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소방대 83화>
83화. 까짓것 뭐 (5)
* * *
최강소방관에 참가하는 연동 소방서의 참가자는 총 두 사람이었다.
- 이번 참가자는 연동 소방서의 김형우 소방관입니다. 김형우 소방관은 출발 지점으로 와 주십시오.
“으라차!”
본부석의 호명에 막 기분 좋은 함성을 지르며 나서는 소방관과.
“김형우 파이팅! 제대로 보여 줘!”
그런 동료의 출전에 주먹을 치켜들며 고함을 지르는 소방관까지.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이성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만만해할 만하네요.’
[그러게. 두 사람 모두 근육이 제법인데?]
겉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근육이 생각보다 대단해서였다.
방금까지는 당근복을 입어 몰랐지만 지금은 출전을 위해 반바지로 갈아입어 그들의 탄탄한 하체가 그대로 드러났고, 그렇게 드러난 하체를 보면 두 사람이 얼마나 단련을 해 왔는지는 익히 알 수 있었다.
“연동, 파이팅!”
“형우야, 가자! 하던 대로 해! 하던 대로!”
“너희 빼고는 우승할 사람 없어! 우승이다! 우승 가자!”
그들이 속한 연동 소방서에서 열띤 응원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그들 역시 한 소방서를 대표해 나올 만큼 뛰어난 신체를 지닌 이들이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집중하는 표정으로 먼저 출전하는 김형우를 바라봤다.
‘어디 볼까.’
그 자신만만한 태도만큼이나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됐으니까.
그리고 김형우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삐이이익!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부저를 누르자마자 매서운 기세로 튀어 나가는 김형우였고, 그렇게 나오는 김형우의 실력은 대단했다.
- 1분 28초! 대단합니다! 김형우 소방관 압도적인 속도예요!
- 네, 지금 1분 30초 안에 들어온 소방관은 김형우가 처음이거든요. 정말 대단합니다! 엄청난 속도입니다!
- 호스를 전개하고 정리하는 첫 번째 코스를 처음으로 1분 30초 안에 끊었다.
“허억. 허억.”
“미쳤다! 물통은 그렇다 쳐도 70kg짜리 마네킹을 그냥 들고 뛰어갔어!”
물통과 마네킹을 날라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두 번째 코스는 2분을 넘지 않았고.
촤라라라락!
“좋아, 통과!”
사다리 전개하고 감시탑에서 호스를 끌어올리는 세 번째 코스 역시 1분 중반대를 기록했다.
탁! 탁! 탁! 탁!
“달려! 형우야! 달려!”
마지막 코스인 11층 감시탑 오르기 역시 전력으로 질주해 빠른 속도로 통과했으며, 그렇게 김형우가 기록한 기록은 놀랍게도 4분 58초였다.
- 맙소사, 4분 58초!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5분 안에 들어오는 참가자가 나왔습니다!
- 정말 대단합니다. 지금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단번에 마지막 코스까지 완료했거든요. 김형우 소방관이 1등으로 올라갑니다!
“와아아아아아!”
“김형우! 김형우! 김형우!”
마치 이래서 자신이 다른 소방관들을 비웃은 거라고 주장하듯, 단번에 최고 기록을 달성해 대회장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 다음은 연동 소방서의 허명진 소방관입니다. 허명진 소방관은 출발 지점으로 와 주십시오.
몇 차례의 순번이 지나고, 마지막으로 남은 연동 소방서의 허명진이 출발지점으로 나섰다.
“선배님. 보여 주십쇼!”
“그래. 인마! 내가 네 기록 깨도 울면 안 된다.”
현재까지 1등을 기록하는 김형우와 장난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출발점에 선 허명진의 속도는, 놀랍게도 앞서 참가했던 김형우보다 더욱 빨랐다.
- 미쳤습니다! 4분 52초! 허명진 선수가 또다시 4분대를 기록합니다!
- 연동 소방서 장난 아니네요. 김형우도 대단했지만 허명진이 그 기록을 갈아치웁니다. 허명진 소방관이 4분 52초로 1등으로 올라갑니다!
무려 김형우보다도 7초나 빠른 타임으로 결승점을 통과해, 대회를 중계하는 진행위원들이 기염을 토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 모습에 연동 소방서의 소방관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연동! 연동!”
“구조 분야는 우리가 최고다!”
