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57화 (57/235)

<강철 소방대 57화>

57화. 구조대 (8)

* * *

한편, 지상에 마련된 지휘소에서는 드디어 전달된 소식에 모두 긴장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지휘소 응답 바랍니다. 여기는 구출대. 들립니까?

“드, 들린다. 상황이 어떻게 돼 가고 있나?”

같이 구출대로 차출됐던 진압대장의 무전에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 진압대는 입구 화재를 진압 중이고, 구조대는 내부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뭐? 정말인가?”

- 그렇습니다. 세 명 모두 안전하게 통과해 터널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서, 서장님, 구조대가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하하하. 좋아. 제대로야!”

“됐습니다, 서장님! 이제 됐어요!”

허락을 하긴 했지만, 약간은 무리가 아닐까 싶었던 구조대의 진입이 성공을 거뒀다는 것에 모두가 기쁨의 포효를 지른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 지지지직.

“뭐야? 이거 갑자기 왜 이래?”

고립된 구조대와의 유일한 소통 창구였던 통신 장비가 갑자기 먹통이 돼 버렸다.

“팀장님, 외부 환풍구가 작동을 멈췄습니다!”

“뭐?”

“방금까지 배출되던 유독 가스가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안에 문제가 생긴 거 같습니다.”

잠깐 사이 터널 내부의 연기를 빨아들이던 외부 환풍구까지 작동을 멈춰 버렸고, 그 때문에 밝았던 분위기는 단숨에 최악으로 떨어졌다.

“그럼 안에는 어떻게 된 거야?”

“…….”

“내부는 어떻게 됐냐고?!”

“전기가 전부 나갔습니다…… 터널 내부, 시야 확보가 완전히 불가능한 상황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X발!”

통신이 문제가 아니라, 전기가 나가 구출대의 탈출 작전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었다.

애초부터 유독 가스 때문에 시야 확보가 불가능해 같은 상황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조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굉장히 컸다.

연기가 앞을 가리더라도 조명이 있다면 터널의 내부 구조를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새카만 연기라도 그나마 천장에서 비춰지는 빛이 있다면 그걸 의지해 걸음을 옮길 수 있었고, 그 빛이 없어진다는 건 구출대의 탈출에 지장이 생긴다는 걸 의미했다.

“그럼 빠져나오는 데 걸리는 예상 시간은 얼마나 될 거 같나?”

“최소 20분은 더 걸릴 걸로 보입니다…….”

“20분?”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터널입니다. 내부 구조물이 많아서 시야 확보가 안 되면 빠져나오는 데 배의 시간은 걸릴 겁니다. 거리도 꽤 있고요…….”

그나마 들어갈 때는 천장의 빛으로 인해 빠르게 들어갈 수 있었지만, 빠져나올 때는 내부의 복잡한 구조물들로 인해 기어 나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지휘소의 짐작은 사실이었다.

구출대는 터널 내부가 완전히 암흑으로 바뀐 탓에 탈출 과정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제길, 완전히 안 보이네.”

“좀 더 천천히 갈게요. 앞에 파이프 같은 게 굉장히 많아요.”

“조심해요, 조심!”

공사 현장이다 보니 중간중간 설치된 구조물들로 인해 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이성하를 비롯해 상태가 좋지 못한 요구조자들을 부축하던 구출대는 선두에서 뒤쪽으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콰당탕.

“크으윽. 제기랄. 장애물이 너무 많아.”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몇몇 소방관이 구조물에 걸려 부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희망이 어려 있었다.

“천천히 라이프 라인 잡고 앞사람 등만 보고 가겠습니다!”

지금까지 고립됐던 구조대가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으니깐.

“이 앞에 천장이 낮습니다. 머리 조심하고 숙여서 오셔야 해요.”

