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소방대-56화 (56/235)

<강철 소방대 56화>

56화. 구조대 (7)

* * *

한편, 지하에 고립된 구조대는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를 이어 가는 상황이었다.

“공기 잔량은?”

“아직 여유 있습니다. 충분히 버틸 수 있어요!”

유독 가스로 공기의 유입이 차단된 상황에 끊임없이 서로의 공기 잔량을 체크하며 시간을 쟀고, 점점 터널 끝으로 몰려오는 유독 가스에 진입할 때 챙겨 온 소화기와 공사 인부들이 사용하던 에어 컴프레서를 챙겨 들었다.

“이경환, 정지훈. 소화기는 환풍구 뒤쪽에서 뿌린다!”

“알겠습니다.”

쏴아아아!

“컴프레셔는?”

“준비됐습니다!”

“좋아. 컴프레서는 최대한 환풍구 쪽으로 연기가 흘러가도록 설치한다. 명심해! 절대 연기가 뒤쪽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는 거다!”

“알겠습니다!”

급하게나마 소화기와 현장에 있는 에어 컴프레서를 이용해 유독 가스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직접 앞에서 연기를 차단한 것이다.

물론 완전히 연기를 차단하는 건 불가능했다.

쏴아아아아!

아무리 소화기를 뿜어내건, 에어 컴프레셔로 바람을 뿜어내건, 그 넓은 통로로 들어오는 연기를 모두 막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다행인 건 터널의 특성상 안에 있는 공기를 밖으로 빼내는 환풍구가 있다는 거였다.

스으으으으.

터널의 크기가 넓어 모든 범위를 커버할 순 없지만, 환풍구의 도움이 있다 보니 극소량의 유독 가스만 뒤쪽으로 흘러갔고, 그렇게 흘러간 유독 가스 역시 끝에 있는 환풍구로 자연스럽게 흘러나가 최악의 상황만은 막을 수 있었다.

“연기 줄어듭니다.”

“좋아, 이 정도면 버틸 만해.”

빠져나갈 수는 없었지만, 현장에 자리한 에어컴프레서와 챙겨 온 공기호흡기를 통해 버틸 수는 있는 상황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이 금방 급변했다.

철컥.

“어? 팀장님, 불이 꺼졌습니다.”

미세하긴 했지만 방금까지 터널을 밝히던 조명이 일순 모두 꺼졌다.

위이이…… 덜컥.

그에 방금까지 귓가를 울리던 환풍기 소리까지 멈추는 게 들렸고, 그와 동시에 방금까지 환풍구로 흘러가던 유독 가스가 무섭게 뒤쪽으로 흘러갔다

“제길, 전기가 끊어진 거 같습니다.”

“이런 썅! 소화기라도 최대한 뿜어내! 유독 가스 들어온다!”

불길이 내부 전력선까지 태워 버린 건지, 그나마 고립된 상황에서 구조대의 생명줄이 되어 주던 전기가 끊어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통신 장비를 붙들고 있던 정철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제길, 그래서 통신이 끊어진 건가.’

안 그래도 방금 전부터 통신 장비가 먹통이 된 상황이었다.

외부와 유일한 소통 창구가 갑자기 먹통이 된 것에, 통신 장비를 붙들고 짜증을 내던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들을 수 있는 소식은 확실히 들은 참이었다.

‘그래도 구출대가 출발했어.’

자신들을 구조하기 위해 조직된 RIT팀의 존재였다.

“시작했습니까?”

- 그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공격 주수를 하며 진입하더군.

통신이 먹통이 되기 전, 서장을 통해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조직된 RIT팀이 터널로 진입했다는 걸 들었고, 그랬기에 급하게나마 소화기라도 최대한 뿜어내 유독 가스의 접근을 막는 대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구출대 출발했다!”

“정말입니까?”

“그래. 애송이들이 구하러 온단다. 그때까지 다들 버틸 수 있지?!”

언제 도착할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을 향해 오고 있을 RIT팀의 존재를 알리며 구조대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구조대원들 또한 그런 정철호 말에 웃음을 지었다.

“애송이요?”

“하하. 설마 구출대가 신입 애들입니까?”

