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79화 (79/235)

<강철 소방대 79화>

79화. 까짓것 뭐 (1)

이성하의 이번 입원 기간은 두 달이었다.

일산화탄소 중독도 중독이었지만, 몸 곳곳에 입은 화상과 부러졌던 손가락 골절을 치료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상황.

그 때문에 이성하는 병원에서 신년을 맞이했다.

“야, 우리 왔다.”

“어? 선배.”

“저도 왔어요.”

“민정 씨도 오셨어요?”

소방서에서 맞이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동료들과 김민정이 찾아 준 덕분에 쓸쓸하지 않은 신년을 보낼 수 있었고, 그렇게 드디어 퇴원의 날이 다가왔다.

“이 정도면 퇴원해도 되겠네요.”

“정말입니까?”

“네. 손가락도 다 아물었고, 화상 입은 부위도 가끔 와서 드레싱만 갈아 주면 문제없을 거 같아요. 퇴원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병원에 실려 올 때만 해도 상태가 위중해 지인들의 걱정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이상 없이 몸을 회복해 병원을 나서게 된 것이다.

그렇게 출근한 이성하를 기다리는 건, 선배들의 환대가 아닌 놀림이었다.

“오오오~ 아이언 맨~”

“나는 불길 속을 맨몸으로 뛰어 들어가는 아이언 맨.”

“야, 그만 놀려라. 아이언 맨 출근하다 돌아가시겠다.”

“아이쿠. 그럼 안 되지. 암~ 안 되고말고.”

오랜만에 출근한 이성하에게 환대하기보다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고, 그에 이성하는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큭큭큭. 이미 예상했던 거잖아.]

‘너무 예상한 반응 그대로라 그렇죠. 하…….’

반응하면 더 놀릴 게 뻔해서였다.

아이언 맨.

그게 이번 부상에서 이성하가 얻게 된 공식 별명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이성하는 지금의 상황을 만든 김정호를 저주했다.

‘하…… 그 아저씨만 아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에이, 그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아니에요. 성수 선배한테 들었는데 원래 처음 기사는 작게 났대요. 그 인터뷰 때문에 커진 거라고요.’

김정호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커질 일은 아니었다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실 동아랜드의 화재는 사건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큰 건이지만, 사고 당시 그렇게 크게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동아그룹, 동남아시아에 5성급 호텔 건설>

<신을식 동아회장, 경기 보육원에 3억 원 기부>

<동아. 지역 상권과 상생하기 위해 편의점과 손잡다>

그 모기업인 동아그룹에서 힘을 썼는지, 다른 소식들에 그 사건의 기사들이 빠르게 뒤로 묻힌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정호가 9시 뉴스에 출현하며 그 화제성이 단번에 커졌다.

“여보, 저 사람 다친 거 봐. 완전 큰 불이었나 봐.”

“내가 이걸 왜 몰랐지? 인터넷 검색 좀 해 봐.”

그냥 인터뷰를 해도 화제가 될 판국에 부상을 입은 채 나와 설명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거였고, 그 때문에 동아랜드의 화제는 단번에 이슈가 됐다.

대박…… 진짜 맨몸으로 불길을 막았다고?

- 이성하가 누구야?

- 은평 소방서 소방관이래.

- 미쳤다. 방화복도 없는데 그냥 불길 속으로 들어간 거잖아.

- 와, 나는 엄두도 안 날 듯. 아무리 직업이라도 어떻게 저길 들어가?

- 직업 때문이 아님. 저 일은 신념이 없으면 못함.

- 맞아요. 아는 형이 소방관인데. 매일 잠도 못자고 쉬는 날 없이 출동해도 사람을 구한다는 보람 때문에 일한다고 했어요.

- 진짜 존경합니다. 너무 멋있음 ㅠㅠ

맨몸인데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간 소방관이라는 말에, 모두가 열광해 그 기사를 찾아본 것이다.

그래서 나온 별명이 아이언 맨이었다.

<이 시대의 아이언 맨>

<이성하 소방관, 맨몸으로 사람을 구하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진짜 히어로, 이성하 소방관>

그런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에 기자들이 영화 속의 히어로를 빗대 아이언 맨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으니까.

하지만 소방관에게 있어 그 별명은 자랑스러워 할 별명은 아니었다.

목숨을 걸고 구조를 하기보다는 배운 지식 안에서 장비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안전하게 시민을 구조하는 게 소방관의 업무.

그 때문에 당시 당황한 이성하는 바로 김정호의 연락처를 물어물어, 전화를 걸었다.

“김 기자님, 인터뷰를 그렇게 하시면 어떻게 해요?”