이 정도 암전 정도는 익숙하다는 듯 앞에 있는 구조물들을 파악하며 요구조자들을 부축하는 구출대를 대신해 무리를 이끌었고, 그 덕분에 탈출 과정은 속도는 느리더라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뒤 보지 마세요!”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후욱. 이제 반 남았습니다. 다들 그대로 이동하겠습니다.”

“허억. 허억. 알겠습니다!”

소방관들이나 요구조자들 모두 탈출만 하면 이 지옥이 끝난다는 사실에, 다들 헐떡이면서도 끊임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중 한 소방관의 걸음이 유독 느렸다.

터억. 터어억.

구출대를 이끌었던 이성하였다. 그가 대원 한 명을 부축한 채, 천천히 뒤처지고 있었다.

[안 돼. 너 지금 이 상태로는 위험해!]

‘허억. 괘, 괜찮아요.’

[이 새끼야, 뭐가 괜찮아! 너 지금 공기 잔압이 거의 바닥이란 말이야!]

렉스의 말처럼 착용하고 있던 공기호흡기의 공기가 다 떨어져, 제대로 호흡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후욱. 후욱. 얼른 빠져나가시죠!”

도착하자마자 구조대의 정비를 돕고는 정철호를 부축해 선두로 나섰던 만큼, 출발 때만 해도 공기 잔량에는 문제가 없던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탈출 도중 문제가 터졌다.

“혹시 공기 잔량 여유 있으신 분 있으십니까?”

“저도요. 저도 부족합니다.”

탈출 속도가 늦어짐에 따라 몇몇 소방관의 공기통이 다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삐~ 삐~ 삐~ 삐~

곳곳에서 착용하고 있던 공기호흡기에서 공기 잔압 경보가 울렸고, 그에 혹시 몰라 남겨 뒀던 예비 실린더를 모두 사용했다.

“예비 실린더 여기 있어.”

“난 아직 여유 있어. 다 떨어진 사람 있으면 나랑 같이 써.”

“저도 있습니다. 저랑 한 분 같이 쓰시죠.”

중간에 각자가 가지고 있던 공기통의 잔량을 확인하고 마지막 정비를 실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비 상황에서 이성하는 손을 들지 않았다.

“이성하, 너 잔량은?”

“저 아직 충분합니다.”

공기 잔량을 확인하는 선배 구조대원의 말에 문제없다고 대답했다.

[뭐? 충분? 너 미쳤어? 이거 기껏해야 15분이야!]

그에 렉스가 말도 안 된다며 고함을 질렀지만, 이성하의 대답엔 변함이 없었다.

“정말이야?”

“네, 아까 출발 직전에 교체했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하는 선배 구조대원의 말에 문제없다며 대답했고, 그대로 침묵했다.

[야!]

‘저까지 사용할 예비 호흡기가 없어요.’

[뭐?]

‘요구조자들과 방금 갈아 낀 선배 것이 마지막이에요. 더 이상 여유분이 없다고요.’

안타깝게도 이성하가 착용할 수 있는 여유 실린더가 더 이상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렉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뭐 어쩌자고? 터널 입구까지 1.2킬로미터야. 진압대가 300미터 지점에서 대기한다고 해도 900미터라고. 그런데 거기까지 그걸로 버틴다고? 야 이 새끼야, 지금은 들어올 때랑 달라. 시야가 완전히 없어서 기어가고 있잖아!]

들어올 때와는 전혀 상황이 달랐다.

구조대가 들어오며 설치했던 라이프 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암전으로 터널 내에 길을 막는 공사 자재들을 확인할 수 없어 빠져나가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성하 역시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다 공황에 빠지는 요구조자가 있다면요.’

[그건.]

‘아뇨. 섣부른 추측이 아닙니다. 공기가 부족하다는 걸 알면 구조대는 몰라도 요구조자 중에서는 분명히 공황에 빠지는 사람이 나올 겁니다. 그러면 몇 명이 죽을지 몰라요.’

[…….]