“그럼! 1,2등 전부 우리가 먹었다고!”
최강소방관의 1, 2등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연동 소방서의 소방관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 모습에 유일하게 웃음을 짓는 소방관들이 있었다.
“에이, 아직 대회도 안 끝났는데 왜들 설레발이야?”
“그러게요. 아직 성하가 남았는데 말이에요. 흐흐흐.”
이성하를 언급하며 자신만만한 웃음을 짓는 은평 소방서의 소방관들이었다.
“슬슬 일어나자. 실력도 실력이지만 응원도 우리가 1등이라는 걸 보여 줘야지!”
“알겠습니다!”
4분이라는 기록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당당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는 은평 소방서의 소방관들이었고, 이내 그들은 이성하가 등장하는 모습에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 다음은 은평 소방서의 이성하 소방관입니다. 이성하 소방관은 출발 지점으로 와 주십시오.
“와아아아아!”
“가자, 이성하!”
“보여 주자! 누가 우승인지!”
“은평이 최고다! 우승 가자!”
자신들을 대표해 마지막 참가자로 대회에 나서는 이성하를 향해 응원의 함성을 내지른 것이다.
물론 그런 은평 소방서의 응원을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소방관은 없었다.
“에이, 우승은 무리지.”
“그럼 4분대가 나왔는데. 4분이면 전국에서도 보기 힘든 실력이야. 저걸 어떻게 이겨?”
허명진과 김형우의 기록이 전국에서도 나오기 힘든 4분대의 기록이라서였다.
- 작년 전국대회 입상 기록이 어떻게 됐죠?
- 대회장이 다르다 보니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3등 기록이 4분 56초였습니다.
- 와, 그럼 얼마 차이 안 나네요.
- 네. 거의 우승은 확정됐다고 봐야죠.
중계 중인 진행위원들의 설명처럼, 전국에서도 입상을 노려볼 수 있는 게 허명진과 김형우의 4분대 기록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말에 응원을 하던 허석훈과 오성수가 피식 웃었다.
“4분? 성하도 4분대 아니었냐?”
“네, 연습 때 성하도 4분대였어요. 그것도 40초대요. 흐흐흐.”
연습 때의 기록이지만 이성하 역시 4분대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현재 1등인 허명진보다 무려 10초나 빠른 40초대를 기록해 이렇게 자신하는 거였고, 실제로 이성하는 그런 선배들의 기대를 이뤄 줄 자신이 있었다.
[보여 줘. 두 달 동안 많이 고생했잖아.]
‘그럼요.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렉스의 말처럼 지난 2개월의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우승을 못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한쪽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허명진과 김형우에게 웃음을 지었다.
씨익.
그깟 4분대의 기록은 나도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시작됐다.
삐이이익!
진행위원의 출발 신호에 이성하가 매서운 표정으로 바닥을 박찼다.
타다다닥!
- 출발했습니다! 이성하 소방관 엄청난 속도로 치고 나갑니다!
경기를 바라보던 진행위원이 놀랄 정도로 빠른 스피드와, 그 이후 보여 주는 광경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야? 몇 분이야?”
“1분 25초…….”
“뭐?”
“1분 25초라고. 저 새끼 왜 이렇게 빨라?”
첫 번째 코스를 30초 안으로 끊어도 놀랄 판국에, 그보다 5초를 더 단축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일렀다.
[단번에 이동해!]
‘네!’
두 개를 합하면 40kg의 무게가 나가는 물통을 들고도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이성하였다.
“통과!”
“오케이!”
정해진 지점에 놨다는 진행위원의 신호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으로 들 마네킹을 향해 달려가, 그대로 업고 질주하는 이성하의 모습에 모두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돼…….”
“야, 저거 70kg야. 물통은 그렇다 쳐도 더미는 70kg라고!”
40kg의 물통을 들고 달릴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성인 무게에 가까운 마네킹마저 가벼운 가방들 듯 이동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성하로서는 충분히 들 만한 무게였다.
[너 가벼워 보인다.]
‘타이어 보다는 가볍죠. 그거 드는데 저 죽는 줄 알았잖아요.’
훈련을 하며 옮겼던 대형 타이어를 생각한다면, 기껏해야 70kg의 마네킹을 들고 뛰는 정도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으니까.
그랬기에 이성하의 두 번째 코스 기록 역시 대회에 참가한 누구보다 빨랐다.