신고가 늦어 어쩔 수 없이 뛰어들긴 했지만, 이번 자신의 행동은 용기보다는 만용에 가까운 상황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정호는 그런 이성하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 뭐 어때요? 제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요.

“기자님!”

- 성하 씨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아요. 하지만 가끔 이런 기사가 있는 것도 좋아요. 내가 이런 말 하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이런 기사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거든요. 그리고 성하 씨한테 필요한 인터뷰였어요.

“저한테요?”

- 네. 의사선생님께 들었는데 한두 달은 입원해야 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퇴원해도 근처 병원에서 한 달은 통원 치료 받아야 되고. 그래서 그런 거예요. 사람 구하다 다친 건데 공상 처리해야죠. 비번일 때 다치면 공상 처리 힘들잖아요. 안 그래요?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이번 행동은 이성하를 위해 한 거라고.

그리고 그 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 야, 대박이야! 대박!

그렇게 통화를 하고 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오성수가 호들갑을 떨며 전화해 왔다.

“왜요? 갑자기 무슨 일 있어요?”

- 그게 말이지. 아, 잠깐만 숨 좀 쉬고. 후우. 후우.

이야기를 듣자마자 전화하려고 밖으로 서둘러 나왔는지 숨을 고르는 모습이었고, 그렇게 나오는 내용은 김정호가 말한 공상에 관한 건이었다.

- 기뻐해라. 너 이번에 부상 입은 거. 공상 처리 된댄다.

“지, 진짜요?”

- 그래, 인마. 이번에 매스컴 제대로 탔잖아. 그것 때문에 본부에서 명령 내려왔어. 너 때문에 소방관들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고 공상 처리해 주라고. 완전 대박 아니냐?

이번 김정호의 인터뷰로 소방관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며, 소방본부에서 신청도 안 했는데 이성하의 부상을 공상으로 처리해 주라는 명령이 내려온 것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그런 매스컴의 반응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마, 만세!”

[그렇게 좋냐?]

“그럼요. 월급 나오는 거잖아요. 월급!”

안 그래도 박봉이었던 탓에, 월급만 나오면 뭐든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번 동아랜드의 화제성은 이성하의 생각보다 오래갔다.

워낙 화제성이 큰 사건이다 보니 매스컴에서도 간간이 그 당시 상황을 뉴스로 보도했고, 그 결과가 눈앞에 있는 책상이었다.

[그런데 이 편지들 언제 다 읽냐?]

‘그러게요…….’

이성하의 행동에 감명을 받은 시민들이 은평소방서로 편지를 보내, 오랜만에 찾은 책상이 편지들로 수북한 상황.

그런데 이상한 게 있었다.

‘어? 근데 먹을 건 어디 있지? 분명히 성수 선배가 찍어 보낸 사진에는 간식들도 있었는데.’

자신이 알기로는 편지뿐만 아니라 간단한 다과도 같이 온 걸로 알았는데, 책상에는 편지밖에 없었다.

[그러게. 쿠키 같은 거 좀 있지 않았냐? 초콜릿도 있던 거 같았는데?]

바로 반응하는 렉스의 말처럼, 편지만 남아 있고 먹을 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런데 그중 사진에서 봤던 과자 포장 하나가 허석훈의 책상에서 보였다.

“선배 혹시 그거…….”

“응. 맛있더라, 야. 유통기한 있는 거 같아서 내가 먹었어.”

이성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허석훈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모든 동료들이 손을 들었다.

“나도 먹었어. 감사하다고 전해 주라.”

“성하야, 나도. 요즘 당이 딸려서 초콜릿이 좀 필요했거든.”

“난 쿠키만 먹었어.”

“난 껌. 껌 가지고 뭐라고 할 건 아니지?”

구조대만이 아니라 건너편 파티션에 있는 진압대원들까지 선물로 온 과자를 나눠 먹은 상황이었다.

“와, 어떻게 하나도 안 남깁니까?”

그에 이것만은 참을 수 없다며 이성하가 서운함을 표현했지만, 그 서운함은 허석훈의 손가락 하나에 단번에 들어갔다.

“아, 요즘 너무 무리했더니 어깨가 아프네. 아휴, 어깨야.”

어깨를 돌리며, 벽에 붙어 있는 구조대의 근무일지를 가리키고는 어깨를 두들기는 허석훈의 모습에, 이성하는 바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주물렀다.

“잘 드셨어요. 안 그래도 드시라고 하려고 했어요.”

“틀림없는 거지?”

“그럼요. 하하하.”

자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선배들이 이리저리 다른 팀으로 대체 근무를 나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성하는 굉장히 겸허하고 공손한 자세로 한참을 돌아다녔다.