애송이라는 말에 지금 오고 있는 RIT팀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신입대원들이라는 걸 단박에 깨달았으니까.

그 때문에 다들 결연한 표정으로 가지고 있던 모든 소화기를 악착같이 뿜어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거 쪽팔려서 원. 지금 우리 신입들 손까지 빌리는 거야?”

“정신 똑바로 차리자. 애들 도착했는데 뻗어 있으면 제대로 망신이다.”

선배로서의 면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곧이어 마주치게 될 후배들에게 쪽팔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걸로 막을 연기였다면 애초부터 걱정조차 하지 않았을 사안이었다.

“쳇, 그쪽 더 틀어막아!”

“이게 한계입니다.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해요!”

환풍구가 정지한 탓에 구조대원들이 아무리 소화기를 뿜어내도 유독 가스가 뒤로 흘러가는 걸 막을 수 없었고, 그로 인해 터널 끝에서 겨우 버티던 요구조자들이 연달아 호흡 곤란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콜록, 콜록.”

“면체 씌워. 빨리!”

지금까지 연기만은 차단해, 면체를 벗고 또 다른 에어 컴프레서로 버티던 요구조자들과 구조대원들에게까지 유독 가스가 미치게 된 것이다.

필사적으로 연기를 막던 구조대원들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팀장님, 지금부터 공기를 소모하게 되면 못 버팁니다.”

“맞습니다. 구출대가 도착하는 시간까지 못 버틸 겁니다.”

벌써부터 공기를 소모해서는 구출대가 도착할 시간까지 버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사실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예정했던 골든타임이 훨씬 지난 상황이었다.

터널 안으로 진입해 요구조자들을 만나는 데만 착용했던 공기통의 반을 사용했다.

요구조자를 만나 연기를 막고 그들의 응급조치를 하는 데에 나머지 반을 사용했고.

각자가 예비 실린더를 하나씩 챙겨 오긴 했지만 그걸로 구출대가 도착하는 데까지 버티는 건 무리라는 생각에 요구조자들과 몇 명의 대원들이 에어컴프레서로 겨우 버티는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유독 가스 때문에 그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었다.

“남은 잔량은?”

“길어 봐야 10분입니다. 사람 수가 너무 많습니다.”

“제길…….”

구출대가 출발한 게 방금이란 걸 생각하면, 그때까지 버티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그랬기에 정철호는 한숨을 내쉬며 면체를 벗었다.

“아니, 팀장님! 뭐 하십니까!”

“이것밖에 방법 있어?”

부하 대원의 만류에도 면체를 완전히 벗고는 등에 멘 공기통을 분리했고, 그렇게 분리한 공기통을 대원들에게 건네며 피식 웃었다.

“내 거 반 이상 남았어. 이거라면 구조대가 올 때까지 세 명은 버틸 수 있는 양이야.”

“그게 무슨 개소리예요!”

“아니. 지금으로선 이 방법이 최선이야. 시간이 없다면 늘리면 된다. 안 그러냐, 명환아?”

그 말에 호명당한 소방관 한 명이 면체를 더 벗었다.

“당연한 말씀을 하십니까.”

현 구조대에서 정철호 다음으로 직급이 높은 김명환 부장이었다.

정철호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등에 멘 공기통을 분리하고는 그 옆으로 섰고, 그런 김명환의 모습에 정철호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미안하다.”

“쓸데없는 소리 마십쇼. 당연한 겁니다. 제 것도 반 이상 남겨 놨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았거든요.”

구조대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두 사람이, 구출대가 도착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미련 없이 희생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에 휘하 대원들이 난리가 난 건 당연했다.

“팀장님, 뭐 하시는 겁니까!”

“제가 벗겠습니다. 선배님보다는 제가 하는 게 낫습니다!”

자신들을 살리겠다고 목숨을 거는 선배들의 모습에 열불이 터져 나왔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정철호의 고함에 모두 행동을 멈췄다.

“시끄러워!”

정철호가 미간을 찌푸린 채 휘하 대원들을 향해 일갈했다.

“너희 구조대 아니야? 요구조자 전부 다 죽일 셈이야?!”

뒤에 있는 요구조자들을 가리키며 구조대의 본분을 이야기했고, 그에 구조대원들은 입술을 깨물며 면체에 가져간 손을 내려놨다.