- 1분 30초! 이성하 선수 이번 코스 역시 가장 빠른 기록으로 통과합니다!
- 지금 엄청난 속도거든요. 이러다 대회 신기록이 나올 수도 있어요!
흥분한 진행위원의 고함이 스피커를 통해 경기장을 울렸으며, 그에 가장 가까이서 경기를 지켜보던 허명진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미, 미친…….’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저걸 들고 저렇게 뛴다고! 나보다 체구도 작으면서 얼마나 힘이 센 거야?’
자신보다 체구도 작으면서 괴물 같은 힘을 보여 주며 운동장을 질주하는 이성하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던 것이다.
하지만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좋아, 통과!”
“네!”
그러고도 힘이 남는지 단번에 벽을 넘어 세 번째 코스에 돌입하는 이성하였다.
촤라라라락!
단순히 힘만 좋은 게 아니라고 말하듯 두 개의 사다리까지 단번에 전개하고는 호스를 끌어올리기에 들어간 이성하였고, 그렇게 세 번째 코스를 마치고 마지막 코스인 11층 감시탑을 오르는 이성하의 모습에 모두가 고함을 질렀다.
“이성하! 가라!”
“네가 우승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신기록까지 세워 버려!”
앞선 기록만으로도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이성하의 모습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의 함성을 내지른 것이다.
그리고 그 응원을 이성하는 배신하지 않았다.
터억! 터억!
지치지도 않는지 11층에 이르는 감시탑마저 성큼성큼 두 계단씩 뛰어올랐으며, 그렇게 뛰어올라 경기를 마무리하는 이성하의 모습에 진행위원이 고함을 질렀다.
삐이이익!
- 미친! 4분 36초. 대회 신기록입니다! 허명진 선수가 기록한 4분 52초를 16초나 차이나는 기록으로 격파하며 단번에 1등으로 올라섭니다!
그냥 1등도 아니고 대회 신기록까지 갈아치우며 1등을 기록하는 이성하의 모습에 흥분해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은평 소방서의 소방관들 역시 그 모습에 난리가 난 건 당연했다.
“팀장님! 우승! 우리가 우승이에요!”
“거봐! 내가 우승이라고 했잖아! 우리가 우승이야!”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1등을 기록하는 이성하의 모습에 모두가 달려와 열띤 함성을 내질렀으니까.
그리고 그런 이성하의 1등은 변하지 않았다.
- 마지막 경기 끝났습니다. 이로써 1등은 4분 36초의 이성하 소방관. 2등은 4분 52초의 허명진 소방관입니다. 모두 축하합니다.
이성하도 그렇지만 허명진 역시 압도적인 기록을 보이다 보니 등수에는 변함이 없었고, 그 때문에 또 한 번 이어지는 동료들의 함성에 이성하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냐?]
‘네. 다들 좋아하잖아요. 하하.’
1등도 좋았지만 누구보다 좋아하는 동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것에 무엇보다 흡족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금은 겸손해진 허명진과 김형우의 모습 때문도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아니에요. 많이 배웠습니다. 수고하세요.”
뒤늦게 자신들이 창피했는지,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인사 한마디만 남기고는 누구보다 빨리 사라진 두 사람이었으니까.
그랬기에 이성하는 활짝 웃는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고생했다.”
“네.”
수고했다며 주먹을 들어 보이는 정철호에게 같이 주먹을 맞댔고, 그렇게 웃는 이성하의 팔엔 이번 대회의 최강소방관을 증명하는 트로피가 들려 있었다.
<제 28회 서울소방 기술 경연대회 최강소방관 우승 이성하>
은평 소방서의 대표로서 당당하게 서울을 대표하는 최강소방관이 된 순간이었다.
* * *
한편 그 시각, 아시아 남부에 위치한 한 지진 연구소에서는 묘한 파동이 감지되고 있었다.
지지지직!
금방이라도 계기판을 뚫고 나올 것 같은 강력한 파동이.
하지만 그 파동이 감지된 건 겨우 수초에 불과했다.
“무슨 일이야?”
“별거 아니야. 람중에 설치된 감지기인데 자꾸 이러네.”
그에 자리로 돌아와 계기판을 확인한 직원이 귀찮은 표정을 짓고는 다시 자리를 비웠고, 그렇게 파동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직.
아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