렉스의 말처럼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건 최악이었다.

불안감이 고조될수록 사람의 호흡량은 급속도로 올라가고, 그러면 자칫하다 공황에 빠지는 사람이 나오게 되어 전멸할 가능성도 있었다.

‘죽는다고요, 사람이.’

[젠장.]

한 사람이 아닌, 전원의 공기가 부족해 사망자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그대로 일어나 동료들과 요구조자들에게 출발을 서둘렀다.

“얼른 가시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 출발하자.”

“가겠습니다.”

혹시나 자신의 상태를 다른 사람들이 눈치챌까 출발을 서두른 거였고, 그래도 혹시나 몰라 자리까지 후미로 바꿨다.

‘최대한 사람들과 멀어져야 돼. 경보가 울리면 바로 알아챌 거야.’

공기호흡기의 경보 장치가 여유 공기 20% 아래로 떨어지면 작동해서였다.

[이 멍청한 새끼야!]

‘어쩔 수 없잖아요.’

가뜩이나 시간도 촉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상태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불안감을 초래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현재 이성하의 상태는 지옥이었다.

터억, 터어억.

‘버텨야 돼…… 무조건 버텨야 돼!’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알릴 수 없다는 생각에, 공기가 떨어져 거의 질식과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그저 묵묵히 걸음만 옮겼다.

하지만 그걸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다.

[호흡 정지를 최대한 길게 가져가. 괴로워도 그 수밖에 없어.]

아무리 괴로워도 겉으로는 티 한 번 내지 않고 걸음을 옮긴 탓에, 그저 렉스만이 옆에서 불안한 어조로 조언을 던지는 상황.

그런데 그때였다.

“너 이 새끼, 이게 무슨 짓이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해 잠시 정신을 잃었던 정철호가 괴로운 표정으로 이성하를 바라봤다.

삐~ 삐~ 삐~ 삐~

매우 작게 울리고는 있지만 이성하에게서 들리는 경보 잔압에 겨우 정신을 차린 거였고,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바로 손을 뒤로 가져갔다.

“내 거 써…….”

자신의 공기호흡기 밸브를 풀고 이성하의 것에 연결하기 위함이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공기통에 연결된 자신의 밸브를 잡았고, 미련 없이 그대로 밸브를 돌렸다.

“난 버틸 수 있어…… 네가 써라…….”

숨을 쉬지 못해 고통으로 가득한 이성하의 얼굴을 바라보며 정철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실제로도 만족했다.

‘희생을 한다면 선배인 내가 먼저야.’

앞서도 그랬지만, 이런 상황에서 총대를 메는 건 구조대를 이끄는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 밸브가 돌아가지 않았다.

꽈악.

“너…….”

“가만히 계세요…….”

밸브를 돌리는 정철호의 손을 이성하가 붙잡았다.

“이거 놔.”

“안 돼요…….”

“놔! 지금 정말 위험해…… 빨리 공기 흡입하지 않으면 질식한다.”

“괜찮아요…… 이 정도는.”

다급한 표정으로 경고하는 정철호에게 이성하가 오히려 웃음을 보였다.

그에 정철호가 억지로라도 밸브를 열어 보려 했지만 이성하의 힘을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제길……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이성하의 힘이 강한 것도 있었지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해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다급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이 새끼야. 너 진짜 죽고 싶어!”

“…….”

“놔! 이거 놓으라고…….”

잔뜩 충혈된 눈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이성하의 모습에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이성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힘 쓰지 마십쇼…….”

절대 안 된다고 말하듯 정철호가 밸브를 못 돌리도록 손에 더 힘을 줬고, 그렇게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조금만 더 견뎌. 아니, 견뎌야 해!]

‘그럼요…….’

동료를 구하기 위해 조직된 RIT팀이었기에.

‘……무조건 버팁니다.’

정철호를 밖으로 데려다 놓기 전까지는 의식을 잃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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