돌아온 듯한 환자의 모습에 지켜보던 구조대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Sorry, Morse. Will take another hour.(미안, 모스. 한 시간은 더 걸릴 거 같아.)”

“What?(뭐?)”

“Bleeding on the inside. If the bleeding is not stopped, this patient will die.(내부에 출혈이 있어. 출혈 잡지 못하면 이 환자 죽어.)”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수술을 마무리하는 데 1시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고, 그건 구조대에게 있어 절대 안 될 말이었다.

“1 hours? It’s not possible.(1시간? 안 됩니다.)”

“That time is absolutely impossible!(그 시간은 절대 불가능해요!)”

“지금 안 된다고 하는 거야?”

“1시간은 더 걸릴 거 같답니다.”

“젠장!”

미국 구조대나 한국 구조대 역시 1시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절대 불가능하다며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버티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성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말도 안 돼. 1시간은 절대 무리야.]

‘무리죠. 지지대는 어디까지나 임시 고정용이에요. 지금처럼 붕괴가 시작된 상황에서는 더더욱요.’

아무리 단단한 목재로 지지대를 만들어 봤자, 애초에 콘크리트 더미를 목재로 받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든 그 한 시간을 버텨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Then how? Let the patient who wants to live like this die?(그럼 어떻게 해? 이렇게 살려 달라는 환자를 죽게 나둬?)”

그런 구조대의 말에 계속해 수술을 집도하던 의사가 울분을 토했고, 그에 구조대는 아무 말을 못 했다.

삐익. 삐익. 삐익.

의사의 말처럼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리는 환자의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로 들리기에.

“이런 썅!”

“Dame.(제길.)”

사람을 구하는 구조대로서 차마 포기하란 말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건물 안에 남아 그대로 생매장을 함께 기다려 줄 수도 없었다.

투둑. 툭. 툭.

붕괴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리듯 천장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구조대장들은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Let’s stop.(그만합시다.)”

“나갈 준비를 한다.”

의료진과 남아 있는 구조대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수술을 중단할 것을.

물론 밖으로 나가면 전기를 쓰지 못해 환자가 목숨을 잃을 게 뻔했지만,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모두 준비해!”

“건물은 포기합니까?”

“그래. 자칫하다 건물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대형 인명 피해다. 환자는 나가서 생각한다.”

마음은 아프지만, 건물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환자만이 아닌 이곳에 있는 모두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한 구조대원이 손을 들었다.

“대장님, 그냥 무너트리면 안 되는 겁니까?”

상황을 지켜보던 이성하였다.

“뭐?”

“이쪽은 괜찮아 보여서 하는 말입니다. 전체적으로 금이 가긴 했지만, 균열이 일어난 부분은 창가 쪽만이잖아요. 저쪽만 무너트리면 이쪽은 지지대 때문에 어떻게든 유지가 될 거 같은데 안 되는 겁니까?”

균열이 일어나는 창가 쪽 벽을 가리키며 그쪽을 무너트리자는 말에, 대원들이 이성하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뭐? 건물을 무너트려?”

“이 새끼가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너 미쳤어?”

“대장님 무시하십쇼. 애가 당황해서 그렇습니다. 이 새끼가 무슨 말 하는 거야?”

어떻게든 건물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러 건물을 무너트리자는 말에 어이가 없던 것이다.

하지만 이성하는 가볍게 생각하고 꺼낸 말이 아니었다.

‘아니야. 충분히, 가능해.’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자신이 배운 도시 탐색 작업을 떠올리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 때문에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선배들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지금까지 우리가 계속한 거 말입니다. 매몰된 건물의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내는 작업이요. 그것처럼 천장에 경계선을 나누면 안 됩니까?”

구조대원들이 내부를 탐색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자르고 들어내는 작업을 이곳에도 사용하자는 말이었다.

“저번에 보니까 창훈 선배가 구멍을 뚫는 식으로 콘크리트를 절단하더라고요. 그것처럼 구멍을 뚫듯이 천장에 경계선을 나누는 겁니다. 드릴을 이용해 천장에 점선으로 구멍을 뚫고, 균열이 일어난 천장 쪽 벽을 로프로 묶는 거죠. 그리고 그 벽을 로프를 이용해 바깥쪽으로 잡아당기면 이쪽은 괜찮은 거 아닙니까?”

천장에 구멍을 뚫어 경계선을 나눈 뒤, 균열이 생성된 부분을 로프로 고정해 잔해물을 들어 올리듯 잡아당겨 인위적인 붕괴 상황을 만들자는 말에, 선임 대원들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 균열이 생성된 부분을 잘라 낸다고?”

“이거…… 가능한 거 아닙니까?”

“대장님, 천장이 잠깐만 버텨 준다면 가능할 거 같은데요?”

처음만 해도 말도 안 되는 방법이라 생각했지만, 듣고 보니 충분히 가능한 방법에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본 것이다.

구조대장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시 탐색 구조 방법을 역으로 사용한다고?’

매몰된 현장에 들어가는 방법을, 반대로 건물을 무너트리는 데 사용하는 건 이때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정신을 바로 했다.

‘시간이 없어.’

그그그그극.

천장을 지탱하는 지지대에서 흘러나오는 요란한 소리를 보면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에 바로 휘하 대원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국 구조대에 상황을 설명했다.

“Morse, we decided to hold out. Going to knock down the cracked side, leaving this side behind.(모스 대장, 우리는 버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쪽을 남겨 두고 균열이 일어난 쪽을 쓰러트릴 겁니다.)”

이성하가 말한 대로 한쪽 벽을 무너트려 이쪽을 보존하는 방법을.

그 설명에 미국 구조대장 역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단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khan, Jay, Dale. The Korean rescue team goes the way it said.(칸, 제이, 데일. 한국 구조대가 말한 방법으로 간다.)”

옆에서 같이 설명을 들은 각 팀의 팀장에게 한국 구조대를 가리키며 작전의 변경을 지시했고, 그에 양측 구조대의 손에 건물 해체를 위한 공구가 쥐어졌다.

그그그그극.

“Okay.(좋아.)”

“시작하자.”

재난 사상 최초로 구조대가 건물을 무너트리는 순간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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