<소방강령 제3조 소방윤리의 2항.>

우리는 국가와 국민이 우리에게 맡긴 직분을 충실하게 행하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이 소방관이 되며 맹세했던 그 숭고한 다짐이 떠올랐기에.

“제길. 나가면 가만 안 둘 겁니다.”

“그래, 그러면 됐다.”

“웃지 마십쇼. 진짜 가만 안 둘 겁니다!”

그저 울분 어린 눈빛으로 정철호를 바라보며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원들의 눈빛을 정철호는 외면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보이지 않았다.

‘제길, 꽤 어지럽구먼.’

면체를 벗고 나서부터 직접적으로 흡입되는 유독 가스에 눈앞의 시야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정철호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팀장님!”

“제기랄, 호흡기 착용하세요. 빨리!”

유독 가스 흡입으로 인해 일산화탄소 중독 현상이 찾아온 것이다.

그랬기에 정철호는 모든 게 틀렸다고 생각했다.

‘제길…… 그래도 시간이 부족했나.’

자신과 김명환의 희생으로 시간을 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구출대의 행적에 모든 게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때였다.

터벅, 터벅, 터벅.

정철호가 무릎을 꿇는 그 순간, 짙은 연기 사이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후욱. 후욱.”

짙은 연기 사이로 거친 숨을 내뱉는 빨간 헬멧을 쓴 소방관들이 보였고, 그 모습에 정철호는 입가에 드디어 미소가 어렸다.

‘도착했나…….’

이성하였다.

“요구조자 17명 확보!”

도착하자마자 건방지게도 자신들의 숫자까지 요구조자에 포함시키는 모습에, 정철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한 것보다 많이 늦었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십쇼.”

“하하하…… 그래도 오늘은 합격이다. 이성하. 콜록. 콜록.”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드디어 기다리던 구출대가 도착했다는 사실에 정철호가 안도 어린 웃음을 지은 것이다.

이성하 역시 웃음을 짓기는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어.’

상황을 보아하니 조금만 늦었어도 한을 남길 뻔했다는 생각에서였다.

“예비 실린더 좀 얻을 수 있겠나?”

“네, 여기 있습니다. 가져가십쇼.”

“후…… 다행이다. 얼마 남지 않았었는데.”

대기하던 구조대원들이 앞다투어 자신과 선배들에게 실린더를 받아 갈 정도로, 다들 공기호흡기의 잔량이 간당간당한 상태.

하지만 그렇다고 안도할 상황은 아니었다.

[멘탈스투퍼(강한 자극에 반응하는 혼미 상태)로 보이는 요구조자가 총 여섯 같아.]

‘여섯이요?’

[그래. 앞에 두 놈이랑 요구조자 네 명까지 총 여섯이야.]

상태가 좋지 못한 요구조자가 총 여섯이었다.

공사 인부 중에선 처음 들었던 두 명 외에 두 명의 실신 환자가 더 발생한 모양이었고, 거기에 눈앞의 정철호와 김명환이 지금 추가됐다.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허억. 허억. 할 수 있어.”

털썩.

“티, 팀장님. 괜찮으세요?”

렉스의 말처럼 멘탈스투퍼까지는 아니지만, 두 사람 역시 혼자서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일산화탄소 중독이 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대원들 역시 중독 현상만 없다 뿐이지, 꽤 지쳐 있는 상태였다.

“허억. 허억.”

“후욱. 후욱.”

오랜 시간 화재가 일어난 터널 안에 갇혀 있다 보니, 그 열기로 인해 심한 탈수 현상을 겪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이성하는 빠르게 대원들의 정비를 도우며 출발을 서둘렀다.

“정 대장님은 제가 부축하겠습니다. 명환 부장님은 성수 선배가 부축하시고, 부장님은 다른 선배님들과 함께 요구조자 챙겨 주세요.”

“오케이, 성호랑 창환이, 호섭이가 나랑 같이 요구조자 좀 부축하자.”

“알겠습니다!”

허석훈 부장의 도움을 받으며 역할을 분담했고, 그렇게 준비를 마침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탈출한다!”

“가겠습니다.”

드디어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을 위해 마지막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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