“어이쿠. 커피 없나?”

“제가 떠다 드리겠습니다.”

“에이, 손도 아픈 놈이 뭘.”

“아닙니다. 팀장님. 다 나았어요.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성하야, 나도!”

“나도 한잔!”

“네!”

자신을 대신해 휴일을 반납하고 근무를 선 선배들의 노고를 알기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애교를 보였고, 그것도 모자라 오늘만큼은 기분 좋게 팀 회식을 외쳤다.

“오늘 회식 어떠십니까?”

“회식?”

“네, 제가 쏘겠습니다. 까짓것 공상도 인정됐는데, 소고기 드시러 가시죠.”

“진짜야?”

“그럼요, 연신내에 괜찮은데 생겼는데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러니 오늘 가요.”

안 그래도 월급도 굳은 마당에, 선배들에 대한 미안함에 모처럼 지갑을 열기로.

물론 전체 회식은 아니었다.

“너 왜 진압대한테는 안 들리게 말하냐?”

“쉿, 조용해요.”

피식 웃으며 핵심을 찌르는 오성수의 웃음에 바로 조용하라며 다급한 표정을 지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어이쿠, 오늘 3팀 회식 가요?”

두 사람의 뒤에서 불청객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조용…….”

그에 이성하가 놀란 표정으로 조용하라고 뒤를 돌아봤지만, 이내 보이는 얼굴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왜 놀라? 내가 귀신이라도 돼요?”

“과, 과장님이 여긴 왜?”

은평소방서의 행정과장 유상명이었다.

“일 있어서 왔지. 그나저나 뭐야 오늘 회식 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짓고 있지만 일에 관해서는 너무 깐깐해 모든 소방관들이 약간의 거리를 두는 상사.

그 때문에 오성수가 바로 정색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장님, 안녕하십니까!”

하나의 틈도 잡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행동이었고, 그건 이성하도 마찬가지였다.

“네, 안녕하십니까. 오늘 퇴원해서 동료들과 가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깐깐한데 직급 또한 대장인 권일섭보다 높은 소방령이다 보니, 바로 각을 잡고 인사를 올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성하의 대답은 유상명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부상은 어때요?”

“네?”

“부상 말이에요. 손가락 골절됐다던데?”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이성하의 손을 가리키며 회복 상태를 묻는 그의 모습에, 이성하는 떨떠름해 하면서도 손을 보이며 상태를 보고했다.

“이 주 정도는 통원 치료를 받으라는데, 아프진 않습니다. 물론 출동하는 데도 이상은 없고요.”

진단상으로는 통원 치료를 받으라지만, 손의 상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성하는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요? 잘됐네. 그럼 대회 참가에는 문제없겠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상명이 만족한 표정으로 이성하의 어깨를 때렸다.

“대, 대회요?”

“응, 걱정 없겠어. 우리 이 소방관 정도면 말이야. 얼른 앉아. 사인해야지.”

영문을 몰라 하는 이성하를 그대로 의자에 앉히고는 앞으로 하나의 문서를 내밀었고, 그 문서는 매년 열리는 서울 소방 기술 경연대회의 참가 신청서였다.

<2015 서울 소방 기술 경연대회 최강 소방관 참가 신청서>

그것도 개인 종목인 만큼, 하드하기로 유명해 대회의 꽃이라 불리는 최강 소방관 종목으로.

하지만 이성하는 그 신청서에 어이가 없었다.

“이게 무슨……?”

나가기가 싫어서?

아니었다.

성명 : 이성하

* 소속 : 은평소방서 구조대

* 주민등록번호 : 920516-1******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강로 483-2

이미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빼곡하게 채워진 신상 정보에 황당한 감정이 들었다.

물론 그런 이성하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혹시 자네 손가락 아플까 봐 내가 다 써 왔어. 그러니 사인만 하면 돼. 알겠지?”

유상명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성하에게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어 보였으니까.

그 미소를 보며, 허석훈와 오성수가 안 됐다는 표정으로 이성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끝났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미 결정된 이성하의 참가에 깊은 명복을 빈 거였고, 그에 렉스 역시 동참했다.

[그거 존나 힘든데…… ]

안 봐도 훤히 보이는 이성하의 미래에 안타까운 소감을 전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동료들의 말을 들으면서도 이성하는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얼른 사인 안 해요?”

“네!”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는 유상명의 얼굴과 반대로, 사인을 마친 이성하의 얼굴엔 지독한 피로감이 어려 있었다.

‘젠장…….’

이성하의 소방대회 출전이 결정돼 버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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